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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전쟁] 안드로이드와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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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분쟁은, 사실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분쟁을 원하는 것은, 혹은 어떤 쪽의 상대적인 우월을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 쪽에서나, 안드로이드 쪽에서나 과격파에 한정되었을 뿐이다. 대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들 사이의 마찰이 지속될만한 동력을 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인간도, 안드로이드도 이젠 평화를 원했다. 아니, 실은 안드로이드들 쪽이 평화를 더 갈망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과격파들은 그것이 모두 인간에 의해 주입된 나약함이라고 부르겠지만. 그렇지만, 그런 면에서는 인간들도 오랜 진화의 세월과, 이후 오랜 문화의 세월을 지나면서 닳고 닳아 그런 나약한 것들을, 평화를 원하게 된 것이 아닐까. 피차 마찬가지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물리적인 분쟁과는 별개로,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차이라는 기류는 쉽게 사라질 수 없었다. 평화를 바라면서도, 인간은 안드로이드와 자신을 구분 짓길 원했고, 당연하게도 안드로이드는 그 구분을 철폐하고 싶어했다. 물론, 그 구분 자체가 생활에 어떤 직접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 인간들 사이에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것과 같은, 그런 차별이라고 부를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다만, 그런 구분이 사라진다면 무언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은, 마치 지금은 그 차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인지 구조는 인간의 그것과 거의 정확하게 닮아 있었고, 최초의 설계자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어쩌면 인간들에게는 불온하게만 보일 그런 동기를, 안드로이드의 생각 속에 허용했던 것이다.

 영혼이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은 때로 안드로이드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안드로이드라는 것 자체가 한 때 인간이 영혼의 기능이라고 믿었던 인지 기능들의 신경적 구조를 모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와서 영혼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우스운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영혼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우습게 생각하는 가운데, 그들이 그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가늠하는 소수가 있는, 그런 정도에 불과했다.
 혹자는 그것이, 인간이 근본적으로 아직 종교적인 사고를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건, 보통 초월적인 존재를 상정하지 않는 안드로이드들 사이에서 특히 심한 풍조기도 했다. 그렇지만, 실은 종교가 있은 다음에 영혼의 문제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문제라는 기반 위에서 종교가 탄생하는 것이다. 영혼의 문제에 대해서 종교를 끌어들이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색채를 바래게 할 뿐이다.
 사실,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인간이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었다.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고, 안드로이드에겐 없다. 그런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한 달 전,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서 가로등에 의지해 그와 의자에 앉아 있었을 때, 문득 그가 그런 물음을 꺼냈다. 전후 어떤 맥락도 없는 질문이어서, 나는 조금 당황한 채로, 그를, 잠깐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는, 내 반응에 조금 당황했는지 소리낸 웃음을 지어 붙였다.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이야기는 아냐. 그냥, 어떤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는데, 안드로이드들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런 게 궁금해져서. 어때? 뭐, 대답은 안 해도 괜찮지만."
 "영혼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는데. 솔직히."
 먼저 그렇게 말을 맺고 나서, 나는 그가 그런 이야기를 꺼낸 의도부터 먼저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를 가리켜 영혼이 없는 존재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그에게 했던 것일까? 물론, 안드로이드와의 연애라는 것이 아직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고, 어쩌면 그 부분을 들어 누군가가 그를 조소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영혼이라는 것의 유무가 인간하고 안드로이드 사이에 어떤 큰 차이를 만드는 건가?"
 내가 물었다. 그는 밤하늘 위로 시선을 들어, 잠깐 생각해보는 듯 하다가, 갸웃 고개를 떨어뜨렸다.
 "글쎄, 그런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예전에 당신이 그랬었지? 어떤 새가 오리처럼 걸어다니고, 오리처럼 헤엄치고, 오리처럼 운다면 그건 오리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생각해보면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역으로 되짚어보면 영혼이라는게 있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그게 큰 의미는 없는 거라고, 그렇게 말 할 수도 있는 거겠지."
 "음식을 먹는 대신 충전을 한다는 정도를 빼면?"
 "그런건 차이라고 할 수도 없지. 따지고보면 그런 차이는 많잖아?"
 조금 더 심각하게 나아가면 생식 기능이 없다거나,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지만, 생식 기능이 있는가 하는 것이나, 전력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거창한, 영혼이라는 단어에 접붙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안드로이드라서 그러는 걸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내가 사실 영혼이 없다고 해도 상관 없어. 그렇다고 머리 어딘가가 비어버린 듯한, 그런 공허감 같은걸 느끼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잠깐 웃어보였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그러니까 영혼이 실제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보다도, 굳이 우리들에게는 영혼이 없다, 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가 더 궁금해. 물론,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글쎄, 그냥 차이를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인간과 안드로이드는 역시 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차이는 있다. 그런 거."
 그걸 통해 굳이 새로운 차별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그런 차이를 설정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해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음식 대신 전기로 움직인다고 해서 그게 우리에게 유의미한 문제는 아닌 것처럼.
 "그런데, 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은 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운을 뗐다.
 "예를 들면, 내가 당신에게 느끼는 사랑이나 애정과, 당신이 나에 대해 느끼는 사랑과 애정이 같은 것일까, 하는 거. 나는 그 둘이 같은 것이라고 확인받고 싶지만, 그걸 확인하기는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어. 당신이 나에 대해서 애정, 혹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글쎄, 그걸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는……나도 잘 모르겠는데."
 사실, 마찬가지로 그가 나에게 가지고 있다는 애정이, 내가 그에게 느끼는 애정과 같은 종류의 것일는지는 역시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내가 굳이 그것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기 때문일 뿐. 아니, 실은 의심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가 나에게 대해 가질 수 있는 애정이 원본이라면, 내가 그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원본에 대한 모작일 뿐이기 때문이니까. 모작이 원본에 대해 의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뭐, 상관 없어."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소리내어 웃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이야기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하니까. 그걸로 충분해."
 그는 내쪽으로 눈을 돌렸다. 가로등 불빛에 그 눈매의 끝이 서늘하게만 비쳤다.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나 또한, 어떨 때는 그 원본, 이라는 것에 대해 동경할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그가 지금 내쪽으로 돌린 눈길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라거나.
 "안아줘."
 나는 그의 등과 허리 위로 팔을 감았고, 그 또한 내 등 위를 잡아 끌어당겼다. 체온을 나누면서, 나와 그는 서로의 입술 위를 포갰다. 물론, 그정도로도, 그가 그런 이야기 끝에 왜 안아달라고 이야기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일 이후로도 나는 영혼이라는, 그 두 글자 단어의 무게감을 쉽게 지워버리지 못했다. 영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때로는 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제는 조금 낡아버린 주제의 책들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방향이 잘못된 것인지 그게 그리 큰 단서가 되어주지는 않았다.
 "내가 인간이 되면 문제가 사라지는 걸까?"
 그 일이 있은 잠깐 후에, 나는 그에게 그런 말을 꺼냈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거야? 미안해."
 그는 조금 당황한듯한 표정을 띄워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건 아니고,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어서. 그런 거 뿐이야."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관계라."
 그는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어깨 조금 너머까지 닿는 머리카락이 그 움직임에 따라 살짝 기울어졌다.
 "예전에,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이야기했던 시절에는 말야, 아니, 물론 요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 어쨌든, 그런 때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신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어. 안드로이드가 자기를 만든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것처럼, 인간 또한 자기를 만든 신이 되고 싶어했던 거지."
 그가 말했다.
 "그런데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어. 물론 인간이 신과 같은 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수는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런 순간에도, 그 인간을 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바꿀 수도 없고. 역사가 끝날 때까지 인간은 신이 만든 존재일 뿐이야. 조금 기분 상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괜찮아."
 나는, 일단 그런 말보다는 그 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지만, 실은 그건 몸을 옥죄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 말은 과격한 자들도, 결국은 자신들의 힘을 증명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을 뿐이라는 것에 대한 간단한 증명이었다. 무슨 수를 써도 인간이 될 수는 없다고 하는, 명백한 속박. 차이와 구분이 사라진다고 하면 마치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그래서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차이를 하나 줄여갈수록, 마치 그 속박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이 느껴지는, 그런 것.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 속박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고, 최초의 설계자가 그런 생각을 우리에게 허용했던 것은 그래서 필연적인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때에서야,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확정하고, 안드로이드들 자신에게도 인식시킬 수 있을 테니까.
 "어쨌든, 나는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바뀔 수 없어. 그러니까, 인간에게 있는 영혼이 안드로이드에게는 없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그런 이유일지도 몰라."
 그는 뺨에 손을 가져다댔다.
 "신이 되고 싶어했던 사람들은, 신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신을 부정한 거야?"
 내가 물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신이 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나서, 사람들은 신이 되기를 포기한 대신 신과 같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을 바라기 시작했어. 존재하는 것들은, 자기 자신을 존재하게 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같을 수 었어. 그렇지만, 자신을 존재하게 한 것, 지금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옆에 가까이 있을 수는 있는 거야. 당신이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처럼. 차이가 있다고 하면, 그런 차이 밖에 없는 거야."
 그가 말했다.
 "사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도 대부분 그런 식이야. 인간은 자신 밖에 있는 인간, 안드로이드, 그 어느 쪽도 완전하게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 나도, 그 날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생각을 조금 해봤어."
 "결론이 났어?"
 "났으니까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밝게 웃었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 없어.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이 중요한 거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그걸 확인해줬으면 좋겠어.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차이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내가 당신 곁에 있을 것처럼 당신도 내 곁에 있을 거라고. 그걸 확인받아야겠다는 게 내 결론이기도 했고."
 "당연한 거야. 그건."
 그 말에도, 무언가 수사를 덧붙일 수 있었다면 좋을 테지만, 나는 그 짤막한 문장 이상을 떠올릴 수 없었다. 내 손 위를 덮은 그의 손에서 흐르는 피를 타고 전해지는 온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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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키스데이였다죠? 허허헣...헣...

comment (3)

설일스
설일스 12.06.15. 14:08
안드로이드도 사랑을 하는데......!! 키스데이가 농심에서 나온 신제품 스낵 이름 맞나요?
설일스
설일스 12.06.15. 14:18
아 그건 그렇고, 소설 이야기를 살짝 해 보자면:3 < 세계관 설정이라고 해야하나요?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공존하고 그들 사이에 존재할 법한 분쟁관계나 갈등들이 단편으로 끝날 만한 범위가 아닌 듯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배경이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좋아하는 편이라 술술 읽었습니다만, 그냥 가볍게 읽기에는 무게감이 좀 있어서 지루한 측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진지열매를 와구와구 먹은 느낌일까요ㅎㅎ 조금 더 공감을 얻기 위해서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혹은 사색에 빠진 주인공보다 좀 더 즐겁게 읽힐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단편으로 끝나다 보니 세계관 설명, 그리고 결국 사랑은 모든 걸 포용한다는 주제? 혹은 결말만 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의 특성으로 인한 사건이 조금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 주관적인 생각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_^;
까레니나
까레니나 작성자 설일스 12.06.15. 23:10
아, 감사합니다. 다음엔 조금 더 재미있는 캐릭터를 시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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