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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에서라도 결코 변치않을, 내 인생을 걸어도 모자람이 없을것같은
좋은 의미의 수식어란 수식어는 모조리 다닥다닥 붙여도 상관없을 무언가가 있다고 믿어왔다.
다만 지금은 내가 그 동안 동경해왔던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않는다.

이젠 딱히 하고싶은것도 바라는 것도 없다. 그래도 이렇게 고인물처럼 정체된체로 썩어버리고 싶지는않다.
뭐 그러면 가슴속에 맺힌 이 깝깝한 응어리도 조금쯤은 풀리겠지.청춘도 열혈도 없는 재미없는 인생이지만
혹시 또 모른다, 내 삶에 재미있는 일은 이제 막 오프닝일지도 말이다.

뭐 그렇게해서 내 주특기인 뭘해도 두근두근하는 설레발과, 이번에는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열의를 가지고 
나의 휴학맞이 시골생활이 시작되었다.

#
자 일단 기차 안에서 시간도 때울겸 '어쩌다 내 인생이 이리도 굴곡진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고찰을 시작해보자.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듯이 모든 삽질과 고난과 역경에도 원인과 발단이라는 것이 있다. 내 경우 사태의 발단은 유치원
해님반 그러니까 내가 6살 시절에 아버지가 구해오신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였다. 그 당시 동네 꼬꼬마들과 함께 '백터맨 이글~!' 
이라는 우렁찬 대사를 내뱉으며 난해한 동작을 취하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간단히 풀이해서 말하면 내 인생은 엄청 재미없었다.
그런 내인생에 게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중독성이 있는 쾌락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반복되다보니 나는 어느세 오후 3시 게임을
하는 시간만을 기다리는 한마리의 파블로프의 개로 거듭났고 내 삶은 '게임시간 2시간과 나머지 22시간'으로 나눠졌다.
뭐 그러다보니까 유치원에 가서도 늘 멍-하니 게임 생각을 했었다,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아름답고 하품나는 동화나 내 악필을 만천하에 뽐낼수있는 
글쓰기 시간보다는 게임생각이 더 재밌고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내가 늘 게임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동안, 아뿔싸 선생님도 나를 보고있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그게 몇번 반복되었고 마침내 선생님은
엄마를 유치원으로 부르셨다. 나는 늘 수업시간에 딴청을 부려서 혼나는 걸까 고민을했지만 왠걸, 선생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요즘 영돈이가 수업시간에 혼자 생각을 아주 깊게 하더라구요, 혹시 영돈이가 말로만 듣던 영재가 아닐까 싶은데 어머니께서 한번 데려가서 
검사를 받아보시는게 어떨까 싶은데...'

그게 내 인생의 최초이자 최고의 왜곡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선생님의 창의력에 박수를 보낼따름이다. 일단 생각을 아주 깊게 한건 맞다, 게임에
관해서 말이다. 뭐 그 이후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서 우리엄마는 학부모라면 한번쯤은 겪고 본다는 '두근두근, 혹시 내자식은 천재가 아닐까'병을 엄마가 걸렸다.
당사자인 나는 엄마의 폭주에 휘말려서 반강제적인 권유로 별생각없이 영재 테스트를 쳤고, 그건 한동안 내 기억에서 삭제되었다.

문제는 그때 쳤던 시험의 결과가 괴상하게 나와서 내가 '진짜 영재'라는 낙찰을 받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사기극의 일종이 아니였을까싶다.
거짓말도 성의있게 좀 정도껏해야지 도가 지나치면 안믿는 법이다. 아마 내 인생의 운은 거기에 전부 탕진되어버린듯하다.
뭐 꼭 나쁜일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영재 판정을 받은덕에 보통 그냥하면 혼날 법한 일들, 예를 들면 지렁이를 먹는거나 높은곳으로 올라가는 일들은
왠만하면 '다 넘치고 들끓는 학구열과 호기심 때문이다'라는 그럴듯한 면죄부를 받아서 나의 기행은 왠만하면 전부 무마가 되었다.
아니 오히려 엄마는 주변에 자랑하고 다녔다. '우리 동겸이는 이렇게 엉뚱해요~'하고 말이다.

뭐 옛날에 에디슨도 달걀을 품어서 피닉스를 부활시키겠다고 하지않았는가, 그거랑 이거랑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된다.
그렇게 보통 유치원을 졸업하면 대부분 사라지는 '우리 아들은 천재가 아닐까?'하는 의혹은 내경우 애석하게도 사라지지않았다.
오히려 선생님의 상상력이 다소섞인 판타지적인 발언,운빨이 섞인 테스트의결과,그리고 내 괴상망측한 기행이라는 
삼위일체로 어머니께 '내 아들은 천재야!'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져다주었다.

뭐 그 이후로 내 삶은 상당히 피곤해졌다. 예를 들어 백점이 아니라 팔십점은 용납이 잘안된다던지, 솔직히 상관없잖나 팔십점이면 
다섯개중에 네개가 맞고 열개중에 여덟개가 맞는거라고! 어딜가도 자랑스러워! 물론 이백개를 넘어가면 틀리는 수치가 좀 커지긴 한데
그냥 넘어가도록하겠다. 사태는 점점 심하게 굴러가서 절정에 치달았던것은 초등학교 사학년때였다. 

엄마의 어마어마한 기대에 부담받은 나는 일생에 딱 세번밖에 쓸수없다는 포텐셜, 우리말로는 잠재력을 폭발시켜 초등학교4학년부터 
졸업까지 기말고사 중간고사를 모조리 백점을 맞는 올백행진을 이어갔다. 엄마는 진짜 무슨 북한에서 말하는 지상락원에 간 사람마냥 매일같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나는 무슨 소년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신세계의 신'같은 대우를 받았다. 뭐 공부잘하고 싸움잘하는 놈이 벼슬인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나는 
무슨 세기말의 패왕같은 모습으로 보였을것이다. 그 이후에는... 뭐 불쾌한 일은 접어두는편이 났다.

별로 생각해봐야 득이 될게 없는 회상이였던것같다. 그래, 그래? 그래! 그랬던것이다. 내 인생의 3분의 2를 되돌아보자 답이 나왔다. 이건 전부 그 엉터리 영재시험 때문이다.
아마 그 근거도 출처도 불분명한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내 기억에도 안남아 있는 시험만 아니였다면 아마 난 지금쯤 정신줄 놓고 행복하게 잘살고있었을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정신줄을 놓지않은것도 아니지만. 그래 이게 다 유치원 선생님 때문이다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노력도 안하고 살면서 남탓만 실컷하고 쓰레기처럼 살아야지
낄낄낄 아이고 행복해라.

집어치우자 그냥. 헛생각을 하니까 배만 더 고파졌다. 망상을 접고 나는 이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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