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프리터!]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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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45 Jul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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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rook

 

해방이다!


교실이라는 동굴 안에서 수험 공부라는 쑥과 마늘을 꾸역꾸역 입에 쑤셔 넣다보니 어느샌가 인간이 되어있었다. 그 전까지는? 곰이었지, 곰.


“넌 임마, 수도권도 힘들어.”

수능 이후 내내 나를 불안하게 하던 담임선생님의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고, 나는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대학에 합격했다. 그리고는 그 동안 참아왔던, 한발먼저 동굴을 뛰쳐나갔던 호랑이들을 따라잡을 기세로 미친 듯이 놀았다. 그래,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사물함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수능 끝나면 OOO해보자.’ 목록을 꺼내어 하나씩 실행에 옮겨본 것도 이때였다. 10시면 나가야 했던 피시방을 삼일 밤낮을 새어가며 게임했고, 술도 ‘꽐라’가 될 때까지 마셔댔으며, 난생 처음 클럽이라는 곳도 가보았다. 물론 결과는 참패. 너무 들이댔나?


그렇게 11월, 12월, 그리고 새해가 밝은 줄도 모르고 놀아댈 동안 날짜는 바람처럼 흘러갔고, 소위 말하는 빠른 생일이라고 하는,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서 있던 나는,


어느 날 퍼뜩.


하고 눈을 떠졌다. 이 모습은 마치 곰보다도 못하지 않은가. 고기의 유혹을 못 이기고 뛰쳐나간 호랑이보다도 더 한심한 곰이 침대 위에서 겨울잠을 자기 위해 웅크리고 있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더 이상 용돈도적이 될 순 없지.


나는 이불을 힘껏 박차고 일어났다. 어젯밤에도 동네 친구들과 소주맥주들을 테이블에 빈병가득 쌓아가며 마셨지만, 묘하게도 몸이 가벼웠다. 난 당당하게 문을 열고나와 명문 S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직하고 예쁜 여인을 만나 알콩달콩 살면서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 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애국하는 대한민국 으뜸 가장이 되어….


잠에서 깨어나니 해는 벌써 중천에 오똑 솟아있었다.

세수를 어푸어푸 한 뒤, 여전히 쌀쌀한 바깥공기를 한껏 들여마셨다. 음, 춥군. 입고 있던 속옷에 후드티를 덧입고 두꺼운 청바지와 털모자 달린 잠바로 완전 무장을 한 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어휴, 술 냄새.” 어머니의 아침인사. 죄송해요, 집을 나섰다.


일단 피시방에 가서 알아보자.

3년 넘게 나의 분신 혹은 일꾼이 되어준 소중한 고물 컴퓨터를 떠올리며 나는 중고등 시절부터 자주 가던 동네 피시방으로 향했다.



comment (2)

rook님 축하합니다.^^ 10.07.15. 17:45

AUTO SYSTEM/ 축하합니다. rook님은 50카불에 당첨되셨습니다!
얏호!

엔마
엔마 10.07.15. 19:50

그리고 와우를 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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