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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시선과 창작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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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51 Jul 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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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Ro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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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창작과 빈병]의 머리말 중 일부입니다.


  (…) 영화감독들이 인터뷰에서 자주 하는 푸념이 있다. 감독이 된 후에는 영화 자체를 보는 즐거움을 잃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영화광 시절에는 순전히 스크린 안에 있는 것들만 즐기면 됐는데, 감독이 된 후에는 자꾸 스크린 밖이나 뒤가 보여서 영화를 편하게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공감할 만한 얘기다. 그러나 엄살이기도 하다.


  "그럼, 감독 그만하시고 영화광 시절로 돌아가시죠?" 그들에게 이렇게 반문하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지 빤하잖은가. 그들은 감독인 현재를 택할 것이다. 누가 등 떠밀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관두려면 당장 관둘 수 있는데도 안 그런다. '생산자'의 자리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글을 쓰는 작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작가가 독자 시절보다는 책 읽는 즐거움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대답하리라. 역시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그럼, 독자였던 시절로 돌아가실래요?" 고개를 가로저을 게 확실하다. 그러니 이런저런 소리는 그냥 '엄살'로 듣고 넘겨라. 그리고 그런 엄살은 작가나 감독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사치다. 감독 지망생이나 작가 지망생에게는 그런 호사를 누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누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러니 "독서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어요." "남의 작품은 잘 안 읽어요." "요즘 나오는 글들은 전부 쓰레기예요." 같은 말을 하고 싶으면 일단 작가부터 되어야 한다. 망언이든 실언이든 그때 가서 실컷 해라.  (…) 




만약 작가를 꿈꾼다면, 같은 책을 읽어도 독자 입장에서 천 권을 읽는 것보다는 작가 입장에서 백 권을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창작과 빈병]이란 책에서는 '작가의 시선'으로 책을 보는 방법을 설명하기 때문에 그럭저럭 도움은 되는 것 같더라구요.

저 머릿말 부분은 생산자라는 위치의 매력과, 독자가 아닌 생산자의 시점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순수한 독자 입장이 될 수 없다는 배부른(...) 투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책 내용에 이미 답이 나와있는 질문이긴 합니다만, 독자의 시선과 창작자의 시선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그리고 그 시선의 차이가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도움(또는 방해)가 될까요?

일단 저는 아직 작가지망생이라서 그런지 완벽한 작가의 시선을 갖추었다고는 생각치 않지만, 글을 본격적으로 쓴 이후로는 확실히 그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읽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할까, 좀 더 분석적이고 해체적 시선이라고 할까요? 글을 내용으로서의 재미 뿐만이 아니라 글의 구조와 패턴, 단락의 규칙, 문장 호흡, 텐션, 장면의 전환 등등 (뭔가 써보니까 거창해 보이네요;;) 내용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듯 합니다. [창작과 빈병]의 머릿말처럼 '즐거움'을 잃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확실히 감각은 조금 변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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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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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까레니나
까레니나 12.07.01. 00:56

즐기는 시선과 질투의 시선의 차이이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드네요.

작가가 아니라면 이런 말 하지 말라니까 하면 안 되겠지만... :(

마리
마리 12.07.01. 11:28
글쓰기를 취미로만 여기고 있는 저도 책을 읽고나면 순수한 독자 시절과는 조금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됩니다. 이게 작가 지망생과 독자, 작가와 독자로 차이가 커질수록 느끼는 바도 많이 달라질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네요. 하지만 그 차이가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달라진 시선이 자신의 위치에 맞는 감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xester
xester 12.07.02. 00:24
순수한 독자였을 때에는 그저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감상만 있었지만, 작가가 되고자 했을 때부터 작가가 된 지금에 이르는 동안 '나라면 이렇게 쓸 텐데'라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올로 님처럼 분석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그 수준까지 갔으면 작가 대신 비평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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