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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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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57 Nov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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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라세
협업 참여 동의

 

잔소리


 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이게 몇 일 만이니. 근 이틀 만에 만나는 건데, 주말동안 건강했니?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만난 뒤에, 처음으로 하루이상 떨어져 있었구나. 모든 건 사라져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었지.
그래, 나는 이틀 동안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
넌 그렇지 않았어? 이건 나 혼자만의 착각인건가?
그 날 화를 냈던 건 미안하게 생각해. 내 말투가 심했다는 건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어. 용서해주라, 응?

....
아무래도 넌 아직 화가 안 풀린 것 같구나.
그렇지? 우리가 그렇게 크게 싸운 건 처음이었지. 우린 만나고 나서 여러 번 투닥거리며 다투기도 했고, 네가 여러 번 화가 나서 나를 무시한 적은 있었어.
하지만 이번엔 네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아. 네가 그렇게 비장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건 처음이구나.
그 날 일에 대해서는 이틀 동안 곰곰히 생각해봤어. 혼자서 생각할 시간은 질릴 정도로 많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 때는 내가 전적으로 잘못했어.
너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뭐? 내가 아직까지 뭘 잘못 했는지 모르고 있다고?
그 말은 내 말투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는 말이야?
그럼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화내는 건데? 한번 말을 해봐.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사과도 할 수 있고, 화해도 할 수 있잖아.

....
왜 거기서 입을 다무는 거야.
난 너랑 이런 분위기에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우리가 왜 이래야 하지?
우린 그동안 재밌었잖아.

넌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 반응이 뭔지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내가 항상 늘어놓는 시덥 잖은 이야기에 정말로 사랑스런 미소를 보여 줄 때, 난 네가 너무 좋았어.
그럴 때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는 이야기를 이어가곤 했지.
그런 네가 너무나 좋았기에, 난 이 사람이라면 나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감탄하던 것이 생각나.

그런 우리가 왜 이래야하니, 서로에게 줄 수 있는 100가지의 이로운 것을 두고서,
서로에게 날카로운 눈빛만을 이렇게 교환하고 있어야 하니.
난 이런 분위기가 너무나도 싫어.

그러니까 말해줬으면 해. 내 무엇이 널 그렇게 화나게 했는지. 어떻게 하면 화를 풀고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 미소를 내게 다시 돌려줄 건지.
말해줬으면 해.

아, 거기서 오른쪽이야.

뭐? 내가 전혀 변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금까지 말한 게 뭐라고 생각해? 난 널 위해서 변할 준비가 돼있어. 내 뭐가 잘못됐는지 지적해 준다면 뭐든지 바꿀 준비가 돼 있다고.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

이제 알겠군. 넌 나랑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 리가 없어. 나와 끝내고 싶은 거니?

....
또 그 버릇이 나왔군. 자기가 불리하면 입을 닫고, 사람을 무시하고 마는 나쁜 버릇.
내가 여러 번 지적했듯이. 그런 태도는 사회생활에 아무 도움이 안 돼.
아무리 요즘의 젊은이들이 타인에게 관섭 당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추세가 있다고 해도, 그런 태도로는 넌 곁에 아무도 둘 수 없을 꺼야.
가장 많은 것을 참견하려 하는 사람이, 너에게 가장 많은 것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겠니?
지난 세기에 부모님들이 충고하기 전에 항상 했던 상투적인 말이지만, 내 충고는 항상 너를 위해서 하는 충고야.
상투적인 것만큼 그 상황에 딱 맞아 들어가는 말은 없지.

나는 기억해. 네 7번째 직장이었나,
그 우유회사에서 신입 직원으로 들어간 너를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았지.
넌 아무것도 할 수 가 없어서 내 앞에서 울었지.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고, 이렇게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그래서 그 때 난 결심했어. 비록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되더라도, 지긋지긋한 바퀴벌레를 보는 눈으로 날 바라보더라도, 너를 위해 충고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로.

난 이렇게 너를 생각하고 있어.
내 맘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는 않아. 하지만 적어도 난 네 불만을 나에게. 가족도 아닌, 타인도 아닌 공기로 생각하는 한이 있어도, 나에게 만은 숨기지 않고 말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야.
자, 이제 말해봐 도대체, 나의 어떤 점이 너를 화나게 만들었니?


뭐? 그 날 네 잘못을 지적.. 해서?!

너 지금까지 내 말을 듣기나 한 거니?
내가 뭐 하러 지금까지 너에게 이렇게 충고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난 네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인 줄 몰랐다. 넌 그야말로 요즘 젊은이로구나.
그래, 고작 이틀 동안 나를 방치해둔 이유가 고작 네 잘못을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걸작도 이런 걸작이 없군.
세상 사람들, 들어보세요. 이 인간이 고작 자기 잘못을 지적했다고, 나를 차에다 방치하고 혼자서 가버렸답니다!
경천동지할 일이로 구만,

네가 그 날 나를 두고 혼자서 가버렸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는 있니?
이틀 동안 혼자서 이 고민, 저 고민해가며 전전긍긍한 나에게, 뭐라고!? 네 잘못을 지적해서 화가 났다고?!

300M앞에서 유턴이다.

유턴! 유턴이라고. 내 말 안 들려?
생각해보면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내 백 마디의 따듯한 말보다, 언제나 지적받을 때의 서운함 만을 기억했지.
그런 식으로 언제나 사람들에게 점수를 매겨서, 네 안의 그 마이너스 점수가 한도를 넘어 섰을 때 절대 그 사람과는 상종조차 하지 않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언제까지 혼자서 살 수 있을꺼 라고 생각하느냐고!?

입이 있으면 대답을 해봐.
네 안에서 내 점수는 도대체 몇 점이지?

....
....
....

내가 너무 흥분한 것 같네.
생각해보면 그 날도 이런 식으로 싸웠었지.
먼저 내가 네 실수를 지적했지. 하지만 묘한 자존심을 세우기로 결심한 너는 내 충고를 따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내가 너에게 심한 말을 하게 된 거야.
그리고 지금 상황에 와있지.
하지만, 나는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내가 항상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처럼 들렸을지 몰라도 나는 항상 널 위한 3가지의 원칙을 세우고 말을 하고 있어.

첫 번째는 내 말이 너에게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얼마나 도움이 될까 충분히 고려할 것.
두 번째는 어떻게 말해야 너에 대한 내 애정을 조금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충분히 생각할 것.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네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고, 네 잘못을 고쳐줄 수 있을까 하는 고려지.
그래. 그 날의 나에게는 너에 대한 세 번째 고려가 부족했지.

하지만 나는 바보가 아니야.
너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원칙을 망각해버리는 그런 바보들과는 다르다는 이야기지.


나도 흥분해있으면서도, 내 말에 네가 상처 받을 것을 짐작하고 있었어.
하지만 또 다른 가슴은, 내게 지금이야말로 널 갱생시켜 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있었지. 그리고 나는 결심했어.
그 때 내가 결심한 것에 대해서 들어주겠어?
나는 네 자존심을 조금 상하게 하더라도, 첫 번째와 두 번째 고려를 최대한 시킬만한 말을 골라서 하자고 다짐을 했었지.
내 말의 중요한 점은 바로, 내 존재의 이유는 바로, 세 번째가 아닌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이니까.

아무래도 거기에서 서로 간에 오해가 생겼던 것 같아.
네가 그 자존심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나는 몰랐던 거야.
너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줄 줄 몰랐던 거야.

그리고 그 사실을 안 지금에서야 사과할게.
내가 잘못했어. 부디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 그 미소. 나는 네 미소만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렇게 웃어주면 가령 최신의 튜닝 데이터와 따끈따끈한 배터리 삼백 개를 가진 사람이 내 주인이 되기를 원한다고 해도,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널 선택할 수가 있어.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길이야? 오늘은 경황이 없어서 아직 목적지도 듣지 못했군.

....
뭐? 거기는 왜?
....
반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자세하게 한번만 더 설명 해줄래?

....
이 봐, 주인 양반. 잠시만 멈추고 내 말 좀 들어봐. 아니, 들어 보세요
넌 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어.
잠...

10M

5M

띠! 목적지 North 네비게이션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운행을 종료합니다. 
 

comment (1)

마리
마리 12.11.14. 15:58
저게 다 애정에서 나온 잔소리일텐데... 반품이라는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 네비게이션 양을 위해 묵념(..)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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