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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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01 Aug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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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rook

글자 크기 14px, 줄간격 160%로 쓰면 읽기 좋아요.

 

서울시 OO구 XX동에 위치한 A아파트의 놀이터.

이 곳에는 오늘도 수많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얼음!"

"땡!"

"꺄하하~ 네가 술래야!"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아이들의 부모들은 근처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서로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술래잡기나 숨바꼭질, 모래성 쌓기 등을 하며 놀이에 몰두하였다.

"......"

"그래서 말이야~...응? 성희 엄마 왜 그래?"

"...어? 아, 아니."

"...아항~ 설마하니 또 경사가 생기신 거 아냐?"

"그런 거 아니래두."

올해 초등학교를 들어간 딸 성희의 엄마인 오숙은 그렇게 대답한 뒤 아이들로부터 시선을 떼었다.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오숙이 시선을 주고 있던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서는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무궁화 꽃이~"

"......"

"피었습니다!...아, 뭐야. 그렇게 조금씩 움직이면 재미없잖아~!"

술래인 아이는 투덜거리며 다시 벽으로 돌아보았다.

술래가 아닌 아이들은 저마다 키득거리며 술래를 향해 몰래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오숙의 딸 성희도 있었다.

"무궁화 꽃이~"

술래 아이의 목소리가 한껏 커졌다.

'내가 제일 먼저 가야지.'

성희는 얼굴에 악동과 같은 웃음을 한껏 지으며 술래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어, 성희야. 그렇게 먼저 가면 위험해."

옆에 있던 친구 지심이가 속삭였지만 성희는 들은체 만체하며 술래를 향해 더더욱 빠르게 다가갔다.

이 때 성희는 친구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역시 이상해.'

자신의 딸 성희가 놀고 있는 곳을 다시 응시하던 오숙은 그 광경에서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술래가 없는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도 아이들은 마치 술래가 있다는 듯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 아이의 말이 끝날 때마다 아이들은 한명씩 줄어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 어라? 오늘은 이게 다인가 보네."

그렇게 뒤를 돌아본 술래 아이는 새빨간 눈자위를 번뜩이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귀까지 올라간 끔찍한 입꼬리 끝에서부터 피가 잔뜩 묻어있는 입가를 혀로 날름 거리면서...

 

"응?"

오숙은 문득 자신이 멍 하니 아무도 없는 벽을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시선을 돌렸다. 

큰 어른인 자신이 왜 이런 애들 놀이터에 와있었는지.

애초에 자신이 왜 벽 쪽을 쳐다보고 있었는지.

그런 자잘한 의문이 들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냐."

오숙은 놀이터의 아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예쁜 딸 아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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