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st
Write- 21:29 Apr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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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S
- By kira1350
협업 참여 동의 |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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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안개
저 멀리 보이는 붉은 형체..
기계적으로 붉은 형체에게 다가가 손을 뻣는다.
하지만 내 손에 닿자마자 형체가 흩날리는 꽃잎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하얀 단발 머리의 소녀가 나타난다.
[...후유노..]
후유노라고 불린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후유노..?]
이름을 부르자 서서히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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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드세요~약드세요~]
나의 경쾌한 알람소리가 들리며 천천히 눈을 떳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창문 밖으로 하늘하늘 흩날리는 벚꽃잎들이 보인다.
"가호, 일어났어?"
문이 벌컥 열리며 미치오가 평소 때처럼 시시한 인사를 했다.
"피곤해 보이네 하하..그럼 씻고 나와...하하"
미치오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천천히 세안을 하는 동안 미치오는 정리도 하지 않은 내 침구에 앉았다.
내 방 뿐만 아니라 다른 방도 그렇지만 각 방에 개인 화장실이 딸린 곳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훌륭한 집이 내 집이 아니란 것이다.
물론 내 침구에 누워 내 만화책을 멋대로 읽고 있는 갈색 머리 뚜비도 나처럼 얹혀사는 것일뿐이다.
"미치오, 내 방에 의자란게 없어서 침대에 앉는 건 알겠는데..내 만화책은 왜 멋대로 읽는 거야?"
"음......그야.....난 밖에 나가지 않으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방 바닥에 앉아 놀라운 집중력으로 만화책을 읽고 있는 미치오를 관찰했다.
'미치오'라는 이 소년는 인간이 아니다.
Beast라고 불리우는 '한 번 죽다 살아난 자'이다.
Beast들은 각자의 능력은 있되 불노(不老)의 능력은 기본으로 깔려있어, 다양한 세기를 거치며 늙지 않고 10대 소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늙지않는 역사책인셈이다.
목 언저리에 있는 선명한 갈색 머리에 자줏빛색 눈, 여자와는 딱히 노는 꼴을 보지 못하였다.
키는 176정도의 미소소년..만약 이 시대에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정말 인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내일은 젠이 돌아오는 날이네."
"딱히..."
"하하..1년이란 시간은 짧긴하지.."
나는 미치오의 우유부단한 말을 듣고 은근히 화가 났다.
허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Beast가 되었단 사실을...
언제나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지만....
그럴 때에면 꿈에 나타나 공허하게 웃는....
그녀가 나타난다..
♠
내 앞에 옷을 갈아입고 있는 최가호는 인간이 아니다.
1년 전이었나..아..5년 전인가?
뺑소니? 랬나..
뭐 어찌됬든 인간이 아닌 Beast이다
'언데드', '저승사자', '요괴', '몬스터', '괴물'...등등 지금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해온 종족...
살해당하지 않는 이상 늙지도 죽지도 않는 안타까운 존재들
그게 바로 내 앞의 최가호란 소년과 나, 그리고 이 집의 주인인 '젠나이오'라는 소녀, 그리고 몇몇 다른 형제들이다.
그나저나 젠은 언제 오려나...?
내일? 아님 모레? 뭐 어때 시간은 남아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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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치오, 듣고 있어?"
"엉? 아 미안"
"Beast들이 살해?"
멍하니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미치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살해라기 보단...학살?..응 학살이야. 며칠새에 Beast 32명이 죽었으니까."
"그런게 가능해?"
"보통 인간이라면 우리와 반(半)인간을 구분하지 못할뿐더러 약해"
"그렇다면 반인간들인거야?"
"누가 범인이든 등활지옥(살생한 죄인이 죽어서 가게 된다는 지옥으로, 뜨거운 불길로 고통을 받다가 숨이 끊어지려면 찬 바람이 불어와 깨어나서 다시 고통을 받는다고 함.)을 피하진 못해.하하.."
미치오는 기억이라도 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미치오를 보다가 문득 궁금해 졌다.
"근데 등활지옥은 어떤 곳이야?"
그러자 미치오는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글쎄? 하지만 가게 된다면 아프지 않을까? 안가봐서"
안가본거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