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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의 퀄리아 (紫色のクオリア) : cogit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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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처음 접한건 꽤 되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전격문고 MAGAZINE 2008년 11월호 증간 토라도라 VS 금서목록'에 연재되었던 특별 단편으로 접했을 당시에는, 우에오 히사미츠의 작품은 열렬히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저 츠나시마 시로우가 일러스트를 담당했다는 것만이 눈에 띄었던 점이었다.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재미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이 작품을 접하기 까지 2년 반. 나는 이 작품의 존재 자체를 잊고 지냈다. 오랫만에 구입한 전격대왕(電撃大王)에서 츠나시마 시로우가 이 작품을 코미컬라이즈화해서 신연재하는 것을 발견, 첫 화 임에도, 마지막 떡밥이 너무 적절해서 주저없이 원작 소설을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사실 잡지에 연재되었던 단편부분, 첫 화만을 보았을 때는. 특이한 인물과의 만남으로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넘어가는 극히 평범한 이야기로, 조금 특이한 설정 이외에는 그리 눈에 띄는 부분은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본편에 들어서서는 갑작스레 분위기가 급변하더니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이 작품을 매우 흡족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말할 수 있다. 첫 화는 라이트노벨이 되기 위한 '전제'일 뿐이고, 그것을 감안해서 본다면 이 작품은 훌륭한 SF라고.

 

  -마리이 유카리의 눈에는 인간이 로봇으로 보인다.

 

  모든 것은 이 전제에서 부터 시작된다. '시각'의 차이가 '사고'의 차이를 낳고, 또한 '사고'의 차이가 '현실'의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주인공은 마리이 유카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것을 양자역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해 이것저것 이야기한다. 사실 이것은 정확한 이야기도 아니며, 실제로 현상의 증명을 하는데는 큰 의의도 없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주인공은 그 스스로가 양자역학의 모델 속에 서게 된다.

 

 관측하기 이전에는 수렴하지 않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주인공은 이 안에서 단 하나의 목적, 결과만을 바라보며 발버둥친다. 하지만, '타자는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말마따나, 그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 '타자'들이 그 길을 방해하고, 결국, '세계' 그 자체가 '타자'로써 주인공을 위협한다. 이 안에서 주인공은 '타자'에 맞서며 '자아'를 상실해간다. 무수한 가능성으로 분화하여, 자기 자신을 '그런 것'이라고 규정지어 버리는 곳까지 이르는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세계' 그 자체를 '타자'로 둠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세계의 '타자'로 만들지 않음으로서 목적에 다다르게 된다.

 

  퀄리아(qualia)는 특정한 것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인 감각이다. 빨간 사과를 보았을 때의 그 '빨갛다'라고 하는 것. 말로서는 전달하기 힘든 구체적인 감각의 양상이다. 이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 개개인이 가지는 퀄리아는 분명 같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퀄리아는 개개인의 '본질'로써 작품에 나타내어진다. 이것은 사르트르의 주관과는 정 반대의 것으로, 세계를 '타자'로 인식하고서도 유카리만을 '자신'으로 받아들이던 주인공의 가치관이 깨지게 된다. 이로써 사르트르적 사고에서 벗어나, 주인공 '타자와 무관한 초월적 자신'이 아닌 '자신'으로서 당당히 타자 앞에 나선다. 타자 역시 자신에게 그렇게 나오기를 희망하면서.

 

  두 소녀에게서 시작해서, 전 우주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그리고 다시 두 소녀에게로 귀결되어, 점차 다시 걸음을 이어가는 이 이야기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의의를 묻는 철학서임과 동시에, 빼어난 SF이기도 하다. 양자역학에 테마를 둔 작품이지만, 독자층을 고려한 탓인지 이에 대한 설명은 끊임없이 언급된다. 겁먹지 않아도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첫 화가 너무나도 평이했던 것이 안타까운 점으로, 그 것만을 제외하고는 뛰어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오랫만에 좋은 작품을 읽은 터라 리뷰라도 한편 써두자 해서 올립니다. 국내 정식발매는 되지 않은 책으로 혹여나 정발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읽는게 가능하신 분들에게는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Writer

요봉왕 비취 100식

요봉왕 비취 100식

퍼덕, 퍼덕.

comment (1)

이 책 추천! 11.09.22. 20:35

스타인즈 게이트 참고 도서라고 해서 한 번 건드려 봤었는데 읽고서 정말 놀랐던 책입니다.

훌륭한 SF이자 동시에 훌륭한 라노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쉽지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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