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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늑대 이야기 프롤로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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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06 May 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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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이시하
협업 참여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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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은 천예의 남쪽에 주둔한 트라카르파 부대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이 본격적으로 몽환의 숲을 확보하고, 사이나의 도시인 천예를 공략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면서, 레기온 군은 모든 군수생산시설과 설비들을 천예의 남쪽으로 집중시키고 있었다. 최후의 보루가 될 이곳에서는 생산이 완료되고, 기동 시험을 준비하는 트라카르파 차량과 병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호버레이드 차량인 트라카르파는 레기온 군 소속이라면, 현계나 전투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으며, 고위장교나 군인들은 유흥을 즐기기 위해 천예 밖으로 벗어나 인간들의 도시인 ‘페인티드’ 도시로 가기 위해 차량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

트라카르파 부대 안에 들어가자 용접기의 불똥이 튀기는 소리와 트라카르파의 폭발적인 엔진소리가 귀가 깨지도록 들려왔다. 이진은 절뚝거리며, 차량 탑승 장소로 이동 중 마침 트라카르파 한 대가 뜨거운 열기를 방출하며,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진은 사수석에서 심심한 듯 기관포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네이키드 차림의 남자를 주시했다. 남자는 담배 한 개피를 물고 한숨을 토해내려는 순간 이진을 보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내려와 이진을 꼭 끌어안았다.

“야! 이 자식! 아직 살아있었나? 이 칼 대장님 보면 모르는 척하지 마. 임마! 너 없었으면, 지금쯤 저 세상으로 갔을 텐데 말이야!”

“내가 이꼴이 되 버리긴 했지만. 전직 군인에게도 탑승할 수 있는 영광을 줄 수 있나?”

“내가 대장인데? 그리고 제니에게 질리도록 들려줬으니까, 네 이름만 들어도 아 저 전설의 하티 저격수 이진이구나. 알게 될 걸?”

칼은 이진과 함께 작전 중 칼이 적에게 발각되어 저격당하려는 순간 이진이 시선을 유도해 집적 희생한 적이 있었다. 이진은 약간의 팔 부상을 당했고, 칼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트라카르파 부대 창설 후 대장이 된 칼은 평소 그에게 진정한 사나이의 저격수라고 칭찬할 만큼 이진으로부터 받은 빚을 잊지 않기 위해 트라카르파를 통해서 페인티드 타운이든 어디든 데려다주고 싶어 했다.


“페인티드에 갈 거야?”

“어.”

“좋아. 연료 충전한 다음에 출발 할 테니까. 안에 기다리고 있어.”

차량 안은 적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네온광이 켜져 있었다. 어둠이 인간의 특수한 열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로는 모든 트라카르파들은 차량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차량 표면 전체를 냉각시켜, 이동하는 편이었다. 이진은 자리에 앉은 채로, 조종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힌 조종석 문 쪽으로 이진이 움직이자, 조종석 위쪽에 있던 카메라가 움직이며, 이진의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카메라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이진임을 식별하자 굳게 닫혔던 조종석 문이 열렸다. 조종석 안에서는 인공지능 컴퓨터 ‘제니’ 가 트라카르파의 연료와 전체적인 기기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가 자리에 앉자 제니의 카메라가 이진을 주시했다. 연료 충전 상황을 확인하면서도, 제니는 이진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진의 몸 전체를 확인 하던 제니는 특별한 이상 징후를 감지한 듯 이진의 몸을 확대해 다리와 머리 부분을 확대해 상태를 파악했다.

“머리에 총상을 입은 흔적이 보이는 군요? 그리고 약간의 타박상이 최근 생긴 것 같습니다.”

이진은 선뜻 망설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칼에게는 말했어?”

“아직 입니다. 주인님은 모르고 계십니다.”

제니는 이진의 심리에서부터, 그가 무엇을 했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얘기 하지 않을 뿐.

“미안해. 그냥 사라지고 싶었거든.”

제니의 카메라는 이진의 심리에서부터,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낀 듯 차량 내부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 이진에게 주었지만 눈물까지는 아니라며, 사양했다. 제니가 손수건을 다시 넣으려는 묵직한 흔들림과 함께, 기관포의 장전소리가 들려왔다. 제니는 칼이 왔다는 것을 감지하고, 다시 연료 충전 상황 창으로 되돌아오면서, 이진에게 모니터 화면으로 작은 메시지를 보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이진은 웃으며, 피에 부패된 손으로 모니터 화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연로가 충전되고 잠시 후 트라카르파는 지면을 태워버리는 엔진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차량의 창밖으로 빠르게 천예의 숲과 도시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이진은  허리춤에 있는 클로즈 데드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총알을 박아버린 자를 찾을 수 있기를, 생각으로 타락과 향락의 도시로 가는 트라카르파 속에서, 몸을 맡겼다.


/


“그럼 우리 귀여운 제니와 멋쟁이 대장님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신호 보내라고, 5분 내로 달려올 테니까.”

칼은 곧 비가 올 거라며, 위장막과 호출기를 던지며 떠나고, 이진은 입구에서부터, 역겹고 부패한 시체들의 냄새로 가득한 거리를 걸었다. 더러운 껌 딱지와 토사물 그리고 부패한 핏자국들이 페인티드의 왔다는 것을 하나 둘 알게 해주었다.


리시카. 페인티드의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마을의 입구를 장식했던 순수한 흰색의 팻말은 페인티드가 되었을 때부터, 더러운 냄새를 풍겼다. 리시카는 퇴폐업소와 장교들의 심심풀이로 죽이는 처형장과는 거리가 먼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나 레기온 군의 향락소로 변화되면서, 아름다웠던 작은 마을의 이미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흰색 지붕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놓였던 작고 아담한 건물들 대신 온갖 야광색과 함께, 여성의 가슴과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팻말의 업소들이 잔뜩 즐비해 있었다.

이곳은 법이 없다. 레기온 군이 아니거나 그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심장이나 머리에 총알이 박힐 수 있다. 만약 그들의 매춘과 퇴폐를 함부로 방해하려고 한다면, 골목바닥은 정의라는 멍청한 가치를 추구했던 자의 죽고 부패되었다는 흔적으로 남기게 할 것이다. 레기온 군 고위 장교들을 위해서 머리에 총알이 박는다 해도 몸을 던져야하는 참혹한 운명을 지닌 그녀들. 페인티드에서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로 질질 끌려가는 시체들을 많이 본 기억 속에서의 그녀들은 지금도 목숨을 몇 초라도 살리기 위해 그들의 타락을 채워가고 있겠지.


페인티드에 점점 깊숙이 들어갔을 때, 트럭 한 대가 이진에게 역겨운 구정물을 튀기며 지나갔다. 위장막은 구정물 범벅이 되어버린 채로, 구토의 냄새를 풍겼다. 이진이 젖어버린 위장막을 툭툭 털고 있을 때, 새까만 구토액을 뿌린 트럭은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빛나는 푸른빛의 네온 불빛으로 ‘THE funny girl’ 써져 있는 문 앞에 멈췄다. 그리고 수염이 들쑥날쑥하게 자란 추한 얼굴의 남자가 트럭 문을 열고, 당장 나오라며, 소리쳤다. 검은 천으로 가려진 트럭 뒤편에서 적나라한 노출을 드러내는 옷을 입은 여자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쾌락의 희생양들. 그녀들의 얼굴에서는 역겨움을 원하는 자들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하지 못한다면, 머리에 총알이 박힐 것이라는 각오로 왔을 것이다. 돼지들처럼 끌려 나온 여자들은 트럭 앞으로 일제히 줄을 섰다. 남자는 여자들을 두리번거리던 중 14살처럼 보이는 소녀를 보더니, 웃으며, 구정물을 뒤집어 씌워버린 손으로 그 소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검은색의 윤기 있는 머리칼. 차가운 눈동자를 하고 있는 소녀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생각보다 순결한 느낌에 속하는 편이었다.

“너 이름이 뭐야?”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남자는 순간 여자의 목을 움켜잡으며, 말해보라고 했다. 여자애는 아무런 대답도 심지어는 고통의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남자는 짜증 섞인 눈초리로, 소녀를 트럭 뒤로 밀쳐버렸다. 소녀는 속옷을 그대로 드러낸 채로, 트럭 바닥에 쓰러져, 아픔을 느꼈지만, 신음조차 낼 수 없었다. 신음과 끊임없는 숨소리가 역겨운 짐승들의 흥분을 더 높여주는데, 소녀는 엄연히 말해 불합격이었다.

남자는 온갖 역겨운 물질로 뒤덮은 침을 뱉으며, 향락소 문을 열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마담을 불렀다. 40대 중반의 여성 마담이 담배 한 개피를 문 채로, 소녀를 향해 고개로 신호를 보냈다. 마담은 소녀를 보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런 년을 써봤자 뭐해요. 장교들에게 총알 세례 받을 텐데.”

“그래도 처녀지 않습니까? 마침 부모도 쓰레기 취급하면서 버린 건데, 일회용으로 가지고 있다가 필요하면 버리는 정도로 해도 되죠.”

“그래도 난 이 년 받기도 싫어요. 싸게 한다면, 최소한 굶어죽지 않게는 하겠지만요.”

“알았소. 그래도 나머지는 생글생글한 영계들이니, 돈벌이는 꽤 짭짤할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년 데리고 와서 우리 가게일 망칠 일 있어요? 차라리 총알 세례 받고 죽어버리는 게 더 낫지.”

“거 일단 장교들에게는 비밀로 합시다. 이 사실 알면, 내 머리에 총질 할 테니까. 마담이 그냥 대충 핑계로 넘겨줘요. 나 잘못하면, 그 자식들에게 두들겨 맞는다니까!”

“알았으니까. 당분간 얼굴 드러낼 생각도 마요. 잠잠해 질 때 연락할 테니까.”

마담은 손짓하며, 여자들을 하나 둘 들여보냈다. 이진은 장교들의 희생양이 될 소녀의 눈동자를 보았다. 소녀는 이진을 시선을 의식한 듯 그를 보는 순간 남자는 빨리 안 일어나! 소리치며, 소녀를 팔을 붙잡고 끌고 갔다. 소녀는 이를 악문 채로, 남자의 팔에 휘둘리며, 향락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참혹한 창녀의 사체를 기억했다. 소녀도 그렇게 될 운명이다. 그것은 이 페인티드에서부터 육체를 팔기 시작한 자들에게도 역시 포함되는 불변의 법칙이었다. 인생은 죽음이지만, 그 길은 어둡고 거칠기만 했다.


리시카에서는 죽은 군인들을 위한 묘지가 있었다. 그것이 적군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마을 주민들은 그들의 영혼을 기리며, 공동묘지들을 만들었는데, 그 장소만큼은 페인티드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몇 십 년 후 마을 주민들이 사라지고 난 후의 공동묘지는 부패와 향락에 오염되어갔다.

위장막 속에서, 가려진 군복. 클로즈 데드 권총을 담은 총집을 차고 다니며, 절뚝거리는 절름발이 군인에게 있어 동료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전부터 이진은 친구라는 것을 만들고 싶어 했었지만, 동기들과의 대화에서는 매우 서툰 편이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자기 부대 내에서 한 동기가 전투 중 사망 소식을 들은 이진은 동기가 안치 되었던 묘지에 직접 가서 선물이라고 할 수 없는 저격총 탄 한 발을 놓고 갔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이진이 그를 위해 작은 위로의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 동기들이 하나 둘 이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말이 서툴렀던 이진에게 있어서 그들의 다가옴은 뜻밖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자기 쪽에서 선뜻 말을 걸었다면, 자연스럽게 이진을 친구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진은 저격 총에서 뽑은 8발의 총알을 만지작거렸다. 총알에는 각각 그 동기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이 이름을 통해서라도 그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기를 원했다. 그것이 바로 숨통을 끊어버릴 수도 있는 무기라고 해도 말이다.


아마 이 기일만큼은 그가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일이 될 것이다. 이진은  몸에서부터, 축축함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비인가? 이진이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부패하고 더러운 도시 속에서,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다. 이진은 위장막을 쓴 채로, 뼈와 흙으로 채워진 시체들이 가득한 곳으로 걸어갔다. 이 근처. 이진은 몇 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걸어가다가 어느 한 묘비에 멈춰 섰다. 그 시작으로, 일렬로 쭉 늘어진 묘비들이 이진의 눈동자를 채웠다.


칼이 말하기를 이 지점에서 앞으로 8번째 자리까지 동기들의 무덤이라고 했다. 한 때, 나무와 매듭으로 묶었던 그 장소는 리시카 사람들이 그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작은 묘비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결함을 페인티드가 역겨울 만큼 더럽혀버렸고,


이진은 그들에게 총알 한 발씩 내려놓았다. 모두 다 즉사한 것으로 기억했다. 저격수에게 있어서 가장 편안한 죽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팔이 토막 나거나, 몸이 찢겨지거나 칼에 찔려 고통 속에서, 죽는 것보다는 더 낫다고 느꼈다. 아주 평온함 속에서, 그렇게 사라져버렸다고.

위장막 속에서, 녹슨 묘비의 따갑고 부패한 촉감을 느껴진다. 비가 점점 지독하게 이 공동묘지를 가득히 물들이자 어쩌면, 이라는 생각 속에서, 클로즈 데드를 꺼내 무의식에 갇혀버린 눈빛으로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비가 총소리까지 뒤덮을 정도로 내리고 있기에, 총을 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냥 어떤 절름발이가 세상이 싫어 자살했구나. 라는 목소리들이 영혼이 없어진 시체를 향해 끊임없이 처바를 테니까.

하지만 겨눌 수 없었다. 총을 쏘는 순간 동기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아, 클로즈 데드를  총집이 집어넣었다. 만약 동기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죽는다면, 그들은 아주 멍청한 짓을 했다고 실망하겠지. 동기들의 당장이라도 무덤 밖으로 깨어나 위로할 것 같았다. 결국 포기한 그는 클로즈 데드를 총집에 넣은 채, 다시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녹슨 도시에서 녹슬어가는 한 육체는 다시 어디론가 떠돌고 싶어 하는 충동에 휩싸인 채로 추악한 비로 뒤덮은 이곳을 벗어났다.


/


비는 페인티드의 추악함을 뒤덮으며, 이 쾌락에 중독 된 자들에게 짙은 어둠을 선사했다. 이진은 두 눈을 스코프를 조절하듯 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절뚝거리며, 걷는 이 바닥이 저주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위장막이 그나마 몸이 젖지 않게 만들긴 했지만, 차가운 냉기는 그의 몸을 서서히 식어가게 만들었다. 이진은 근처에 있는 불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이름 모를 가게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귀를 찢어버리는 빗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10분 후, 비는 미약해져갔다. 녹슨 콘크리트 건물에서부터 맺힌 투명한 핏방울들이 하나 둘 토사와 피로 얼룩진 바닥에 떨어졌다. 이진은 위장막을 벗으며,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진의 앞으로 짙은 어둠 속에서도 눈이 따가울 만큼 네온광을 채우고 있던 그  향락소였다. 그곳에서 긴 머리칼의 소녀가 이를 악물며, 그 남자에게 끌려갔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이진의 눈앞으로, 다시 한 번 추악한 영상이 그의 눈에 비추어졌다.

이진의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찢어버릴 듯 소리치고 있는 한 레기온 군 장교를 주시하고 있었다. 쾌락을 맛보기는커녕 역겨운 맛을 느낀 것 같은 모습으로 소녀의 머리채를 붙잡은 채로, 그 향락소 문 앞으로 끌고 갔다. 문 앞에 다다르자 장교는 소녀를 내던져버리며, 쓰러진 소녀를 향해 발길질을 가했다.

“이 쓰레기 같은 년! 감히 누구 앞이라고 내 앞을 가로 막아? 창녀주제에 말이야! 너 한번 죽어볼래? 어!? 감히 누구 마음대로 내 앞 길을 가로막아!”

2분 동안 소녀의 몸에 발길질을 한 장교는 권총을 꺼내며, 5초 내로 안 나오면, 머리통을 갈겨버리겠다며, 소리쳤다. 마담이 다급하게 옷 입고 나오기 무섭게 장교는 그 마담의 얼굴을 후려쳤다.

“이 년 데리고 간 놈 누구야? 그 놈이야? 이 년 때문에, 내가 얼마나 욕먹었는지 알아? 멀쩡한 년만 데리고 오라니까. 이런 쓰레기들을 데리고 와!?”

“네!? 그게 무슨!? 전 모르는 일이에요.”

“하여간 잘 들어. 다음부터 그 자식 내 눈앞에 보이면, 바로 총살형이니까. 그렇게 알아둬!”

장교는 당장이라도 마담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릴 수 있지만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에, 죽이지 않은 것이다. 이 소녀의 머리에 총알을 박는 더러운 짓을 하기 싫어 마담에게 떠넘기는 수작이겠지.

장교가 간 후, 소녀는 끅끅 거리며, 피를 토했다. 마담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생기를 잃어가는 눈빛으로 마담을 보자 마담은 그 남은 생명마저 죽이듯 짓밟았다. 소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이 익숙해진 듯.

“그래. 차라리 죽어라. 이 년아.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야.”

마담은 품속에서, 작은 권총을 꺼내, 소녀의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자기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짐을 느꼈다. 이진은 위장막을 벗은 채로, 마담을 노려보았다. 소녀는 부어버린 눈 대신 남은 한 쪽 눈으로, 이진의 차가운 눈동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


60달러.

마담은 목숨을 살리는 대가로 그 소녀를 팔았다. 만약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클로즈 데드의 총알이 벌써 마담의 머리를 날려버렸겠지만, 마담은 아주 당연하고 뻔한 선택을 했다. 이진이 60달러를 꺼내, 자신에게 주기까지의 시간동안 마담의 머리를 겨누는 클로즈 데드의 총구는 부패한 피 냄새를 퍼뜨렸다.


그 후 이진은 소녀를 데리고 칼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부패한 페인티드 타운의 역겨운 피냄새로 뒤덮은 아스팔트 바닥은 그의 뒤에 있는 소녀의 피를 탐욕스럽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진은 절뚝거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배를 감싼 채로, 아픔을 느끼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아픈가? 그 역겨운 장교의 발길질에 두들겨 맞았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해두면, 소녀는 이 역겨운 거리 바닥에 주검이 될 수 있었다.

칼에게 신호를 보낸 후, 이진은 총을 집어넣고, 소녀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소녀는 두려운 눈빛으로 거부했다. 이진은 선뜻 손길을 뻗으려고 했던 행동을 멈추었다.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소녀는 긴 검은 머리칼 속에서, 숨겨진 눈빛으로 이진을 노려보았지만, 이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치지 않아. 너를 해치려고 총을 든 건 아니니까.”

소녀는 머리칼 속에서, 가려진 눈빛으로 이진의 모습을 하나하나 기억에 담았다. 구정물 냄새가 가득한 이진의 군복에서는 부패한 피의 흔적이 몇몇 보였고, 비와 함께 구정물에 찌든 위장막은 쾌쾌한 냄새가 났다. 정말 이 남자가 군인일까? 생각이 들었지만, 마담을 겨누는 날카로운 눈동자에서부터, 평소 봐온 레기온 군인들과는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살기를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머리에 총을 쏴도 아무런 감정조차 느끼지 않을 것 같은 냉혹한 인형 같지만, 가슴을 만지려고 하는 손짓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그저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 알고 싶어 했다.

소녀는 욱신거리는 복부와 상처들을 가렸던 손을 풀었다. 이진은 소녀의 찢겨진 옷에서부터, 하나 둘 상처를 확인 했다. 이진이 복부를 만지자 소녀는 이를 악문 채로, 배를 움켜쥐었다. 상처를 확인한 그는 초조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

이진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멀리서부터 빛을 뿌리며 달려오는 트라카르파 차량을 향해 신호를 보냈을 때부턴가, 소녀의 의식은 희미해져갔다. 피를 토한 다음부터였을까? 바로  앞에 있는 이진이라는 남자마저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트라카르파 차량이 도착하기 무섭게 이진은 차량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소녀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소녀는 이진의 등에 피를 토하며, 축 늘어졌다. 이진은 소녀의 희미해져가는 의식에 다급하게 소녀를 업고 트라카르파 차량을 탔다.


“어떻게 된 거야!?”

칼은 사수석에 다급하게 내려와 피를 토한 채로 의식을 잃은 소녀를 보았다. 소녀의 입가에서는 피가 고인 채로,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칼은 제니에게 소리치며, 소녀의 상태를 체크해 달라고 했다. 제니는 응급조치 프로그램을 가동해, 수술대와 여러 가지 응급처치 도구들을 가동시켰다. 소녀를 눕히자 제니는 소녀의 몸을 천천히 스캔했다. 이진과 칼은 모니터 화면을 주시했다.


‘현 상태. 내장 출혈. 의식불명 상태.’


“젠장.”

칼은 제니에게 신호를 보내며, 빨리 천예 쪽으로 달리라고 했다. 차량이 기동하고 움직이는 동안 제니는 소녀에게 일시적으로 출혈을 멎게 하는 혈액 응고제를 소녀의 복부 안에 주입했다. 당분간 출혈을 막을 수 있지만, 이걸로 소녀의 생명을 유지시킬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젠장! 일단 어디로 가야 하는데?”

“청화네 집으로 가자.”

“거기가 어디인데? 이 차량은 천예 안으로 진입할 수 없어. 허가 구역 내에서만 갈 수 있으니까.”

천예의 사이나인들은 레기온 부대를 배치하도록 허락했지만, 차량 자체를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협약이 되어 있었다. 만약 차량이 천예 안으로 진입한다면, 사이나는 언제든지 적으로 선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세가 심각하게 기울여져 있는 상황에서 차량을 함부로 천예의 영역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500m 지점이야. 부대에서부터,”

“내가 뜀박질해서라도 달릴 테니까. 청화 집 주소 좀 알려줘.”

이진은 칼에게 받은 종이와 펜으로 청화의 집 주소를 적어주었다. 칼은 푸른빛이 스며들어오는 천예의 빛을 확인하자마자 심호흡을 하며, 내달릴 준비를 했다.

차량은 최고 속력으로 움직이며, 트라카르파 부대가 주둔한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엔진 소리가 점점 절정에 달하고 있을 때, 이진은 소녀의 손을 굳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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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절름발이 늑대 이야기 프롤로그 4편 이시하 2013.05.05. 3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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