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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세지 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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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35 Aug 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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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칸나기


어느날 갑자기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 메세지가 날아왔다.

 

내용 : 감은 감인데 못먹는 감은 뭐게~?
01030293XXX

 

처음엔 뭔가 싶어서 지그시 노려보다가, 괜히 장난기가 들어서 답장을 적어보냈다.
"영감, 대감, 안익은 떫은감 중 하나겠지 뭐."
메세지 송신.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내용 : 죄송합니다! 문자 잘못 보냈어요!
01030293XXX

 

잘못 보낸건 나도 알고 있다.
그걸 알고 보낸 답장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무생각 없이 "그래서 답은 맞았습니까?"하고 문자를 보냈다.
보통 같았으면 여기서 장난문자 놀음은 끝이었을 터다.
정말 결과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상대 쪽에서도 왠 오지랖이야? 하면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또 1분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내용 : 그게…… 틀리셨는데요.
01030293XXX

 

틀려? 어째서?
"왜요?"
문자 송신.
1분 뒤. 부우우웅. 핸드폰이 울리고 답장이 도착했다.

 

내용 : 정답은 모든 감입니다! 전 감 알레르기거든요.
01030293XXX

 

"뭐?"
어이가 없어져서 한동안 메세지를 멍청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이런 자기 중심적인 수수께끼는 처음 봤다. 결국 한숨을 쉬고는 나는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당신, 재미있네요."
그걸로 핸드폰을 덮고 나는 내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에 온 문자를 확인한 건 5시간이 지나, 잠자기 직전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

 

내용 : 저 친구들한테는 재미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재미있다고 말해주다니. 고마워요! 다음번 개그도 혹시 재밌는지 봐주실 수 있나요?
01030293XXX

 

그 문자를 보고 끝내 피식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이 문자를 보낸 사람,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설마 장난이 이렇게까지 이어질줄은 몰랐지만, 여기까지 온거 한 번 끝까지 장난이나 치자는 심정으로 나는 "원하신다면요."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는 그 번호를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전화번호부에 등록.
뭐,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데 사소한 재미가 늘었다고 치자.
언제 끝날지 모를 장난질이지만, 조금은 어울려주는 것도 재밌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잠자리에 들었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날 오전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던 중 그 '재미있는 사람'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내용 :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재미있는 사람

 

"이상한 사람들?"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으려니, 옆에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교복 입은 여학생이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길래.
허둥지둥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이상한 사람들이라. 간단한 수수께끼다.
딴청을 피우는 척 하면서 문자에 "치과 아닌가요?"라고 적어서 보냈다.
답장이 오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서 대학교 입구 부분에 도착했을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내용 : 땡! 틀렸습니다!
재미있는 사람

 

"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당연히 정답입니다! 따위의 문자 메세지를 기대했던 나로써는 의외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어제의 감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의외도 아닌가.
가다 말고 대학교 교문 앞에 서서 핸드폰을 노려보는 내가 어지간히 신기했던 건지
주변을 지나가는 대학생들이 흘끔 흘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나는 발걸음을 서둘러 강의실로 향했다.
문자는 강의실에 도착해서 "이번엔 또 왜 틀렸나요?" 라고 적어 송신.
답장은 곧바로 왔다.

 

내용 :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그곳은 도박장입니다!
재미있는 사람

 

"도, 도박장?"
아까 했던 말이지만 다시 해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렇게 생각하려니 연이어 문자가 도착했다.

 

내용 : 그게 도박장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만ㅇ ㅣ 모이잔아요? 알콜중독자라던가조폭이라던가도박중독자라던가.
재미있는 사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나 전송된 시간을 보면 변명하듯 허겁지겁 써서 보낸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내 옆에 앉아있던 같은 과 여대생이 해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다지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뭐야. 이 사람. "그게 말이 됩니까? ㅋㅋ" 일부러 키읔 자음을 붙여서 문자를 보냈다.

 

내용 : 어? 아닌가요?
재미있는 사람

 

솔직히 딱잘라 말하자면 단순히 편견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새삼 강의 전 이런 문자를 주고 받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것도 아닌 장난 문자. 거기에 시시한 수수께끼에 말도 안되는 해답.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냥 "아뇨. 재밌다고 생각해요." 그런 문자를 보냈다.

 

내용 : 아… 다행이다! 이번에도 성공한 거네요! 그럼 좀 있다가 다른 개그도 보낼게요!
재미있는 사람

 

답장은 빨랐다.
성공이라. 다음에도 이런 개그가 날아오는 걸까.
그날 아침, 강의가 지루하기로 소문난 노교수가 들어와서 지긋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를 때에도 내 기분은 왠지 모르게 좋았다.


 

그 뒤로 수업 시간 도중 시시한 개그가 담긴 문자가 몇번 도착하고, 거기에 적당한 답변을 보내기를 얼마.
다시 핸드폰이 울음을 토해낸 건 점심시간 때였다.
부우웅.
학생식당에서 특식 메뉴인 돈가스 정식(가격 일반 2500원, 곱배기 3000원, 참고로 돈가스 정식을 찾는 사람은 모두 곱배기를 주문한다)을 앞에 두고 밥의 산을 숟가락으로 공략하고 있으려니 핸드폰이 울렸다.

 

내용 : 오늘 숙제를 안해와서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재미있는 사람

 

"이건 또 뭐야?"
새로운 방식의 개그? 고도의 지적 사고를 요구하는 개그인가?
문자의 내용이 무슨 뜻인지, 들고 있는 돈가스 조각에서 데미글라스 소스가 허벅지에 떨어질 때까지 고민해봤지만, 답은 하나 밖에 나오질 않았다.
단순하게 신변잡기 문자다.
그렇다면 뭐라고 응대해줄까. 이럴 때 보낼 문자는 한정되기 마련이다.
고심에 고심을 하다가 끝내 "왜 숙제를 안했는데요?"라고 보냈다.
별로 센스를 발휘할 부분은 아니잖아. 내가 센스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고.
답장이 왔다

 

내용 : 오늘 밤새 개그를 생각하느라고 깜빡 잊고 있었어요. 우, 정말 억울해…….
재미있는 사람

 

그러니까 단순히 자업자득이잖아.
그보다 밤새도록 나한테 보내줄 개그를 생각했다는 건가?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자의식 과잉도 정도가 있다. 아마 친구들에게 재미 없다는 소리를 듣는 만큼, 그런 친구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정도로 엄청난 물건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던 거겠지.
지금까지 문자로 보내줬던 개그(인지 수수께끼인지)를 보면 결과물은 영 신통치 않은 모양이지만.

 

 

 

 

 

 

나 실제로 문자 잘못 온거 받아본적 있음.

재밌어서 답장했는데

다시 답장 안해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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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기

칸나기

네. 나기 여신님 귀엽죠. 저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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