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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전쟁]그녀의 시간, 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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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 그의 기억-


“…해서, 이번에 굼벵이가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것은 비 한번 내리지 않았었던 여름의 시간이 지나고 있었던 도중의 일이었다.

“에에~? 난데없이 전학인가요?”

“뭐, 전학을 가도 똑같겠지만… 키득키득.”

“그래도~ 좀 아쉬운데~”

갑작스럽게 결정된 이사였다. 이른바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으로, 좋은 상황에서 결정된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분위기만으로도 그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나를 바라보지도 않으셨다. 다만, 그 뒷모습에서 말 할 수 없는 무게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평소라면, 평소대로라면 아버지의 결정에 우선 불평부터 하시는 어머니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

어머니는 그저 아버지와 무엇인가를 조용히 이야기하셨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이번 일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내가 어떤 말을 한다고 할지라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다못해 짐을 더 씌우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럼, 작별 인사를 들어볼까. 이번 주말에 가니까, 학교에 나오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고 말이지.”

막상 떠나는 날이 결정되었음에도 나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친한 친구는 없으니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모두, 잘 지내시길.”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형식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충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들을 사람도 없을 테니까.

“우에~ 설마 굼벵이가 폼을 잡고 있는 건 아니겠지?”

“드디어, ‘진화’라도 한 것일까?”

“아하하. 그건 너무했다~ 그래선 이미 인간이 아닌 걸?”

중학교에 입학해 벌써 2년째. 나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를 모두 ‘굼벵이’라고 불렀다. 심지어는 선생님들까지도 공공연히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나의 동작이 ‘굼벵이’를 닮았다는 것 때문이었다. 가끔 나의 외모와 체형을 보고서도 그런 말을 하지만,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기분 나쁜 별명이었다. 아무리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려고 해봐도 그렇게 되질 않았다.

하지만, 아무런 상관없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시에 가까운 취급을 당해온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처음에는 나를 무시하고, 벌레 취급하는 무리들을 전부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독한 생각까지 했었지만, 모두 부질없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원망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이 나를 무시하는 만큼, 내가 그들을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잘 지내. 민철아.”

나는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는 와중에 그녀로부터 작은 인사를 들었다. 그녀는 나만 알 수 있게끔 작게 말을 건네주었다.

“…응.”

나 역시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의 행동이나 말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런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녀와 특별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달콤한 착각에 빠질 수 있었기에.

그렇다. 나의 마음이 불편한 이유, 그녀 때문이었다. 나를 유일하게 이름으로 불러주는 사람. 너무 착하고 상냥해서, 나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나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으로 진급하고 난 다음이었다. 그녀와 같은 반에 소속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었다. 남녀의 사이가 다 그렇듯, 같은 학교의 같은 반이라고 할지라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 자기소개를 했다. 담임에 의해서 겉치레로 했었던 자기소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소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와 단 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 내 이름은 알지? 에헤헤. 잘 부탁해♪”

그녀는 나를 향해 밝게 웃으면서 손을 건넸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척이나 부드럽고, 무엇보다 석양에 녹아든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거의 반대에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소녀의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애석하게도 나의 부족한 어휘로는 그녀를 전부 설명할 수가 없었다.

노을이 아련하게 타오르는 날, 그때였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그리고 내가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그녀는 마치 ‘유명인’과도 같았다. 아름답고, 성격도 좋으며, 공부도 잘하고, 거기에 주변의 평판까지 좋은, 어쩌면 만능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로 완벽했다. 소문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그것이 단순한 소문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였지만, 그녀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일은 꽤나 적었다. 내가 못 본 것일까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요령’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우직하고 보이는 그대로 해결하려고 했고, 그 모습이 바보처럼 보일 때도 많았다. 편한 길이 분명히 있음에도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서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싫어했다. 그것만 아니라면 참 좋을 텐데 하면서. 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선택’이 아닌가. 내가 그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응원을 하는 것 말고는 없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성격덕분에 학교에서의 자잘한 일들은 거의 대부분 그녀가 맡게 되었다. 혼자서는 버거운 일들이 많은데, 그걸 전부 해내는 모습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그녀의 행동에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선 듯 나서지 못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나의 취급이 변변치 않으니까, 항상 무시를 받고 있는 존재이니까, 그런 내가 그녀와 붙어 있으면 그녀가 나처럼 바보취급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정말? 고마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도래하려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일을 도와주었다. 물론, 절대로 비밀이지만.

그녀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줬다. 실수만 연발해서 결과적으로 일이 늘어버렸는데도, 그녀는 괜찮다고 말해줬다. 그 말에서 겉치레나 단순히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에 나는 더 많이 그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녀의 일을 곧잘 도와주곤 했다. 휴대폰을 통해서 가끔 연락도 하고, 주말 같은 한가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도 있었다. 그래봐야 두드러지게 한 것은 없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지루하다거나 따분하다는 말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녀가 그것을 좋아했기에, 나도 좋아하기로 했다.

언젠가 그녀를 도와 도서관에서 책의 정리를 하고 있었던 날이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져 물어봤다. 어쩌면, 처음 그녀를 도와주기 시작했을 때부터 궁금했었던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째서 이런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누군가가 강제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칭찬을 받기 위해서라면 지나칠 정도였다. 흔히 말하는 ‘내신’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런 나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헤에~ 듣고 보니 진짜 그러네? 에헤헤. 나, 왜 하고 있을까나~?”

나는 억지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녀가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 질문을 철회해버렸다. 나의 말에 그녀는 손에 들고 있었던 책을 내려놓고 가만히 창문을 바라봤다.

“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왜 하는 것인지. 다만, 옛날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 그 일에 대한 보답이라고나 할까.”

그 말을 하고 있는 그녀는 조금 슬픈 듯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곧 멋쩍게 웃으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떤 선택이었든, 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어, 저기 봐! 고양이가 있어!”

“정말! 어떡해~!”

“저러다간 차에 치일 텐데.”

아이들이 보였다. 많은 아이들이 횡단보도로 가는 길의 중턱에 서서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고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을 할 뿐, 누구하나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한 소녀가 달려 나갔다.

“내가 구해줄게!”

소녀는 차가 지나가지 않았던 타이밍을 노려 도로로 달려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는 높이 무엇인가를 들어 올렸다. 갈색의 줄무늬가 그려진 작은 아기고양이였다.

아이들은 기뻐했다. 위험하니까 빨리 오라는 말도 했었다. 소녀는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꼭 안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불과 수 초 만에 소녀와 정면으로 닿을 큰 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 소녀는 발걸음을 떼려다가 트럭을 봤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 돼!!”

소녀를 보고 있었던 시야는 어느새 소녀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소녀와의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트럭이 닿는 것보다 빨리 소녀에게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소녀를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소녀를 밀쳐내었다. 그리고 소녀가 채 넘어지기도 전에 소녀를 보고 있던 시야는 칠흑으로 뒤덮여 버렸다.

………

……

시야에 천천히 빛이 들어왔다. 눈앞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양이를 구했던 소녀만은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몸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온몸에 격통이 느껴진 것 같았지만, 그 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한 손으로 주머니를 움켜쥐는 것이 느껴졌다. 무엇인가 작은 상자 같았는데, 쥐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찌그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소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눈물을 보고 있으려니 닦아주고 싶었다. 소녀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러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거의 눈이 감기려는 무렵, 오른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새빨갛게 범벅이 되어 있는 팔이었다.

그리고는 시야가 완전히 닫혀버렸다.



무척이나 이상한 꿈이었다. 꿈을 꿨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더 이상한 것은…

“……”

내가 울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른 채로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그것이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어느새 수업은 끝나가고 있었지만, 여운과도 같은 것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까지 계속해서 미뤄왔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이 오기까지 줄곧 말이다. 그녀와 보내는 시간이 그저 좋아서, 마냥 좋아서, 언제까지고 계속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이런 나의 바람은 그저 허무한 허공의 헤맴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사실, 그녀와 어떤 특별한 관계 같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일을 도와줬을 뿐이니까.

그랬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런 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흔히들 말하는 ‘사랑’이 이런 것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설령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해도, 나의 존재가 그녀에게 민폐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내가 그녀를 도와주는 일이 여전히 비밀이라는 것은 그 사실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

그러나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짧은 시간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녀의 곁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생각만 강해졌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알고 있었다. 전하지 않으면 절대로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웃기지 않은가. 제대로 표현도 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전한단 말인가.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지만,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갔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이 학교에서의 모든 것이 끝난다.


나는 멍하니 교실에 있는 창턱에 기대어 운동장을 바라봤다.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건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멍하니 그렇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닫혀 있는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그녀였다. 그녀는 조용히 교실 문을 닫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처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오늘 같은 날이었다. 노을이 비치는 교실에서 말이다.

그녀는 가만히 나와 똑같이 창턱에 기대 무엇인가를 멀리 바라봤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작게 말했다.

“…미안해.”

그녀는 꽤나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유를 물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자, 나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녀를 마주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차마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지만,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말했다.

“혹시, 괜찮으면 들어주지 않을래?”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나에게도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 나는 엄청나게 못난 아이였어. 매사에 싫은 표정만 짓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싫어하고… 아무튼 모든 것이 싫었던 때가 있었어. 나 자신마저도….”

그녀가 시작한 이야기는 다름 아닌 자신의 과거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접근해오는 것도 너무 싫었어. 바보 같지?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같이 놀자고 권해오는 것이 쉬울 리 없을 텐데, 그것마저도 거절해버리다니.”

열린 창문을 통해 바람이 들어왔다. 여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바람은 교실에 잔잔히 머금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자꾸만 다가오는 아이가 있었어. 밀어내도 오뚝이처럼 계속 다가오는 아이. 뭐든지 자신없어하고, 툭하면 울던 나에게 다가와서 도와줬지. 그 아이도 나와 별 다른 처지는 아니었어. 뭐든지 서툴고, 덤벙대고, 잘하는 것이라고는 ‘돌격, 앞으로!’ 같은 느낌의 활발함 정도? 쿠훗. 지금 생각해보니 참 이상한 아이였네.”

그녀는 과거의 재미있었던 기억이라도 떠올린 것인지 피식 웃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조금씩 흔들렸다.

“그 뿐만이 아니야.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지켜주겠다며 나섰는데, 아무것도 못해보고 호되게 당한 거 있지? 얼굴은 멍이 들고, 코피를 흘리고 있었으면서도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치켜세울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와버렸어.”

그녀가 무엇을 이유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것이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그 아이를 보고 ‘아,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어. 처음에는 잘 해내지 못했지만, 점점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잘하게 되었고 어느새 모두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내가 되어 있었어.”

어떤 것을 지칭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의 그녀가 예전에는 아무것도 못했다고는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그 아이의 덕분이었지. 그래서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런데, 생각만큼 그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거야.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웠을지도 모르겠어.”

“계속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버렸어. 어느새 나는 많이 변해있었지. 뭐든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고,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어. 그 아이에 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 아무것도 못하는 그 아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 아이와 언제까지고 붙어 있으면 내 주변도 그렇게 되버릴까봐… 많은 사람들에게 받고 있는 관심을 언제까지고 가지고 싶었어.”

그녀는 조금씩 떨고 있었다.

“…그때도 여름이었지. 모두와 집에 돌아가고 있었는데, 차가 지나다니고 있는 도로에 아기 고양이가 머뭇거리고 있었어. 모두는 불쌍하다, 구해줘야 한다, 어떻게 하냐고 말을 했지만, 정작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내가 나서서 아기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갔어. 무서웠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때 나에게로 큰 트럭 하나가 달려오는 거야. 머릿속으로는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째서인지 움직일 수가 없었어.”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순간의 기억이었다. 그녀의 떨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밀쳐냈어. 나는 힘없이 넘어졌고, 귀가 찢어질 정도로 강한 파열음이 들려왔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트럭이 저 멀리에 서 있었어. 나는 황급히 뛰어갔어. 넘어져서 팔과 다리가 아파왔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지.”

그녀는 거기에서 말을 끊었다. 나는 가만히 그녀를 기다렸다. 살짝 바라본 그녀는 어느새 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그녀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이 너무나도 슬퍼보였다.

그 얼굴에 나는 어째서인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조금이라도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나인데, 울고 있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아이였어! 트럭에… 쓰러져 있었던 아이는…! 피를… 새빨간 피를 잔뜩 흘리면서!”

그녀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오열하듯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가 이렇게 작고 여리게 보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 단 한 번도 이렇게 보였던 적은 없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녀를 안았다. 안았다고 해도 무척이나 엉거주춤하는 동작이었지만, 그녀는 나를 붙잡으며 외쳤다.

“…미안! 정말 미안해! 나, 그때는 너무 무서웠어. 어쩌지 못할 정도로 두려웠어!”

그녀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눈물에 묻혀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어도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그때의 그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이런 모습은 정말이지 처음이고,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냥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을 전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녀를 위로하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그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혹시, 모르셔도 괜찮으니 꼭 들어주세요.

유치하고, 진부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내색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이 이야기를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매사에 자신이 없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마음먹고 한다면, 무엇이든 잘하는 재능을 가진 아이였습니다만 ‘용기’가 없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무엇인가를 해서 남들보다 두드러지는 것도, 두려워하는 아이였죠.

그 소녀의 옆에는 무엇이든 열심인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잘하는 재능이라고는 없는 아이였죠. 열심이지만, 방법이 너무 나빠서 안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아이의 유일한 재능은 ‘용기’였습니다. 누군가의 앞에 설 수 있고,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였죠.

이런 두 명의 아이가 서로 만나게 됩니다.

소년은 언제나처럼 소녀에게 다가갔고, 소녀는 언제나처럼 거절했습니다. 소녀에게는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편했으니까요.

그런데 소년은 소녀에게 자꾸만 노크를 합니다. 같이 놀자고. 같이 뭐라도 해보자고.

계속되는 부름에 소녀는 드디어 소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까지 소년만큼 오랫동안 소녀를 불렀던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소녀는 소년을 만나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잔뜩 경험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둘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울고 있는 소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잔뜩 움츠러들어있는 소녀를 괴롭히는 아이들 때문에 소녀는 울고 있었지요.

소년은 그길로 아이들에게로 뛰어갑니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외칩니다. 괴롭히지 말라고 말이죠. 자기가 저 아이를 지켜주기로 결정했으니까 괴롭히고 싶으면 자기를 괴롭히라고.

바보 같은 말이었지만, 소년의 표정은 진지했습니다. 아이들은 소녀대신 소년을 타깃삼아 괴롭혔습니다. 무척이나 일방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소년은 주먹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당하고 말았으니까요.

소년은 한쪽 눈이 멍들고, 코피를 흘리면서도 소녀에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며 장렬한 싸움이었다고 말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바보 같아서 소녀는 울면서 웃어버리고 맙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소녀에게 사람들에게 나서길 권합니다. 자기가 보기에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말이지요.

소녀는 주저했지만, 소년은 응원했습니다. 그래서 소년의 덕분에 용기를 가진 소녀가 사람들의 앞에 나섰고, 사람들은 놀라게 됩니다. 소녀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고 말이죠. 사람들은 소녀를 다시 보게 되었고, 소녀에게는 즐거운 나날이 펼쳐집니다. 이제까지 없었던 친구들도 잔뜩 생겼기 때문이죠.

그러는 사이, 어떻게 된 것인지 소년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어버렸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던 소년은 오히려 빈축을 사게 되어, 가까이 있었던 친구들도 멀어진 상태였습니다. 그 모습이 소녀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저 아이가 자신의 친구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물어보면,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곤 했습니다. 소년에게는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기껏 생긴 친구들이 다시 떠나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죠.

하루는 소녀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소녀가 다가가 구조에 성공했지만, 그 직후에 큰 트럭이 소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때는 많은 소녀의 친구들이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도 선뜻 나서지 않았죠. 비록, 짧은 순간이기는 했지만 소녀를 위해 나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습니다. 움직이고 싶어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누군가가 소녀를 강하게 밀쳐냈습니다. 소녀는 넘어졌고, 그 뒤로 귀가 아플 정도로 강한 파열음이 들렸습니다.

정신을 차린 소녀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저 멀리에 멈춰서 있는 트럭이었습니다. 소녀는 황급히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소녀를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소년이었기 때문이었죠. 피를 잔뜩 흘리면서 힘겹게 눈을 뜨고 있는 소년은 소녀를 보더니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던 소녀를 향해 소년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움직여 브이사인을 만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정신을 잃었지요.

그것이 소녀가 마지막으로 본 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소년은 더 이상 소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요. 병원에 실려 갔지만, 소녀는 따라가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소녀는 소년의 집으로 찾아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소년의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소년이 입원했었다는 병원에 찾아가 행방을 물었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피로 얼룩진 작은 상자를 하나 받게 되었습니다. 소년이 소녀가 찾아오면 전해달라고 했었다면서 말이죠.

그 상자에는 음표의 모양을 한 작고 아름다운 은색의 목걸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상자 안에는 작게 생일을 축하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죠.

그랬습니다. 소년이 사고를 당하던 날은 소녀의 생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소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었던 도중이었죠.

병원의 프런트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소녀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됩니다.

소년이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기억의 일부를 잃었노라고. 그것도 보통의 기억상실이 아니라서 기억을 되찾을 가능성이 없다고.

소녀는 소년이 선물해준 목걸이를 꽉 쥐고는 언제까지고 울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엉망이 될 때까지 울었습니다.



……알고 있다. 충분히 알고 있는 일이었다. 나의 머릿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것에 내가 눈물을 흘린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가 기억해주길 바랬지만,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가 잊어버린 기억 속에 나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그라는 것은 얼마 전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도 우연히 말이다. 초등학교 무렵에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라서 주저앉을 뻔 했다.

처음에는 이름만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행동이 그와 비슷해서 설마 싶었지만,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애당초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느닷없이 알게 되다니…

아니, 어쩌면 바랐을지 모른다. 너무도 간절히 원했기에, 막상 이루어졌을 때의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목에 걸려있는 은색의 음표 목걸이를 꺼내 바라봤다. 밑에 박혀 있는 구슬은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분명, 어느새 인가 나는 그가 좋아진 모양인가보다. 만날 가능성 따위 없을 것이 당연한데도 아직까지 이 목걸이가 나의 가장 소중한 물건이니까.

힘겨운 발걸음을 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운동장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교문이 나온다. 교문에 다다랐을 즈음, 뒤에서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나는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잔뜩 진지한 표정이 되어 숨을 헐떡이는 그의 표정에서 이전에 나를 지켜주겠다던 작은 소년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기다려줘! 나를… 기다려줘!”

어째서인지 모르게 다시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그를 떠나보내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 조금만이라도 기회가 있다면, 그 무엇이 대가가 되어도 좋으니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나, 잘 말할 수 없지만… 너의 곁에 있고 싶어…. 너를 지켜주고 싶어. 어쩌면… 내가 너에게 지켜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나의 고집이고, 이기심에 불과했다. 설령 그가 떠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해야 했을 이별이었다.

“미안해.”

“…어…?”

“…그러니 …부탁이야. 그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줘…”

나의 볼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우리의 정적을 덮어주었다.

그는 나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잠시 동안,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기뻤다. 내가 그를 생각하는 것만큼 그도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냥 기뻤다.

기뻐서, 너무 기뻐서…

그래서

슬퍼서, 너무 슬퍼서…

그렇지만 그때에 했었던 말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것이 내가 그를 위해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길이었기에.



“그럼, 방법이 없는 겁니까?! 당신, 의사잖습니까!!”

“죄송합니다. 저희로써도 방법이 없습니다.”

하얀색이 전체적으로 감돌고 있는 어떤 공간에서 한 사내가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설명을 해보란 말입니다!!”

하얀색의 가운을 입은 남자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우리도! …우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습니다!”

사내는 오열했다.

“제기랄! 젠장! 젠장!!”

“그 어떤 이상도 없는데!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하얀색의 가운을 입은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연신 컴퓨터를 두드렸다. 그러나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었던 가운을 거칠게 벗어 바닥에 집어 던졌다.

“나란 새끼가 의사라고! 웃기지마! 웃기지 말란 말이야!! 원인이 없는데 죽어가는 병이라고?!! 그딴 게……! 젠장!”

사내는 털썩 주저앉았다.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얼굴은 이내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미안해. 아빠가 미안해… 미안해…”


아주 어렸을 적, 내가 몇 살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것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의사선생님과 했었던 이야기. 그것은 내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때의 아버지는 괴로워하셨다. 나는 그때의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살면서 봐왔던 아버지의 그 어떤 모습보다도 괴로워보였기 때문이었다.

의사선생님은 중학교 2학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 그런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에 나는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는 아버지의 괴로운 표정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하고 지내기로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자신을 속이면서.

그때부터였다. 내가 자신 없는 행동과 함께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한 것이.



PS. 잡다한 이야기.

--처음으로 단편을 써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만, 매번 그러니까 최대한 절충해서 1차 수정만으로 끝을 냈습니다. 계속 하다가는 못 올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 소설은 '재미'있지 않으니까요. 단순한 '코믹스러움'의 재미는 없습니다.

어쩌면, 아니 필연적으로 진부할지 모릅니다. 교통사고, 기억상실, 시한부 인생... 이 모든 것이 소위 말하는 '막장'의 테크를 타기 딱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극적인'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만 취사선택은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미숙한 필력으로 어디까지 담아내는가가 관건이었겠지요.

사실, 곳곳에 설정구멍이 있고 설명도 부족하고 요즘의 '사랑'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나름대로의 테마는 '순수'였지만...

글에게 미안하지 않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갈길은 멉니다만, 나름대로 힘내볼려고 합니다.

여담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그저그런 하나의 이야기를 읽어주신분들에게감사를 표합니다.

덧붙여서, 토대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에게 감사를. 언제 술 한번 사야지. 언제의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Writer

투명한빛

투명한빛

맛있는 글을 쓰자.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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