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딸기잼 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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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4 Jul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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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Wishes

글자 크기 14px, 줄간격 160%로 쓰면 읽기 좋아요.

 

“소원아.”

3개월 전 밤, 삼촌은 내가 있는 2층 창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삼촌은 정말 나와 똑같이 생겼다. 부분 부분이 구부러진 머리카락, 굳게 다문 입, 졸린 듯한 인상을 주는 두 눈. 내가 삼촌과 나를 헷갈리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간단했다. 삼촌은 서른일곱의 수염이 자란 어른이었고, 난 열일곱의 소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키마저 비슷해져버린 나와 삼촌을 구별하는 방법은 수염과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달랐다.

집 앞 대문에 서서 날 올려다보는 삼촌은 영락없는 나였다.

어둠에 반쯤 가려진 삼촌의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삼촌이 자라며 잃어버렸을 감수성, 자신의 아내를 잃으며 사라져버렸을 사랑을 그대로 간직한 미소였다. 몸에 오한이 솟아났다. 삼촌, 어째서 그러고 있어요? 짙은 어둠과 번화가의 불빛이 섞여 동화된 밤색 바바리코트를 입은 삼촌은 날 올려다본 채로 입을 열었다.

“난 떠난다.”

떠나? 어디로? 묻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입을 벙끗이는 것뿐이었다. 창틀을 부여잡은 손에 땀이 배었다. 이대로 삼촌이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삼촌은 날 올려다보고 있다. 난 티끌도 알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무엇을 할 것이기에 새벽에 남의 집에 찾아와 이별 선고를 한단 말인가. ‘아무에게도’ 라는 건 자신의 딸, 유미마저 포함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친 난 수챗구멍마냥 작아진 성대를 진동시켜 겨우 어휘 하나를 뱉어냈다.

“...어디로?”

자신의 딸마저, 일상마저 내버려두고, 대체 어디로?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였기 때문에 삼촌이 들었을지 조차 의심스러웠지만, 삼촌은 눈꺼풀을 내리깐 채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넌 나처럼 되지 마라.”

말을 마치고 5초 정도 날 바라보던 삼촌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제목과는 달리 프롤로그는 완전 인생극장같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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