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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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52 Jul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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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MM




 2월 17일 23시 48분 51초.


 찬바람이 볼을 스쳤다. 몸을 움츠리며 K중의 교정을 걷고 있었다. 밤하늘은 어둡지만 검기보단 흐릿하다. 구름과 매연이 엉겨 하늘 아래 잿빛 천장을 이루는 탓이다. 

 문득 교사 앞에 멈추어 그 위를 올려다 보았다. 입김이 흩어지고 추위로 시야에 물이 맺혔다. 

 밤이 보였다. 구름이 느릿하게 흘러내리며 숨어 있던 달이 은근히 모습을 드러냈다. 눈처럼 하얀 보름달.

 겨울의 미풍이 불고 멀리서 새가 울고 있었다.


 문득, 흠 없는 도시의 하늘 귀퉁이에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얼어붙었던 공기를 깨우며,

 '그녀'가 뛰어 내렸다.


 2초도 채 안 되는 시간의 모든 순간이 뇌리에 새겨졌다. 다른 모든 기억처럼 절대 잊혀지지 않으리란 보장과 함께.

 그녀는 내 바로 몇 발자국 앞에 내리꽂혔다. 열 여섯 소녀의 몸에서 일어났다곤 믿을 수 없는 충격이 육중하게 울렸다. 머리가 하얗게 비었지만 그 와중에도 생생한 소음과 작은 핏방울의 움직임은 더 없이 정확하게 기록되고 있었다.

 할 말을 잃었다. 숨을 내쉬기조차 두려웠다. 뜨거운 핏물이 번져가는 모습을 멍청히 서서 보기만 했다.

 

 -안녕?


 나와 조금의 접점도 없던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내가 진짜 미안한데, 부탁 하나 해도 될까?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으나 수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신원은 그만큼 깨끗했다. 


 -너 K고 가지? 오늘 밤 12시 쯤에 우리 중학교 앞으로 올 수 있어?


 물론 이유는 물었다. 한 글자 틀리지 않고 기억한다. 잡다한 변명이었다. 자기가 우연히 반 배정표를 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 내가 있었고 마침 학원에 같은 반이 된 아이가 더러 있기에 좀 늦은 시각이지만 먼저 친목회라도 하려 한다는 헛소리. 끔찍한 헛소리.

 12시라고 하면 그리 늦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녀와 내가 다니던 학원은 시간표야 10시까지였지만 곧잘 두 세시까지 아이들을 붙잡고 있곤 했다.

 조금 고민했지만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11시가 되자 집에 적당한 말을 둘러대고 코트를 집어 입었다. 그녀와 친해져서 손해볼 일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엔 그랬다. 새카만 밤을 헤쳐 홀로 K중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걸렸다.


 뒷걸음쳤다. 널브러진 그녀의 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마침내 숨을 내쉬는 순간 요란하게 핸드폰 벨이 울렸다. 화들짝 놀랐고 입술을 깨물며 진정했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다. 문자였다.


 -경찰을 불러.


 발신번호는 그녀. 

 구하는 것은 119도 아닌 경찰.

 이건 해도 너무하다. 거진 처음 보는 사이에 요구가 과하지 않나. 망설이다 그녀에게로 시선을 다시 옮겼다. 식은땀이 흐르는 손으로 핸드폰을 꼭 붙잡고 속삭였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 하겠어."


 몸을 돌려 도망쳤다. K중은 가끔 와본 적 있으니 CCTV의 위치는 기억했다. 확실한 사각으로만 뛰어들었다.

 그녀는 자살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고 나는 K중에 있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곤란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곧 학교는 이름뿐이 없는 개학을 했다. 몸이 좋지 않다고 둘러대고 책상 위에 엎드려 귀를 세웠다. 역시 소문이 돌았다. 그녀에 관한 소문이었다.


 [K중의 수석 A가 자살했다고 한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자살원인을 학업에 의한 스트레스로 보고 있지만 그럴 리 없다. 당일 CCTV에 누군가가 잡혔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어째서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것도 잊을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러나 정말로 어른들을 따돌렸을까? 정말로 화면에 잡히지 않았을까?

 아이들은 옆 여중의 인기인의 자살을 자신의 미끼로 던져 놓고 즐겁게 떠들었다. 한동안 모두가 쓰는 무기로 이용되었다. 그러다 얼마 가지 않아 식상해져 버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나 만큼은 3월까지 절대로 긴장을 풀지 않았다. 학우의 귀엣말과 소문과 잡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밤마다 떨었다. 그러나 당연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금방 졸업식이 닥쳤고 친구들과 흩어지고 새 교복을 사게 되었다. 

 나는 정말 아무 일도 겪지 않고 고등학생이 되어,

 '그 녀석'을 만났다.


++++++++

아닌거 같지만 이능배에요...존중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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