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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지 않는 작업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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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46 Apr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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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선유민

아시겠지만, 요 며칠간 저는 'B급'이라고 분류한 잡문만을 올리고 있어요. 제 스스로 그 글이 다루는 주제의 무게감이나 그 글을 쓸 때의 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딘가 논고로써 결격이 있는 글이라고 판정을 하였기에 B급으로 분류하게 된 글들이죠.

그렇다면 왜 남에게 보였을 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지 않느냐고 질타하실 수 있습니다. 네, 맞는 말씀이지요. 하지만 저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바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앞서 저는 다루는 주제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글을 B급으로 분류한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칼럼란에 처음으로 올린 《『Fate/stay night』와 『고독한 시월의 밤』의 관계》와 같은 글은 두 작품의 공통분모가 되는 독자가 극소수이기에, 그 주제에 관하여 관심이 있는 독자가 적을 것입니다. 저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참고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로 기분 전환 삼아서 글을 쓸 수 있던 것이고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글 한 편을 완성 및 공개할 수 있던 것이기도 합니다.

말씀드려야 할 사실은, 무게감이 있는 주제일수록 그만큼 손이 많이 가기 마련이란 사실입니다. 가령 제가 몇 배의 자원을 투입하였지만 집필 도중 중단한 글줄이 몇 가지 있습니다. 경소설회랑의 운영자 분께 조금 보여드리기도 하였던 《모에를 다시 생각하다》나 《한 가지 오인 ─ 나스 키노코》같은 글이나, 그외에도 《라이트노벨의 정의: 장르와 계系》같은 글들이 그렇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1차적으로 제 인내력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런 종류의 글들을 쓴다할지라도 결국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들에 비하여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는 소리니까요. 말하자면, 시간과 같은 제 자원을 생업에 우선적으로 분배하고, 남는 시간에 비로소 이런 작업을 할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맥은 끊기기 마련이에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동력이 집필의 장기화에 따라 점차적으로 저하되죠. 또한 의식은 한 방향만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사가 옮겨가고, 변형이 일어납니다. 더 큰 문제는, 의식의 지향성을 쓰던 논고에 다시 되돌리려 하면 거기에도 역시 자원은 투입되기 마련이란 사실입니다. 메모하고 잊은 내용을 들춰보거나, 자료를 다시 검토해보거나 하는 것들이 그렇지요.

따라서 자원이 크게 투입되는 글은 쓰질 못하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쓰더라도 발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쓰다가 만 글과 아이디어는 창고에 쌓여만 가고요. 꽤 오랜 시간 이런 문제를 겪어온 저는, 할 수 없이 그렇다면 발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구되는 자원이 적은 글을 써야겠다고 발상의 전환인지 단념인지 알 수 없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이 결정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 크죠.

최근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가 창간되며, 그곳의 정책상 필자에게 고료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적이 있죠. 사회 각처의 자발적인 재능 기부를 통하여 언론을 꾸려가고, 재능 기부자는 기부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거나 이름값을 얻어 결과적으론 윈-윈이 된다는, 그 자체로는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그런 모델이 국내에서도 통용될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듯합니다. 허핑턴 포스트가 발흥한 미국에서야 시장이 넓어 이름값을 얻는 것으로 미래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근히 버텨가는 국내의 시장에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죠.

저는 국내의 라이트노벨, 그리고 장르소설계에서의 비평이란 것 역시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능기부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취지를 넘어서, 작업이 현실적으로 지속되기 위한 어떤 방법은 없는 걸까요? 스스로를 향해 그런 물음을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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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Rogia
Rogia 14.04.07. 19:58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서 '잡지 기고'라는 시장층이 굉장히 얇은 편입니다. 글을 기고할 수 있는 매체가 영화 매거진이나 일부 시사 잡지에 한정되어 있는 환경에서, 허핑턴 포스트와 같은 재능기부형 칼럼 언론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죠. 칼럼니스트는 양질의 글에 알맞는 고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공간이 웹환경으로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어떤 식으로든지 오프라인으로 게재가 되는 쪽으로 보아야겠죠.

라이트노벨은 그래도 최근 여러 매체나 서브컬쳐 관련 문화에서는 웹툰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감자니까, 여러 곳을 찾아보시다보면 수요는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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