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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


-,케엑,케게게게엑!


지하던전 44. 그저 천장에 박힌 벽돌만한 인공광원이 짙푸른 어둠을 푸르게 흩뿌릴 뿐이다.

[낭만왕]시대서부터 수많은 어둠과 인간의 출입을 불허했던 심연의 공간.


아무도 침입할 수 없었던 그곳에 단 한사람이 들어왔다. 성인 남자가, 다섯자루의 칼을 들고서.


남자는 바삐 움직이지 않았다.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왼쪽 허리에- 용이 음각되어있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살육을 시작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고 천천히. 철저하게 한톨의 생명도 남기지 않을 것처럼.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수없이 교차된 커다란 통로에 남겨져 있는 것뿐이라고는 고깃 덩어리에 불과한 아라도그민 무리들. 그 수는 어림집작해도 백단위를 가뿐히 넘어섰다.


시체들의 사인은 모두 특이했다.


마치 거신들이 가지고 장난칠만한 유리조각들- 그 개개의 형태의 특이성과 비동질성이 오히려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거대한 유리조각들이 수없이 꽂혀있었다.


아니, 통로 자체가 유리조각에 한꺼풀 덮인 것만 같다. 수없이 길고 겹쳐진, 그 방위만도 수백,수천에 이르는 통로 전체가 칼날의 바다가 되어버렸다.


남자가 왼손에 쥐고있는 검과 같은 빛의 유리칼날들.


유리칼날은 벽을 뚫고, 아라도그민의 시체를 뚫고, 꽂힐 수 있는 그 모든 것에 꽂혀있었다. 그 수는 감히 짐작할수 없을 정도로 많기에, 하나의 기이한 오브제이자 심지어 경이마저도 일으킨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아라도그민 공작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 다리, 허리, 복부에 5-6m나 되는 유리칼날들이 뚫고 들어왔다. 대전차포탄도 튕겨내는 아라도그민의 피부를 부드럽게 짓이기며 유린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한 경도의 터럭도 찢겨지고 뽑혀져 나갔다.


갓태어낫는지 낑낑 거리는 아라도그민 새끼. 남자는 그것의 머리위에 발을 올려놓고서,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네놈은 뭐,뭐냐아아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분노. 순수한 분노에 잠긴 목소리. 44층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통로에, 괴물은 쓰러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옆으로 쓰러진 아라도그민(亞犯犬)공작.


공작은 무척이나 분노했는지 다른 종에게는 말하지 말아야할 자신의 진명(眞名)까지 밝히며 끓어오르는 마음속 불꽃을 토한다.


-()는 현건파(Re-Building) 5 형 갑종 발라드 공작부인이다! 네놈,인간따위가 감히!


-닥쳐.


전술핵병기 수십다발에 견줄만한 괴물의 말을 남자는 간단히 거절했다. 두려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남자는 발라드 공작부인을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남자의 시선은 오로지 발밑의 아라도그민 새끼에게 향해있었다.

낑낑대는 아라도그민 새끼.


-이게, 레비엘 하사가 낳은 빌어먹은 것이구나.


극한의 빙설보다도 차갑고 시린 목소리가, 아라도그민의 귀에 스며들었다. 아라도그민 새끼도 남자가 뿜어내는 분노와 경멸에 짓눌려 제대로 목소리조차 쥐어짜내지 못한다남자는 발에 힘을 주었다.


파직


개의 머리는 쉽게 터져나간다. 눈앞에서 일어난 참상에 발라드 공작은 분노로 들숨과 날숨에 급격히 수축되고 팽창되기를 여러번. 늑대새끼와 비슷한 괴성을 울부짖는다.


-인간?!인간놈이! 인간놈이이이이! 네놈!! 네놈!! 감히 내 새끼를! 내 현손자를! 증손자를!


분노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살을 찢고 뼈를 깨부수며 거대한 날이 피로 물들여 목덜미를 관통한다.


비명.


-다시, 네놈의 목에 봉인결계가 작동될것이다.


두개가 합쳐져 하나의 날을 형성하는 그것은, 가위라는 표현이 제일 적합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가위형태의 무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머언 옛날,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날뛰던 그시절 [만능왕]이 아라도그민 무리를 직접 징치하며 박아넣은, 제약이자 봉인.


그들의 귀족들을 멸망케하고 수백, 수천년의 세월을 땅 밑, 던전속 이끼와 습기,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살게 만든 거대한 봉인 결계였었다.


목덜미에 꽂혀진 가위. 가위에 푸른 빛이 발하며 수많은 수식과 빛무리로 그려진 사어(死語)가 날을 휘감싸고 돈다.


-,,,어커커커어어


가위가 꽂힌 아라도그민 귀족의 커다란 목덜미 부근부터 피부위로 팽팽히 돌출되는 혈맥. 마치 피부를 뚫고 나오고 싶은 것처럼 한치나 튀어나와 뱀처럼 이리저리 종횡하며 전신으로 치닫는다. 발작하듯 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아라도그민 공작.


가위의 봉인결계가 시작된 것이다. 마치 생명이 깃든 것처럼 날이 길어지더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천장으로 솟아오른다. 신비와 기적의 일부가 드러난 광경. 단순했던 검은 가위는, 목덜미에 하나의 신성(神聖)한 열주로서 화했다.


아라도그민 공작은 목에 박힌 기둥을 네 다리를 통해 어떻게든 움직여서 빼보려 발버둥친다. 아라도그민은 남자에게 침을 뱉었다. 목덜미 윗부분, 대가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피눈물을 흩뿌린다.


-으아아아아아! 봉인을! 춘척(春尺)을 다시 꽂은 것이냐 네놈! 후손들을 죽인 것들로 모자라서! 으아아아아아!


내장조각과 피를 토하면서도 아라도그민의 커다란 턱은 끊임없이 분노와 절망을 쏟아냈다.


수백 수천년에 걸친 노력. 수많은 자작과 백작들의 넋의 무게를 짊어지면서 겨우겨우 풀어낸 봉인 결계였다. 삶의 가능성을 위해서, 종의 생존까지 포기해가며 겨우 풀어왔건만 어처구니 없게도 한 남자에 의해서 다시 목덜미에 봉인결계가 다시 작동한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서있는 자는 한명 뿐.


아라도그민 공작의 앞에 검을 들고있는 단 한명의 인간 뿐이었다. 북부전선에 종군하는 이 특유의 설상코트를 입고, 거신황국의 군복을 입은 사내. 하지만 특이하게도 다섯자루의 검을 차고 있었는데, 허리에 한자루, 왼손과 오른손에 각각 한자루, 그리고 등에 두개의 검을 차고있었다.


그 남자는 전혀 무기가 될 수 없는, 반 이상 부러진 검을 잡고있었는데 그 모습은 무척 특이해 보이나 남자에게는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왜냐, ..왜 내 후손을, 죽이는 거냐. ! ! [방탕의 승려]로 내 후손들을 사육한 것이며! 왜 나를 다시 봉인결계에 가두는 것이냐아아아!


피눈물을 흘리면서, 피끓는 소리와 목에 뚫린 구멍속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소리를 무시하고 소리치고 또 소리친다. 남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냐고? 복수다. 5군단 3사단 32포병대대 2포대 레비엘 하사를 납치하고, 그 더러운 씨앗을 수태시킨 복수며 그리고 그녀를 죽게 만든 복수다. 클라 마을 24명의 여성들에 대한 복수며 남은 인간들을 먹어치운 복수다!


아라도그민은 피눈물을 흘리는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후손들을 도살한 인간을 쳐다보았다


살육자의 목소리에는, 아라도그민의 노성을 넘어서는- 공작조차도 흠칫할 거대한 광기의 총합이 느껴졌다. 그것은 공작에게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선택지처럼 다가온다. 남자의 시리도록 날선 분노는 뼈저리게 영혼의 깊숙한 밑바닥까지 쳐들어왔다.


-그것이 나의 복수다. 다시는 인간을 범할 수 없도록 내가 걸어놓은 최흉최악의 복수.


살육자의 눈에는 인간이 가질수 없는 분노가 서려있었다. 살육자의 눈에서 그 머언 옛날의 [만능왕]의 분노가 느껴졌다.


우연일까


머언 옛날 관용왕이 그러했듯이, 그 남자도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본능적으로, 아라도그민은 남자가 너무나도 두려워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양 다리로 커다란 눈 주위를 감싸며 눈앞의 복수귀를 보지 않으려 했다.


-내 부하를 범한 너희들에게는 죽음조차도 사치다. 평생을 되먹지 못한 본성과 함께 이곳 44층에서 썩어 문드러져라.


뚝뚝 떨어지는 증오.

발라드 공작은 자신의 존재조차도 잊은 채 본능적으로 피웅덩이에 대가리를 처박고 개처럼 낑낑 댈 뿐이었다.


comment (1)

으이구불쌍! 작성자 13.03.14. 00:05
2번째 퇴고후 경소설회랑에 다시 쓰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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