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세말엮기 [독사, 돌,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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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또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긋지긋한 목소리. 
"끈질기네."
나는 결국 내뱉고 말았다. 젠장. 
"너 독사같은 거 알아?"
"어머, 칭찬이야?"
현하는 웃으며 말했다. 칭찬이냐고? 칭찬일 리가 있어?
"몰라서 물어?"
"응. 모르니까 한 번 설명해 줘."
현하는 여전히 그 기분나쁜 웃음을 거두지 않으며 말했다. 결국 나는 맹렬하게 그녀를 공격하듯 말을 쏘아댔다. 
"기분나쁘니까."
"어머, 나같은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기분나쁘다니. 너무하지 않아?"
현하는 귀여운 목소리로 산뜻하게 말했다. 구역질났다. 
"얼굴은 보고 말하는 게 어때?"
"어라? 벌써 까먹었어?"
현하는 내 뒤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내 귀에 속삭였다.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든 건 너잖아."
돌에 찌그러진 얼굴로 현하는 내 어깨에 피를 뚝뚝 흘리며 말했다. 한쪽 눈은 이미 뭉그러져 있었고, 얼굴을 지지하던 광대뼈가 부서져 얼굴 자체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웃기지 마. 자업자득이야."
"무슨 소리야. 난 아무 죄 없었는데 네가 이렇게 만든 거야."
"아니. 넌 독을 품고 있었어. 내 몸속에 풀어버릴 독을. 나는 그 독에 죽기 전에 방어한 것 뿐이야. 정당방위야."
"그건 네 착각이지. 착각이었을 뿐이라고. 나는 네 망상에 희생당한 불쌍한 여고생일 뿐이야."
"……아, 그렇구나."
나는 하하하 웃으며 그녀를 밀쳐냈다. 이곳저곳이 뒤틀려있던 현하는 바닥에 부딪혀 우당탕탕 굴렀다. 나는 일어서서 머리를 쥐고 다시 깔깔깔 웃었다. 
"너는 내 착각이구나. 상상이구나. 망상이구나. 공상이구나. 허상이구나. 현상이나 실상이 아니라."
"메롱. 틀렸네요."
언청이같이 찌그러진 입술에서 양 갈래로 찣어진 혀가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가까이 있는 큐브를 드는 현하. 
"내가 진짜가 아니면 이런 거 건드리지도 못하지."
현하는 사실상 큐브를 드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모두 부서진 상태로 비틀려 꼬여있었기 때문에 큐브를 돌리기 위해 힘을 주지도 못할 테고, 힘을 줄려 치면 손가락이 산산조각날 것 같았다. 
현하는 큐브를 툭 떨어트렸다. 섞여있던 큐브가 땅바닥에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커다란 소리는 아니었겠지만 내 귀에는 대포소리보다 커다란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도대체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건데."
"몰라서 물어?"
똑같은 질문이 나에게 되돌아왔다. 
"나보고 독사라며? 독사는 머리가 잘려도 5일동안은 움직인다는 거 몰라?"
"……."
"그 5일동안 내가 널 지옥으로 끌고 들어갈거야. 그러니까."
현하는 살짝 얼굴을 돌렸다. 끼리리리릭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기대해♡."
그 말을 마치고 현하는 사라졌다. 큐브는 아직도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있었다. 

Writer

하루카나

하루카나입니다. 

comment (1)

로사기간티아 12.02.05. 23:15
라한대 읽는 겸사겸사 읽었습니다. 처음엔 키모카와이한 여캐와 떠드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꽤 기이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글이네요. 독사와 돌과 큐브는 아주 생뚱맞은 소재라서 어떻게 연결될 지 궁금했는데, 전체적으로 각 단어가 만들어내는 상징인 의미에 집착하는 듯 합니다. 이런 부분이 흠이라는 건 아닙니다만 짧은 글에서 담기엔 여러모로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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