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관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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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02 Aug 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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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rook

글자 크기 14px, 줄간격 160%로 쓰면 읽기 좋아요.

 

시원한 바람과 밝은 달.

따로 안주가 필요없을 만큼 좋은 경치였건만, 맥성의 성벽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관우의 표정은 무척이나 비장했다.

시선을 밑으로 하자, 오吳라고 쓰여진 깃발들이 우후죽순처럼 대지를 메우고 있었다.

"장군, 밤바람이 찹니다. 이만 들어가 취상하시지요."

"......흠."

야간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 하나가 다가와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관우는 좀처럼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과거, 조조에게 포위되었던 여포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너무나도 아름다운 달빛에 조금 감상적이 되었다고 생각한 관우는 잡념을 잊기 위해 자신의 청룡도를 들어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휭-, 휭-.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그의 무기는 지금까지 주인과 함께 생사가 걸린 전장을 수없이 누벼왔다. 관우는 이제는 자신의 신체를 움직이는 것처럼 익숙해진 청룡도를 어느 때엔 누르 억세게, 어느 때엔 달래듯 여유롭게 휘두르며 검무를 추었다.

보초병들은 달빛 아래에서 춤추듯 청룡도를 휘두르는 관우를 넋 나간듯 바라보았다. 일각이라는 시간이 지나 관우의 검무가 끝나자 보초병들은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다. 비록 적들에게 사방팔방 포위된 상황 속에서 큰 소리를 내진 못 했지만 관우가 보여준 검무는 병사들의 사기를 크게 고취시켰다.

"역시 관 장군님을 모시게 된 건 영광입니다."

"주창."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관우에게 다가온 주창이 특유의 걸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주창은 본래 산적 출신이었으나 평소 관우를 흠모하여 산적질을 청산하고 하산하여 그 뒤 관우를 따라 전장을 누벼온 호걸이었다.

"동감입니다."

뒤이어 관우에게 다가온 청년의 이름은 관평.

관우의 장남인 그는 주창과 마찬가지로 관우의 오른팔 격으로 활약해왔다.

관우는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수하들을 보며 심란했던 마음이 가라앉혔다. 비록 밖은 십만 대군이 포위하고 있고, 자신에게 남은 병력이라고는 이제 500남짓 남았지만 그들은 모두 관우에게 목숨을 건 정예 중의 정예였다.

관우가 병사들을 불러모으자 병사들은 한밤 중이었음에도 일사불란하게 집합했다. 중원 최강이라는 위군의 정예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훈련도였다.

"이 위기는 적장을 얕본 나의 잘못이다. 허나 패장은 말이 없는 법... 이제 남은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며 어떻게든 이 포위망을 뚫어내는 것 뿐이다."

관우의 말에 500의 정예들 모두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죽음마저 각오한 듯한 그 비장함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제군들은 아직 날 믿는가!"

물론입니다-!

주창과 관평을 비롯하여 병사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대답했다.

"관평, 적토마를 가져오너라."

"옙."

"그리고 주창,"

"네, 장군. 선봉은 부디 제게 맡겨주십시오!"

씩씩하게 대답하는 주창을 보며 흐뭇한 기분이 든 관우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자네는 성에 남게."

"뭐, 뭐라구요?! 그럴 순 없습니다! 전 장군을 끝까지......!"

"주창,"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치는 주창을 관우는 조용히 타일렀다.

"모두 나가 개죽음을 당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면 저희가 나가 원군을 데려오겠습니다!"

관우의 또다른 부장, 요화가 나서며 외쳤지만 관우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아닐세, 자네들은 성에 남아주게. 이 맥성을 지켜내는 것은 앞으로 형주수복의 큰 힘이 될게야."

"아버님, 전 뭐라 하셔도 따라가겠습니다."

"평아..."

관평의 눈빛에서 이미 설득은 의미가 없어졌음을 깨달은 관우는 결국 그를 데려가기로 결정하고, 병사들을 반으로 나누어 주창과 요화에게 붙여주었다.

"적토마를 내어오너라!"

"넷!"

적토마.

하루에 천리를 달리며 달릴 때면 그 붉은 갈기가 타오르는 적색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인중여포, 마중적토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명마였던 적토마는 여포가 죽은 뒤, 조조가 관우에게 선물해준 최고의 보물이었다.

어쩌면 자신과 형제의 의를 맺은 유비보다 먼저 만났더라면 그와 천하를 논했을지도 모른다.

관우는 적토마를 보면서 자신을 지극히 아꼈고 또 현재는 천하일통에서 가장 가까운 한 남자를 떠올렸다.

"성문을 열어라─!"

관우의 외침과 동시에 맥성의 성문이 끼이익-, 하는 낡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이럇!"

"하앗!"

관우와 관평 두 부자의 말 모는 기합 소리를 신호로 정병들은 한몸이 된듯 일사불란하게 그 뒤를 따르며 오나라 진영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군신 관우. 

그 마지막 전설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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