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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전쟁]타임트래블러 - 기억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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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인지 알수도 없는 저 머나먼 우주. 수많은 소행성과 별들 사이로 유유히 떠다니는 증기선 하나. 산업혁명의 잔재로 보이는 19세기 초 무렵의 두개의 거대한 굴뚝이달린 증기선은 이질적인 그림으로 우주를 유영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그가 있었다. 

"워커. 온."

긴시간동안 디스플레이와 씨름을 하다가 짦은 한마디를 뱉는 남자. 증기선의 내부는 외부와는 전혀 달리 알수없는 기계장치와 수많은 데이터 디스플레이가 있었고 기계장치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수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그의 눈앞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내실의 중앙에는 마치 엔진처럼 보이는 둥그런 실린더가 있었고 그 투명한 실린더 안으로 붉은색과 초록색액체가 뒤섞여 끊임없이 상하운동을 하고 있었다. 실린더의 뒤로는 마치 조타석처럼 의자하나만이 황량하게 있었고. 의자의 앞에는 수정구슬과도 같은 푸른빛 구가 떠다니는 구름처럼 의자의 가운데쯤에서 유영하고 있었다.의자의 앞에있는 실린더의 전면부에는 투명한 벽이 있었고 그것은 마치 창과같이 바깥의 전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는 조타석에 앉아서 다리를 꼬은채로 담배를 물고 있었다. 꽉끼는 청색 스키니진에 수많은 별모양이 프린트된 티셔츠. 그리고 알수없은 기하학적인 글들이 써진 베스트와 목이좁은 검은색 챙이 넓은 페도라에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듯한 주황색 선글라스. 이질적인 것들의 집합체인 그 장소안에서도 유독 그곳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는 투명한 창뒤의 별들을 보더니 꺼져가는 담배를 재떨이에 떨구고서 이내 품속에서 다시 담배를 찿기 시작했다. 남자는 담배와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고 이내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의 이름은 타임트래블러 데이브 자이브란. 바로 시공초월자였다.

"하나. 둘. 셋."

-파아앙.

남자의 셈과 함께 정확히 나타난 스크린. 마치 홀로그램같이 그의 앞에 투영되는 액자속에서 얼굴만을 알아볼수 있는 투명한 유리막이 쳐진 하얀 우주복을 입은 여우가 말을 하고 있었다. 

"위대한 델타의 아들께서 알린다. 우리 델타폭스는 당신의 미확인 비행선을 적으로 간주 공격하겠다. 5분의 시간내에 이곳에서 물러나지 않을시 처참한 공포를 보여주겠다. 당장 델타의 대지에서 물러나길 바란다!"

마치 데이브의 코앞에서 이야기 하는듯한 여우를 보며 데이브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스크린 속의 그의 코앞까지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튀겼다.

-빠아앙! 빠아앙!

순간 화면속에서는 굉음과 함께 붉은 경고등이 켜졌고 데이브는 그상황을 단번에 이해할수 있었다. 데이브의 우주선. 타임워커 미스페리를 그는 전기적에너지가 아닌 증기력을 이용해 항해하였고 델타폭스는 그들을 눈채챌수 없었다. 손톱만한 전기적 장치도 감지한다는 그들의 첨단 레이더는 증기력으로 움직이는 배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드넓은 우주에서 시각만을 의지한채 하는 정찰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산소도 없는 진공속에서 증기력을 동력으로 한다는것은 불가능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전자기적 레이더를 이용해서 적들을 감지하고 있었다. 데이브는 델타폭스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았기에 수월히 폭탄을 설치할수 있었고 이내 미스페리의 전자기적 에너지 회로구성 물질자의 전원을 켜자 그들이 접신해온것이다.   

"좌현에 78%의 대미지. 27대의 엔진중 13대가 파괴되었습니다! 함장님 발포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다급한 소리가 눈앞의 스크린밖에서 데이브의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 소리에 일그러진 표정을 하는 여우는 이내 그에게 말하였다. 

"으으!! 빌어먹을놈! 네놈이 지금 무슨짓을 한지는 알고있나! 우리 델타의 아들. 델타폭스에게 선제공격을 취하는것이 얼마나 무서운짓인지 보여주지! 전 포문을 개문해 그에게 쏘아라!"

"알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밖으로 수많은 광선들과 포탄들이 날아드는게 보였고 정적인 우주에서 증기선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그향연을 본 데이브는 수정구슬에 손을 얹었다. 

"단거리 워프. 작동."

순간 창밖의 광선과 포탄. 그리고 수많은 별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듯이 미스페리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델타폭스 함대의 공격은 이내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 타겟인 그들이 그들의 조준경 안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X토닉 소형 행성간 레이져. 발사!"

두개의 굴뚝이 그의 말과 함께 한쪽으로 접혔고 이내 그것은 마치 함포와 같이 델타폭스 함대를 조준하고 있었다. 육안으로는 확인할수 없는 먼 거리였지만 데이브는 미스페리의 계산능력 덕분에 순식간에 타겟을 확인할수 있었다. 

"KK.1 Del로 확인되었습니다. 지름 500미터. 면적 17674제곱미터. 유효타격율 56%,58%,59%...."

타겟에 대한 정보와 함께 데이브의 눈앞에는 수많은 스크린들이 끝도없이 띄워지고 있었고 데이브는 모든 정보와 자료를 보며 이내 기다리고 있었다. 

"유효타격율 80%.81%...."

"미스페리. 발포 부탁한다!"

"발포 시작합니다."

데이브의 부탁과 함께 대포처럼 꺾인 굴뚝내부는 베어링이 달린 수많은 고리들이 회전을 시작하였고 이내 초록색 에너지를 머금은 굴뚝은 대포처럼 간결한 두방의 레이져를 쏘았다. 이미 델타폭스의 우주선엔진은 거의 반수가 대파되었기에 짧은시간동안 단거리 워프를 위해 조정한다는것은 불가능했기에 그들은 두개의 치명적인 레이져 광선을 피할수가 없었다.

-삐이.삐이.삐이.

"찢어죽일놈! 감히 델타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스크린안의 여우는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그를 향해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고 이내 데이브는 그를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씨익 웃고 있었다. 

"네놈들이 파괴한 행성만 35개. 죽인 생명체만 240억. 살아있는 생명체중 절반은 너희의 실험실로 향했고 그의 절반은 너희 델타폭스가 되었다. 살아있는자들보자 죽은자들이 많았던 너희들의 죗값이다. 개중살려주었다고 해도 그 절반은 너희의 먹잇감이 되었지. 그러므로 너희에게 똑같은 죗값을 짊어주도록 하겠다."

"!@%^%^^&&"

알수없는 폭언을 하기 시작하는 붉은여우. 그 붉은여우를 보며 데이브는 웃고있었다. 바로 그때.

"제크미에티온 함포를 조준해!"

"함장님! 그건 인가가 나지 않는 함선에게는 쏠수 없는.."

"집어치워! 책임은 내가 진다! 난 저녀석이 죽는걸 꼭 봐야겠단 말이다!!!"

순간 데이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없이 저들이 영어가아닌 델타의 언어로 이야기 했을때 그의 귓속을 자극한 한 단어. 제크미에티온. 데이브는 두손가락을 이마에 얹어 곰곰히 생각하였다. 바로 그때 그의 뇌리속에 스치는 한가지 생각.

제크미에티온 함포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블랙홀을 생성하는 마함포(魔艦砲). 그의 기억속에도. 그가 다닌 수많은 시간대에서도 제일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마함포중 하나. 화력으로 따지면 열손가락 안에 드는 그 함포를 작은 델타폭스 함선이 가지고 있을리가 없었지만 순간 데이브는 엄청난 위급상황이란걸 잘 인지할수 있었다. 그는 델타폭스 함선과 연결되는 디스플레이를 종료하고 벌떡 일어섰다. 

"빌어먹을! 저건 KK.1 Del일리가 없어! 미스페리! 이게 어떻게 된거야!"

데이브의 고함과 함께 선실 내부의 스피커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데이브. 저건 KK.1 Del이 맞습니다. 제 데이터에는 저 함선이 KK.1 Del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하는 미스페리.

"잠깐. 높이가 얼마나 되지?"

데이브는 한쪽눈썹을 들고 시선을 스피커로 향해 질문했다. 

"최대높이 약 57.83미터 입니다."

"빌어먹을! KK.1 Del은 50미터가 넘지않아! 분명없이 그 높이는 제크미에티온 원자로다! 잘못건드렸어!"

"제 데이터상으로의 오차는..."

"미스페리! 네가 제크미에티온 볼수있었던 경우가 없어서 분석을 못했군! 분명없이 네가 봤다면 너는 이미 산산조각 나있을테니까. 난 네가 건조되기 훨씬전에 난 델타폭스와 수많은 전투를 했었다고! 빌어먹을. 내가 제크미에티온의 정보를 넣지 않다니. 높이를 말해줬어야 될거아니야!"

"하지만 데이브님께서 높이는 금세 달라질수.."

"젠장!"

순간 데이브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본디 델타포스의 우주선은 함선을 건조한 사람의 나름대로 크기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그는 미스페리에게 높이의 유동성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지금같은 전혀 일어날수 없는 긴급상황에 대해서는 대처법을 가르쳐 주지않았기에 그는 머리를 굴렸다. 그의 머릿속에 드는 첫번째 상황. 바로 단기 워프 하지만 단기 워프로는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리는 제크미에티온을 피할수 없다. 블랙홀의 인력에 의해 워프 자체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두번째 상황을 생각했다. 제크미에티온이 풀챠징되는 시간은 70초. 이내 30초도 안남은 시간을 보며 데이브는 급하게 조타석의 수정구슬을 잡았다. 

"에라 모르겠다! 빌어먹을! 일단 초장거리 워프로 아무데나 이동시켜!"

초장거리 워프는 데이브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것들중 하나. 같은 공간의 시공간을 이동하는데는 제약이 없었지만 우주의 차원을 넘어 다른우주로까지의 이동은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그 어떤 누구도 할수 없었다. 하지만 데이브는 자신의 특권으로 인해 그것이 가능하였고 그 능력을 바로 전수받은것이 이 미스페리호였다. 데이브는 표정을 일그러뜨린채 수정구슬에 양손을 맞댔다.

"데이브. 당신의 명령이 없으면 항해는 불.."

"일단 이동시키란 말야! 죽기싫으면!"

미스페리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데이브는 불같이 화를 내었다. 

"알겠습니다."

시공초월이동은 최소 약 25초의 시간이 걸려 이동을 한다. 물론 함체에 대미지가 없이 완전한 워프를 위해서는 2~3시간 정도의 사전작업이 꼭 필수였지만 현재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블랙홀이 완전히 구성되기전까지 약 5초의 시간에 데이브는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이동한다!!"

창밖에서부터의 수많은 빛무리가 그들을 감쌌고. 

"제크미에티온 함포를 작동시켜라!"

그들이 빛무리에 휩싸이기 일보직전 그들의 코앞에서는 모든것을 빨아들이는 구멍이 생기고 있었다. 

'아직까지 블랙홀의 인력에 빨려들지 않는다.. 3, 2, 1 발진!'

-파아앗.

순식간에 델타포스의 시선에서 그들이 사라졌고 이내 붉은등이 켜진 함선안에서 함장은 웃고있었다. 

"어머니! 델타를 위하여!"

블랙홀에 짜부러진 증기선을 상상하며 함장은 웃고있었다. 여우특유의 비열한 웃음이 울려퍼지고. 마침내 블랙홀이 사라졌을때 그는 크게 웃으며 명령을 내렸다. 

"크하하하 하등찮은 벌레같은놈 세포 하나까지 짜부러졌겠군!! 크하하하! 어머니 델타 만세!"










-위이이잉.

시공초월장치는 성공적으로 작동 하였다. 데이브가 도착한곳은 어느 푸른별의 상공.

"하아..하아.. 성공했다. 미스페리. 피해상황을 보도해."

거친숨을 몰아쉬며 가슴에 손을얹은채 데이브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데이브에 개의치 않고 미스페리의 스피커에서는 담담한 여성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보고하고 있었다. 

"함체의 전체적인 손상은 37%입니다. 큰 외부적인 손상은 없지만 급격한 시공초월로 인해 생긴 10%의 내부적 소프트웨어 에러와 17%의 반 물리적 손상을 입었습니다."

'반 물리적 손상..?'

순간 데이브의 눈이 번쩍 뜨였고 데이브는 스피커를 향해서 소리쳤다. 

"제길..제발 아니길.."

미스페리의 후미쪽에는 시공초월을 하기위한 타임코어가 존재하고 있다. 타임코어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타임코어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면 물리적인 속도로 그 공간을 주파함으로써 시공을 초월하고 공간을 순간이동하는게 미스페리의 항법. 그의 함선에 반물질적인 손상을 입을수 있는곳은 바로 한곳밖에 없었다.

"타임코어의 타임 셀이 불규칙하게 조합되었습니다."

"빌어먹을! 델타폭스놈들!"

데이브는 창밖을 보며 욕지거리를 했고 이내 흥분한채로 거칠게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서 조타석의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아마도 블랙홀의 인력때문에 타임셀들이 꼬이게 된거 같습니다. 데이브님."

"나도 그정도는 알고있다고!"

데이브는 전방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데이브는 작은목소리로 중얼중얼대며 델타폭스를 향한 저주를 퍼부으고 있었다. 몇분뒤 데이브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미스페리에게 질문을 했다. 

"타임셀을 재정립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아마도 한 2주정도는 걸릴거 같군요..?"

순간 나긋나긋해진 미스페리의 목소리에 데이브는 당황했다. 미스페리는 단순한 프로그램.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왠지 친근감있게 들린것은 비단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였다.

"어? 미스페리. 목소리가 왜그래?"

"흐음..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데이브?"

"설마 소프트웨어 손상이 언어적부분은 아니겠지?"

의아해하는 데이브의 질문에 미스페리가 대답했다. 

"그럴리가요. 헤헷. 음성코어와 언어적 구성부분은 전혀 손상이 되지 않았답니다아."

마치 어린아이가 칭얼대듯이 말하는 미스페리의 목소리에 데이브는 이마를 잡으며 표정을 일그러 뜨렸다. 

"미스페리. 네가 왜 그렇게 됐는지 분석할수 있나?"

"큰 차이는 없어요. 흐음.. 그래도 굳이 계산해보자면 아마도 후미쪽의 데이브님에 기록실에 있었던 샤이라님의 머리카락이 분해되어서 제 내츄럴 아이디코어에 들어온 까닭인거 같습니다~"

내츄럴 아이디코어. 그것은 데이브가 미스페리의 계산능력을 최대한 올리기 위한 방법중 하나로 보통 인간의 세포 하나는 백과사전 1000권분량의 정보를 저장할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물리적 디스크로 바꾸기 위해선 상당한 크기의 기계적 장치와 고등기술이 필요했고 그것을 대체할것이 인위적으로 생체를 만들어 배의 계산부분으로 쓰는것이었는데 데이브는 자신이 알고있는 최고의 과학자의 뇌를 복제해 내츄럴 아이디코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후미에 있던 내츄럴 아이디코어의 보호막이 블랙홀의 인력으로 분해가되어 누군가의 머리카락과 섞이게 된것이다. 

"하아.. 복잡하구만.. 샤이라라고 했나?"

"네~ 그렇게 말했어요 데이브."

"니가 기억하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지금 당장 홀로그램으로 내눈앞에 나타나."

데이브의 차가운 말투에 미스페리는 밝은 목소리로 응답했고 이내 데이브의 눈앞에. 나신의 여인이 나타나 있었다. 

금발의 머리칼과 아름다운 푸른색 눈동자. 높고 날카로운 콧날에 분홍빛 작은입술. 홍조를 띄고 있는 볼과 작은얼굴에 갸름하게 깎인턱. 아름다운 서양인의 외모에 꽤나 큰 한손에도 잡히지 않을크기의 가슴과 얇은 허리. 그리고 작은 배꼽과 늘씬한 다리. 

"샤..샤이라.."

데이브는 멍한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지 그녀가 나신이 아닌 자신이 알고있는 누군가와 매우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왜요? 데이브. 내가 그렇게 아름답나요?"

붉어진 볼을 가리며 데이브는 말했다.

"아..아냐. 일단 옷이나 입어!"

"알겠어요. 헤헤헤.."

밝게 웃는 미스페리. 그녀를 보며 그는 복잡한 감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데이브가 미스페리에게서 고개를 돌리자 미스페리의 몸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분열이 되더니 이내 재구성되어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흐흠.. 지금이 몇년도 인지 알수 있나?"

데이브는 정신을 가다듬고서 미스페리에게 물었다. 그러자 미스페리는 창밖을 보며 이야기 했다. 

"제가 항법을 행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데이브의 기억에서 가장 가고싶은곳으로 왔어요."

"...?"

"제가 조율하는 시간이 없었으니까 데이브의 의지에 따른거랍니다~"

그녀는 한바퀴 돌더니 치맛자락을 날리며 그에게 웃어주었다. 그러자 데이브는 뒷목을잡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으아.. 이래선 성질도 못내겠잖아.. 일단 내려가서 살피고 올테니까. X토닉 레이져 레일건을 반투명상태로 착용시켜주고 공간의 문을 소환시켜. 그리고 트로닉 코어를 어깨쪽에 부착시키고 혹시 모르니까 메스메티아 쉴드랑 K제롬소드도 착용시켜줘."

"알겠습니다~ 데이브님."

그녀는 손을 하늘위로 향해서 뻗었다. 그러자 우주선의 천장에서는 기계팔들이 나와 수많은 총과 무기를 그에게 장착시켰다. 

X토닉 레이져 레일건이란 휴대용 X토닉 광선을 핵융합시켜 레이져 레일의 형태로 쏘는 레이져총. X토닉 광선은 데이브가 7번째로 들렸던 태양계에서 선물받는 물건이고 공간의 문이란것은 미스페리의 영역에서는 어느곳이던 순식간에 이동할수 있는 장치.(영역이 넓진 않다. 범 우주적 단위에 비교해서 약 500km. 하지만 이것은 우주적단위에 비교하면 비견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트로닉 코어는 거의 모든 기계장치를 무력화 시킬수 있는 바이러스 코어이고 메스메티아 쉴드는 메스메티아광석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방패. K제롬소드는 K-Zerom이라는 광선을 응축시켜 만든 레이져소드다. 


데이브는 착용을 마치고서 이내 몸을 움직였다. 데이브의 움직임과 동시에 데이브의 몸에 장착된 수많은 장치들은 반투명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데이브는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공간의 문을 바라보았다.

"자. 어느나라의 어느시대인지 봐보자."

데이브는 공간의 문을 열었고 이내 그 앞에 보이는것은 초원. 그 자체였다. 맑은 구름과 낮은 산. 낮은 산 중턱에는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것은 바로 한 마을이 있다는 증거였다. 데이브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공기를 깊이 들이켰다. 오랜시간 항해로 인해 맑은 공기를 쬘수 없었던 데이브는 공기를 음미하며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의 눈앞에서 보이는 작은 과수원하나. 

'...어?'

그는 그 과수원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등을 돌려 나왔던 고향이었으니까. 데이브는 멀찍이 떨어져있는 산 중턱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멀리 떨어져있는 시간의 기억. 바로 그가 살던 마을이었다. 

"여기가 어떤 우주인지는 몰라도.. 내가 제일 가고싶은곳은 여기였단 말인가.."

데이브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막 초가을에 접어드는 산은 옅은빛으로 점점 물이 들여지고 있었고 과수원의 과실들은 하나하나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하아.. 설마 있을려나.."

데이브는 길을 걸었다. 그가 길을 걷는동안 많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데이브는 느낄수 있었다. 자신이 아주 오래전 보았던 이웃들을 말이다. 

길을걷자 데이브의 시야에서는 산아래 작은 마을이 보였고 데이브는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마을사람들은 그를보고서도 아무런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의 기묘한 복장도 수많은 마법사들과 기괴한 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많았기에 문제가 되지않았으니까. 

데이브는 마을의 중간의 우물에서 물을 긷고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 만삭이된 배로 물을 긷는 여인은 금발의 긴머리를 뒤로 묶고서 작고 하얀 두건을 하고 있었다. 임부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정일을 하는지 그녀는 에이프런을 메고있었고 그녀는 힘들게 물을 길어 올리고 있었다. 

도르레의 줄을 힘겹게 감아올리는 그녀를 보며 데이브는 그곳으로 달려가 그녀의 손을잡았다. 그리고 물을 길으는것을 도왔다. 

"아. 감사해요."

주근깨가 박힌 얼굴에 분홍빛 입술. 그리고 영롱한 푸른눈. 풋풋한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짓는 그녀는 데이브도 아는 사람이었다. 

"샤..샤이라.."

데이브는 작게 읆조렸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데이브에게 물었다. 

"혹시 절 아세요?"

난생 처음보는 기괴한 복장을 입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그녀는 데이브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채 질문했다. 

"아. 아니에요..."

말수를 줄이는 데이브를 보며 그녀는 밝게 웃더니 인사했다. 

"푸훗. 웃기는 사람이군요. 궁정마법사님께서 무슨 마!법!. 을 부리셨는지 몰라도 제 이름을 단번에 알아맟추시네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나중에 나같은 임산부도 쉽게 물을 기를수 있는 도르레를 만들어 주세요. 그럼 전 가볼게요~"

그녀는 그를 보며 궁정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기괴한복장을 입을수 있었던건 수행을 하고있던 궁정마법사 뿐이었으니까. 그때 당시 궁정마법사들의 의복은 괴랄하게 짝이없었다. 마나와 통해야 된다며 긴로브를 입었음에도 배넷나루털이 다 보일정도로 유독 한부분만 횡한 옷을 입는건 예사였으며 마나는 모든신체에 깃든다는 이유로 하나의 속옷 이외에는 옷을 걸치지 않는자들도 있었으니까.   

"잠깐만요. 물어볼게 있어요."

데이브는 돌아가려던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서 이야기를 했다. 

"아이. 몇개월이에요..?"

만삭이 되어 불러오르는 배를보고서 이내 데이브는 작은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작게 웃더니 이내 이야기를 했다.

"푸후훗. 궁정마법사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마법사님이 제 아이를 못볼리가 없잖아요. 지금 예정일까지 한 일주일 정도 남은거 같아요."

"아. 그렇군요.."

"그럼 전 이만 진짜로! 가볼게요. 특이한 청년!"

샤이라는 그를보며 밝게 웃어주더니 손을 흔들면서 멀리 사라졌다. 그녀가 지고가는 물동이가 무거워 보여서 들어주고싶었지만 차마 데이브는 그럴수 없었다. 

- 꼬르르륵.

그때 데이브의 뱃속에서는 공복의 신호가 거세게 울리고 있었고 데이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뼉을 마주쳤다. 

"아 맞아! 여기 그게 있었지! 그게!"

데이브의 기억속 남아있는 맛. 아주아주 오래전. 자신이 이곳에 있었을때 자주 들렀던 술집이 하나 있었다. 4대째로 내려오는 작은 술집은 위스키와 맥아주가 정말로 맛있었고 돼지를 통째로 구워서 파는 베이컨과 직접 만든햄. 그리고 소세지가 일품이어서 아내 몰래 집을나와 술을 먹는걸 들켜 꽤 여러번 곤욕적인 경우를 당한적도 많았다. 술을마시다 목잔에 뒷통수를 가격당하기는 일쑤였고 그가 잠시 화장실을 간사이에 그의 술에 설사약을 타놓는경우도 있었으니까. 데이브는 옛 추억을 되삼키며 길을 걸었다. 그러자 아주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처녀와 술고래.

술집의 문을 열자 그곳에는 보틀을 닦고 있는 노인과 주문을 받는 중년이 보였다. 말쑥한 노인은 흰머리가 성성한 늙은 할아버지였지만 간결하고 깔끔하게 보틀을 닦고 있었고 중년의 남자는 팔뚝을 내보이며 근육을 자랑하듯이 소매를 깔끔하게 쥐어뜯은듯한 셔츠를 입고 있었고 장딴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서오십쇼!"

비록 테이블은 7개 밖에 없었지만 손님들은 가득차있었고 그곳이 얼마나 성업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작은 술집은 꽤나 시끌벅적했지만 그런 분위기조차 그는 마음에 들었는지 크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10년정도된 위스키하고 맥아주 그리고 진저에일도 있다면 하나 주시요. 베이컨도 한접시 주시고 내 소시지도 한접시 주면 좋겠소이다. 또 햄도 술에 어울릴만큼만 주시면 좋겠소이다."

"어이쿠. 나으리. 궁정마법사이신거 같은데? 이렇게 과음을 해도 됩니까요? 궁정마법사는 금욕해야 한다고 들은거 같소이다만?"

약간은 묘하게 비꼬는듯한 말투. 사실상 궁정마법사는 정교회의 신부와도 같은 입장이어서 식욕,재욕,물욕,색욕을 금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마법사가 버젓이 신분을 숨기지도 않은채 술집에 들어와 술을 주문하는것이 비단 마법사를 사칭해 자신에 집에서 무전취식하는 식객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걸 듣고서 데이브는 입으로 손을 가리더니 미스페리와 연결을 시도했다.

"미스페리. 17세기 금화 40개만 내 허리춤에 채워줘."

"알겠어요~ 데이브. 술은 많이 먹지 말기?"

미스페리의 치근대는 말투에 뒷목을 잡고 쓰러질것만 같았지만 데이브는 그것을 겨우참고서 이내 허리춤에서 금화를 꺼냈다. 

"하하하하.."

데이브는 멋쩍게 웃으면서 금화 세개를 쥐어주었다. 그러자 중년의 점원은 호쾌하게 웃더니 그의 어깨를 잡았다. 

"크하하하하! 역시 궁정마법사라서 그런지 몰라도 화끈하시네! 내 최고로 맛있는 술과 음식을 가져오겠소. 금욕이 무슨말이요? 나는 잘 모르겠소이다!"

그러자 데이브도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크게 웃더니 말했다.

"나라가 미쳐 돌아가니 마법사가 무슨소용이겠소? 좋은 음식이 있으면 먹고 싶은게 인간의 도리 아니겠소이까? 내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기념으로 술한잔씩 돌리겠소!"

"허허허! 나으리 말씀한번 잘하시구만요."

보틀을 닦던노인은 작게 웃더니 그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통째로 굽고있는 돼지에 우악스런 푸줏칼로 고기를 자르고. 이내 주인장은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가게의 한켠에 걸려있는 소시지를 칼집을 낸채 화롯불로 굽자 그 향기는 데이브의 코를 찔렀고 적게봐도 2000cc는 넘어보이는 거대한 목잔에 거품이 가득일을 정도로 맥아주를 담아온 주인은 데이브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는 향기에 취해 기분좋게 음식을 기다렸고 음식이 나오자 마자 맥아주와 베이컨을 음미했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고향의 맛은 그 어떤것과도 바꿀수 없는것 같았다. 

"아 맞다 주인장. 오늘이 몇일이요?"

데이브가 보틀을 닦는 노인에게 묻자 노인은 달력을 보았다. 

"10월 25일입니다만."

"아니 서력말이요 서력."

"아아? 서력이요? 설마 몰라서 묻는말이오? 아우스 347년아니요."

아우스 347년. 그것은 자신이 기억하기도 싫은 그날에비해. 너무나도 멀리 와있었다. 데이브는 안심했다. 그리고 술을 들이켰다. 그날은 기쁜날이었다. 아니. 자신이 알고있는 그 시간을 훨씬 넘어있었으니까. 

데이브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때까지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술에취해 비틀거리며 겨우 여관방을 찿아 방을 잡고 이내 곯아 떯어졌다. 기분좋게 취한것도 오랜만이었다. 여태까지는 타임픽스. 시공을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끝없이 싸우고 끝없이 돌아다녀야만 했으니까. 

아주 오래전. 데이브는 산속의 작은 마을에서 아내와 늙은 노모를 모시고서 살고 있었다. 그런 어느 추운 겨울날. 데이브는 집안의 땔감이 떨어져 나무를 하러 설산을 오르고 있었고. 바로 그때. 비극은 시작되었다. 아우스왕은 신임을 잃어 국민을 포기하였그 그와 동시에 나라 곳곳에서 마적과 해적, 산적과 노략패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평화롭고 작았던 그 마을에까지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기에 그들은 그에 안심하고서 매일매일 이전과 같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다 잡아 죽여라!!!! 불태워라!!"

산적 두목이 외치자 마을은 불타올랐고 아녀자들은 겁탈당했다. 곡식과 금붙이들은 그들이 모조리 가져가 버리고 말았고 데이브는 심상치않은 소리를 들어 나무를 패다말고 도중에 마을로 급하게 내려왔다. 하지만 광경은 처참했다. 사람들은 눈도 채 감지 못한채 죽어버리고 말았고 피비린내가 가득찬 마을은 새하얀 눈밭이 붉게물들정도로 참혹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데이브는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바로 그때. 무릎을 꿇고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자신의 노모와 그 목을 가차없이 베어버리는 산적. 

순간 이성을 잃고 데이브는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평생 나무만 패고 살아온 나무꾼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무기를 쓰는 산적에 비할바가 되지 못하였고 데이브는 수많은 검상과 일어설수도 없이 심한 구타를 당하고 말았다. 자신을 보며 비열하게 웃고있었던 산적은 머리를잡아 그를 끌어내었다. 그러자 그 앞에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죽어서까지도 겁탈당하고있는 자신의 아내. 눈을감지도 못한채 처참한 광경으로 죽어있는 아내의 모습에 데이브는 눈물 흘릴수 밖에 없었다. 

무슨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산적들은 일어설수도 없는 데이브를 죽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남겨놓은채 폐허만을 남겨놓고 길을 돌아갈 뿐이었다. 

데이브는 목이잘린 노모와 자신의 아내를 끌어안고 울었다. 겨우겨우 일어서서 맨손으로 눈이 서린 동토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손끝이 얼어붙고 손톱이 깨졌다. 돌뿌리는 그의 팔을 짓이기기 시작했고 이미 굳어버린 땅은 그의 피갑칠된 손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있었다. 하지만 데이브는 계속 땅을 팠고 그의 심장은 터질듯이 흔들렸다. 감정적인 이유에서. 육체적인 이유에서 말이다. 정상적인 생각으론 절대 불가능한 행위였지만 그는 끝끝내 두사람을 뉘일 공간을 파냈고 그는 자신의 아내와 노모를 묻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의 머리칼을 잘라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차마 날 낳아준 어머니의 시신을 훼손할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까지나 자신의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서 머리칼을 품속에 넣었고. 부러진 나뭇가지와 말라비틀어진 풀쪼가리들을 엮어 십자를 세웠고 이내 그들의 묘 앞에서 3일밤낮으로 울었다. 그렇게 울었음에도 남는것은 절망뿐이었고 이내 그것은 데이브를 더 가혹하게 몰아 세우고 있었다.

"어머니.. 샤이라.. 나도 갈게.."

데이브는 자신의 옷을 찢어 나무에 밧줄을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의자위에 서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그만 멈추게. 데이브."

그의 눈앞에 한 사람이 보였다. 추운 겨울날에도 개의치 않듯이 티끌없이 하얀색 양복과 마치 갓내린 눈발처럼 새하얀 구두. 그리고 은빛 머리칼과 검은색 블라우스를 입은 남자는 그를 나무에서 데리고 내려왔다. 

"데이브. 내 이름은 레인이라네. 태고이자 끝이며 시작이자. 마지막인 단어. 그것이 내 이름이지. 내 지금 당신의 비탄함이 내 귀까지 들렸기에 이렇게 찿아왔네."

자신을 절대자라 칭하며 다가온 남자는 데이브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의 기억을 걸음으로써 모든 시공을 초월할수있는 능력을 줄테니 당신과 같은 비극만 만들지 말라며. 그에게 시공초월자라는 이름을 허락하였다. 

"데이브 자이브란. 자이브란이란 내 기억을 걸을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주는 내 선물이라네. 데이브. 내 더 일찍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그는 그말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고 데이브는 순간 자신의 몸에서 넘치는 힘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첫번째 시공간여행을 시작하게된다. 

"으으...아.. 오랜만에 꾼 꿈이군.."

데이브가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진채로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그때. 

"어머나! 저기 산좀봐!"

"저게 뭔일이야? 산윗마을에 뭔일이라도 생긴거야?"

순간 창밖으로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 대는 소리가 났고. 데이브는 소란스러운 그소리에 들려던 잠이 그만 깨고 말았다. 데이브는 놓아두었던 물을 마시고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밖에 보이는것은. 불타고 있는 산속 마을. 

"설마..아닐거야.. 미스페리. 음성증폭기좀 귀에 장착시켜줄수 있어?"

"알겠어요. 데이브~"

살랑거리며 일을 마친 미스페리는 데이브의 귀에 음성증폭기를 워프시켰고 데이브는 그곳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들리는것은 나무가 불에 타는 소리와 끔찍한 비명. 그리고 누군가의 도륙.

"빌어먹을!!!"

데이브는 외쳤다. 그리고 허겁지겁 옷을 입은다음에 투명화시킨 무기들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미스페리 이곳이 몇번째 우주인지 말해줄수 있어?"

"으음.. 아마도 17세기의 B7A3같은데요."

"안돼!!"

데이브는 큰 소리를 질렀다. B7이것은 데이브가 살던 우주와는 완연히 다르다는것을 말하고 있었고 A3는 시기가 조금 늦춰졌다는 표식이었다. 그것은 그의 명백한 실수. 제크미에티온의 공격을 수습하느라 그는 미처 미스페리에게 우주의 정보를 묻지 못했고 그는 또다시 그가 겪어야만했던 끔찍한 광경을 봐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스페리! 렘 부스터!"

"알겠습니다아."

천진난만하게 일을하는 미스페리를 보며 데이브는 차마 무어라 할수도 없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하지만. 그 사건이 반드시 일어나야만이 현재의 데이브 자이브란이 서있을수 있었다. 그는 자이브란이란 이름을 얻는대신에 자신에 관한 모든 오율들을 수정하지 않기로 맹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두번다신 그일을 겪고싶지 않았다. 

시공초월자. 하지만 그도 단순히 인간일 뿐이었다. 사랑을 알았고 그리움을 알았다. 슬퍼할수 있었고 웃을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이브란이란 이름하나로 그와같은 불행한 사람을 더 구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자신을 바라보며 다시 웃어주는 그녀의 얼굴을 그는 기억하기에. 그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그가 만약에 그녀의 얼굴을 보지못했더라면. 그녀의 미소를 기억하지 못했더라면. 망각의 동물인 완전한 인간이었다면. 그는 그렇게 달려가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감정이 끊임없이 자맥질하며 모든것을 흐뜨러트려 놓았기에 그는 달렸다. 

"크하하하! 불태워라!"

산적들은 불을지르며 남자들을 죽이고 아녀자를 겁탈하고 있었다. 노인. 아이. 청년할것없이 그들은 탐욕가득찬눈으로 칼질을 했고 이내 데이브는 그것을 참을수 없었다. 

"X-토닉 풀챠징!!!"

마치 거대한 대검과 같이 입을 다물고 있던 그의 레이져 레일건은 그의 말과함께 입을 벌렸고 초록빛 광선들은 벌린사이에서 수도없이 교환이되더니 강하게 쏘아졌다. 번뜩이는 초록빛의 강렬한 레이져에 머리를 관통당한 산적두목은 그대로 주저않고 말았고 데이브는 이를 악물은채로 그 숲의 모든것을 태우고 있었다. 

화살조차 통째로 태워버리는 그의 레이져건은 단 몇분만에 산적들 모두에게 초록빛 철퇴를 내리쳤고 그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이끄는 기억속으로. 그가 생각하고 있던 기억속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던 그 집으로 그는 돌아갔다. 

자신의 어머니는 눈을 뜬채로 피를토하며 쓰러져있었고 그의 집 앞에는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 피범벅이된 에이프런을입고 아이를 안고있는 여자가 보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위해 웃어 주던 그녀. 데이브는 페도라와 안경을 집어던지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그를 보더니 대답을 했다.

"데..데이브..?"

"응. 그래 샤이라. 나야. 나 데이브라고..흐흐흑.."

데이브는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을수 없었다. 두번째 보는 비통함의 원천이 자신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수백년. 아니 수천년동안 수 많은것들을 오율이라는 이름하에 죽이고 수많은것들을 구하며 이내 말라버린줄만 알았던 그에게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데이브는 샤이라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몸이 그녀의 피로 더럽혀지는지도 모른채 그녀의 흐르는 피를 닦으며 그는 울고 있었다.

"샤이라! 샤이라! 내가 꼭 구해줄게. 이제 너를 이렇게 놓아줄수 없어. 나 또 이런일을 겪기 싫다구.."

그러자 샤이라는 자신의 품안에서 감싸고 있던 무언가를 보여주며 그에게 말했다. 

"데이브.. 나도 이렇게 죽는군요.. 아니면 내가 벌써 죽어버린건가요.."

그녀가 품에 꼭 안고있던것은 바로 작은 핏덩이. 그것은 그녀의 아이였다. 자비없이 그녀의 배를가른 산적들은 이내 그녀를 죽이려고 했지만 데이브의 레일건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품에 안고 있었다.  

작은 아기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데이브의 손가락을 꼭 잡았다. 그 작은 손가락에 느껴지는 체온. 데이브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미스페리!!! 의료키트를 어서 전송시켜줘!! 의료키트를!!" 

그러나 미스페리는 대답이 없었다. 

"데이브.. 당신이 데이브가 맞나요?"

샤이라는 물었다. 샤이라는 자신의 손을들어 데이브의 뺨을 만졌고 이내 그녀는 살포시 미소지었다. 

"아주 오래전.. 우리가 연애했던 때가 생각나군요.."

지금의 데이브보다 6년은 젊은 자신의 앞의 데이브. 지금처럼 기다란 수염도 없고 수없이 뙤약볕을 맞으며 일을하느라 타버린 피부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만져보고서 확실하게 알수 있었다. 수없는 나무질로 거칠어진 그의 손바닥. 그 하나가 모든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가 바로 데이브라는것을 샤이라는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갔다. 

"데이브..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해요.."

데이브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샤이라..그..그런말 하지마..흐윽.. 샤이라.. 말하면 안된다고 했잖아.."

"데이브.. 난 단 하루만이라도 당신보다 오래살길 바랬지만.. 당신은 이렇게 또 날 지켜주군요.. 사랑해요.."

그렇게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던 그녀의 손길이 힘을 잃고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샤이라는 미소를 지은채 그렇게 데이브와 두번째 이별을 하였고 데이브는 오열했다.

"샤이라!!!!!!!!!!"

데이브는 비탄한 하늘을 보며 외쳤다. 데이브는 또 다시 자신의 손으로 가족들을 묻을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돌을깎아 비석을 만들었고 가족들을 기리기 위해 말을 남겼다. 

- 내가 다시 당신들을 볼수 있기를 빕니다. Dave En Zaivran

데이브는 자신의 딸을 끌어안고서 이내 미스페리로 돌아갔다. 미스페리로 돌아가자 미스페리는 데이브를 보더니 이내 말했다.

"자아! 데이브. 무슨일이 있었나요? 옷을 갈아 입혀 줄까요?"

그러자 데이브는 미스페리에게 말했다.

"왜. 의료키트를 보내주지 않았지?"

"네? 무슨말씀이신가요? 그런 통신은 전혀 받지 못했는데요?"

천진난만하게 웃는그녀. 하지만 데이브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았다. 데이브는 그녀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이야기를 했다. 

"네 그녀와 똑같은 모습으로 날 혼란시킬려고 하는데 난 너를 절대 그녀로 보지 않을거야 네녀석을 싸그리 밀어버리는 한이있더라도 난 네녀석을 증오할거다. 내가 어쩔수없이 너의 몸에 오르고 있더라도 난 절대 너에게 신뢰를 하지 않을거다! 지워주마! 내 기필코 기회가 된다면 네녀석부터 지워버리겠어!"

데이브는 그말을 마친채 자신의 딸을 의료용 인큐베이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작은 아기를 보며 데이브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내가..아주 오래전에.. 샤이라와 연애를 하면서 우리 아이의 이름은 이렇게 짓기로 했었지.. 아이샤.. 나만의 빛이라는 이름.. 그녀와 같이 어여쁜딸이면 아이샤라는 이름일 지어주기로 했었어.. 너는 오늘부터.. 아이샤. 아이샤야.."

바로 그때 그의 뒤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데이브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은빛 정장을 입고 담배를 물며 허리까지 오는 은발을 가지고 검고 깊은 눈을가진 한 남자. 

"오셨군요. 레인."

"데이브. 왜 그렇게 했지?"

"하하.. 자이브란이라는 이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 레인."

모든것을 포기한채 어이없는 실소를 하며 레인에게 말하는 데이브.
그러자 레인은 담배를 깊이 물었다. 그리고 크게 연기를 마시며 그에게 대답했다. 

"난 네게서 자이브란이라는 이름을 가져갈순 없어. 난 네게 자이브란이란 이름을 줄때부터 난 이미 모든것을 알고있었으니."

"... 그럼 어째서 저에게 찿아오신겁니까?"

레인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코앞에서 그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내 계획에 네 도움이 필요해서야. 내 한 소녀에게 이야기를 들었었거든."

그러자 데이브는 레인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이야기 입니까? 레인."

"난 시간이란것이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소녀들에겐 시간이란것이 흐르고 있었거든. 난 멈춰있지만 아이들은 작게나마 걸어가고 있으니 말이야. 비록 내가 멈춰놓았다고 해도 말이지. 너 혼자만의 힘으로 부조리한 모든 우주를 바꾸기엔 너무 힘이든다는걸 아이들을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너에게 제안을 하러 온것이다."

그의 말을듣고 데이브의 귀가트였다. 그러더니 데이브는 레인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레인은 그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세우는 탑에. 난 내가 알고있는 모든 오율들을 수정할 생각이야. 물론 모든걸 수정하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레인은 알고 있었다. 본디 우주란 나무에 달린 작은 나뭇잎 같은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뭇잎의 크기는 점점 달라진다. 오래전 태어난 우주는 커다란 나뭇잎일것이며 갓 태어난 우주는 작은 떡잎에 불과할것이다. 같은 시작이지만 다르게 자라나는 나뭇잎 두장도 있을것이며 그런 나무가 대지에 뿌리내려 수많은 숲을 이룰것이고 산을 이룰것이다. 나무에 열리는 과실은 신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달콤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대지와 숲. 그리고 그 우주를 아울러 절대자이며 자존자라는 레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자라난다.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죽어간다. 하지만. 생명이 보고 느낄수 있는것은 단지 단면에 불과하기에. 레인은 그 작은 부분에 대해서 모든것을 듣고 있는것이다. 

"난 비탄의 소리를 줄일것이다. 내 탑이 완성될때. 너는 나를 도울수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 할수 있겠지? 데이브 자이브란. 내 하나밖에 없는 벗이여."

그를 위로하는듯한 따듯한 목소리에 데이브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 데이브를 레인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레인."

그리고 레인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데이브에게 이야기 하였다. 

"아이의 이름이 뭐지?"

"아이샤입니다."

"내가 아이샤의 대부가 되어주지. 아이샤의 이름은 이제부터 아이샤 자이브란일세."

"...."

데이브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혼자이자 최초였던 시공초월자는 둘로 늘어나고 데이브는 언젠가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항해를 시작했다. 

"미스페리 레인님께서 항해준비를 도와주셨을거다. 출발하자."

그는 레인의 모든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미스페리에게 출항명령을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그날. 미스페리가 샤이라의 내츄럴 아이디코어를 지우고감정을 잃은것도 바로 그날이었을것이다. 










"아이샤. 일어나야지."

마치 가정집과도 같은 그곳. 집의 중간에 마치 기둥과도 같은 큰 실린더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고 거실에 있던 창밖으로는 수많은 별들과 항성이 보이고 있었다.문이 필요없을 한켠의 벽에는 작은 문이 하나 있다는 것이 다른 가정집들과의 차이점이었다. 거실과 주방이 하나가 된 그곳은 세개의 방처럼 보이는 문과 큰 소파.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울만한 큰 TV가 하나있었다. 남자의 말과 함께 이제 막 잠에서깬 소녀는 요리를 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와락 품에 안겼다. 

"헤헤..아빠.."

"흐흠!. 그래 아이샤. 일어났으니까 세수하고. 이닦고 와서 밥먹어. 아이샤가 좋아하는 토스트 했으니까."

"응."

데이브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는 소녀는 이제 갓 열일곱정도 되어보였고 보통 그나이면 아버지의 품을 떠나기도 하건만 유난히 소녀는 아버지를 좋아하는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남자라면 아버지밖에 보지 못했고 유일한 친구마저도 아버지였고 유일한 조언자 마저도 아버지 였기때문에. 

짙은 보랏빛 머리카락에 약간은 큰가슴. 177의 꽤나 큰 키에 작은 얼굴은 그녀를 더욱더 돋보이게 하고있었고 이내 데이브는 자신의 딸과의 항해가 어느정도 지났는지 느낄수 있었다. 

'아이샤도 많이 컸구나..'

아이샤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식탁에 앉았다. 물기가 촉촉히 젖은머리로 그대로 탁자에 앉아 우유와 토스트를 먹는 그녀를 보며 데이브도 식탁의 반대쪽에 앉아서 우유와 토스트를 삼켰다. 

데이브는 토스트를 삼키다 말고 담배를 물었고 그러자 아이샤는 데이브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담배 맛있어? 난 뭔맛으로 먹는지도 모르겠드라.."

볼을 잔뜩 부풀리며 우유로 만든 콧수염을 채 닦지도 않은 아이샤는 데이브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데이브는 그녀의 볼을 토닥토닥 거리더니 이내 말했다. 

"꼬맹이 녀석은 이런거 피면 안돼 너무 맛있어서 나 혼자 먹을거야. 난 우리 딸이 먹는것만으로도 배불러. 그니까 아빠꺼 까지 먹어."

언제부터인가 항해를 하는 동안에는 될수있으면 음식을 먹지 않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먹지 않아도 그는 활동할수 있었으니까. 물론 딸이 생기고 미스페리의 수많은곳들이 바뀌긴 했지만 그의 그 버릇만은 고치지 못했다. 그에겐 식사하는 시간조차도 언제든지 닥칠지 모르는 위급상황에 대해선 대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타임트래블러(시공초월자)가 된 이후로는 먹지않아도 그가 활동하는데는 전혀 제약이 없었고 그것은 아마도 그의 생체시간이 하루단위로 멈추기 때문인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샤는 전혀달랐고 성장하고 있었기에 위대한 한사람은 그녀에게만은 시간은 흘러가는것을 허락했었다. 

"흐음.. 오늘 아빠는 좀 나갔다 올게. 그러니까 아이샤 집좀 잘보고 있어."

"응!"

아이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서 데이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한켠의 문을 열었고 데이브는 아이샤를 보며 고개를 흔들며 그 문밖을 나갔다. 

미스페리의 구조는 많이 바뀌었다. 직접적인 이동은 맡기질 않은채 모든 이동은 차원의 문으로 대체되었다. 범 우주적 공간이동에는 여전히 미스페리의 힘이 필요로 하긴 했지만 타임코어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바꿔서(물론 데이브의 힘이 아닌 레인의 능력이다.) 평상시에 차원의문에는 타임코어의 타임셀들중 80%가 그 작용을 돕고 있었으니 데이브는 원활하게 이동할수 있었다. 아이샤는 우유를 마시고서 토스트를 먹었다. 그리고 데이브가 남긴 토스트와 우유를 마셨고 이내 부른배를 감싸안고서 쇼파에 누웠다. 

"흐음.. 미스페리 아빠가 어디갔는지 알아?"

아버지의 말버릇을 따라하기 시작해 아이샤는 흐흠 이라는 감탄사를 자주 사용했고 이내 아이샤가 천장에 대고 묻자 미스페리가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아이샤~"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미스페리. 그러자 아이샤는 무언가 의구심이라도 생겼는지 천장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미스페리. 우리 아빠랑 있을때는 딱딱한 목소리를 내면서 왜 내앞에서는 그렇게 밝아지는거야?"

그러자 미스페리는 대답하였다. 

"그건 말이죠. 데이브님이 제가 밝아지는걸 허락하지 않아서에요.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아이샤가 있으니까 이렇게 편하게 말할수 있어서 좋아요."

미스페리는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순간 아이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것을 확인하자 아이샤는 미스페리에게 질문을 했다. 

"아이샤. 나 여태까지 아빠한테 못물어 본게 있어."

"무엇인데요?"

"사실 아빠가 그 이야기 할때마다 너무 슬퍼보여서 못물어 봤던건데. 내 머리색깔은 누구에게서 나온거야?"

"불완전한 사실이긴 하지만 데이브님의 검은색 머리칼은 사실 보라색 유전자를 담고 있었어요. 대개 머리색이란건 가장 많은 유전자정보를 따라가기에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수많은 머리카락색이 있는거구요. 그리고 어머님의 금발인 머리칼도 사실은 약간의 보랏빛을 띄고 있었구요. 근데 아이샤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아이샤는 모르겠지만 시간여행을 다니고 수많은 광선을 쬐니까 열등했었던 보랏빛 색깔이 다시 틔어서 아이샤님이 두살무렵에서는 머리카락 색깔이 바뀌기 시작했구요. 제일 큰공은 메트토니암 사건 덕이지만.. 거기는 넘어갈게요."

미스페리는 밝은목소리로 마치 웃는듯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러자 아이샤는 왼손을 딱 치더니 미스페리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엄마가 금발이었다구? 난 그런소리는 못들었는데?"

"아..?"

미스페리는 뭔가 실수라도 했다는듯이 작은 감탄사를 뱉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지못했다. 

"미안해요. 아이샤. 17년전부터 희안하게 감정회로와 계산회로가 꼬이기 시작하더니 이런 인간적인 실수도 하게 되네요. 이것만은 고쳐지지 않나봐요."

미스페리는 아이샤에게 사과했고 아이샤는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아냐아냐. 미스페리."

"미안한데요. 아이샤 잠깐만 눈좀 감아볼래요?"

"으응? 그럴게."

순간 미스페리의 목소리가 차분해진것은 비단 아이샤만 느낀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흐음.. 그럼 눈 떠두돼?"

아이샤가 묻자 미스페리는 대답을 했고 아이샤가 눈을뜨자 그녀의 앞에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자신과 똑닮은 여자가 장발의 금발머리를 한채로 서있었다. 

"어어? 잠깐만 이게 뭐야? 홀로그램이야?"

"미안해요 아이샤. 여태까진 데이브가 항시 제 안에도 감시카메라를 놔뒀기 때문에 홀로그램화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늘에서야 말할수 있겠군요 아이샤."

미스페리는 왠지 슬픈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잡히지는 않았지만 미스페리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서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요..아이샤..흐윽.. 미안해요.."

미스페리는 울고있었다. 그런 미스페리를 안을수 없었지만 아이샤는 미스페리에게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미스페리 울지마. 뭐가 미안하다고 그러는 거야. 난 미스페리가 여태까지 계속 잘해줬다 생각하는걸."

순간 미스페리는 눈물을 그쳤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이샤. 내말 잘 들어야 해요. 날 안미워 할수 있죠?"

"물론. 미스페리 이야기해."

그러자 미스페리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에 아주 아주 오래전에 아이샤가 어릴때 쯤이었어요. 저희는 델타폭스의 공격을 받고서 그만 어느 지구에 불시착 하고 말았죠."

"응,그래서?"

미스페리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이내 담담하게 이야기 시작했다. 

"난 데이브가 사랑하는 한사람을 구하지 못했어요. 제 논리적인 판단으로 그녀는 살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합리적인 사고판단 도출 7단계에 의해 그 사람은 절대적으로 살수가 없었고 저는 데이브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설령 그것이 절대적인 명령이라고 해도 저에게 제 1원칙은 가능성이 없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였거든요. 하지만. 그건 잘못되었다는걸 알았죠."

"무슨말이야 그게? 잘못되었다니?"

"저는 델타폭스의 공격을 받고 그곳에 도착하기전에 누군가의 DNA와 제 사고회로가 뒤섞이는 바람에 많이 불완전 해졌다고 말할수 있었죠. 하지만 그때부터.. 저에겐 변화가 일어났어요. 데이브님이 그사건으로 인해서 완전히 마음을 닫았어도 전 단지 여태까지. 오랜시간동안 기계일 뿐이었으니까.. 기계일 뿐이 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을거 같았어요. 하지만 샤이라라는 여자의 DNA와 섞이게 되고 나서부터 그게 너무 슬펐어요. 그 여자가 얼마나 데이브를 사랑했는지. 아니 내가 그 여자인지 그 여자가 나인지 조차 인지하기 힘들었어요.."

"샤이라가 누군데 그러는거야?"

"... 미안해요 아이샤.. 미안해요..흐윽.."

미스페리는 울고있었다. 그리고 겨우 눈물을 훔친 미스페리는 아이샤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샤이라는..샤이라는.. 제가 구하지 못했던 그 사람이고 데이브가 제일 사랑했던사람.. 바로 아이샤의 엄마에요.."

미스페리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주저앉아서 울고 말았다. 아무리 만지고 싶어도 만질수 없었던 지난 17년과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그감정. 그리고.. 항상 차갑게 대답해주만 했던 데이브.

"흐음.. 울지마 미스페리. 그건 아빠가 나쁜거라구! 아빠는 남자가 되서 여자나 울리고 말이야! 자기입으로 여자는 울리면 안된다고 해놓고 널 울리잖아!"

그 말과 함께 미스페리는 그녀의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고 이내 아이샤는 복잡한 감정으로 다시 쇼파에 누워버렸다.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아빠는 자신의 엄마를 구하지 못했고 그건 당연한거 였는데 미스페리가 도와주지 않아서 죽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마침 그때 무슨이유인지 엄마의 DNA가 미스페리의 DNA와 섞였다. 그래서 엄마의 감정을 갖게된 미스페리는 자기에게 차갑게 대하는 아빠가 너무 슬프다. 라는 이야기. 

"근데 왜 엄마랑 미스페리의 DNA가 섞인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이샤는 깊은고민을 하고있었다. 아이샤는 비단 그것이 미스페리만의 잘못이 아니란걸 잘 알고 있었다. 미스페리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으로 자신의 엄마가 가망이 없었다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자신에겐 사랑이란 감정이. 아내. 남편이라는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몰랐기에 아이샤 나름대로의 생각은 절대적으로 미스페리의 잘못이 아니었다는것이다.

데이브가 돌아왔을적에는 아이샤는 잠이 들어 있었다. 젖은머리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뒤죽박죽인 머리칼이었지만 그런 모습 마저도 데이브는 아이샤가 사랑스러웠다. 데이브는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자신의 일 때문에 아이샤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했던 데이브는 이제는 훌쩍자라버린 아이샤를 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내 딸아.. 내 딸아..'

아이샤가 자라면 자랄수록 그의 머릿속 샤이라는 점점 더 크게 숨쉬는것 같았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샤이라와 닮아가는 아이샤를 보며 데이브는 아이샤의 머리를 쓸어넘겨 주었다. 바로 그때. 

"데이브님.."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다신 들을수 없는 그 목소리. 이젠 볼수도 없는 목소리로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고 있었다. 데이브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서있는것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금빛 머리칼을 뒤로 묶은 한 여자. 그것은 샤이라였다. 하지만 데이브는 잘 알수있었다. 그녀는 샤이라가 아닌. 미스페리라는것을 말이다. 

하지만 미스페리의 분위기는 달랐다. 여태까지의 딱딱했던 말이 아닌. 자신을 애처롭게 부르는듯한 목소리. 데이브는 말했다. 

"미스페리. 그 모습은 집어 치우라고 얘기 했을텐데?"

"데이브님.."

"집어 치우란말야!"

데이브가 미스페리를 향해서 역정을 부렸고 그러자 미스페리는 눈물을 흘리더니 데이브에게 말을 이어 나갔다. 

"데이브님..흐흑.. 제가 잘못했어요.. 그니까.. 그런 표정만 하지 말아주세요.."

데이브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을 부여잡고 오른손을 뻗는 미스페리.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건데! 도대체 뭘? 고작 기계주제에 지금 내 감정마저 그 모습으로 또다시 모욕하는거야? 어?"

데이브의 언성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고. 데이브는 품안에 있던 담배를 거칠게 꺼냈다. 그리고 성냥을 날카롭게 태워 불을 붙였고 미스페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데이브님.. 저.. 말씀드리지 않은것이 있어요."

"..."

"데이브님.. 저.. 샤이라님의 정보를 제 내츄럴 아이디코어에서 제거하는데 실패했어요.."

"...!"

순간 데이브의 머릿속에는 마치 소용돌이 치듯이 수많은 감정의 폭풍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그는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어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샤가 이곳에 오고서 그때쯤 샤이라의 정보는 미스페리의 안에서 삭제된줄만 알았었다. 레인의 힘으로 인해서 그의 함선내 대미지는 대부분 회복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레인이 사라진 바로 그때. 미스페리는 샤이라와 비슷했던 목소리를 잃었고 그녀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으니까. 그는 미스페리의 내츄럴아이디코어에서 샤이라라는 정보가 삭제된줄로만 알고 있었다. 최소한 자신에게만은 말이다. 하지만. 미스페리는 계속 샤이라의 모습을 담고만 있었다. 

"이제야 알았어요. 논리적인 계산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아픈건지. 그리고 제 안에 들어온 샤이라님의 기억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녀의 기억들이 당신에게 내가 미스페리로써 버려지는것을 보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당신은 알지 못할거에요."

그렇게 미스페리는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연인의 모습을 한채 그의 앞에서 울고 있었다. 고작 머리카락 하나. 하지만 그것조차 자신의 아내의 흔적이었기에. 그는 지난 17년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소리치고 냉정하며 딱딱했던 자신. 미스페리는 그녀가 아니였다. 하지만. 그의 눈가는 점점 젖어 들기 시작했다. 

"하하하.. 뭐.. 뭐야 그럼.. 내가 샤..샤이라에게.. 매일같이 소리치고 믿지 못한다고 하고 의심이라도 했다는거야 뭐야..?"

"데이브님.. 이제 전 미스페리 내츄럴 코어의 60%이상을 잃어버렸어요.. 제가 샤이라님인지 샤이라님이 미스페리인지 조차도 모르겠어요.. 이게 마지막 인사에요. 저는 아직까지 제 미스페리 코어가 남아있을때 저는 제 자신을 초기화 시킬거에요. 이젠 미스페리도. 샤이라님도 사라지겠죠. 마지막 허락을 받으러 왔어요. 제 중앙 정보기관은 당신의 제어를 받아야만 하니까요.."

담담한 미스페리의 말에 데이브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깊이 물었다. 폐속깊이까지 들어오는 연기에 데이브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단지 연기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맘대로해. 난 두번다신 그 모습을 보고싶지는 않아. 난 나가봐야 겠어. 할일이 꽤나 많거든. 내가 나갔다 돌아오는 동안 초기화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데이브는 미스페리에게 말을 마친뒤에 차원의 문을 열었다. 

"데이브... 잘갔다 와요.."

미스페리의 말이 유난히 슬퍼보인건 데이브만은 아니였다. 데이브는 차원의 문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황량한 적색토지에 휑하게 세워진 큰 건물 하나가 있었다. 27세기형 건물 건조법을 쓴 그 건물은 역삼각형 모양의 거대한 탑이었고 하나의 큰 기둥을 지지대삼아 마치 삼지창처럼 올라가 있었다. 기괴한 모습의 건물은 단 한장의 벽돌도 없었고 외견상으로 보이는 7할이상정도가 수많은 기계장치와 펌프로 연결되어 있었다. 

데이브는 레인에게서 부탁받은 위대한 계획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그는 이곳에 도착한것이다. 

17년의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데이브는 무기에 의지하지않아도 충분히 강해질수 있었다. 그가 레인에게 힘을 원했기 때문이다. 미스페리가 아닌 자신의 힘. 그때 레인은 그에게 힌트를 주었다. 미스페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타임셀이 아닌 자이브란이란 이름을 가진 바로 자신이란것을 말이다. 그것을 깨달은 데이브는 시공에너지를 통해 할수있는 수많은 방법들을 깨달았고 이내 그것은 데이브를 더욱더 강해지게 했다. 

데이브는 건물앞에 섰다. 약 30m쯤 되어보이는 건물. 하지만 그 어느곳에도 출입문은 없었고 데이브는 그저 그 건물앞에 서있을 뿐이었다.

데이브가 그곳에 서있자 수많은 로봇들이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마치 뱀과도같은 로봇이 건물에서 튀어나와 그 렌즈를 자신에게 들이밀었고 수십개의 렌즈가 그의 몸을 감쌀때쯤에 그는 말을 했다. 

"한달전쯤에 당신을 찿아온다고 약속했던 데이브 자이브란이올시다."

그 말과함께 데이브는 수많은 빛무리에 쌓이더니 이내 건물안으로 순식간에 워프를 했고 그곳에는 하얀색 가운을 입고서 용접기와 보호경을 차고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그의 공작소같이 보이는 그 공간에는 수많은 인간형 로봇이 있었는데 개중에선 그의 주위에 있는 네개의 로봇 이외에는 모두다 완성이 되지 않았다. 그것들은 정말 사람과 흡사했는데 36도의 체온도 가지고 있었고 그로봇들의 피부는 모공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표현이 되어있었고 마치 누군가가 본다면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씌운것만 같았다. 머리칼엔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박사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있던 메이드복을 입은채 서있던 로봇들은 데이브의 귀에 심장소리만 들렸다면 마치 인간이라고 착각했을법도 했다. 

"참.. 진짜 올줄은 몰랐군. 기계광신도에게 무슨일인지 모르겠구만. 그저 장난으로 보낸 라디오 신호인줄 알았더니 21세기 AM라디오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나왔을줄이야.."

그는 그 말과함께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데이브에게 다가갔다. 용접기의 열기로 인해 얼굴은 벌겋게 익어있었고 장갑을 벗은 손에는 기름때가 손금마다 곳곳이 채워져 있었지만 그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소. 내 이름은 테토라 카일이요."

테토라는 멋쩍게 웃으며 손을 그의 목전까지 뻗었다. 그러자 데이브는 그손을 거리낌없이 쥐었고 이내 악수를 했다. 테토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레인의 계획을 알고있었던것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구분하지 못했던 테토라는 그 모든것을 잊은채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뇌 이외에 모든것을 기계장치로 바꿨을 그무렵에 그가 장난삼아 가지고 놀던 21세기형 라디오에서 레인과 데이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을때. 그는 자신이 보았던 모든것이 진실이란걸 알수 있었다. 

"그래서. 당신은 당신의 지식을 '그'의 계획에 보태줄것을 약속합니까?"

데이브는 테토라에게 한마디 했다. 서론본론 필요없이 바로 결론으로 가고자했던 데이브의 철두철미한 성격이 마치 테토라의 가슴팍을 찌르는것과 같았다. 꽤나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던 데이브는 테토라를 향해 쏘아붙일듯한 표정으로 몰아붙이고 있었고 이내 테토라는 그것에 개의치 않는 다는듯이 의자를 내어주고 버튼을 눌러 테이블을 가져왔다. 

"거 참 사람 복잡하네. 뭐 그리 급하게 생각하십니까? 데이브. 이미 당신의 이야기는 레인을 통해서 충분히 들었어요. 난 레인님에게 절대 갚을수 없는 빚을진사람 입니다. 레인님의 계획이라면 내 당연히 조력해야 겠지요. 아니 조력하지 않을사람을 데이브 당신에게 그분이 이야기 하지 않았을거란건 당신도 충분히 알지 않습니까?"

일단 일차적인 목적은 달성을 한 데이브였다. 레인의 계획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사람을 구하는것이 첫번째 목적 두번째 목적은 레인이 데이브를 통해 살짝만 알려준것이었는데 그사람의 인간성과 됨됨이. 즉 교육자와 조력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역할을 잘해줄것인가 라는 평가를 데이브에게 부탁한 레인이었다. 레인은 모든것을 볼수 있기에 그 어떤것에 대해서도 중립을 지켰다. 하지만 데이브는 달랐기에 레인은 데이브에게 꽤나 중요한 역할을 주었던 것이다. 

"시레아 손님에게 차하나만 내줄수 있어?"

일을 하고있던 그를 바라보는 표정과는 다르게 약간은 퉁명스런 표정으로 입을 뾰류퉁하게 내민 시레아. 금발의 머리칼을 양쪽으로 묶은 그 휴머노이드는 메이드 마치 사람과도 같이 테토라에게 칭얼댔다. 

"테토라아저씨. 쳇 당신은 손이 없어 발이없어! 이..이번만은 내가 해줄거니까! 다음부터는 아저씨가 해와! 귀찮단 말이야."

"시레아! 손님앞에서 말버릇이 그게뭐니!"

그 말이 나온것은 놀랍게도 테토라의 입이 아닌 그 주위에 있었던 또다른 휴머노이드에게서였다. 검은색 머리칼의 휴머노이드는 메이드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자의 취향에 맞게 꽤나 도발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시레아와는 다르게 느낄수 없었던 원숙미가 돋보였다. 시레아가 16살 꼬맹이와 같았다면 다른 휴머노이드는 마치 그들을 아우르는듯한 20대 중반의 큰언니와도 같았다. 

"아미야언니도 테토라가 얼마나 게으름뱅이인지는 잘 알고 있잖아!"

"그..그렇긴..하지만.. 그래도! 손님앞이잖아!"

그렇게 그들이 투닥투닥 대는동안 테토라는 멋쩍게 머리를 쓰다듬더니 어색한 미소를 띄우고서 버튼을 눌러 그녀들을 워프시켜버렸다. 

"죄송해요. 데이브. 아직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요."

하지만 그 광경을 보고도 데이브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데이브의 눈에는 한낱 고철덩어리들이 만담을 펼치고 있는것 같이 보였으니까. 마치 미스페리와도 겹쳐보인 그모습을 마냥 곱게만도 볼순 없었다. 

"테토라. 내가 당신이라면 로봇들에겐 저런걸 넣지 않겠어요. 아무리 외롭다고 해도 당신이 인간에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저들은 로봇이라구요. 가장 합리적인 일만을 해야하는 기계라구요."

데이브의 그말에 테토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데이브도 그의 바뀐 분위기를 묘하게 느낄수 있었지만 테토라는 금세 표정을 지우더니 이내 데이브에게 이야기를 했다. 

"데이브. 당신이라면 이미 알줄 알았었는데요."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테토라는 눈을 위쪽으로 치켜뜨며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톡톡치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데이브에게 이야기를 했다. 

"데이브. 내가 레인님에게 가장 크게 빚진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

데이브는 말이없었다. 그리고 테토라는 자신의 말을 데이브에게 이어나갔다. 

"어차피 사람이란것도 생명체라는것도 고깃덩어리로된 회로일 뿐입니다. 이미 뇌속 뉴련이 전기적인 신호로 신체에 명령을 하달한다는것도 당신도 잘 알고 있을테구요. 단지 부동액이 흐르냐 냉각수가 흐르냐 피가 흐르냐에 따라서 우월감을 나누는건 아주 멍청한 짓이에요. 레인은 나에게 이 답을 알려 주었어요. 당신이 생명에 대해서 왜 그런생각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중 하나는 시체를 꿰어서 만든 생명체. 하지만 그 아이에겐 그 어떤것보다 따듯한 영혼이 있다구요. 그리고 한낱 물건이라 할지라도 수십년 수백년동안 마음이 깃들면 그것은 분명없이 말하는 사람에게 답장을 해준다는것까지두요. 휴머노이드라는걸 상상도 못할적에서부터 물건에 깃들어 있던 영혼들을 말하는겁니다. 도깨비나 요괴와같이 말입니다."

"..."

데이브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누군가가 떠올랐다. 미스페리. 그가 단지 느낄수 없는 기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를 내쳤던 자신의 과거. 그리고 절대 인정하긴 싫지만 그가 샤이라라고 인정하기 싫었던 그녀가 자신의 믿음을 통해 샤이라가 될수 있었다는것도 말이다. 

"내생각은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기계는 프로그래밍으로 이루어져있지요. 그래서 프로그램이외의 행위는 어떤것도 하지않는다구요. 하지만 난 내 일생의 거의 절반을 바쳐서 마치 인간과도 같은 학습행위를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서 그것을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주었을때 그것은 더이상 기계가 아닌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을 배우고 나눔을 배우고 아픔마저도 배웠을때 기계와 사람을 나눈건  내 잘못이었다는것 까지두요."

데이브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합니다. 닥터 테토라. 그동안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군요. 더이상 이 주제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레인님의 계획에 참여할것 같군요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데이브는 인사를 마친뒤에 그의 눈앞에 차원의 문을 소환시켰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미스페리의 안에 도착했다. 

적막했다. 자신의 딸아이는 여전히 쇼파에서 잠들어 있었지만 아까와는 달라보였다. 그는 느낄수 있었다. 그 적막한 공간이 이렇게 외롭던 곳이었던가. 분명없이 오래전 아이샤가 없었을때 미스페리와의 항해는 자신혼자 뿐이었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가 사건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그는 외롭지 않았고 고독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17년전부터 그곳은 외로웠었다. 자신의 사랑하는 딸이있었지만 아이샤 이외의 모든것이 외로웠었다. 데이브는 단지 그것을 애써 거부했을 뿐이었다. 그는 테토라의 말을듣고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듯 했다. 그의 생각 전부를 뒤집는 행위였으니까.

"미스페리.."

데이브는 나지막하게 이름을 읆었다. 하지만 미스페리는 대답이 없었다. 

"빌어먹을..빌어먹을.. 또다시 이렇게 놓친건가.. 빌어먹을!!!"

데이브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팍을 부여잡고 자신의 한심함에 대해서 비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의 등뒤에서 그를 살포시 안아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다녀왔어요..데이브.."

데이브는 그 작은 손이 누구의 것인지 잘 알고있었다. 

레인은 데이브가 테토라와 처음으로 접했을적에 테토라에게 부탁을 해두었다. 자신의 벗이 방황하고 있으니 그를 다시 잡아주기 위해선 네 능력이 필요하다며 그에게 한올의 머리카락을 주며 부탁을 했다. 

"그녀와 같이 아름다운 생명을 당신의 손으로 다시한번 만들어주게."

그 부탁과 함께 테토라는 자신의 소녀들과 함께 공작에 몰두했고 작업의 70%가 완성될때쯤에 데이브가 찿아왔다. 테토라는 그의 태도 단 한번에 그의 고민을 잘 알수있었다. 기계와 인간은 어디까지 용납될수 있는것인가? 테토라는 자신이 얻었던 답을 데이브에게 말해주었고 데이브는 이내 자신의 눈앞에서 떠났다. 테토라는 세달의 시간에 걸쳐 나머지 부분을 완성할수 있었고 이내 그것을 레인이 가져갔다. 레인은 시공을 이동해 초기 미스페리가 건조될때부터 그 아름다운 여인을 미스페리 안에 잠들게 해주었고 마침내 데이브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에 맞춰서 그녀가 깨어나게끔 했던것이다. 미스페리라는 배 안에서의 샤이라는 제거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데이브는 자신의 등뒤에서부터 자신을 뜨겁게 감싸주는 그 손을 보며 느낄수 있었다. 

"내가.. 너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말았어.."

"사과는 하지 말아요. 데이브. 이미 다 지나가 버린일인걸요.."

그렇게 데이브와 미스페리의 새로운 항해는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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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이펙트
사이드이펙트 작성자 12.01.27. 06:37
분량이 심각하게 초과되었을것입니다. 분량을 맟추는것도 작가의 역량이라지만 난 저 이야기를 하기위해선 이럴수 밖에 없었어.. 흐흐흨... 칼질한다면 내 소중한 아이들과 이야기가 잘려나갈거고 일부러 더 살찌운다면 KFC목장 흰닭이 될수밖에 없으니까.. 흐흐흨.. 그저 읽어주세요 그저..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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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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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팬픽 괴조 사랑 2012.01.29. 4589  
218 단편 마왕과 공주와 용사의 사정 (2) 호성軍 2012.01.29. 4475
테마 [단편전쟁]타임트래블러 - 기억을 걷다. (1) 사이드이펙트 2012.01.27. 3837
216 단편 겨울 도서관 (1) 모리노 2012.01.25. 3879
215 단편 트라이앵글 (2) 모리노 2012.01.25. 4397
214 자유 초진공커터 일이삼사 2012.01.23. 4219  
213 테마 스트로크 (1) Kaleana 2012.01.19. 3682
212 단편 삼제기술법 [경주제, 경환자, 경사랑] 더워드 2012.01.15. 3687  
211 자유 (종료) 산다이바나시의 우리 이름을 지어주세요! (23) 창공의마스터 2012.01.13. 5184
210 자유 갑자기 공지글이 떠서 이것이 무엇인가 놀라고 또 신기해하실 분들을 위하여 (4) 창공의마스터 2012.01.12. 3911
209 단편 산다이바나시. 폴라로이드, 지갑, 공원. (1) 릿새 2012.01.11. 3992
208 [이벤트]내 메이드가 알바였다니 (2) 펭귀니우스 2012.01.07. 2755
207 단편 산다이바나시2 [임신, 물리, 컴퓨터] 더워드 2012.01.07. 4253  
206 단편 저도 산다이바나시 [임신, 수학, 불, 멘탈붕괴] 더워드 2012.01.06. 4147  
205 단편 새해를 맞이하여 판갤러들에게 선물합니다. (2) 칸나기 2012.01.01. 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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