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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by 날개달린망상 posted Jan 08, 2017 (16시 33분 50초)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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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초면부터 반말이었죠.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듯이. 그리고는 뻔뻔하게 운명이라 하더군요. 수많은 은하, 수많은 별, 수많은 나라, 수 많은 도시, 그리고 수많은 카페. 그 중 오로지 한 점에 마주하여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약은 수법이죠.

 

우리가 만난 이유는, 당신이 제 정장에 커피를 쏟았기 때문이었어요. 당신은 인력 운운하겠지만. 일부러 그랬다는 거, 모를 줄 알았나요? 능청스런 표정은 그렇게 잘 지으면서, 행동은 영 어설프더군요. 그래요. 당신이 커피를 닦으며 제 속옷 끈을 건드린 것도, 실수가 아니란 걸 알고 있어요. 어처구니 없어서 화도 안 나더군요.

 

당신은 변상한답시고 설쳐댔죠. 세탁비만 물어주면 될 것을. 느닷없이 제 손목을 붙잡고 이리저리 들락거렸어요. 그렇다고 우쭐대지 말아요. 당신에게 한눈에 반했던 건 아니니까. 그냥 당신이 하는 양이 조금 재미있었을 뿐이에요. 그날 면접을 죽 쑤고 조금 우울했었거든요.

 

그렇게 정신 없는 사이에, 당신은 제게 빚을 잔뜩 지게 만들었죠. 원래보다 배는 비싼 정장을 사주고, 평생 발 들여본 적 없는 비싼 레스토랑엘 데려가고. 영수증을 든 손을 벌벌 떠는 게 보이더군요. 그러니 어쩔 수 있나요. 당신이 하자는 대로 전화번호를 교환했죠. 다음날 차버리리라 결심했건만, 그 결심이 십 년을 갔네요.

 

당신은 우리의 만남을 운명이라 이야기했지만, 진실로 우리의 운명은 헤어짐이 됐어요. 피투성이 외투에서 발견한 반지를, 제 손가락에 끼워 두었어요. 따지고 보면 우리는 공통점이 없었죠. 성격이며, 좋아하는 음식…… 그런 주제에 인연이라는 소릴, 뻔뻔하게 하고 살았네요.  그러나 인연이 아니라면, 제가 직접 당신을 선택하겠어요. 

 

적어도 죽음의 순간만은, 같은 날 맞이할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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