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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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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5 Aug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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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불타는 밀
- 복수


어느날 인가 부터 세상에 이능력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능력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한정적이어서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쓰레기를 나무로 바꾸는 능력'이라던가, '물체의 마찰계수를 0으로 만드는 능력' 같은 것. 이는 마치 지문과 같아 세상의 단 한 사람도 똑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당연빠따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유를 모른채 현상을 받아 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현상에 대한 설명을 어쨌든 정리해서 여러가지 추론들을 발표했다. 그 결과는 이능력은 모든 인류에게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을 발견할 방도가 없어 그냥 무능력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석유를 술로 바꿀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진지하게 '석유를 술로 바꾸어 보자!'라고 생각해 보게 되지 않는다면 그 능력은 평생 발동할 일이 없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그러한 능력이 자신에게 잠재해 있는 지도 모르고 그냥 살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자신에게 어떠한 이능력이 잠재해 있는지 알아낼 방도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건 나에겐 어떤 이능력이 잠재해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평평한 물체의 표면 일부를 일정시간 거울로 바꾸는 힘'이었다.

처음 나에게 이러한 이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와 내 부모님은 무척 기뻤다. 고도화된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진짜 별거 아닌 이능력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쓰이는 곳에 따라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위에 거론한 '쓰레기를 나무로 바꾸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쓰레기처리장에서 엄청난 고액을 받으며 일하고 있고, '물체의 마찰계수를 0으로 만드는 능력' 을 가진 사람은 왜인진 모르겠지만 NASA에서 엄청난 달러로 스카웃 해갔다. '석유를 술로 바꾸는' 사람? 마찬가지로 폐유처리장에서 떼돈을 벌고 있지. 때문에 나와 내 부모님은 내 능력도 어딘가 엄청나게 요긴하게 쓰일 데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국립이능력개발센터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들은 말은


'현재까지는 아드님의 능력이 쓰일 곳이 없습니다.'

"예에? 정말로요?"

"그렇습니다. 광학분야에서 무슨 커다란 진전이 없는 한, 그 능력이 따로 필요한 곳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부모님과 나는 엄청나게 실망을 했다. 이씨 누군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던가 '100배의 근력을 낼 수 있는 능력'같은 사기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데, 내껀 왜 이래? 내가 생각해 보기에도 내 능력은 정말 써먹을 데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내가 이능력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무능력자라고 거짓말을 했다. 젠장, 능력이 아예 없으면, '사실 나에게도 괜찮은 능력이 잠재되어 있을지도!' 이런 기대라도 할 수 있지. 이런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라니, 신은 진짜 너무 불공평하다.




뭐 여하튼 그렇게 이냥 저냥 살아가던 중, 한 낮에 명동 거리를 걷다가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연예인이라도 공연하나.... 싶어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뚫고 안으로 파고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괴인 둘이서 싸우고 있었다. 하나는 본 적 없는 괴물이었다. 사람의 몸통에서 무수한 촉수가 뻗어 나와 그녀를 들어 올려 옭아 매고 있었다. 하나는 유명한 여자애였다. 그 소문의 '울트라맨으로 변신하는 능력'의 소유자, 아니다. 여성이니까 울트라 우먼인가? 여하튼 그 여자애는 변신 히어로로써, 악행에 이능력을 이용하는 악당들과 싸우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히어로보다 빌런이 더 쎘나 보다. 하기야 이 작품은 울트라맨이 아닐테니까

현재 변신한 형태로 그녀는 그 촉수괴물의 촉수에 묶여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울트라맨, 아니 우먼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해도 거대화까지는 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도 그녀는 그 형태로도 일반인의 50배에 이르는 힘을 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촉수괴물인간의 몸에서 뻗어나온 무수한 촉수는 그녀를 진짜 꼼짝 못하게 꽉 묶고 있었다. 그 촉수는 그럼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고도, 그 촉수 괴물에게 아무 손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이능력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강한 촉수 괴물보다 더 강한 이능력자는 없을 것이었다. 원래 촉수괴물이란게 저렇게 쎘던가? 야애니에서만 봐서 모르겠네. 울트라맨하고 촉수괴물이 같이 나온 야애니는 본적이 없다. 여성 한정 보정인건가.

어쨌건, 나는 이 상황이야 말로 진짜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내 능력이 쓸모가 있을 수 있는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나는 책가방에서 얇은 책 하나를 빼내어 들며 소리를 질렀다.

"스페시움 광선을 쏴!! 아무데든 상관 없어!!!"

순간 울트라맨 여자애 뿐만이 아니라 촉수괴물,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의문의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자애한테 믿으라는 뜻으로 눈을 깜빡여 주었다.


여자애가 묶인 팔을 들어올려 팔뚝에서 스페시움광선을 발사했다. 그건 저 위의 전봇대로 날아갔다. 나는 내 능력을 이용해서 전봇대 표면을 거울로 바꾸었다. 그러자 스페시움 광선은 전봇대에서 우체통으로 반사되었고, 난 우체통도 거울로.... 또 담벼락으로 날아가길래 담벼락도 거울로 바꾸고... 한 이 짓을 7-8번 쯤 반복하니까 스페시움 광선은 반사되고 또 반사되어 우리 주변을 빙빙 돌다가 마침내 내 쪽으로 쏘아졌다.

"이걸 기다렸지!"

나는 마지막으로 책표면을 거울로 바꾸고, 거울이 된 책의 반사각을 조절하여 그 촉수괴물에게 스페시움 광선을 적중시켰다!! 스페시움 광선에 적중된 그 촉수괴물남자는 "우워워!!" 하는 소리와 함께 통구이가 되어 버렸다! 과연 울트라맨의 필살기, 스페시움 광선의 위력은 엄청났다.


그 이후, 나는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울트라맨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인 여자애를 여자친구로 갖게 되었다. 문제는 그 애는 나 없이도 엄청 강하지만 그 애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그 촉수괴물한테 고전했던 것도 불의의 습격이라 그랬던 거지 힘이 모자랐던 것은 아니라고.

게다가 그 애는 나를 일반인 학교에서 나와서 이능력 양성 특수 교육기관에 들어 오라고 했다. 이능력은 본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어느정도 양적인 개발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기본 베이스가 '석유를 술로 바꾸는 능력' 같은게 있다고 치면, 원래는 한번에 10리터 정도의 석유밖에 변환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양적인 문제는 노력 여하에 따라 한번에 막 100리터까지 바꾸거나 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질적인 문제, 석유가 아니라 다른 액체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절대 술로 바꾸거나 하는 식으로 능력을 개발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내 경우는 능력 개발을 하더라도 아마 거울이 되는 면적만 늘어나게 될 텐데, 이걸 어따 쓰냐고, 대체?!

그래도 여자친구라고 애교와 협박을 번갈아 가면서 하기에 억지로 이능력 양성 특수 교육기관으로 전학을 했다. 그 학교는 전원 기숙사제라고 하길래 룸메이트란 놈들과 첫 인사를 나누는데,

"안녕, 내 이름은 진영이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내 이름은 세원이다. 가본 곳은 어디든 순간이동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현기야. 간단히 말해서 텔레파시란걸 할 줄 알아."

음..... 내 능력은......

내가 내 이름과 내 능력에 대해서 말하자 녀석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참 후에 나에게 되물었다.

".....저기.... 그게 다야?"



씨박, 그게 다다. 어쩔래.


당연빠따 이능력 양성 기관인가 하는 학교에서의 내 성적은 바닥을 득득 길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난 이런데 오면 안됐다고!! 내 여자친구라고 하는 울트라맨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의 여자애는 처음에는 잘해보라고 설득도 하고 화도 내다가 나중에는 포기해 버렸다. 구제불능이라나, 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게 없다고! 결국 우린 크게 싸우고 헤어지게 되어 버렸다. 지금 그 애는
학교에서 잘 나간다는 '칼이라면 무한정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애랑 사귀고 있다고 한다. 난 남들은 좋아하지만 그 년놈들 볼 때마다 열이 뻗쳤다.


그래서 나는 두부를 들고 누군가를 찾았다. 그는 3년전에 나와 그 여자애가 쓰러뜨렸던 '촉수괴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인 남자였다. 오늘이 그의 출소일이었기에 나는 그를 찾았다. 그리고 상당한 설득과 사죄와 애걸복걸 끝에 그를 내 편으로 만들었다.


우리 둘은 같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켰다. 뉴스에서는 그 여자애, '울트라맨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자애가 다시 또 이능력을 사용하는 악당을 물리쳤다는 소식과 함께 그 애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클로즈 업 되고 있었다. 그 웃음은 오래 가지 않을 거다. 내일이면 그 여자애는 자신의 필살기인 '스페시움 광선'이 전혀 통하지 않는 악당을 만나게 될 테니까.

- 끝 -

comment (1)

수려한꽃
수려한꽃 10.08.14. 22:35
상투적인 전개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갔다가 의외의 전개로 흘러가네요ㅋ

히어로와 빌런의 묘하게 뒤틀린 관계는 히어로물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죠. 특히 이분법적인 시각에서는 옛저녁에 벗어난 마블이나 DC코믹스 류의 히어로물처럼, 이 글도 무능력자나 다름없는 '내'가 잠깐이나마의 영웅에서 비뚤어지는 과정을 심란하게 나타낸, 또다른 슈퍼 히어로물이군요.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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