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사막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23:10 Jun 07, 2012
  • 3936 views
  • LETTERS

  • By 경은유
사막



0

쟁쟁한 낮이 지나가고 있었다. 높게 떠 올랐던 해는 어느샌가 서쪽하늘 끝으로 저물고 있었고, 뜨겁게 달구어졌던 모래언덕들은 마지막 열기를 내뿜으며 아지랑이를 흐뜨러뜨리고 있었으며, 아스라히 높게 솟아오른 하늘은 동쪽으로부터 보랏빛 장막을 끌고와 천천히 빛을 삼키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었던 푸른하늘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보랏빛 어둠밖에는 없는데, 그 삭막함 안에서는 조용히 노오란 꽃망울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별이라고 불렀는데 특히나 어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이었다. 많은 인간 예술가들은 별을 풍경화로 그리기도 하였고 조각으로 형상화 시켜 팔기도 하는 둥 애착이 상당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지난일이라고 어른들은 말하곤 한다.

그리고 이제, 제일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샛노란 별빛들 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별들의 왕이었다. 우리들 중에서는 아직 저 왕에 대한 이름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발음하기도 어려워 부르지도 않고 있는데, 일개 사람들 중에서는 그것을 달이라고도 부르기도 했고 고대의 서적에선 위성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같이 혀가 짧은 사람들에겐 워낙 발음하기가 어려운지라, 뷔라만, 타르노 등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뜻 전달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왕을 평소 불러왔던 대로 그냥 왕이라고 부르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중이다.

소녀는 이제 고개를 내렸다. 한 눈에 들어오던 하늘이 이젠 땅과 겹쳐져 두 양단으로 나뉘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하얀 소녀의 피부를 어루만졌고, 색바랜 하얀 금발은 별빛을 머금은 듯 밝게 찰랑거렸다. 마치 죽지도 아니한 것이 산 마냥 생기를 머금은 창백함에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챠, 여기서 뭐하니?"
"하늘을 보구 있었어."

소녀는 챠라고 불리었다. 챠의 어깨에 손을 올린 소년은 그녀와는 반대로 그을린 검은 피부에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연약한 소녀와는 대비되는 분위기를 가졌다.

"오늘도 별이 많이 떴니?"
"아니, 어제보다는 별로."

챠는 소년의 손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등에 품었다. 소년은 밀려오는 머릿결의 향기에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나 신기하네, 어떻게 그런 것 까지 다 알 수 있는거야?"
"무녀는 뭐든지 알 수 있어."
"그것 뿐?"
"응"

챠는 슬쩍 웃었다. 그리고는 어루잡은 소년의 손을 꼬집었다.

"아얏! 왜 꼬집어?"
"이상한 생각마."

소년은 아쉽다는 듯이 풍성한 머릿결에서 얼굴을 떼고 챠의 등에서 몸을 떼었다. 그러고선 '눈치는...' 하고 중얼거리며 긴 한숨을 쉬고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어느샌가 차가워진 모래의 찬기가 등어리를 타고 올라왔고, 소년은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마음을 비워봐."

챠 또한 눈을 감았다. 조용한 사막의 들판 위, 일렁이는 아지랑이 없이 차가운 열기를 모두 가져간 별빛의 밤은 은은한 빛으로 그들을 비춰주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평온하고 조화로운 무념무상의 밤, 그 속에서 둘은 한 폭의 그림인 마냥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었다.


1


사막의 모래언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도 불어오지 않았고 곤충이나 벌레의 크기로는 저런 물결과 같은 거대한 움직임을 일으 킬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물결을 가르듯 어쩔때는 빠르게, 어쩔때는 느리게 천천히 사막안을 휘젓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인가? 모든것이 의아한 이 상황속에서, 잔잔한 물결이 작아지더니 이내 그것은 수면위로 떠 올랐다.

그것은 거대한 인간이었다. 설사 인간일 지언정 그것은 결코 '생물과 같은 종류'가 아니었다. 커다란 벽돌과 철, 그리고 단단한 이음새로 이루어진 그것의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초월한 듯한 모습... 즉슨, 그것은 신. '거신'이었다.

거신은 버팀목 조차 기대지 않고 자력으로 모래바닥위를 일어섰다. 이미 멘틀을 밟고 있는 듯 그 거대한 발은 반쯤 잠긴 상태였으며 한번 움직일 때 마다 상상하기 힘든 크기의 거대한 구멍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거신은 아침해가 떠오를 때 까지 북두칠성이 가리키는 곳으로 무작정 걸었다. 마치 별빛에 이끌리는 마냥 거신은 눈 앞에 둔 모든 것을 저리 치우며 길을 만들어갔다. 그 풍경은 결코 파괴가 아닌, 부숴짐 속에서 이루어지는 창조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해가 떠 올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거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고, 그가 밟고 지나온 모든 것도 모두 정상으로 되 돌아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여태까지 본 모든 것이 마치 환상인 마냥 거신은 말끔히 없어졌다.

이젠 조용해진 사막 위, 마치 아무것도 없었다는 양 사막은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무언가를 숨기는 듯도 하였다. 하지만, 굳이 알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순환과 윤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해는 다시금 떠올랐다. 밤이 오기전 까지는 사막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을 모양이다.

comment (2)

듀얼
듀얼 12.06.07. 23:16
잔잔한 분위기네요
경은유
경은유 작성자 12.06.07. 23:49
앞으로 제가 쓸 소설의 지향점 입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805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467
312 테마 [단편전쟁] 오뉴월엔 그러기 마련이지 (4) 설일스 2012.06.30. 5103
311 테마 [단편전쟁] 안드로이드와의 키스 (3) 까레니나 2012.06.15. 4714
310 연재 여륜전(가제) - 서장 라크마 2012.06.14. 4093  
309 자유 소녀는 외로워 보였다 (2) 귤여신도 2012.06.11. 4840
308 자유 방랑자 X 경은유 2012.06.10. 4171  
307 자유 칼의 노래 0~2 경은유 2012.06.10. 4799  
306 단편 [단편연작] 본격 리모컨 잃어버리는 라노베 칸나기 2012.06.08. 4848  
연재 사막 (2) 경은유 2012.06.07. 3936
304 테마 그와 그녀의 스터디 나이트 (2) 이리스 2012.06.07. 4198
303 단편 [초단편] 소녀와 고양이 (1) 현서/푸른꽃 2012.06.07. 4657
302 단편 마녀가 산다 (1) readme 2012.06.07. 4395
301 연재 내 이름으로 외상한 놈 누구냐! -3- 상워니 2012.06.06. 3796  
300 연재 내 이름으로 외상한 놈 누구냐! -2- 상워니 2012.06.06. 3778  
299 연재 내 이름으로 외상한 놈 누구냐! -1- 상워니 2012.06.06. 3654  
298 테마 [단편전쟁]괴수는 사랑하면 안 되나요? 호성軍 2012.06.05. 4256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61'이하의 숫자)
of 61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