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키치가 뭔데 씹덕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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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24 Aug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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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SH
스포일러 NO

 히틀러의 사진을 보고 쿤데라는 과거를 떠올린다. 이 책을 보고 나도 과거를 떠올린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과거란 이 책을 읽었던 고삼 시절의 기억이라는 것일까.

사실 이 말은 틀렸다. 중반부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을 읽었던 과거 자체가 존재했었는지 의심했다. 아니, 정말 기억 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정녕 고삼 야자시간에 읽는 책이란 순전 야자시간 자체를 쓸모없이 소비해버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자괴감에 몸부림칠 뿐이다.

마침내 오이디푸스는 눈을 뽑고, 나는 광명을 찾는다. 기억이 있던 것이다. 모르고 죄 지은 자라도, 눈을 뽑아야 할지어다ㅡ라는 또렷한 문장. 선생님들의 눈칫밥을 먹어가며 페이지를 대강 대강 넘기는 동안, 적어도 한 문장은 뇌리 깊숙이 스스로를 파 묻은채 먼 훗날의 재발굴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아마도.

물론 눈을 뽑아라 어째라 저째라 이런 말은 키치다. 하지만 키치만큼 고삼 독자의 머리에 쏙쏙 박힐 뭔가가 또 무엇이 있단 말일까?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은 교실의 나는 키치라는 말이 무엇인지 조또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키치란 보존식이다. 통조림이다. 원하는 것만 양철 캔 속에 넣어 보존한다. 참치 통조림에서 참치 맛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참치는 동그란 양철캔 모양이다. 본질이란 것은 항상, 너무 비싸니까. (이 비유마저도, 아니 어쩌면 모든 비유는 키치가 아닐까ㅡ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키치는 항상 승리한다. 이 소설의 최후에서도 키치는 승리했다. 시간적으로 보면 분명 그렇다. 때문에 작가는 의도적으로 시간대를 비튼 것일까? 키치가 죽음을 숨기듯이, 작가도 키치의 승리를 하룻밤이나마 그들의 춤 속에 가리고 싶었던 것일까?

 어, 분명 이것보단 말할 게 많은 책이겠지만 작가가 키치키치키치카푸카하며 나오니 나도 뭔가 그 이상을 말하기 귀찮아진다. 아니 그렇잖아, 다른 때는 좀 자제하는 것 같더니 이 아저씨 키치 얘기에서 갑자기 폭주하잖아. 아닌가? 아님말고ㅡ

 뭐 아무튼, 인생은 한 번 뿐이지만 책은 두 번 읽을 수 있다. (즐겁다 콘)


 한가지 재밌는 점. 쿤데라가 동물농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까대는 사설? 인터뷰를 예전에 봤는데, 그 땐 전혀 공감되지 않던 포인트들이 이 책을 보면 뭔가 끄덕끄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역시 작가는 책으로 말해야.

 

comment (4)

형이상학적 19.08.19. 08:32
Kind of Blue가 최근 60주년을 맞았던데 Greatest Album 리스트에서 다른 모든 당시 비슷하게 호평 받은 재즈 앨범들 대신 이것만 올라와 있고 앞으로도 재즈 앨범 하나를 꼽으라면 이게 꼽힐 걸 생각해보면 이야말로 ㅋㅊ
SH 작성자 형이상학적 19.08.21. 12:13
힙스터
까치우
까치우 19.08.19. 21:36
와 어떻게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안 쓰고 참았죠 참을성 만렙이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SH 작성자 까치우 19.08.21. 12:15
너무 -틀- 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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