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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大피라미드게임 -1권- 고양이의 기사knight of cat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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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발전하는 고양이섬

 

 

서울 시내. 3류 가쉽잡지 플레이서울의 편집장실.

새치머리에 마른 30중반 남자가 책상 앞에 선채로 야단 맞고 있었다. 매부리코 편집장은 기사원고가 인쇄된 종이를 흔들며 짜증을 냈다.

이게 뭐야?! 이따구 심심한 것만 쓸 거야? 가뜩이나 발행부수 떨어지는데! 특종 바라지도 않아. 갠찮은 수준은 되야 할꺼아냐?! 그래안그래?!”

오늘도 어김없이 히스테리 편집장의 스트레스 해소감이 된 조기자는, 결국 고양이섬에 출장가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근자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은밀하게 소개되고 있는 정보를 지면에 수록할 생각인가보다, 편집장은.

옥상에 올라와 벽에 등을 기댄 조명훈(39)은 하아 한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내려 바닥에 앉았다. 상의포켓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오늘따라 라이타불도 잘 안켜졌다.

고양이3호섬에 외국미녀들이 많이 와 헌팅코스로 유명해서, 남자들만의 입도入島 케이스가 많았다. ‘이렇게 하면 당신도 백마 탄다!’ 라는 낯 뜨거운 고양이섬 둘레길 도보헌팅 가이드 블로그는 연일 최대클릭수를 자랑했다.

매부리코 편집장은 자정기차를 타고 내려가라 했다. 열차 안에서 눈붙이고 첫배로 고양이섬으로 가 백마미녀헌팅 백태기사를 하나, 그리고 고양이섬에 간김에 다른 기사도 한두개 더 써오라고 했다. 매스컴을 가려받는 고양이기사를 취재해오면 금상첨화고 말이다.

‘×, ×튼새끼, ×! 늙은 것이 돈독이 올랐어, !!’

담배필터를 씹으며 명훈은 편집장을 욕했다. 원래라면 내일 아침 시간에 서울서 여수신풍공항으로 비행기타고 가던지, 아니면 아침 열차로 내려가야 하는데 놈은 체류비·여관비도 아까워한다고 명훈은 투덜댔다.

‘SKY대학을 나왔는데, M대통령처럼 고려대를 나왔는데 이처럼 쓰레기취급이라니...’

명훈은 고개를 치켜들고 멀거니 하늘 위 떠가는 구름을 보았다. 3류 가쉽잡지라 그동안 취재요청은 번번히 거절 당했다, 고양이기사의 여비서에게.

남궁경이라 했지? 얼굴 조막만한, 연예인같은 미녀비서...’

서울3대 대학을 졸업한 자기는 이처럼 개같은 편집장 밑에서 빌빌되는데, 고졸 고양이기사 황도화는 현재 ‘1100억의 사나이로 통하고 있었다. 이틀전 발행부수 1위의 가쉽잡지 선데이한국의 특집기사였다.

오후 640. 지친몸으로 터덜터덜 지하철 승강장 원목의자에 앉은 명훈은 서류가방에서 잡지를 꺼냈다. 매부리코 편집장이 그걸로 자신을 갈구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버스승강장 옆 가판대에서 사온 고양이기사 특집편이 실린 선데이한국이었다.

고양이섬재단이 신사업들을 하며 주식회사 고양이섬이 되었다. 현재 주식 시가 평가총액은 1100억이었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거란 전망이었다. 명훈은 한숨을 쉬었다.

집에 돌아오니, 식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아내가 당신 오셨어요?” 하며 피곤에 쩐 목소리로 반겼다. 아이들 학원비에 보탠다고 식당 파트타임 일을 하고나서부터 이 모양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비번일텐데 어지간히도 피로했나보다하고 아내의 풀기없이 푸석해진 머리칼을 보며 명훈은 생각했다.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가 무섭게 올랐다. 배추가 금추였고, 고춧가루는 네다섯배 폭등 이처럼 식료품비가 올라서 외식도 끊었지만, 아내가 차려준 저녁밥상은 찬이 초라했다. 이렇게 아끼고 아껴도 돈이 빠듯한 걸 보면 자신의 인생은 잘못된 게 아닌가 명훈은 생각했다. 한국3대 대학인 SKY를 나온 자신이 이처럼 아내를 힘들게 만들었음이 죄가 아닐까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자 밥이 썼다. 그래도 꾸역꾸역 구겨넣으며 야간출장을 어찌 말할까 고민하는 명훈.

 

* * *

 

고양이 3호섬.

냥이뽀섬은, 고양이3호섬의 여러 명칭 중 하나였다.

아라비아 숫자 ‘3’이 뽀뽀하려고 입술을 내민 것처럼 보여, 뽀냥이섬이라고도 불렸다.

 

뽀뽀하는 고양이섬.

뽀뽀하는 냥이섬.

뽀뽀냥섬.

뽀냥이섬.

 

고양이섬재단에 사외이사를 투입한 다음DAUM 애묘카페 회원들. 그들은 서로 설왕설래說往說來하다 최종적으론 냥이섬이라고 합의를 이뤄 냈다.

포털 애묘카페들의 공지로 냥이섬’, 그 중 3호섬은 뽀냥이섬이라고도 지칭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하는, 애묘가들이 지은 이 이름은, 곧 그들만의 고유명사가 되고 말았다.

냥이섬이 유명해지고 방문객들이 늘어날수록 섬은 일반인들의 마인드에게까지 파고들었다. 캣테라피와 제주둘레길과 같은 고양이의 산보’, 마녀의 안식처가 유명해져, 기존 애묘인들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관심 없던 비애묘인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그러자 고양이섬이라는 단순명사가 가장 일반에 회자膾炙되었다.

 

2012 해양엑스포가 열리는 통합여수시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출발하면 가깝고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위치한 고양이3호섬에 도달한다.

먼저 북 숫코양이섬이 보이게 되는데,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처럼, 모자형태의 섬이었다. 식수가 솟아나는 샘이 없기에, 빗물을 받을 넓적하고도 둥그런 직경 1.5m의 낮은 높이 빨간 고무대야를 군데군데 두어 냥이들이 물을 섭취할 수 있게 하였다.

이 북 숫코양이섬은 썰물때, 30m의 바닷길이 남쪽으로 열려 90m 떨어진 암고양이섬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암고양이섬에서 숫코양이섬까지의 케이블카 논의에 고양이들도 사람손 안 닿고, 스트레스 안 받을 쉼터 공간 필요합니다!’ 라는 사외이사의 조언에 따라, 다리 설계가 전면백지화 되었다.

숫코양이섬 곳곳엔 여수수산대학생들이 MT캠핑하고 나서 뱉은 포도씨들이 자라, 청포도 넝쿨들이 섬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열매 맺을 철엔 청빛 포도덩이들이 무인도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덤불 바닥으론 1~2cm의 검은 도마뱀들이 뽈뽈뽈뽈 빠르게 기어 다녀, 재단직원들이 주는 사료에 질린 냥이들의 좋은 간식거리가 되었다.

암고양이의 아랫배에 해당되는 부분은 쏙 들어간 만으로써, 여객선이 입항할 수 있는 섬 유일의 대형접안부두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기점으로 섬 유일의 인간밀집구역 관광객용 펜션들과 유스호스텔, 재단직원의 사택이 있는 캣마을이 있었다.

고양이섬 곳곳의 고양이들은 자주 꼬리를 하늘로 곧추세우고 걸어 다녔다.

고양이의 산보둘레길 곳곳엔, 모종삽에 긴 손잡이를 붙인 부지깽이삽이, T자형 나무기둥의 고리에 다섯 개씩 매달려 있었다. 이것은 관광객들이 직접 둘레길을 걷다가,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고양이똥을 나무 아래 흙에 파묻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비료가 되도록 말이다.

고양이섬의 가장 대표적인 과실수로 개복숭아나무와 섬벚나무가 육성되고 있는데, 그 천연비료가 바로 고양이들의 똥이었다. 암수 고양이섬 모두엔, 여수산 개복숭아나무와, 여수여천 앞바다 섬들에서 자생하는 섬벚나무의 성목·종자묘목들이 심어졌다.

벚나무들이 많아지자, 뽀냥이섬의 참배객들 중 유럽인 · 미국인들이 사쿠라, 사쿠라!” 하며 일본나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다가 왜 이렇게 일본나무가 많으냐?”는 백인들의 거듭되는 질문에, 섬 접안시설 부두에 커다랗게 공고문을 세웠다. 영어,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대표언어들의 복합문으로.

 

벚나무(사쿠라)는 한국 제주도가 원산이며,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 했을 때 자국의 나무로 유명화시킨 것일 뿐이다! 남해섬들에 자생하는 섬벚나무야말로 진정한 벚나무(사쿠라)!

1962년 한국학자들에 의해 제주도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됐고, 1965년 왕벚나무 자생지 2곳이 천연기념물로 등록됐다!

2001, 산림청 임업연구원 분자유전학연구실에서 한·일 왕벚나무를 대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지문분석을 벌인 결과, 한라산이 원산지인 사실을 규명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냥이섬으로 조사차 파견 온, 산림청 임업연구원 교수가 찍은 사진을 커다랗게 인화하여 붙였다. 섬벚나무 가지에 앉은 희귀조 파랑새 사진으로 이게 진짜 고도리다!라고 말이다. 다분히 유머러스한 안내판이었다. 고양이섬재단 직원들은 이렇듯 뭍의 유교 위계질서 기업들관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였으며 섬의 특성상 애묘가들의 비중이 높았다.

 

초기엔 입도入島인 중에 한국인이 많았다면, 이제는 일본인, 중국인, 서구인 등 다양한 인종의 많은 손님들이 오고갔다.

구미백인들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마녀의 안식처때문이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마녀의 안식처로 순례 온 참배객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단지 관광차 들른 사람일지라도, 왠지 숙연해져서 그들을 따라 안식처에 꽃을 사서 바치는 섬내 풍습이 생기자, 재단소유 고양이꽃집들에선 생화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뽀냥이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항구도시 여수.

통합시로 행정개편되어, 구 여천군과 여천시를 흡수하여 전남 최대크기로 확장된 이곳.

여수시에서 돌산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커다란 섬.

돌산갓김치로 유명한 돌산섬은 그렇기에 예상 밖의 활황을 누리고 있었다.

메뚜기들이 가로등 불빛아래 도로든 들판이든 바글바글 대던, 놀리던 쓸모없는 땅에 하나둘 꽃비닐하우스가 생겨나더니 급기야는 대규모 화훼단지군락을 이뤘다. 여천시, 돌산 외의 구여천군 지역에서도 화훼비닐하우스가 생겨나긴 하였지만, 돌산섬이 고양이섬으로의 꽃공급량 최대공급처로써의 입지는 놓지 않았다.

 

고양이섬의 길을 걷노라면, 진한 개복숭아나무 특유의 향기가 가득했다. 이 향은 사람한텐 유익한데, 해충들한텐 기피되기에 개복숭아나무는 진딧물이 생기지 않았다. 살충제가 필요 없는 묘목이었다.

또한 여수·여천 앞바다 섬들에서 자생하는 섬벚나무 종자 묘목들을 곳곳에 심어, 기존에 자라고 있던 성목 섬벚나무들과 함께 섬의 녹음을 풍성하게 책임져주고 있었다.

제주의 둘레길처럼 이곳도 섬을 빙 돌고 내부도 관통하는 고양이의 산보길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두어 인기만점이었다. 뭍에서 놀러온 가족들은 참으로 만족하는 관광처였다.

섬벚나무가지가 해풍에 살랑이고 그 열매를 자유롭게 따먹을 수 있음이니, 가족단위로 온 이들은 부모가 아이에게 따주고, 어른들도 자유롭게 따먹었다. 나무를 상하게 하지 않도록 나무보호하며 열매채취라는 작은 팻말들이 간간이 보였다. 당연히 개복숭아 열매도 따먹을 수 있었다. 단지 무분별한 채취로, 뒤에 온 관광객들의 몫이 남지 않기를 경계하여, 그 자리에서 먹을 분량만큼만 딸 수 있게 하였다.

복숭아 과수원집 아들, 재수생이 고양이기사가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였다.

()복숭아 나무는, 섬을 방문한 애묘인들이 심심찮게 알아서 심기도 했다. 복숭아 과수원집 아들인 섬주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표시하는 예의로써 시작된 것이었다.

포털 다음DAUM 냥이네 카페에서 시작된 냥이섬에 산복숭아나무 심기운동!’3호섬을 넘어, 2호섬, 1호섬에까지 전파되었다.

이렇듯 고양이섬들은 개복숭아나무와 섬벚나무를 위시한, 손길이 필요 없는 과실수로 멋지게 꾸며져 갔다. 매실나무도 간혹 심겨졌다.

3호섬의 마녀의 안식처 성공에 고무돼, 마녀의 무덤 수는 계속 늘어났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늘어난 것은 아니며, 유럽땅에서 국가·지자체가 관리안하는 버림받은 마녀 유골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합법한 절차에 한국으로 이장해오고, 그 사연까지 촬영 · 수집하여 넣어둠으로써, 소소한 개인의 사연까지 기록된 마녀추모관이 설립되었다.

이 여자는 어떤 식으로 누명쓰고 고문 받은 후 죽었는지…….

이것은 유럽 마녀추모관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애도보다 차별화된, 한국 고양이섬만의 특징이었다. 이 스토리성이 희생자를 단순히 숫자로만 보는 게 아닌, 그 개개인 본인의 억울했던 입장에까지 동화되게 하였다. 다양한 수법으로 죽임당한 여인들 각각의 누명쓴 사연에 눈물짓고, 분노하며, 오열하고 통감하였다. 또한 중세시대의 마녀자백에 사용했던 그 끔찍했던 각종 고문도구들과 실물크기 인형을 이용한 고문당하는 장면들 복원전시관은 충격적이었다. 오죽했으면 그곳은 18세 이상 성인들만 들어갈 수 있게 해두었다.

 

1호섬과 2호섬에는 주로 사연이 남아있지 않는 마녀들의 무덤이 생겨났고, 그 와중에 작은 규모의 4호섬도 추가구입하였다. 물론 관광객, 추모객들이 접안해서 참배할 수 있는 기본적 식주食住시설이 있는 곳은 아직은 3호섬이 유일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자금이 많이 소비되었다. 마녀희생자들 조사를 위해 고양이섬재단 소속 조사관들이 유럽 각국 현지에 파견되었다. 그렇게 각 나라들에서 내팽개쳐지고 관리를 하지 않는, 버려진 마녀누명 희생자 여인의 유골들을 조심스럽게 한국땅 고양이섬들로 이장해 왔다.

유골의 나라외 반출에도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당연히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고, 고양이섬들에서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사료값이 있기에, 둘이 합쳐지면 큰돈이었다.

관광 · 테라피로 적절한 수입이, 안정적으로 생기기 시작하는 고양이섬들이었지만, 도화가 큰돈 쓸 땐 여비서 남궁경의 눈치를 보는 이유였다. 헛된 데 돈 함부로 쓸 기색이 보이면, 그녀는 연예인 같은 조막막한 얼굴의 백금색 안경테를 고쳐 쓰며, 꼼꼼히 따져댔다. 그래서 도화는 이것저것 마구잡이 쇼핑식으로 흥청망청 돈을 써볼 수 없었다.

대표이사인데도 말이지

하고 도화는 속으로 투덜댔다.

게다가 이제는 이름 바꾼다는 것에조차 반대하고 있었다.

 

남궁경은 171cm의 키에 중간크기의 가슴에, 잘록한 허리, 커트되어 오로라의 커튼처럼 드리워진 머리칼의 미인이었다. 단지 얼굴에 웃음기가 부족해 보인다는 게 단점이랄까? 딱딱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였다.

도화와 같은 22살이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똑부러지게 일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애늙은이 타입이라고 도화는 속으로 투덜댔다.

냥이섬의 테라피관은, 남궁경이 냥이네카페 회원일 때 입안하여 도입하였다. 미래 창창한 서울대학을 자퇴하고 고양이섬재단에 투신! 고양이 카페, 고양이기사 명품관, 고양이섬 둘레길 고양이의 산보등의 오늘의 고양이섬을 있게 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이끈 사업 열혈녀였다.

특기론 꼼꼼한 바느질 실력에 항상 반짇고리를 옷 속 어딘가에 지참하고 있어서, 칠칠맞게 단추 털어먹은 도화의 옷을 스피드하게 고쳐주었다. 바둑솜씨도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황도화의 개인적 평에 의하면, ‘그다지 여자로서의 매력을 느끼기엔 힘든 OL’이었다. 남궁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고양이섬재단에 입사한 것은, 바둑에서 다져진 과감한 승부 · 결단성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했다.

남궁경이 보기에 이 고양이기사남자는 부기도 모르고, 대차대조표도 모르는 터무니없는 풋내기였다. 그런 남자가 그 큰돈을 엉터리로 굴리려하는 걸 보고, 참을 수 없어 뛰어들었다. 경제에 대해 전혀 무지한 황도화라는 동갑내기 남, 어찌 이런 신비로운 일들을 벌일 수 있는지 정녕 불가사의해서, 강렬한 호기심도 마음 한편엔 있었다.

그래서 평상시엔 삭제 클릭쓰레기통에 넣었던 다음 냥이네 카페 오프라인모임 메일을 열었다.

고양이기사가 온다는 회차였기에!

그렇게 참석해 황도화를 처음 보게 된 후, 터무니없다고 여겼다. 새파란, 자신과 같은 나이임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말려들다시피 해서 한국최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스스로 박차고 나와, 이렇게 고양이들 바글바글 대는 섬에서의 생활로 인생이 바뀌었다.

원래는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그런데 이 정신머리 없는 남자는, 도화라는 이름을 바꾸겠다! 한다.

기가 막혀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사람이 너무 어이없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더니만, 딱 그짝이었다!

서구적인 코 말고, 동양남자로서의 예쁜 코를 가졌구나라고 가끔은 보게 되는 도화의 코가 이때만큼은 밉상으로까지 보였다.

외국들에까지 홍보캐릭터에 들인 돈과 시간, 노력이 대체 얼만데!! 도화라는 이름과 과수원집 아들, 냥이섬에 심은 산복숭아 나무들이 대체 몇 그룬데!!’

이 철딱서니 없는 남자는, 정말 생각이 어렸다.

정신없이 전개되었던 고양이섬들의 격변기를 지나, 이제 좀 한숨 돌리나 싶더니만. 철부지 대표가 법원에 가서 예전부터의 소원! 개명신청! 을 하겠노라고 하는 순간, 이 꼼꼼하고도 능력있는 여비서는 속에서 로켓이 콰콰쾅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 철없는 남자야!!’

버럭 소리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냉정.

스스로의 열불남을 가다듬고,

조곤조곤 사근사근 말하려고,

노력하고 노력하는 남궁경이었다.

내가 많이 배웠으니까 노력하자, 내가 많이 배웠으니까 노력하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남궁경은 흡호흡호터질 것 같았던 격분을 다독였다.

이런 그녀의 감내함도 몰라주고, 도화는 답답해 미치겠다는 얼굴로 가슴을 팡팡 치며 말했다.

원빈 · 현빈 몰라?! 시크릿가든 현빈! 아저씨 원빈!”

그래서요?! 황빈?! 황 비었다구요?! 휑 비었다니 어감 나빠요!”

으윽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에 굴욕감 느끼는 도화. 하지만 곧 기운을 차리곤 말했다.

황현빈!! ! 그럼 황현빈이라고 고칠 꺼야!”

애도 아니고 떼쓰지 말아요. 도화의 캐릭터성, 고양이기사의 캐릭터성을 위해 산복숭아 나무를 얼마나 많이 심었는데 이제 와 이러지 말아요.”

라고 따끔하게 일침하는 남궁경.

!”

하고 좌절하는 도화.

이름도 황도화. 복숭아 연상하는 이름. 이름 좋아요, 조아.”

남궁경은 앙큼하게 고양이 쓰다듬듯이 남자의 머릴 쓰담쓰담하며 살살 달랬다.

이럴 땐 꼭 영락없는 여우같어.’

라고 도화는 생각했다.

시골 복숭아 과수원집 재수생이, 고양이기사가 되었다는 게 얼마나 극적인가요! 큰 홍보 효과 있어요. 그런데 그 귀한 이름을 버리다니 안될 말이에요.”

도화는 침울해졌다. 이제 돈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는데, 여전히 복숭아통조림 이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니. 급격히 우울해지는 기분이었다.

캣테라피엔 내가 가야 되겠어. 아냐, 돌고래라도 들여와서 돌핀 테라피급이 필요해.’

도화는 소파에 주저앉으며 좌절했다.

그런 도화의 맞은편에 앉는, 이 회색 오피스레이디 복장의 여비서 남궁경은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말했다.

당신은 D급 남자의 희망이 됐죠. 이름 바꾸는 거 용납 못해요.”

“D급 남이란 게 뭔데?!”

도화가 항의했다. 남궁경이 안경테를 슬쩍 고쳐 올리며 말했다.

한국 결혼 시장엔 A급 여자와 D급 남자만 남는다는 이론이에요. A급 남자는, B급 여자를 데려가죠. B급 남C급 여잘 데려가고. C급 남자는 D급 여잘. 결국 A급녀를 데려갈, 능력 있는 A급남이 없어지니, 시장엔 A급 여자와 D급 남자만 남죠.”

뭐야아 그게! 그래서 내가 D급이고, A급이란 말이야?”

남궁경은 안경을 살짝 고쳐 올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도화는 잔뜩 약이 올랐다.

 

도화의 집무실.

제로하우스 공법으로 지어, 단열재층 두께가 25cm를 넘기에 두꺼운 창틀엔, 식빵자세로 졸던 짙은 고등어무늬 고양이가 우갸갸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 없는 하품을 하였다.

3호섬 초기에, 재단직원들이 주던 사료공급소보다도 도화의 집에서 주는 사료냠냠하길 좋아하는 암컷 코숏(코리안 숏헤어, 한국길고양이)이 낳은 새끼 중 한 마리였다.

이 녀석만은 어릴 때부터 특이하게 도화의 어깨에 올라타기를 자주해서 애묘인에게 물어보니 터키쉬앙고라가 그 사람에게 많이 친해지면 무릎에도 올라타고, 어깨에도 올라간다고 했다. 그래서 도화가 페로 2라고 이름주어 키웠다. 다른 새끼들은 모두 뭍으로의 분양과 섬에 방생이 되었다.

금괴 입수하고 초기의 고양이대이주 작전때, 페로도 가끔 도화의 어깨에 올라타서 고양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단지 높이가 편해서 그런가 도화는 생각했지만, 터키쉬앙고라의 특성이었다. 도력을 지닌 페로였기에, 큰 성묘인데도 도화의 어깨에서 몸을 가누고 균형을 탁월이 조절하였다.

페로2세가 커감에 따라 그 용모가 터키쉬앙고라와 코숏의 혼혈이니 가늠하긴 힘들지만, 어렴풋이 페로의 모습이 겹치는 걸 보면, 페로의 자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커가는 걸 보니 예상대로 페로를 많이 닮아갔다.

하지만 말이 통하진 않았다.

페로가 특별한 거였지

라고 도화는 생각했다.

모든 고양이들을 지배하는 권능도 있고 말야.’

집 안에서 기르던 걸, 고양이 이동장에 넣어 집무실에 데려왔다.

남궁경이 귀여워하며 쓰다듬길 좋아하더니만 짝 손뼉을 치더니만 고양이기사의 캐릭터성을 강화하자고(?! 라고 도화는 생각) 했다.

그녀의 요구에, 외부인사들과 만나 계약서 사인 날인하는 이 집무실이 졸지에 페로의 홈이 되어 버렸다.

등나무로 짠 바구니에, 두툼한 천방석을 넣어 만든 고양이 둥지.

밧줄이 감긴 스크래치 기둥의 캣타워.

화장실용 모래 등을 비치해 놓아서, 완벽한 페로2세의 호텔이 되었다.

일에는 관심 없고, 가끔 선별된 서류철에 사인만 쓱쓱 한 후, 2100만원짜리 컴퓨터로 인터넷 겜을 하는 도화.

한쪽 벽엔 도화의 집보단 크기는 작지만, 커다란 LG캔버스 LCD TV와 블루레이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도화는 집무실에 출근하긴 했지만, 노는 거 그 자체였다.

그런 놀자판 도화의 옆으로, 남궁경은 페로2세를 쓰담쓰담 만지작거리며 고양이와의 스킨십을 즐겼다. 도화와 남궁경만 있다면, 아마도 그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페로가 그녀에겐 보물이었다.

가끔 남궁경은 영악스럽게도 페로2세와 대화했다.

너희 아빠 참 게으르지?!”

하면서 마치 고양이가 알아듣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때마다 막 스페셜포스에 접속해 총질하고 있던 도화의 이마에서 핏줄이 돋았다(--+) 사라졌다.

저 여자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그렇지?!’

하지만 뭐라 말할 순 없었고, 도화는 애꿎은 헤드폰 독일 젠하우져 정품파는 사이트를 클릭하고 있었다.

다음번엔 헤드폰 끼고 해야겠어.’

의외로 소심한 도화였다.

 

이곳 집무실이 있는 재단본관의 동쪽 삼백 미터 떨어진 곳에는, 3호섬에 신축된 도화의 집이 있었다.

햇볕 에너지를 최대한 축적하기 위해, 동서로 길게 지어진 제로에너지하우스였다.

SIP(구조단열패널)열 회수 환기장치를 이용하여, 일반주택보다 단열면적당 1/8의 에너지만으로도 동일난방이 가능했다.

벽난로 기능의 내화벽돌 베치카가 있어, 10kg의 땔감으로도 이틀분의 난방이 가능했다. 기존 장작 난로는 연소 시에만 열을 방출하였다. 하지만 베치카는, 매우 빠르게 완전연소에 가깝게 탄 열이, 내화벽돌 덩어리를 천천히 이동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복사열을 방출하였다. 한국의 온돌과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온돌이 세로로 바닥에 깔려있는 거라면 그걸 일으켜서, 실내에 독립체로써 세로로 세운 게 베치카였다. 그래서 온돌의 단점일 수 있는 열 손실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었다.

단점으론 온돌과는 달리, 빨리 뜨거워지지 않기에, 몇 시간 전에 미리 불을 피워둬야 한다는 점. 원체 적게 먹는 량이니 목재소비량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으니 웬만해선 불씨를 꺼트리진 않았다.

집 왼쪽 빗물막이를 길게 늘인 처마 밑으론, 참나무 장작들이 촘촘하고 수북이 쌓여있었다. 베치카용 만이 아니라 마당에서 배를 갈아 넣은 한국고유 양념 불고기 바비큐를 해서, 초대한 외국미녀들에게 대접하는 도화였기에 그때도 사용하는 것이었다.

장작 쌓인 곳 옆에는, 직경 1미터에 높이 70cm정도 되어 보이는 인도네시아산 통나무를 통째로 자른 것에, 도화가 지리산 하동마을 대장간에서 구입한 튼실해 보이는 도끼가 박혀 있었다. 마당엔 커다란 세퍼트 2마리가 풀려 있었다. 고양이섬 유일의 개였다. 이것 때문에 말이 많았지만(재단직원들에겐 개 반입 금지시켜놓곤), 도화가 자신의 집 거실에 있는 어떤 물건을 보여주면 다들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담장 정문 밖으론 캐릭터성이라고 KFC의 할아버지처럼, 턱시도에 원통형의 영국 신사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쥔 2미터짜리 인형이 서 있었다. 이걸 없애고 싶어 하는 도화였지만, 남궁경에겐 택도 없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이는 넓은 1층 거실엔 LG 3500만원짜리의 거대LCD TV가 있었고 플스3, XBOX360, 블루레이플레이어, 1200만원짜리 5.1채널 스피커들이 있었고, 뮤직비디오 연동기능의 고가의 노래방 기기도 있었다. 거실 창을 크게 하였기에, 원래는 1/10의 연료만으로도 일반주택과 동일한 난방온도를 맞출 수 있었는데 1/8로 줄은 거였다.

 

재단본관 옆 건물로, 지붕이 있는 테라스 길로 연결된 옆 건물엔, 직원 공동식당이 있었다. 자율배식 둥근 접시에 각자 셀프로 담아 떠가는 방식으로, 서울대 옆 신림9동 고시식당처럼 되어 있었다. 요철 배식판은 세척이 힘드니깐, 둥근 멜라민 큰접시를 이용했다.

집에 삐까번쩍한 주방이 있지만, 밥 차려먹기 귀찮아하는 도화였기에, 하루 3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이곳을 많이 애용했다. 식당 운영직원들도 재단소속으로, 한국인과 조선족의 혼합된 3교대 로테이션 방식. 휴일 없이 운영되는 365일 무휴의 식당이기에, 섬 내의 재단가게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밥 굶는 일은 없었고, 식당종사자들도 충분한 휴식과 휴무, 좋은 급여를 주었기에 인기직이었다.

도화의 귀찮음에서 시작된 이 스타일은, 곧 고양이 관광테라피 섬에서의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임을 알아챈 후, 이전의 비효율적인 자가취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섬 전체 거주인원의 같이 밥 먹는 공동식사스타일이 되었다.

, 식당원들에게 과도한 피로도를 주지 않기 위해, 식사 시간은 칼같이 지켜졌다. 365일 무휴인 대신에, 밥시간에 늦으면 배식불가였다.

 

아침은 오전 7~930분까지 땡.

점심은 오전 1130~오후 230분 땡.

저녁은 오후 430~저녁 730분 땡이었다.

 

나중엔 전체 관광객들에까지 확장된 공동배식시스템은, 섬 쓰레기 발생량을 급격히 줄였다. 아무래도 개개인들이 가져온 식료품들은 그 포장지와 캔 등의 부산물도 많이 나오는 게 상례(常例)였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수준의 반찬 공동배식은 방문객들에게도 크게 환영받았다. 체류비용을 저렴하게 할 수 있었고, 영양은 풍부히 섭취할 수 있었기에 호응도는 최고였다. 2층 침대가 두개씩 들어가 있는 유스호스텔에 숙박했다면, 꽤나 오랫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여기 고양이섬에 체류할 수 있었다. 모두 공동배식시스템의 도입효과였다.

단지, 극히 일부의 완전채식주의자와 종교상으로 어떤 어떤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은 예외였다. 그 사람들에 한해서는 자기가 먹을 식료품을 싸올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런 경우 그 사람에겐 섬입장료에 더해지는 오염처리 환경부담금이 3배로 늘었다.

이곳은 고양이들의 섬이기에 그 컨셉에 맞게 인간거주구의 확장은 최소한도로 하였다. 대형마트도 없고, 편의점들만 있으며, 고급식당도 없었다. 노래방도 없었다.

중앙 공동식당 플라스틱 둥근 접시에의 셀프 부페식 식당은 값에 비해 퀄리티가 높았고, 후식으로 매끼니 마다 과일이 꼬박꼬박 나왔다.

모두가 먹는 것에 만족하게 되니, 섬 거주인구 전체에 비해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최소화되어 섬환경파괴를 억제화시켰다. 인간들의 영역이 필요이상으로 부풀지 않게 하였다.

덕분에 재단직원 아내들도 하루 세끼를 공동식당에서 해결하였다. 그러자 가사노동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요리시간에서 해방된 여자들은, 남편을 따라 재단 소속이 되었다. 맞벌이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 고양이 먹이 주는 팀, 명품관 근무 여, 테라피 직원, 캣카페 여직원 등 재단소속 기혼자 중, 부부동반 재단 소속인이 아닌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껍질을 얇게 과도로 깎아내 흰속살 남겨, 흰공이 된 백오렌지를 베어 물며 식당을 나온 도화. 그는 본관에 가자마자 남궁경에게 손목 붙잡혀 다시금 대표 집무실로 끌려갔다.

18세기 영국신사 복장에, 금빛 고양이머리 지팡이, 신사모자를 쓰게 하는 여비서 때문에 졸지에 고양이기사브랜드화 된 도화였다.

아르센 루팡같아.”

하고 투덜대는 그에게, 한쪽 알 안경을 들이미는 남궁경.

항복! 항복! 그거 안할래, 우아!”

기겁하는 도화였다. 한쪽알 안경은, 그렇게 집무실 한쪽에 서있는 등신대 인형의 눈에 얹혀졌다.

! 그놈의 캐릭터 타령 하고는!’

도화가 투덜댔다.

 

국내에 도는 고양이기사의 자금력 출처에 대한 여러 소문들…….

황도화는 가장 신비로운 남자였다.

의적 일지매와 함께…….

인터넷 주식투자를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뻥이 가장 크게 부풀려진 상태였는데, 여러 소문이 있지만, 도화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일본군의 금괴였기에 나서서 입방정 떨 순 없는 일.

남궁경이 생각하길, 이 남자 도화는 어린애였다.

놀기만 좋아하고, 참으로 철딱서니 없는 유치함의 사내인데도, 도저히 불가사의한 일을 해온 걸 보면 쉬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특히 고양이 건이 그녀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많타한들, 한국땅 곳곳의 그 많은 고양이들이 일사분란하게 그의 지휘에 섬으로 온다? 돈이 썩어 문드러지는 그룹총수가 도화와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한들,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길고양이들을 어찌 다 잡는단 말인가? 엄청난 인력에 장비, 시간을 들여서 포획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황도화는 해냈다!

너무나 쉽게!!

 

도저히 이성적으로 납득 할 수가 없었다, 남궁경은…….

그래서 그 미스테리를 풀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서울대 경영학과를 뛰쳐나온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기에 보여줬던 그 경이적인 고양이들 선동능력을 도화는 이후론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항간에는 고양이기사가 이제 초능력을 잃었다라고도 했고, 옛날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고양이판 아닌가 하며 동화의 재림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오타쿠(매니아)는 도화가 20살이 될 때까지 동정을 유지해서 마법사가 됐었다고 추리했다. 그 마법이 하필 고양이들을 조종하는 대마도사가 되는 거였기에, 현재의 고양이섬들이 만들어 졌다는 가설이었다.

이것은 실로 그럴싸한 이론이라 루리웹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고, ‘이제 고양이기사가 동정을 잃어서 그 마법능력을 상실했다라는 최초발안자의 논문성 결말이 정설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인세(人世)에 다시금 나타나기 힘든 귀중한 마법능력을 상실케 만든 여자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나왔었다.

인터넷이며, 잡지에서 떠들고 하여도 도화는 침묵했다.

어찌되었건 고양이섬이 자리 잡고 난후, 도화는 이()능력을 결코 보여주지 않았다.

우연이라 치기엔 너무나 기적적인 ‘2년 전 이능(異能)사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게 사람들도 처음엔 들끓다가 차츰 식어가며 시들시들 해졌다. 의적 일지매로 갈아탄 네티즌들도 많아서, 도화에 집중된 시선은 분산되어 갔다.

남궁경도 그런 류였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비밀을 캐보려 했지만, 1년이 가고 2년이 되어가는 요즘엔 그런 적도 있었구나라고 과거로써 기억하려 했다. 그만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고양이기사를 보필했던 자신이 알아차릴 수 없다면, 이 남자는 능력을 잃었다는 결론 밖에 안 나왔다.

정말 동정을 잃어서 그런 걸까?’

남궁경은 홀로 있는 비서실에서 문득 살짝 뺨을 상기하며 이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신빙성 있는 가설이었고, 도화가 섬으로 관광 온 외국여자들과 동침했던 것도 파악했던 그녀였다.

그래서 루리웹의 익명게시판에 고양이섬재단 소속 직원입니다. 고양이기사가 섬에 관광 온 백인여자랑 동침한 시기랑, 능력을 보여주지 않게 된 시기랑 묘하게 일치하네요라고 홀린 듯 스마트폰으로 올렸다. 그리고 나선 화들짝 자신도 놀라 지우려 했지만, 벌써 캡쳐되어 날개돋힌 듯 퍼져나갔다. 트윗은 마구마구 수백번 리트윗 되었고, 그날밤 자정, 다음날부터 대대적인 찌라시 신문들, 잡지들에 폭풍처럼 인쇄되기 시작했다.

 

고양이섬재단 내부직원의 폭로!! 고양이기사 황도화, 섬에 놀러온 금발미녀와 합방 후 초능력 잃타!!

 

실로 안타까운 초능력!! 국가적 손실!! 청와대는 미리 사찰 큰스님을 불러 색욕을 이겨내는 방법을 고양이기사에게 전수했어야 했다. 이 어찌 국가적으로 어처구니 없는 손실인가!! 국력약화다!!

 

미국 CIA여요원이 비밀리에 한국에 입국해 작업을 벌인 것이다! 혹 고양이기사가 미국땅의 고양이들을 모두 몰아서 태평양바다에 빠뜨린다면, 미국땅엔 쥐들이 득세하지! 그럼 최대곡물 수출국인 미국은 망하게 된다! 그래서 FBI · CIA공조로 약소국의 초능력자를 제거한거다!!

 

오옷!! 그럴싸한데?! 그렇다면, 여에이전트와의 동침한 다음날에도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살해당했을지도??

 

그럴듯해! 그럴듯해!!

 

, 진짜 엠대통령 뭐합니까? 삽질만 할줄 알고. 이렇게 초국가적 이능력자를 방치하다뇨!! 국정원 요원 한 30명 정도 보내 경호했어야지요.

 

어쩌면 러시아 KGB가 움직였을지 몰라. 러시아 곡창지대를 지키려고, 미리 자국의 고양이들을 몽창 끌고 갈 초능력자의 힘을 제거한 거지. 위험요인을 미리 없애려고 말야.

 

오옷! 레알 돋는 걸!!

 

맞아!! 맞아! 러시아의 적대국에서, 러시아가 쥐떼에 습격당해 흉년이 들어버리도록 고양이기사를 납치할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비밀경찰이 먼저 손을 쓴 거야. 검정가죽 비키니의 채찍 든 미녀요원을 급파한 거야. 고양이섬에!!

 

그날 아침부터, 조마조마한 마음의 남궁경이 보는 도화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어떤 직원놈인지 잡히기만 해봐라!! 내 이놈을 그냥!! 따른 기업보다 대우도 좋건만 이렇게 뒤통수를 쳐?

도화는 이를 빠드득(남궁경이 보기에) 갈았다.

이제 막 자신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는 판에 내부고발자가 나타나 깽판을 노니 열라 짱나하는 도화였다. 금괴와 보물, 백진주, 흑진주 등 결코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보화들을 처분한 그였기에,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좀 잔잔해지자 기뻐했는데 한큐에 아작이 난 거였다. 그날 이후, 한동안 남궁경은 도화에게 잔소리도 안하고 묵묵히 그의 신경 안 거슬리게 열심히 노력했다.

워낙 사업에 대해선 무지한 도화인지라, 여비서직이지만 남궁경이 실질적으론 대표이사 대행과 같았다. 도화는 덕분에 중요한 서류들만 몇 번 사인하기만 하면, 편하게 놀러 다닐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전세계 곳곳에서 고양이섬으로 찾아드는 외국미녀들에게로 말이다.

 

고양이 3호섬.

섬은 사유지이기에, 입장료와 환경부담금을 합산해서 받았다. 전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오게 되자 이것은 큰 수입이 되었다. 고양이 사료값으로 사용되고, 섬 청소비로도 사용하였다. 처음엔 청소용역회사에 계약했다가, 쓸 만한 사람들을 재단소속 환경팀 신설하고 흡수하여 한동안 여수시의 환경미화쪽은 곤욕스러워 했다. 실력 좋고 베테랑인 환경미화원들이 고양이섬으로 대거 이직하니 여수쪽 쓰레기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기에.

마녀들의 무덤 언덕에서, 작은 동산을 하나 지나가면, 펜션들과 3층짜리 유스호스텔들이 시작되었다. 재단직원들의 사택을 포함해서 고양이섬 전체에 3층을 초과하는 건물은 없었다. 펜션과 유스호스텔 옆에는 공동식당이, 냥이카페가, 냥이테라피가, 냥이명품관이, 냥이꽃집이, 마녀의 추모관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많은 백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있었다.

가톨릭 수녀들도 무덤 앞에 많이 찾아와, 무릎 꿇고 참회기도를 하고 갔다. 마녀추모관에서 중세의 끔찍했던 여인고문살해의 기록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외국에서 마녀의 안식처를 보고 마녀 추모관을 찾는 유럽관광객들이 와글와글 바글바글 이었다. 고양이들도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개중엔 손길이 귀찮아서, 높은 섬벚나무 위에 올라가 빨랫감처럼 늘어져 있는 야옹이도 있었다.

곳곳에서 고양이들에게 먹이 주는 이들이 많았는데, 짠 음식은 위험하기에 부두의 입도사무국과 캣마을 편의점들에서 전략적 광고와 함께 파는 고양이 먹이였다.

인간이 먹는 염분음식 고양이에게 주면 안 됩니다!’ 라는 경고문도 붙이고, 고양이 전용의 먹이 판매도 재단의 짭짤한 수입원이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포함된 관광객 무리들이, 갑자기 어느 한쪽을 보더니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곧 우렁찬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각양각색 나라에서 온 손님들의 환호와 주목을 받으며, 나타난 것은 도화였다.

지붕을 접어 넣은 하얀 BMW컨버터블을 몰고 다가오는 고양이기사 복장의 황도화! 그의 얼굴은 한껏 웃고 있었다.

금발미녀들 많타! 헤헤.’

헤벨레 좋구나 하고 외국미녀들을 구경하는 도화였다.

일하기 싫어하는 도화였지만, 남궁경에게 억지로 입혀지다시피 하는 이 고양이기사 복식을 완전 거부하지 않는 이유였다. 이렇게 알아서 그에게로 몰려들어주는 유럽, 아메리카, 호주, 남미의 미인들 때문이었다.

고양이기사는 서구유럽에서 특히 유명하여(자신들의 과거 죄악을, 피해자들을 큰돈을 들여 위로해주는 동양의 신사라고), 같이 사진 찍어주고, 사인도 해주면 무척 좋아했다. 도화는 인기아이돌 스타와 같았다. 이곳 고양이섬에서 세계각지의 방청객들에게 손 흔들어주고, 악수해주고 함께 사진 찰칵에, 사인 해주고. 완전 유명인이었다.

스티븐 시걸 말총머리를 한 외국남자는 디지털캠코더로, 나타난 도화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고 있었다. 아마 뭍으로 간 후 편집돼서 유투브, 외국 웹사이트에 올려질 것이다. 도화는 이 모든 게 너무나 기꺼웠고, 스스로가 우쭐했다.

으헤헤헤, 난 잘났어!!’

촬영요청해온 외국미녀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다정하게 사진 찍고, 포옹하는 포즈도 상대방이 원하면 취해줄 수 있었다.

김치! 김치!’ 하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고, 은근슬쩍 스킨십도 맘껏 해볼 수 있었기에 도화는 신바람이 났다. 뺨에 뽀뽀도 해주는 바람직한 유럽미녀, 정열적인 남미미녀들이 있어 좋았다.

이렇게 하얀BMW를 탄, 유럽신사 복장의 고양이기사는 이곳 냥이섬을 찾아온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동반사진찍기 깜짝 이벤트였다. 남궁경이 고정이벤트로 하려 했지만, 꾸준한 일이 되면 스트레스 받기에 싫다는 도화의 칭얼댐에, 불확정 랜덤 이벤트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이미 성공한 도화는 더 이상 돈의 노예가 아니었다. 살려고 아둥바둥 일하는, 뭍의 회사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섬의 사람 인적 드문 곳에 차 몰고 가 혼자 감상에 젖는 것도 좋아했지만, 가끔은 이렇게 열광하는 사람들 중심에서 한껏 관심을 받으며 우쭐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은 실로 그에게 멋진 체험이었다.

인간의 욕구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식욕 · 수면욕 · 성욕 · 재물욕 · 명예욕이었다. 권력과 같은 명예욕은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강렬한 욕구였다. ‘고양이기사라는 명예는 도화의 명예욕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한껏 만족시켜 주었다.

오늘도 눈여겨볼 미인들이 있었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이 많은 군중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최상의 미녀들을 캐치하는 도화의 날카로운 관찰스킬이 발휘되었다.

도화는 이것을 낚시라고 하지 않았으며(도화는 낚시가 따분해서 싫어한다), 쌍방 합의하의 미팅이라고 여겼다.

뭍의 바보 같은 남자들이 나이트클럽 가서 지돈내고 여자들에게 다가가려 애쓴다면, 도화는 이처럼 가만히 있어도, 세계 각지의 여자들이 돈 내고 섬에 들어와, 그녀들이 먼저 이처럼 도화에게 달려들어 주었다.

수준이 다른 거지, 수준이!’

도화는 스스로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나보다 멋진 놈이 한국에 또 있을까? 아냐, 세계적으로도 희귀할 꺼야.’

난 잘났어 하고 행복한 나르시스트에 빠졌다.

아니지,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최상의 여자들을 찾아야지.’

사방에서 뻗어오는 팔들에 악수를 해주며, 미녀들을 찾았다. 도화 취향의 빼어난 미모의 여자를.

 

가장 눈길을 확 잡아끈 여자는, 접이식 군모스타일의 모자를 쓴 미야코비치 타냐였다.

융기된 가슴에 시선을 빼앗기게 만드는 그녀는, 하체가 많이 드러나는 카키색 스커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미녀였다.

약간 붉은 끼가 도는 긴 금발 스트로베리 블론디의 생머리에선 윤기가 찰랑였고, 계란형의 얼굴에 명료한 이목구비의 처녀였다. 큰 두 눈은 적도섬 모래사장 바닷물처럼 푸르고 밝았다.

181cm의 키에 힐구두를 신은 타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립스틱 바른 입술에서부터 시작되는 여인의 미소에 도화는 압박받았다. 덮쳐오는 미모의 박력에 압도되었다.

긴 하체에, 글래머로 가슴이 으뜸이었다.

도화의 팔짱을 껴오며 바싹 밀착해옴에, 도화는 오오! 속으로 소리쳤다.

바람직해! 바람직해!’ 라고.

직업도 스튜어디스라고 했다.

도화는 진한 미소를 지어 보내며, 20살이라는 타냐에게 전화번호가 크게 박힌 금박명함을 주었다. 오늘 저녁 술, 가라오케 작은 파티를 할 테니 전화하면 차로 모시러 가겠다고...

 

쥬디는 주근깨가 살짝 나있는 샌디 블론드sandy blond의 미녀였다. 캐나다에서 왔다고 했다.

귀여운 복슬강아지를 연상시키는 얼굴의, 양 눈초리 끝이 강아지처럼 살짝 내려가 있었고, 잠바를 허리춤에 묶고, 남색의 스포츠 러닝 상의차림을 하고 있었다. 늘씬한 체형에, 가슴은 사과형으로 크지는 않고 한손에 쥐기 딱 편한 사이즈를 가진 귀여운 아가씨였다.

아직 한국에선 봄 직전의 겨울이라 할 수 있는, 3월초의 이 날씨에 더위 타는 거보면 알 수 있듯이 캐나다 북서쪽 알래스카 옆에 산다고 했다. 20살의 대학생이라고 했다. 도화는 그녀에게도 금박명함을 주며, 가라오케 술 파티를 하니 7시에 전화주면 차로 모시러 가겠다고 했다.

 

도화가 봄에 유럽중등?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 왔나?’ 싶은 외국소년소녀들이 단체로 참새짹짹하고 있었다. 이럴 땐 턱시도 도화가 지팡이 쥐고 다가가 사진촬영에 응해주었다.

유럽 숲속에 사는 요정들 같은 아이들이 좋아라했다. 마치 외국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이국적인 아이들과 이국적인 어른들.

어쩌면 플란다스의 개 알로하 같은 애가 있을지도 모르지.’

곰곰이 관찰해보는데, 한 여자아이가 실로 뛰어난 미모를 갖고 있었다. 모두 중에 단연 돋보이는 이 어린 소녀는, 하얀 북극곰 모자에 연결줄 달린 양손 곰발장갑을 낀 스위나라는 소녀였다.

긴 머리 하얀 피부에 인형 같은 용모가, 정녕 영화에 나오는 백인 미소녀였다.

9살이라는 얘길 듣고 나중에 굉장한 미녀가 될 것 같군!’이라는 확신이 서서 킵해둬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도화는 스위나에게 소곤소곤 잘 대해주며, 역시나 핸드폰번호와 인터넷메일주소가 기입된 금박명함을 주었다.

인솔자 여선생 밀드레드도 미녀 축에 끼어서 그녀에게 금박명함을 주며 말했다. 이따 저녁에 몇 사람 초대해서 가라오케 술 마시는, 한국의 전통주들도 대접하는, 자그마한 노래방 파티를 할 건데, 참가할 마음이 있으면 전화 달라고 했다. 차량으로 정중히 모시러 간다고. 스위나와 함께 와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핀란드인이었다.

이렇게 직업상(!) 외국금발미녀들을 많이 보게 되니, 도화는 한번 금발미녀랑 국제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세계는 국제화의 시대. 혼혈이 대세지!’

도화는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면서, 그동안 고양이섬에 왔다가 함께 자봤던 미녀들을 떠올리자 흐뭇했다.

다들 좋은 여자였어.’

아련한 눈빛으로 추억들을 더듬어보는 도화였다.

외국여자들은 많이 개방적이라 좋았어.’

밝고 개방적이었던 이유는, 낯설고 멋진 관광지에 오면 한국여자도 자기안의 빗장이 약해져서 그렇게 변하는 타입이 많은데, 도화는 그걸 외국여인들이라 그랬다고 혼자 결론지었다.

핀란드에서 왔다는 스위나는 크면, 도화가 군대를 갔다 온 후면 실로 무서운 미모의 미소녀로 자랄 것 같아서 킵해둔다는 마인드로 집에 초대한 것이었다. 앞일은 어찌될지 모르니깐.

만사불여튼튼!

자유롭게 살다가 30살에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니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미소녀 스위나랑은 펜팔이라도 하면서, 연결끈을 이어둬야겠다고 생각하는 영악한 도화였다.

그동안 연락처를 주고받은 미녀들의 올스타전을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도화였다.

올 여름이 기대되는군.’

작년여름에 시범삼아 개장해 보았던 천연모래가 멋진 고양이 해수욕장은, 한국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세계각국의 비키니 미녀들이 출현한 곳이었다. 육지의 방송국들이 앞 다퉈 촬영요청을 해왔지만, 손님들에게 방해된다고 과감히 거절한 도화였다. 올해는 더욱 해수욕장 준비를 해둬서 작년에 비할 바 없으리라 여겨졌다. 도화의 소박한(!) 꿈은 올 여름에 그동안 함께 사랑을 나눴던 세계각국의 미녀들을 한꺼번에 초대하여 고양이 해변에서 노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께 모이면 자연히 그중 가장 끌리는 여인들이 있을 테고, 그 미녀들을 재단소속으로 취직시켜 함께 하고 싶었다. 결혼도 어쩌면 그녀들 중 한명과 하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이었다. 도화는 아직 20대 초반! 결코 미래가 고정된 게 아니라 보았다.

앞으로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모를 일이지. 며느리도 몰라, 시어머니도 몰라!’

그렇게 오늘도 여자 넷에게 금박명함 돌린 후, 이벤트를 끝마친 도화였다.

아쉬워하는 군중을 뒤로 하고 캣마을로 온 도화. 모자 벗고, 넥타이도 떼어버린 후, 꽃집에서 진한 붉은 장미 꽃다발을 사서는, 룰루랄라 흰색BMW 타고 어디론가 가는 도화.

재단대표이기에 시간정해 일할 필요도 없고, 실질적으로 고양이섬에선 왕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도화였다.

오늘자 일 끝났다 스스로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래도 이 시각에 돌아가면 남궁경은 껄끄러우니깐, 곧바로 분교를 향해 백마를 몰아갔다. ‘작명센스가 유치하다고 경이 말했지만, 도화는 애마 BMW의 이름을 고집했다.

여수에 있는 고양이섬 입장권 판매소의 내부주차장엔, 붉은 BMW컨버터블 적토마가 있었다. 지금 도화가 들어갔다 잠시 뒤 박스 하날 안고 나오는, 고양이섬 접안부두 입도入島사무국에서도 입장권은 팔았다.

그렇지만 섬을 들어오는 인원과 배타고 나가려는 인원이 서로 교차해 맞물리면 복잡하고 늦어지기에, 여수 여객선터미널 내 부스에서 입장권을 팔았다. 여객선터미널 옆 고양이3호섬 안내 육지국에서도 입장권과 안내카달로그, 펜션과 유스호스텔 예약을 받고 있었다.

도화의 집 주차장엔 4WD 빨강 랜드로버도 있었다.

이따가 여인들 에스코트할 땐 그걸 타고 갈 거였다. 남궁경은 쓸데없는 돈 낭비라며 차2대는 팔아버리자고 압박했지만, “성공한 남자의 로망이야! 이거는!!” 하며 길길이 날뛰어 지켜냈다. 워낙 강경하게 반응하는 그의 모습이 의외였던지 남궁경은 그 이후부턴 도화의 차들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3대이긴 했지만 재단소유로 되어 있어서 세금부담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왔숑! 전화왔숑!

이크, 도화는 벨소리에 깜짝 놀랐다. 차를 도로변에 세우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으악 하며 역시나 남궁경의 꽥 소리가 들렸다. 내일 육지에의 고양이섬 캣타운프로젝트 손님들이 오는데 논의없이 어디로 샜냐고 말이다. 쩔쩔매며, 도화는 남궁경이 일러주는 대로 하겠다며 그녀를 달래야 했다. 그렇게 전화상으로 15분동안 미니회의를 하게된 도화였다.

 

남궁경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PC방 사업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들고선 고민했다.

섬을 찾은 관광객들의 유스호스텔에서 처음 요청된 인터넷 신청은, 처음엔 도화만 개인적으로 사용해왔던 인공위성 인터넷을 들였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스피드도 느렸다.

이에 사외이사진들을 위한, 국내IT벤처기업 원격영상회의 시스템 원탁의 방을 만들게되면서 해저 광케이블을 큰돈을 들여 섬까지 연결했다. 유스호스텔에 광케이블 인터넷이 연결되었는데, 기사를 송고하는 기자들과 관광온 블로거들의 수요에 맞추기 힘들어 따로 별도의 건물을 섬최초 PC방으로 만들었다. 어마어마한 효과를 발하고 있었다, 관광온 사람들이 섬에서 직접 찍고 써서 올리는 사진, , 동영상 유투브 뿐만이 아니라.

컴퓨터사양은 24인치 ISP LED백라이트 모니터, 샌드브릿지 쿼드CPU에 라데온HD6850, 소수의 5%는 라데온HD6870으로 하였는데 어느새 한층만 사용하던 건물이 4층 모두 통째로 PC방이 되어버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는 3~4층의 흡연실, 1~2층의 비흡연실로 층당 70PC. 242대의 컴퓨터가 24시간 풀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거나 기다리는 대기손님들이 많으니 신속히 2호점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요청서였다.

사용가격 1시간에 1천원. 68701300. 옥상엔 풀밭이 깔려있고, 미니 정자가 있으며 흡연실과 쉼터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 과자, 음료수의 엄청난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 바로 게임매니아들의 등장이었다. 고양이3호섬은 전용카드를 사용하는데 하루 섬 거주시에도 비용이 자동삭감되었다. 섬에 오래 있을수록 회사로선 이득이었다.

육지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한자리 오래 앉아 게임만 하다 다리혈전 생긴게 심장혈관 막아 사망하는 것도, 하루 3끼 공동배식의 식당으로 왔다갔다 하는 도보만으로도 효과를 보는건지 아직까지는 돌연사가 나오진 않았다.

미래에 관광객 감소에 있어 좋은 수익원이 되는 PC방 사업이지만 게임폐인들의 섬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광케이블 설치비용과 고양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건물에 짱박혀 PC만 붙잡고사는 사람과의 공존도 가능하다 여겨졌다. 식주가 저렴히 지원되는 고양이섬에서의 PC방 사업은 뜨거운 감자였다.

 

* * *

 

태백산 모처.

기와가 얹어진 한국풍과 일본풍이 혼합된 저택은 호수에서 피어오른 물안개에 쌓여 있었다.

마루 한쪽엔 고구려복식의 흰색과 감색紺色이 조화로운 비단옷을 입은 금발의 청년이 한쪽무릎을 바닥에 대고 있었다.

금발의 백인과 한국인의 혼혈로 보였고, 20초반대로 보이는 남자로 양쪽 눈동자의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였다. 왼쪽눈은 보석같은 파란색, 오른눈은 짙은 갈색이며, 머리카락도 혼혈처럼 두피쪽은 검정, 머리카락 끝으로 갈수록 금발이었다.

금은요동의 청년이 바라보는 곳 마루의 기둥 옆엔 한 남자가 등을 보이며 서있었다. 고급비단옷의 사내는 178cm의 키에 다소 마른체형이며, 머리카락 뒤쪽은 목뒤를 덮어 내렸고, 깨끗한 이미지를 풍기는 하얀 얼굴에, 가는 선의 눈썹을 인상적인 남자엿다.

목련과 지완地琬은 손용의 아파트로 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공명님?”

지강철地鋼鐵이 공손히 말하자, 태공명은 손에 든 구리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거울 뒷면엔 기하학적 도형과 선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딱딱! 정원의 사슴허수아비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손용의 아파트 가까이 집을 구해보게. 그리고 내일 일본관동지방엔 문도들이 없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공명님. 내일 여수 항공편도 예약해 두었습니다.”

공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강철이 공손히 인사 후 물러갔다.

대죽으로 만든 사슴허수아비의 소리를 들으며 공명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선경神仙鏡을 얻음이니 일본을 장악함인가?”

품 속에서 일루미나티 카드를 한 장 꺼내었다.

종합적인 재난Combined Disasters이라 쓰인 카드엔 사람들이 달아나는 모습이 그려져있었고, 우상단엔 시계탑이 무너지고 있었다.

일본 도쿄 긴자의 와코백화점 시계탑으로 바늘이 2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침은 거의 3자에 가있었고, 분침은 11자에 가있었다.

“311..”

, ! 사슴허수아비 소리가 명료하게 울렸다.

 

 

comment (2)

듀얼
듀얼 12.06.07. 22:44
라노베인듯 하면서도 분위기나 소재나 그런게 독특한 분위기네엽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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