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Idolic / 프롤로그, #1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05:27 Mar 04, 2012
  • 4233 views
  • LETTERS

  • By 기만자
0.
[두근두근☆두근두근]
TV에서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 노랫소리는 TV와 등을 맞대고 누워 있었지만 명확히 들려왔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이번에는 현관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TV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로.
-띵동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큰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했다. 벨소리가 사라지자마자,
"두근대는 이 마음을~"
노랫소리는 더욱 커져만갔다.
현관으로가 키 잠금을 해제했다. 문고리를 돌려 문을 활짝 열었다.
머리가 문고리에 닫지 않을 정도의 작은 키, 두갈래로 묶은 금발, 커다란 눈, 마치 전문적인 코디가 코디해준것처럼 귀여운 센스의 패션.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귀여움을 어필하는 소녀. 그런 소녀가 문 앞에 서있었다.
나는 그 소녀를 완전히 알고 있었다.
"실례해야지~♪"
장난스럽고 앳된 목소리의 소녀는 신발을 벗고 나의 자취방에 들어왔다.
그 소녀의 이름은, 인기있는 아이돌인 세나, 혹은 귀여운 나의 여동생인 이세나였다.


1.
"오빠, 이 집은 좁지 않아? 뭐, 세나는 괜찮지만~ 헤헤."
확실히 좁긴 하지. 그보다 왜 여동생이 나를 찾아온거지.
의구심이 들어 말을 꺼내려는 찰나,
"세나는 배고파! 오빠, 밥줘."
세나는 기세등등하게 밥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후 3시, 점심이라기엔 늦은 시간이고 저녁이라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별 도리가 없다.
"반찬은 김밖에 없는데?"
"우으으... 세나는 김 싫어."
"아, 무지하게 매운 김치가 있는데 줄까?"
"응!"
다행히 세나는 김치를 매우 좋아하는 듯했다. 김치만으로 밥을 먹어야한다는 것이 약간 가혹하다고 느꺼졌지만 어쩔 수 없겠지.
압력밥솥에서 보온중이던 따끈따끈한 밥을 꺼내고 세 달 전쯤에 공짜로 받았던 김치를 꺼냈다.
좁은 방때문에 벽에 세워놓은 접이식 탁자를 펼쳐 밥과 김치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먹으라는 손짓을 하자마자,
"맛~있~겠~다~"
마치 며칠은 굶은 암사자처럼 저돌적으로 돌격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5분도 채 안되는 나에게 밥 한공기를 추가주문까지 했다.
그나저나 괜찮을까나. 저 김치는 내가 너무 매워서 냉장고에 봉인해둔 김치이다. 내가 매운 것을 못먹는 탓도 있겠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매웠다.
쩝쩝거리는 소리가 온 방을 울렸다.
그리고 또다시 5분도 안되어서 나에게 비워진 밥공기를 내미는 세나. 위 속에 거지가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걸 3회정도 반복한 뒤, 김치를 축내고 식사가 종료되었다.
세나의 얼굴에는 김치만 더있었으면 더 먹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무서운 김치우먼이다…라고 나는 일순간 생각했다.
"그런데 왜 온거야? 바쁜거 아니었어?"
궁금하다. 내가 자취를 시작하기 전인 저번달만 해도 스케쥴때문에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심심해서랄까♪"
묘하게 말해도 나는 이 녀석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이돌이라서 최근 6개월간 본 적이 별로 없지만 세나와 나는 15년을 함께했다. 모르는게 있을 리가 없다.
지금의 반응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소속사에서 뛰쳐나왔거나 집에서 가출했거나 둘 중 하나일까.
"사실…."
"소속사에서 뛰쳐나왔거나 집에서 가출했다면 미안하지만 번지수를 잘못찾았어. 여긴 내 자취방에다가 좁아서 재워줄 수도 없거든."
나는 세나가 뭔가를 말하기 전에 거의 99%의 확률에 육박하는 선택지를 내놓았다. 기죽이기, 반응을 보아 거의 성공한 것 같았다.
"음, 사실, 그러니까, 어………"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내가 이겼다는 증거이다. 초등학생 체형의 중학생에게 이겼다라는 것은 대학생으로서는 자랑할 일이 아니지만.
"인간은 항상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세나는 강하게 외쳤다. 아마 이것은 내가 내놓은 선택지 중 1번 계열일 것이다. 소속사를 뛰쳐나오는 것.
그런데 강하게 외치면서 생각됩니다라고 소심하게 말하는 게 이해가 심히 되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잘 부탁해요☆"
아마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얻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애교를 부렸다. 아마 일반인이었으면 이 애교만으로 모든 것을 들어줬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귀여웠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15년이나 오빠로서 함께 한 나는 걸려들지 않는다.
"그럼 짐을 여기다가!"
나는 짐을 풀려는 세나를 온몸으로 저지했다. 아마 짐을 풀기 시작하면 이미 게임 오버일 것이다.
"일단 그럼 목욕부터~."
"목욕은 맨 마지막에 하는거야!"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와버렸다.
그러자 세나가 재밌다는듯이 쿡쿡 웃어댔다. 나는 세나의 등을 떠밀었지만 세나는 전력으로 버텼다.
그런데 좋은 수가 생각났다. 소속사가 계약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묻는지에 대해 약간 부풀려서 말해서 겁주는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니가 도망친 시점부터의 계약은 모두 다 취소됐겠지. 그리고 소속사는 네가 번 인세같은걸로 그걸 충당할 거 아니야? 그게 점점 커지면…"
"알고 있어. 나는 아이돌인걸."
귀여운 얼굴을 최대한 비장한 표정으로 바꿔 내 말을 끊었다.
능글맞긴 해도 꽤 꼼꼼한 성격이니까 계약서를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된다.
나는 일단 방 핑계를 대기로 했다. 쫓아낼 수 있는 소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넌 돌아가야 돼. 애초에 이 방은 너무 좁고…"
"괜찮아. 옷장속에라도 잘 수 있으니까."
또다시 말을 끊었다.
내가 밀리고 있다. 좋아, 이럴때는 내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겠다. 협동플레이를 가능케하는 전설적인 문명의 이기.
"이걸 찾아?"
뒷주머니를 뒤지고 있는데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어느샌가 나의 폴더식의 파란색 휴대폰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는 나에게 흔들어 보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뺏으려고 달려들었다. 세나는 도망쳤지만, 5평남짓되는 원룸에서 달아날 곳이라곤 없었다.
현관문 앞, 즉 막다른 길. 내가 협동공격을 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때,
"으아아아아아앙!!"
세나 갑자기 울음을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맨션 전체에 들릴 수 있을만큼 컸다.
울음. 그것은 어른들의 합동공격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어린아이의 궁극기였다.
당했다. 어린아이에게. 말과 행동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단단히 생각했지만 어린아이는 의외의 궁극기를 가지고 있었다.
"멈춰봐, 제발. 나 이러다가 쫓겨난다고. 여기 있게 해줄게."
나는 휴대폰을 돌려받고 위해 최대한 애절하게 부탁했다. 맨션에서 울음소리 쫓겨난 사람이 있긴 하지만 매일마다 그래서 그랬고. 나에게는 쫓겨날 수 있다는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말에 애절함을 더하기위해 비극적 소재를 가미했다.
그제서야 다행히 울음을 멈추었다.
나는 휴대폰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세나는 가방에서 두꺼운 종이뭉치를 꺼내 나에겍 건내었다.
그리고 보험설계사나 휴대폰매장 직원처럼,
"여기, 여기, 여기 싸인하세요."
라며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꽤 많은 조항을 보아 뭔가 있을 것 같았지만 경황상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세나가 가리키는 곳을 싸인, 싸인, 싸인할 수밖에 없었다.
30분간에 아주 긴 계약이 끝나고(거의 100개이상의 조항에 싸인했다)나는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내가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승기를 잡으려는 순간,
"93조 2항, 부모님과 소속사와의 전화는 일체 금지한다."
종이뭉치에 페이지를 넘기더니 말했다.
역시 노예계약인듯 했다. 나의 휴대폰을 인질로 잡은 부당한 계약이다.
하지만 나는 문득 편의점에 공중전화기가 생각났다. 나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두 팔을 벌려 나를 가로막더니,
"12조 2항, 일체 집밖으로 나가는 걸 금지한다. 생존을 위한 음식은 적어두면 내가 사온다. 카메라를 통해 집안의 감시를 허락한다."
노예계약의 한 항을 신명나게 읊조렸다.
"돈은?"
"내가 인세로 모은 돈이 있어."
"화장실에도?"
"모자이크는 완벽하니까 안심해."
"..."
나에게 돈다발을 내밀었다. 그건 족히 내 3년치 아르바이트의 급료를 훌쩍 넘었다. 인기 아이돌임을 실감했다.
노예계약은 내가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될 수 있게 설계되어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이런게 진정한 노예계약인가. 99조 9항까지 있는 걸 보면 완벽하군.
내가 감탄하고 있을 때, 세나가 TV앞에 앉아 TV를 켰다. 켜자마자 나오는 세나의 타이틀 곡, 두근두근.
세나는 TV에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불렀다.
싸구려 브라운관 TV에서 들릴 수 없는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나는 그 음색에 매료되고, 그 모습에 매료되어 멍하니 세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곧 정신을 차렸지만 세나는 내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것을 눈치채었는지 노래를 그만뒀다.

"나 먼저 씻을게."
세나는 현관문 옆의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세나는 땀에 온통 젖어있었지만 딸기냄새가 나서 눈치채지 못했다. 역시 아이돌 파워인가하고 생각했다.
목욕탕 안은 작은 샤워실, 세면대, 변기가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세나에겐 작을 지도 몰랐다.
내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가운데, 세나가 모습을 나타냈다.
…전라의 모습으로. 어린아이치고는 몸이 굉장했다. 가슴은 없었지만 잘록한 허리는 괜찮을지도….
"뚫어지게 쳐다보면 세나, 부끄러워."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막았다. 그런데 세나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지만 몸을 가리지 않았다. 무슨 의도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옷... 없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봤다. 분명 입었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세탁해야 할 것 같았다. 나한테 여자옷이 있나 생각해봤지만 그런 건 없었다.
아, 맞을만한 옷이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에 입었던 잠옷, 어째서인지 짐을 꾸릴 때 가방에 딸려들어가 있었다.
나는 등을 세나에게 향해서 조심스럽게 옷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잠옷을 꺼내, 팔을 뒤로 돌려 세나에게 건내주었다.
물렁, 물렁거리는 물체가 손에 닿였다. 이 물체는 분명,
"히익..."
겁을 지레먹은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손을 빼고는 잠옷을 땅바닥에 놓았다.

"다 됐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뒤로 돌아봤을때는 약간 큰 남성용 파란색 잠옷을 입은 세나가 서 있었다.
그 모습도 의외로 무지하게 귀여웠다.

어느새 9시가 되었다. 세나는 졸린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개어놓은 이불을 바닥에 깔았다. 하지만 이불은 한개밖에 없었다.
"오빠, 잘자."
내가 이불을 펴자 나를 배려해주듯이 이불의 오른쪽 끝부분에 걸쳐 누웠다.
"너도."
나는 세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왼쪽 끄트머리에 누웠다.

새벽을 알리는 부엉이소리가 들렸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나는 13살때까지 세나와 같이 한 침대에서 잤다. 하지만 14살때 사춘기가 온 이후로 나는 방을 가지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해 방을 얻었고, 침대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맨 처음 침대에 잤을때는 적응의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몰래 거실로 나가 여동생을 깨웠다. 그리고는 내 방으로 데려가 함께 침대 위에서 잤다. 그 한번 이후로는 같이 잔 기억이 없다. 그 후로는 혼자 자는것이 두렵지 않았다.
아마 이건 여동생과 내가 오랜만에 같이 자는 것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어릴때마다 세나가 잠이 안 올때마다 불러주던 노래가 기억났다. 엄마에게 전수받은 그 노래가.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동산 뒷동산에"
나는 조용히 노래를 불러보았다.
잠꼬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목소리가, 내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가 노래를 이어갔다.
"새들도 아가양도 잘도 자는데"
그 다음 가사를 몰라 이어갈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시원해졌다.
걱정거리들은 남아있었지만 어떻게든 해결될것만 같았다.
스르르, 정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한 상태로.

Writer

기만자


 라이트노벨 워너비, 노블엔진 1챕터의승부 6기 최종심사작으로 붙었지만 곧 떨어질 듯 OTL.


 SF 쓰고 싶다.



↑와 중딩 때 썼던 건데 아직도 남아 있네. 나 졸라 커엽;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62'이하의 숫자)
of 62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