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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대] 남자는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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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0 Jan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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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UNDERDOG
협업 참여 동의

어쩔 수 없지.”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야.”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인생인걸.”

 

녀석들이 하나 둘씩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래,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왕 시작한 거 끝장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러기 위해 친구가 되었고, 그러기 위해 이렇게 다시 뭉친 것이었다.

 

결국 우리들 중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녀석들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녀석들은 그런 나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마음을 굳힌 듯 결연한 얼굴로 나를 따라 하나 둘씩 주먹을 내밀기 시작한다. 순간 감정이 복차 오른다. 친구들 하나는 잘 사귀었다는 뿌듯함이 마음속에 퍼졌다.

 

남자는 무조건 주먹이지. 나는 여태껏 그 이외의 답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앞으로도 없을 거고.”

 

그 중 한 녀석이 이야기했다. 다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운수가 좋은 날이었어. 난 내 자신을 믿어. 그리고 너희들도.”

 

나는 그 말과 함께 조용히 주먹을 하늘 높이 들었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저 마다의 굳건한 의지를 눈빛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정적이 흐른다. 몇 초 후 각자 우렁찬 기합과 함께 손을 다시 내렸다.

 

심장이 덜컹거렸다. 나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기적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몇 번이고 눈을 비비다음 다시 앞을 바라봐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더 세게 불끈 쥐었다.

 

“넌 내 인생에서 가장 용감했던 친구였어.”

 

방금 전, 남자는 무조건 주먹으로 끝난다고 말했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그는 활짝 피고 있던 손으로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뒤따라 다른 녀석들도 나에게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휘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움직이며 정면을 쳐다보았다. 그 곳엔 내가 해치워야할 괴물이 보였다. 그 누구보다 시커멓고, 보기만 해도 위압적으로 보이는 괴물. 하지만 이 정도에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냐. 나는 마음을 굳히고 천천히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괴물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지점. 녀석이 눈치 챈 듯 이 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직은 먼저 행동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코앞까지 다가가 입을 녀석에 입가에 최대한 가까이 붙였다.

 

저기, 죄송합니다. 술게임이라서 어쩔 수가 없네요. 안 그러면 쟤네들한테 맞아 죽어서.”

 

나는 그렇게 조용히 속삭이고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녀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역시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내 말은 못 알아 먹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야이 퍽킹 니그로새끼야. 나가서 나랑 한 판 붙자!”

 

나는 이미 고삐풀린 망아지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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