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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의 날 기념 엽편: 여기에 유에프오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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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35 Jun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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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위래

  "케이. 케이는 유에프오가 있다고 믿어요?"

  "유에프오가 미확인 비행 물체라는 뜻 맞죠?"

  "네."

  "그럼 믿어요. 이 세상엔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종종 있는 법이니까요."

  그렇지만 케이 씨에게 유에프오는 유에프오가 아니었다.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곤 하는 유에프오들은 모두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들이었고, 대체로 케이 씨가 지구 궤도를 비행하며 순찰을 돌다 어쩌다 찍힌 것들이었다. 케이 씨는 외계인이었다. 그러니 그가 말한 유에프오는 지구에서 발견되는 미확인 비행 물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말한 유에프오는 태양계의 소행성 군에서 종종 발견되곤 하는 미확인 비행 물체였다. 케이 씨는 우리 은하를 장악한 주류 외계인 종족의 일원이었으므로 그 유에프오가 다른 종족의 우주선일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계에서 근무중인 케이 씨는 태양계 안으로 들어오는 비행 물체에 대해 모조리 무가시 광각 스캔을 하고 있었으므로, 소행성 군 안에서 발견되는 미확인 비행 물체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마음같아서야 지구인들이 유에프오라고 부르곤 하는 케이 씨의 애선을 타고서 정찰을 가보고 싶었지만 케이 씨의 우주선은 워낙 구식이라 다녀오기엔 시간이 걸렸다. 사실 귀찮기도 했다. 케이 씨의 임무는 지구와 화성의 생명체들의 보호 감찰이었지 미확인 비행 물체를 조사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유에프오가 같은 계 안에 있다는 사실은 꺼림칙 했고, 결국 케이 씨는 조국이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 까지 신호를 날려, '여기 유에프오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라고 보내었다.

  광속으로 날아간 신호는 이백이십만 년 후에 도달했다. 그때쯤 케이 씨의 조국은 이미 없었다. 성간 전쟁으로 은하계 기술은 한참 퇴보 되어, 이름만 거창한 안드로메다 은하 연맹이 있었다(국가가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지난 몇 천 만년 간 계속 있어왔던 일이기에 그리 신기할 것은 없었다). 케이 씨의 조국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안드로메다 은하 연맹은 우리 은하에서 보내어진 몇 백만년 전의 고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받고서 당황했다. 그 문장은 '여기 유에프오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라고 해석할 수도 있었고, '은하간 전쟁을 선포한다' 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여기 유에프오가' 측의 의견은 이러했다. 몇 백 만년 전 멸망한 은하 제국(케이 씨의 조국이었다)에선 안드로메다 은하를 평정하고 타 은하로 시선을 돌릴 정도의 여력이 있었고, 그 때 보내어진 탐사선 중 하나가 이 메세지를 보내어 온 것이 틀림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은하간 전쟁' 측의 의견은, 우리 은하가 이미 안드로메다 은하 만큼의 문명과 통합에 성공했고, 그에 맞춰 은하간 전쟁을 시도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였다. 둘 다 그럴듯해보여서, 의견은 쉽사리 결정나지 않았다. '우리 은하 메세지 문제'로 알려진 이 문제는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몇 백년 간 퍼져나갔고, 천 년이 지날 쯤엔 전설 정도로 치부되었지만, 일만 년이 지날 쯤엔 '은하간 전쟁' 측 의견으로 기울어, 우리 은하를 향해 핵융합 폭탄 수십 만 개가 광속의 구십구 퍼센트의 속도로 날아갔다.

  한편 지구에선 몇 차례 문명이 사라지고 만들어지길 반복해, 첫 번째로 달을 밟는 사람이 다섯 명이 되었다. 발자국이 그렇게 많이들 남아 있었지만 어쩐지 다들 발견하지 못했다. 케이 씨는 세 번째 핵 전쟁에서 우연찮은 실수로 사망해 이미 없었다. 하지만 아직 와이 씨가 남아있었다. 와이 씨는 케이 씨가 발견한 소행성군의 그 미확인 비행 물체 였다. 사실 그는 케이와 동향 사람이었는데, 케이가 혹시나 우주 변방에서 나쁜짓을 하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맞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자, 와이 씨는 이 일이 지루해졌고, 광속으로 날아가도 이백이십만 년이나 날아가야하는 먼 조국의 일을 굳이 맡아야 하는가 의문이 들었다. 때마침 케이 씨가 죽기도 했다. 와이 씨는 다른 일을 꾸몄다.

  지구인의 관점으로 볼 때 오버 테크놀러지를 가진 와이 씨는 자그마한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 시켜, 화성의 미생물들을 개조해 지성이 있는 생물들로 진화시키기 시작했다. 지구인이 화성에 가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었고, 와이 씨는 지구인이 오기 전에 화성인들을 개조하고 진화시킬 수 있었다. 사실 와이 씨는 지구인들을 싫어했다. 때문에 그가 만들어낸 화성인들도 지구인을 싫어했다. 시간이 지나 두 문명이 충돌했을 때, 전쟁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지구-화성 전쟁은 전면전이 아닌, 지속적인 국지전으로 이루어졌고 전쟁은 거의 일상이 되었다. 와이 씨는 이를 흐믓하게 바라보다가, 전자파 추적기가 달린 카오스 탄을 맞고 비명횡사 했다. 지구-화성 전쟁은 오직 그들 자신의 것 만이 되었다. 그들의 전쟁은 치열했지만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케이 씨가 안드로메다 은하로 메세지를 보낸지 사백사십만 년이 지났다.

  지구 탐사선 와이는 우리 은하 외곽에서 혹시나 모를 화성의 탈궤도 폭탄을 방지하기 위해 비행 중에 있었다. 그 때 한 병사가 외쳤다.

  "함장 님! 초고속 비행 물체가 감지 되었습니다!"

  "어디에서?"

  "은하 외곽 입니다!"

  "화성 놈들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나보군. 어떤 물체인지 확인할 수 있나?"

  "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론 충돌 합니다!"

  "미확인 비행 물체라. 우리 은하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요격한다!"

  앞으로 이억년 간 펼쳐질 은하간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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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래

위래

"나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블레츨리역 지붕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환상을 읽고 자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관사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없다."

- J.R.R Tolkien, <On Fairy Stories>

comment (1)

요봉왕 비취 100식
요봉왕 비취 100식 10.06.24. 19:13

오해가 빚는 갈등인가요. :-)

그보다...... 이봐요, 와이씨 남의 별에다 무슨 짓을 하는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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