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여름 이야기 손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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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54 Jun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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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더워드

고색창연한 문구점에 도둑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내게 손짓한다. 오지 말라고.

2인 1조로 이루어진 도둑들은 검은 복면을 쓰고 있어서 도둑이다, 라는 티를 여실히 내비친다.

번쩍 칼이 빛난다. 위험하다. 다가오지 말라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자꾸 그렇게 말씀하신다.

오지 말라고 해서 어쩌라는 건가. 도망가?

엎치락 뒷치락 도둑들은 인질을 위협하기 위해 난리가 아니다. 곧 찔릴듯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는

냉정했다. 뭘 원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가져갈 것이 없다. 강도라면 은행을 추천한다. 그런 식이셨다. 

그야 이 문구점은 30년이 넘었으니까. 용케 30년이나 버텼다. 나도 용케 자라주었다. 30년만의 도둑이라니.

꿈 같지 않을까? 마치 꿈이라서 현실감이 떨어진 나머지 실성하셨는지도 모른다.

 

30년이라는 세월. 우리는…….

 

 

-할아버지.

 

귀여웠던 시절의 네가 할아버지의 이름을 부른다.

 

-이거 할아버지 물건이잖아.

 

너는 장난감 총에 흑심을 품고는 말한다. 그것은 네 할아버지 물건이었다. 엄연한 집안의 사업이다.

그러나 어린 너는 알 턱이 없었다. 과자 공장에서 튀어나오는 과자 수영장에 풍덩 하고 싶은 마음이 깃들었던

시절인 거다.

할아버지는 너의 말에 긍정으로 대답했다.

 

-이거 다 가져도 되지?

 

너는 자꾸 철 없는 말을 던졌다. 할아버지는 그런 너를 데리고 문구점 앞으로 나왔다. 다 부숴져 가는 자전거가

햇빛에 검은 녹빛을 반사한다. 뾰로롱뾰로롱 오락기의 영업 소리가 은은한 BGM을 만들고. 너는 자그락 거리는

흙을 밟으며 선다. 아직 아스팔트가 깔리기 전의 일이었다.

막 피어난 봄의 민들레가 노랗다. 그걸 할아버지가 가리킨다. 앉아보라고 한다. 너는 가만히 앉아서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는다. 이건 누구의 것? 이라고 할아버지가 묻는다.  

 

-우리 것?

 

할아버지는 너의 대답에 그렇다고 하지 않으셨다. 우리 것이 아니란다, 이것은 지구의 것이지. 이러면서

할아버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지구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말도 덧붙였다. 봄과 여름 사이의 것.

어린 너는 충격이었다. 봄과 여름의 사이라니? 신비로우면서도 존재할듯 안 할 듯한 그것은 아직까지

너의 귀에 밀착해 있는 할아버지의 말씀 중 하나다.

 

현재로 회귀한다.

 

그다지 과거 회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회상을 마쳤다. 다시 돌아왔다. 여러 색상으로 번쩍이는 플라스틱 칼은 녹슨 철제

책상 위에 올려져 있고, 장난용으로 쓰이는 검은 복면은 제자리에 걸려 있었다. 삐죽이 튀어나온 옷걸이 모양의 그곳엔

검은색 말고도 파란색, 초록색 다양한 색상으로 복면에 물들어 있다. 여러가지 놀이를 배려한 배색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매미소리가 울리지 않는 후덥찌근한 공간. 어머니와 아버지가 땀으로 역력한 얼굴을 드러냈다.

우리는 어느새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할아버지는 영화를 사랑하셨고, 생일 날 영화 파티를 열고 싶어졌던 거다. 그래서 그런 연기를 선보였다.

장르는 범죄 스릴러.

 

-이것이 우리'만'의 것이지.

할아버지가 방긋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날도,

 

앞으로 다가올 여름 한복판에

노란 민들레 꽃이 피었다.  

 

Writer

더워드

내 이름은 윤석영이다.

comment (1)

수려한꽃
수려한꽃 11.07.18. 22:47

어떤 분위기로 쓰고 싶으신지는 알겠지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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