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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운터 신드롬-[1. Encounter 소녀-‘유하임’이라는 바보에 대해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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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45 Apr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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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eth
협업 참여 동의

 


 진도는 전혀 나가지 않은 수업은 순식간에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다.
 학교의 거대한 학생식당(급식이 아니다!)과 매점은 이미 전장으로 변해있는 상태. 일반 학생들은 이쪽을 노려서 이 학교에 들어온 경우도 상당히 많으리라.
 난 그 광경을 방관하며 싸온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메뉴는 보온병에 담아온 카레와 도시락 통에 꽉 차게 담은 밥이다. 요리사는 바로 나. 이래 뵈도 기본적인 가정 스킬을 갈고 닦은 남자다.

“그런 마의 메뉴를 신학기 첫날 점심으로 들고 왔다니. 할 말이 없다.”

 옆자리가 시끄럽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난 보온병에 있는 카레를 해방해 밥에 부었다. 진한 카레향이 코에 닿는다. 이런 냄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임무 완료. 무사 귀환.”

 그 무렵 매점으로 갔던 가혜가 돌아왔다. 양손에 든 봉투는 몇몇 애들의 환성을 자아냈다. 과연 매점의 여왕. 맡은 임무는 완벽하게 수행한다. 부탁받은 물건들을 돈으로 환산한 가혜에게 남은 건 조그마한 머핀과 우유 한 팩 뿐. 그걸 든 채 내 쪽으로 의자를 돌려 앉은 가혜는 특유의 무감정한 눈으로 내 점심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카레?”

“왠지 집에 많아서 말이야. 열심히 소비하고 있는 중이야. 참고로 어제 저녁은 카레 파스타였어. 의외로 맛있었어.”

“미트볼?”

“…그건 무시해줘.”

 카레와 함께 버무려진 미트볼들이 밥 위를 구른다. 결코 내 의사가 반영된 건 아니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토핑이라 생각한다.

“그럼 그 애의 의견이겠군. 건강하다냐?”

“활기 만땅이라고. 시차 생각 안하고 전화해서 새벽부터 깨버렸을 정도야.”

 그 애라는 건 내 여동생이다. 지금은 어떤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있으며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카레에 무얼 넣었으면 하는 질문을 했더니 미트볼이라 대답할 정도로 어린애다.

“아…귀환 중 양호실 앞. 후배. 대기.”

“엑! 벌써? 밥 정도는 먹고 기다리지.”

 아무래도 여유롭게 밥을 먹을 시간은 없을 것 같다. 후딱 비벼서 먹….

“…어이. 가혜.”

“….”

“어째서인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미트볼들이 싸그리 없어졌어.”

“….”

“게다가 네 볼이 햄스터처럼 부풀어있는데. 연관성이 있는 걸까?”

 가혜는 식은땀을 흘리며 슬며시 눈을 피했다. 평소에는 무감정한 주제에 곤란할 때만은 리액션이 크다. 뺨을 늘려주고 싶은 충동을 참은 채 밥에 눈길을 준 순간.
 어디서 구한 건지 숟가락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비벼먹고 있는 요한과 눈이 마주쳤다.

“맛있군. 요리만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칭찬해주지.”

“작작 좀 뺏어먹어. 이것들아!!!”


=-=-=-=-=-=-=-=-=-=-=-=-=-=-=-=-=-=-=-=-=

 점심시간만 되면 유쾌해지는 누구들 덕에 결국 시간이 지체됐다. 급하게 양호실 앞으로 뛰어갔지만 하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성격에 그냥 갔을 리가 없다고 생각됐다. 이번에는 내가 기다릴 차례다.

“근데 뭐라고 말하면 되는 거지?”

 일단 아침의 일에 대해서 정리하고 신경 쓰지 않게 잘 말해준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선후배 관계를 약속한 후 이야기를 끝낸다. 그 이후 둘은 흐지부지하게 서로와의 연을 잊어버리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한 해피엔드.
 하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충 생각을 정리했지만 막상 실전이 시작되려하니 긴장된다. 중학교에서는 선후배 관계란 걸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단 말이다. 애초에 그때는 친구도 없었고!
 괜히 회상했다. 뭔가 우울해졌다. 마치 내 학창시절이 잿빛인 것 같잖아. 응? 실제로는 무슨 색? 그런 거 알 리 없지 않은가? 그런 걸 알 수 있는 녀석은 미친 거다.

[투쾅!]

“우왁!”

 생각에 빠져 있다가 기습적인 소리에 놀라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교내에 울려 퍼진 둔탁한 소리에 주변 학생들도 놀란 기색이었다. 소리를 낸 게 창피해서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잠시 가만히 있던 나는 곧 서늘한 전율을 느꼈다.
 마치 김치가 든 장독대의 뚜껑을 열었을 때, 시간을 잘 못 봐서 잔뜩 졸아버린 찌개의 뚜껑을 열었을 때, 새카만 게 콜라인줄 알고 뚜껑을 열었더니 진간장일 때와 같은 전율.
 이런 느낌이 날만한 상황 중 짚이는 게 있었다. 그것은 곧 확신이 됐고 난 바로 계단을 행해 뛰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 중앙에 있는 후면교사 통로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니 내 확신이 현실이 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광경이 보였다.
 인파가 가득 몰린 곳은 다름 아닌 과학실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건지 설명해봐!”

 무지하게 거슬리고 싫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교를 1년 다닌 결과 내 마음 속에 블랙리스트 1위로 등극하신 분이다. 걸려도 하필 이 선생님한테 걸리다니.
 게다가 질문을 받고 있는 장본인은 아마….

“이, 이유가 있슴다! 조금 사정이 있는데, 그 설명하기가 좀….”

 예상이 적중해버리고 말았다. 머리가 아파왔다.

“사정? 확실히 사정은 있겠지! 문이 있으면 부셔버리고 싶다거나 하는 거냐?”

“아! 그런 상황은 조금 동경하고 있슴다. ‘문을 박차고 등장!’이라던가 ‘창문을 깨며 돌입!’이라던가 멋지지 않슴까! 아, 아니. 이건 아님다! 이건 절대 그래서 한 거 아님다!”
 변명도 하기 전에 자폭을 해버리다니. 저 애 바보인 걸까?

“그런 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해봤자 의미가 없지 않슴까!”

 바보다! 이상한 분야로 열혈인 바보가 있어.

“너 지금 장난하는 거냐!”

“아님다! 전 언제라도 진지함다! 저희 집 고양이 이름도 시리어스임다!”

 진지함을 고양이한테 줘버린 것처럼 들리잖아!
 슬슬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그의 목소리가 주변에 정적을 불러일으켰다.

“이래서 정신병자 놈들은 받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

 인파를 헤치고 현장을 직시했다. 안에 있는 사람은 안경을 쓰고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객관적으로 외모만 보면 상당히 잘생겼다. 미남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미간에 깊게 잡힌 주름과 지나칠 정도로 단정한 태도가 히스테릭한 그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름은 허진. 수학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자 이 학교의 제도를 가장 크게 반대했으며 지금도 반대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항상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본다. 은 배지는 그의 눈에는 낙인이나 다름없으며 혐오하는 대상이다. 한 사람이 잘못해도 전체를 비하한다. 덕분에 징계를 받은 적도 있지만 결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 있는 모두가 사회로부터 고운 시선을 받을 거란 기대는 안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이면 깊이 상처받는 게 당연하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무언가로 인해 부셔진 과학실 문 안쪽에 서있는 하임의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게도 교복 여기저기에 무언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아님다.”

 그녀의 주먹 또한 떨리고 있었다.

“아님다! 그렇지 않슴다! 이 학교는 좋은 학교임다! 아직 첫날도 지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슴다! 여기 모인 모두는 좋은 사람들임다! 단지 저 하나가 잘못했을 뿐임다! 왜 다른 애들은 포함시키는 검까! 이상함다! 이성적이지 않슴다! 논리적이지 않슴다! 혼나야 될 건, 책임져야할 건 저 하나뿐이란 말임다!”

 난 생각했다.
 저 애는 바보다.
 저런 말은 도발과도 다름없다. 반항이라는 이름으로 묻힐만한 외침이다.
 게다가 저 애는 잘못을 무릅쓰고서라도 이런 일을 벌일 각오가 있었던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통이 몰려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내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돌아온 이성에 파묻혔다.

“책임? 어떻게 질 생각이냐? 학교를 관두기라도 할 거냐?”

“그, 그건 아니지만….”

“책임이란 말을 가볍게 얘기 하지 마라. 고등학생이 되면 어른이라도 된 줄 아냐?”

“그럼 어린애 잘못이라 생각하고 적당히 꾸짖어주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참지 못 하고 입을 열었다. 하진 선생님이 날 발견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럴 만도 하다. 나하고는 잘 아는 사이니까.

“이시호. 교사한테 무슨 말버릇이냐?”

“제자를 정신병자로 치부하는 선생님한테만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이니까 그러는 거잖아!”

“사실이라도 할 말과 안 할 말이 있는 거 아닙니까!”

 뭘 숨기리. 예전 이 선생님을 징계 받게 한 건 바로 나다. 지금은 그나마 말로 하지만 그때는 정말 심했다. 난 아직도 그때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말싸움을 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단지 확인할 시간을 주세요.”

 분을 삭이고 조용히 말했다. 잠시간의 눈싸움 끝에 허진 선생님이 한 발자국 물러섰다.

“어디 한 번 ‘해봐라.’”

 이 선생님도 내가 가진 ‘그것’을 알고 있다. 몇 번이나 서로 부딪쳐왔기 때문이다. 허락을 받은 나는 하임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문은 고리가 덜렁거릴 정도로 파손되어있었다. 이 정도까지 문을 부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거 정말 네가 부순 거냐?”

“그, 그렇슴다!”

 하임은 나랑 마주 치자 잔뜩 경직됐다. 이 상황에 내가 등장할 줄은 몰랐으니 당황할 만도 하다.

“어떻게 부순 거야?”

“발로 찼슴다!”

 보통은 여기서 왜 문을 부순 거냐고 물어보겠지만 내 질문은 다르다.

“열쇠는 없었냐?”

“교무실에서 과학실 열쇠를 찾았지만 없었슴다. 예비는 과학 담당인 선생님께서 가지고 있다 들었지만 전 과학 선생님을 모름다.”

“그 얘기를 해준 선생님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어?”

“네! 무지 피곤해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셨슴다. 안경을 쓰고 파란 잠바를 입으셨슴다.”

“그런 인상에 열쇠 보관함 근처에 계셨다면…우리 담임선생님이네.”

 그런 인상이 학교에 둘이 있을 리 없다.

“마지막 질문이다.”

 난 과학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아직 남아있는 냄새가 있다. 하지만 이 냄새는 남아있을 뿐이다. 곧 사라질 것이다.

-“용무는 끝났냐?”-

 이 말에 하임과 선생님의 안색이 크게 바뀌었다. 하임은 눈을 크게 뜬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끝났슴다. 끝났는데…어라? 어라라?”

‘어째서 그걸 알고 있냐?’라는 그 눈빛에 나는 과학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문 앞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 들어와 실험대 사이 아래쪽을 보니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선생님. 이리로 들어와 보세요.”

 내 말에 선생님은 순순히 과학실로 들어왔다. 그 눈이 놀라움과 경악으로 바뀌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쪽은 시커멓게 그을린 자국이 있었고 물을 뿌린 흔적이 있었다.-

과학실 내부에 있는 싱크대에는 양동이가 있고 아직 물이 반쯤 남아있었다.

“이 녀석은 이걸 알아채고 막으려고 했을 뿐이에요. 화재경보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기 전에 말이죠.”

 선생님은 안경을 고쳐 썼다. 적잖이 민망한 모양이다.

“이, 이 애가 불을 냈을 가능성은?”

“고의로 낸 불이라면 굳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 필요가 있었을까요? 무엇보다 불을 끈 건 이 애예요. 아마 저 중에 목격한 학생들이 몇 명 있을 겁니다.”
 
인파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사진. 증거.”

 인파에 섞여있던 가혜가 디지털 카메라를 내밀었다. 난 그걸 받아들여 선생님께 보여줬다. 양동이를 들고 다급하게 움직이는 하임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문을 부숴버린 건 잘못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있는데 함부로 벌점을 주시거나 하지는 않겠죠? 학생이 학교를 지킨 것뿐이잖아요.”

 허진 선생님을 입을 다물었다. 그때 인파 속에서 누군가가 나와 박수를 쳤다.

“네네. 상황은 이쪽에서 정리하겠습니다. 모두 교실로 돌아가 얼마 안 남은 자유 시간을 만끽해주세요.”

 그곳에는 나사가 풀린 것 같은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 까맣게 물든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를 가진 비쩍 마른 남자로 분위기와는 다른 검은 정장으로 몸을 감싸고 있으며 웃는 얼굴인데도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는 미남이었다.
 무엇보다 이질적인 것은 눈이 붉다는 것이었다. 컬러렌즈를 낀 게 아니라 색소 부족으로 인한 자연산 붉은 눈이다. 우리는 이 사람을

“이사장님?!”

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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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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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이후돈보쟈바뷰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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