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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 마지막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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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50 Jun 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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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yul

그가 화려하게 비상하는 과정은 누구나 알기에 여기서 적지 않는다. 다만 그 누구도 그가 어떻게 몰락하고 쓰러져갔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에 용기를 내어 글을 적어본다.

 

 

 

199x .0x .xx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KBC뉴스특보 이용구입니다. 금일 새벽 3시경 남양주 천마산 일대에서 일어난 원인불명의 포격, 폭발의 원인이 드디어 밝혀졌습니다. 국방부가 동아시아 최대의 초과학 테러조직 카프의 비밀기지를 기습하는 작전을 펼쳤다고 전해진다고 하는데요, 지금 긴급 기자회견에 나가있는 방대기기자가 나가있는데요? 방대기 기자?

 

네 방대기 입니다. 국방부의 보도성명에 의하면 금일 새벽 2 57분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에 위치한 국제테러조직 카프의 아지트를 기습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공격은 해골 부수기작전이라 명명되었으며 국방부와 제휴하고 있는 한국 특수과학 연구소의 초인 브이와 특전사 5개 분대등을 투입한 이 작전으로 한국 내에 있는 카프의 주요거점 괴멸 그리고 조직의 핵심인물 카프 박사를 사살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생략)

 

 

악당은 죽고 영웅은 승리했다. 그렇다면 모두는 행복해질까?

 

 

브이 마지막 이야기

 

 

대전에 있는 한국 특수과학 연구소 옥상. 김철수 소령은 난간 위에 손을 괴고 있는 키 큰 남자 옆에 섰다. 뿔이 달린 철가면을 쓴 남자는 담배를 피고 있다. 김소령은 뚫린 입도 없는데 어떻게 담배를 피는 지 항상 궁금했다.

!”

브이는 고개를 돌렸다.

또 혼자서 담배 피냐? 하나 좀 줘봐라

브이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네 철수에게 건내어주고 손가락으로 담배 끝을 한 두번 문질러서 불을 붙여준다. 몇 모금을 마시곤 철수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멀쩡한 녀석이 언론, 공식석상에 모습도 안 비추고 말이야! ? 이래서 되겠나? 이제 바디체크랑 이상검사는 다 끝냈잖아! 혹시 부끄럽냐?”

철가면을 쓴 남자는 말이 없다.

너야 말로 대접을 받아야지! 물론 우리 군도 힘을 쓰긴 했지만 너야 말로 얼굴마담! 우리의 영웅! 국방부 장관님이랑 대통령 각하도 인정하는데 왜이리 축져서 혼자 담배나 뻑뻑 피고 있나? 자네?”

미안하다. 내가 좀 더 냉정했어야 했어.”

유쾌하게 말을 잇던 철수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렇지만 그는 영웅을 계속해서 칭찬한다

괜찮다! ! 어차피 죽어도 싼 놈이야! 카프의 비밀정보는 다른 데서도 알아 볼 수 있고! 게다가 인간도 아니고 기계덩어리잖냐? 그 놈 머리의 연산장치를 연구하면 더 많은 걸 알 수 있다 이 말이지! 넌 아무 것도 실수한 게 없다구!”

너무 마음에 두지 말고. 아프다는 핑계로 언론에도 모습도 안 비추고 말이지 그러지 마 넌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영웅이야! 겉모습이 중요하냐? 속이 알찬 게 중요하지! 무쇠팔과 강철다리의 사나이! 태권도와 특수과학의 힘으로 악을 무찌른 영웅 김훈! 아니 브이! 자랑스런 대한의 영웅! 미국의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축하서한을 보냈어! 너 임마! 너 이젠 세계의 영웅이라고

철수는 브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진심과 거짓을 섞인 칭찬을 마구 내놓지만 브이의 담배는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약간 지친 철수는 그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

담배를 바닥에 비비면서 말한다.

난 꼭 보고 싶다. 사람들이 너의 이름을 환호하면서 외치는 걸 말야. 그리고 네 가슴의 V야 말로 영웅의 상징이야 잊지 말라고!”

김소령이 옥상에서 나갔다. 브이는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약간 낀 하늘. 맑은 날.

과연 그럴까? 아직도 사람들의 목소리가

 

 

[짭퉁]

 

 

푸른 빛이 어둠을 가른다. 어둠을 갈라 특수합금 갑옷을 아작 낸다. 브이의 돌려차기가 기계 해골의 갈비를 철저하게 분쇄한다. 회색의 영웅, 한쪽 팔에 붉은 띠를 감은 브이가 악인에게 종언을 선고 하는 날. 199x .0x .xx 브이와 Dr. 카프의 싸움이 결판난 날. 기괴한 골격의 로보트는 모든 무기와 사지가 무력화당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상황. 그런데 카프박사는 힘껏 웃는다.

네 놈도 여기서 이제 끝이다!”

크크크… 하하하하하! 드디어 해냈군! 김훈! 아니 브이! 이 날 이렇게 바닥에 내팽개칠 수 있다니 역시 나의 라이벌답구나!”

이제까지 와서 친근하게 말하지마! 빌어먹을 해골 박사! 지금 널 아작 내서 희생당한 동료의 복수를 하고 싶지만… 그 것보단 널 살려서 조직을 완전 분쇄시키는 것이 더 큰 복수! 더 이상 저항은 그만 둬라!”

흐흐흐! 그래 만족하는가! 영웅이여!”

닥터 카프는 기계팔을 움직여 잔해를 헤치고 브이의 발 앞에 기어간다.

그래 그래! 이제 악은 그 목숨을 다해서 사라지지 일보 직전! 넌 이제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겠지!”

브이는 최후의 발버둥을 가소롭게 쳐다봤다. 카프는 그의 발을 부여잡고 발목을 부여잡고 다리에 얼굴을 기댔다.

한국이! 동아시아가! 세계가! 브이! 브이의 이름을 외치겠지!  멍청한 세계영웅협회와 JLU(Justice League in USA)도 너에게 금메달을 줄 거야! 돈과 미녀들이 널 쫓아다니겠지! 으히히

그는 광기를 가득 보이스 스피커에 담아 속삭였다. 브이는 이 놈을 빨리 차에 싣고 보냈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하지만! 하지만! 너에게 들리는 그 이명이 사라질까? 흐흐흐허헤 아하하하하하핫하하 짝퉁~ 짝퉁~ 히히 그래 그래 브이! 넌 날이 밝아도 아직 영웅이 아니야! 히어로의 히자도 못 된다! 그냥 개 조 인 간 일뿐이지 개조인간! 아니 카이조닌겐(改造人間) 인가?  하하하! 그래… 그래서 내가 특별히 너에게…

빠직! 하는 소리가 났다. 발목을 부여잡던 기계팔이 풀썩하고 쓰러진다. 브이의 발이 가슴의 엔진을 부숴버린 것이었다.

개소리는 지옥에서 염라대왕한테나 해라! 이 시팔놈아!”

닥터 카프, 지구에서 삭제.

 

------------

 

그로부터 32일 후 브이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고 언론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개선식과 대통령 표창 수여등 공식 스케쥴 몇 개를 소화했다. 그러나 그는 카프에 대한 일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1x. xx.

카프 박사 사망 후 4개월 후 브이는 특수과학 연구소 기밀 구역에서 혼자서 닥터 카프의 잔해를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 중이었다. 작업엔 진전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블랙박스와 연산장치의 복구가 도무지 진척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브이는 모험수를 두기로 했다. 브이에 쓰인 기술과 카프 조직의 기술은 비슷하다. 왜냐하면 일본 범죄조직의 다크트론이 개발한 사이보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과 닥터 카프의 블랙박스를 연결시키면 반드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도달했다. 위험한 생각이었지만 성공만 한다면 짧은 시간에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공, 성공만 하면… 노이즈는 없어진다. 두고 봐라 카프!”

브이는 특수 팔찌의 버튼을 눌러서 변신상태로 들어가 목 뒷부분과 카프의 강철해골을 케이블로 연결시켰다.

 

 

흐흐흐 오랜만이군! 하하! 다시 만나서 얼마나 기쁜지 알겠나! 이 내가 얼마나 기쁜지 알겠나? 내 제안을 들어주러 왔지! 카하하하! 아니? 아니라고? 이봐이봐 흐흐흐히히. 조선말 끝까지 들어봐 초인! 어때? 노이즈는 사라졌나? 음… 옅어지고 작아졌다고? 그거 기쁘고도 슬프구만 허허헤헤헤. 어쨌든 아직도 네 놈 귀에는 잡음이 끊어지지 않고 있단 말이지! 참 슬퍼! 슬프다! 애재라! 하하하하하! 이봐! 연결을 끊지마 끊지마! 끊지말란 말이다! 그래 그래야지. 내가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가 있는데 어디 들어보겠나? 사실 악은 아직도 살아있어! 뭐냐고? 무슨소리냐고? 아하하하하하하하 멍청해 너무도 멍청해! 한국에 사는 놈이 이렇게도 순진하다니!! 아하 아하하하하 아핳하하하! Are you 김치맨? 으흐흐흐헤헤! 이 바보 개조인간! 북쪽을 바라보라고 저 철책을 넘어있는 빨간 악! 붉은 제국! 몰라!? 너희들은 그 동안 쥐새끼만 잡으러 다닌거야! 후후하하하하! 이 거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오는구만! 평양! 김 국방위원장! 공산당! 이 것이야 말로 진정한 악이지! 자 내 제안은 단순해! 평양으로 가서 빨갱이를 박멸하라! 이 말이지! ? ? 너무 위험하다고! 당연히 위험해야지! 하지만 그런 위험도 없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 되겠는가! 이 닥터 카프도 나만의 정의를 위해서 내 몸 전체를 기계로 바꿨다! 그런데 악인도 아닌 영웅이 겁에 떨어서 악은 구경만 하고 쳐다만 본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으이이하하하 흐흐흐허허 정말 웃기는 웃기는 개조인간이야 넌! 아하하핳하하하핫핫하하하

 

그래 내 정보를 다 갖고 가라! 대신 넌 내 제안을 들어줘야 해! 아니 제안이랄 것도 없지! 그거야말로 영웅의 의무니까! 그래 맘대로 해라 내 정보와 기술 맘대로 써! 으히히 어쩔 수 없이 넌 북쪽으로 갈거야… 그래그래 개조인간으로 남으면 안 돼! 영웅이 되어야지… 잘 생각해봐! HERo!

 

브이는 케이블을 끊었다. 그리고 귀에, 소리를 듣기 위해 정신을 집중한다. 분명 소음은 작아졌다. 그렇지만 없어지지도… 않는다. 상황실에 있는 김박사는 모니터를 지켜본다. 귀를 기울이는 브이의 모습, 김박사는 혀를 찼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비상소집을 받고 김철수 소령은 막 도착하는 참이었다. 무기와 군장을 착용하면서 간략한 상황을 들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브이 아니… 훈이가 난동을 피우고 있다니요?! 이봐 거기 그게 진짜야!”

철수는 부상을 당해 연구소 밖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연구원과 경비병들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해골 투구를 쓰고 가슴에는 X자가 새겨져 있었지만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브이입니다… 소령님.”

그 자식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작정이지?”

북한 폭격

너덜너덜한 백의를 걸친 김박사가 서류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피를 약간 흘리고 생채기투성이었지만 상태는 괜찮은 모양이다.

박사님! 그게 뭔 소리죠? 북한 폭격이 무슨 말입니까?”

이보게 김소령! 상황이 급박하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가방 안에 있는 총을 들고 가게나

아니 그 총은 도대체 뭐고…. 휴 먼저 상황을 파악해야죠! 실은 그렇게 큰 사고도 일어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사상자도 없고 단지 기밀구역을 점거 당한 것 빼고 말입니다

노령의 박사는 크게 소리쳤다

김 소령! 군인이 되어서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지금 한시가 바쁘단 말일세! 이미 상부에도 보고해서 승인되었네. 사살 명령이 떨어졌어! 브이는 더 이상 브이가 아니란 말이오! 지금 국방부와 대한민국 전 군이 엉망진창일세! 포대와 미사일이 전부 북쪽을 겨누고 있네! 더 이상 시간을 주면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날 거란 말이야!”

소령. 이 가방 안에 있는 총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아다만티움 탄환이 장전되어 있는 특수 총이야! 이걸로 빨리 사태를 해결해

김박사는 직접 가방을 열어 매그넘총에 탄창을 장착한 후 소령에게 건네어 줬다.

자네와 자네 대원들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네

철수는 그 권총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했다.

 

연구소 내부로 진입하는 김 소령과 대원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김박사

쯧쯧… 김훈! 그 놈은 왜 그리 진짜에 집착 하는 건지…… 이 놈아! 좀 베끼면 어떠냐! 좀 닮으면 어떠냐! 우리 모두 잘 지키고 행복하면 그걸로 족하지 않느냐! 뭐가 그리 안달이 나서 이런 사단을 벌이는게냐아아!”

 

199x. xx. Xx

개조인간 브이의 난동은 진압되었다. 김소령 휘하 2개 분대는 연구소 기밀구역의 슈퍼컴퓨터의 통제권을 회복했으며, 포대는 머리를 돌리고 먼저 발사 된 1개의 미사일은 다행히 대한민국 상공에서 폭발, 피해는 전무했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습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이보그 닥터 카프가 되살아나서 연구소의 슈퍼컴퓨터를 해킹해서 전 국방부의 전산체계를 빼앗아 2차 한국전쟁을 벌이려는 일촉즉발의 순간. 그는 홀로 늦게까지 분석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빨리 사태를 대처하고 사이보그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양을 향하던 미사일 하나를 기적적으로 상공에서 폭발시키고 그 자신을 희생해서 전쟁을 막았습니다. 브이 아니 김훈 그야 말로 진정한 대한민국의 초인! 영웅이었습니다! 우리는 그토록 기다리던 영웅을 얻었지만 너무나 빨리 보내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르쳐준 희생과 승리의 V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할 것 입니다.’

[김ㅇㅇ 대통령의 추모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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