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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인간 연애사 연구부, 줄여서 인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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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58 Sep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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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칸나기
협업 참여 동의


방과 후. 늦은 시간.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무인의 교정은 조용함으로 가득하다.
드르륵.
교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선 교실 안은 이미 황혼빛으로 그득했다.
석양빛이 감도는 창가 앞에 앉아있던 소녀가 내가 들어온 소리에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내게로 시선을 던진다.
슬쩍. 돌린 옆얼굴은 석양의 감귤빛에 폭하니 파묻혀있어 아름답다. 가지런한 이목구비를 따라 흐르듯 비치는 황혼빛이 아름답다.
흑단 같이 새까만 흑색의 머리칼은 감귤빛 속에 녹아들듯 사라락 허공에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검은 머리칼과는 대비되듯 새하얗고 갸름한 얼굴이 석양을 받아 반쯤 붉게 물든채 떠올라 있다.
우수에 젖은 듯 별처럼 촉촉히 빛나고 있는 눈동자,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콧날과 살짝 도톰한 느낌이 감도는 입술까지.
한 마디로 말해 예쁜 여자애였다.
그 여자아이는
"……와줬구나."
황혼 속에서 살포시 미소지어보였다.
"어, 응. 편지, 받았으니까."
꾸깃. 하고 나는 손안에 들려있던 편지를 새삼 매만졌다. 오늘 방과 후, 평소처럼 수업이 모두 끝나고 종례 후 내일 있을 수업준비를 위해 미리 내 교과서를 사물함에 가져다 놓기 위해 뒷편 내 사물함을 열었을 때였다. 거기에 이 편지가 들어있었다.
흰색 바탕에 줄만 몇 개 그어져있는, 상당히 사무적인 모양새의 편지. 딱봐도 어디까지나 문안 인사용으로나 어울릴법한 이 편지지에 담겨있던 내용은 오늘 오후, 방과 후 모두가 돌아간 오후 5시쯤에 아무도 없는 이곳 1학년 8반 교실에서 나를 기다리겠다는, 어딜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 내용을 읽고 나는 이곳에 왔다.
그리고 방과 후 1학년 8반 교실에서 만난 것이다. 눈 앞에 있는 소녀를.
"그, 저기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나는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에 땀이 차는 걸 느끼며 입을 열었다.
이런 내 말에 여자애는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이런 편지를 보낸 거야? 방과 후에 보자니. 굳이 용무가 있다면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이 아니더라도……."
내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와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내 양손을 붙잡은 것이다.
직접 자기 손으로.
처음으로 느꼈다. 여자의 손이란 이리도 부드러운 것이구나. 하는 감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당황. 당혹, 그 순간 속에서도 피어나는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설렘.
그렇게 어쩔 줄 몰라하는 내 앞에서 살짝 내 양손을 부여잡은 소녀는 눈을 내리깔고 이리 말했다.
"……남들이 알면 싫으니까."
그 조용한 목소리에 나는 헉 하고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아니, 남들이 알면 싫다니. 무엇을? 하고 멋없이 되묻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여자애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정답은 하나 아니겠는가.
아무리 눈치가 없기로 소문난 나라고 해도, 그것까지 물어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 그, 그말은, 그, 그그그 그러니까."
자연히 떨려오는 내 입술을, 여자애는 검지손가락으로 막았다. 입술에 느껴지는 온기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 내게 여자애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예전부터 줄곧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난 말이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학교에 입학해서 널 처음 본 순간, 그때부터 너를………."
내 얼굴 가까이 다가오는 소녀의 얼굴.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달콤한 과일 향기는 평소 소녀가 쓰는 샴푸의 향내일까. 점점 우리 사이는 가까워져왔다.
"…나, 처음이야."
"!!"
조만간 소녀의 입술과 나의 입술이 펼치는 제1종근접조우를 각오하려는 바로 그 순간.

"………………아니아니아니아니! 역시 못해먹겠어!"

제1종근접조우 이벤트가 발생했다.
물론 소녀와 나의 입술이 박치기한다는 로맨틱한 이벤트는 아니었다.
퍼억 하고. 소녀의 주먹과 내 복부가 서로 함께 강도 시합을 벌였다. 물론 승리는 소녀쪽이었다.
로맨틱하기는 커녕 실로 끔찍하고도 테러블한 이벤트였다.
"끄아아아아?!"
전신을 울리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며 복부를 감싸고는 바닥을 구른다.
아파. 아프다고! 뭐, 뭐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렇게 데굴데굴 교실의 차디찬 바닥 위에서 트위스트를 추고 있으려니
드르륵 하고 뒤늦게, 소녀와 나 단 둘 밖에 없는 교실에 두 명의 여자애가 무단침입을 시도했다.
"역시 실패했나."
"예상했던 결과."
찰칵 안경을 밀어올리며 한숨을 내쉬는 양 갈래 머리 소녀 한 명과 무뚝뚝한 얼굴로 대꾸하며 나타난 단발 보브컷의 소녀.
두 명 다 '인연부' 소속의 부원들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역시 내가 첫 타자라니! 허들이 너무 높아! 이게 뭐야? '여자쪽에서 먼저 고백해서 순진한 남학생을 함락시킨다. 모든 남자들의 로망! 쟁취하라 소녀여! 제1막.'이라니, 누가 짠 시나리오야?!"
탕탕 하고 발을 구르며 소리치는 흑발 소녀는 방금까지 나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게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마냥 (실제로 거짓말이지만)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흑발 소녀를 보며 "피식." 하고 일부러 티나게 소리내어 비웃는 단발 보브컷 소녀.
거기에 흑발 소녀가 분노했다.
"거기 너! 바, 방금 비, 비비비 비웃은 거야?!"
"어이 없음. 제비뽑기로 패배했으면 순순히 따르는 것이 패자의 도리. 원숭이."
해석하자면 제비뽑기 결과대로 계속 이행할 것이지, 뭘 중간에 집어던지고 혼자 원숭이처럼 화내고 있는 거냐. 멍청아. 라는 뜻이다.
"음. 그건 확실히 효요 부원 말대로다."
찰칵 하고 안경을 밀어올린 양 갈래 머리 소녀. 그러니까 우리 연인부의 부장인 '이민희' 선배는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다. 그것이 바로 17년 태권도 경력의 '소나기'양이 부르짖는 프라이드(자존심) 아니었나? 그래서 이번 시나리오의 주역을 맡은 것일텐데?"하고 발언. 그런 부장의 확인사살에
"그, 그건……!"
방금까지 화내던 것이 다 거짓이라는 듯 그대로 격침 당하는 흑발의 소녀. 그러니까 소나기 양(인연부 부원).
하지만 그렇게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여러모로 꺅꺅 거리며 소동을 피우는 동안에도 나는 그저 배를 움켜잡은 채 끙끙거리며 바닥에 쓰러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강렬했다. 태권도 경력 17년인 태권도 소녀의 정권 지르기는 확실하게 나의 내장을 파.괘.한.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도 실패인가."
"제대로 성공을 못하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소재 문제."
"돼, 됐어! 다음 번엔 내가 안해! 이번엔 했으니까 다음 시나리오는 다른 사람이 해! 난 절대 못해!"
쓰러져있는 내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서로 좋을 대로 떠들고 있는 세 명의 여자아이.
그들을 고통에 겨운 곁눈질로 살펴보며. 나는 새삼 이리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로, 정말로, 완벽하게.
……인연부에 입부한 건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통한의 실수였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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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가상연애놀음하는 동아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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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칸나기

칸나기

네. 나기 여신님 귀엽죠. 저도 좋아해요.

comment (1)

엔마
엔마 12.09.09. 15:18
재미있네요!
그건 그렇고, 나기 아가씨 소설은 항상 '아 나기표 소설이다'라는걸 알 수 있다니까요.
묘한 일관성이란......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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