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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혹성 B-625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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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32 Jul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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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月主
협업 참여 동의

Prologue


여름

아니, 그건 한여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계절로, 나는 그 날도 어김없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시간은 밤. 낮에 한 번 비가 내려서일까, 오늘 밤은 하늘이 굉장히 맑다.

타박타박 발끝에서 울려퍼지는 그 소리가 굉장히 기분 좋다. 귓가에서 속사이는 바람이 너무나 상쾌하다.

옅은 어둠이 깔린 산이지만 몇 번이고 되짚어 온 기억이 있어 다리에 막힘은 없었다.

"읏차……."

산 정상까지는 앞으로 몇 분.

익숙한 감각만을 이용해 밤길을 걷는다. 그리고, 돌연 눈앞에 아련한 눈부심이 찾아왔다.

"……."

새파랗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푸른 하늘. 드넓은 창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밤하늘이 반짝인다. 무수한 별들이 자기 자신을 뽐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등에 진 물건을 내려놓았다. 검은 천으로 둘러 쌓인 녀석이다. 지퍼를 열고 천으로부터 애장품을 꺼내든다. 벌써 10년이상이 써서 너덜너덜하게 된 천체망원경이었다.

삼각대 위에 올려둔 뒤 초점을 맞춘다. 몇 번인가 반복한 뒤, 천체망원경의 파인더을 들여다 보았다.

별이 보인다.

작고, 아릅답게 반짝이는 별들이 하늘의 바다에 그 몸을 맡겨두고 있었다. 별바다가 어쩜 이리 아름다울까?

나는 파인더 안을 들여다본 채로, 작은 별들의 반짝임을 언제까지나 바라보았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멈추지 않는 반짝임을.



/ 소혹성 b - 625의 그녀



고교시절, 친구에게 빌려 '괴물이야기'라는 소설을 읽었던 적이 있다. 되돌아보면 왜 그런 책을 읽게 되었는지 이유 같은 건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인상 깊었던 건 처음부분이었다.

주인공이 학교의 복도를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고 있을 때, 하늘에부터 떨어져 내리는 여자아이. 주인공은 마치 왕자님이라도 된듯이 멋지게 그 몸을 받아낸다. 그 뒤, 주인공과 히로인의 눈이 맞아 어쩐지 로맨틱한 분위기로……뭐, 어디까지나 겉모습 뿐이지만.

내가 그런 소설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건 지금 이 상황이 소설에 딱 맞아떨어지기 떄문이다.

어째서? 라고 물어도 말이지. 내가 묻고 싶은 정도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난거야?

알까보냐 그딴 거.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자.

그녀는 날고 있었다. 아니, 난다고 할까 실제론 떨어지고 있었지만.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사람이 떨어지는 걸 발견했을 때 이미 내 몸이 튀어나갔다는 거다.

나 자신도 깜짝 놀랄정도의 스피드로 나는 낙하지점까지 달려나갔다.

있는 힘껏 달려서 그 몸을 받아내려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사람이 떨어지고 있다. 받아낸다 해도 받는 순간 팔이 부서져 버릴 것이다. 뭐라고 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니, 그걸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해버린 내 쪽이 더 위험한 놈인가.

"큿…!"

달려나가던 다리를 멈춘다. 나는 떨어지는 몸을 향해 손을 뻗었다. 5, 아니 3초정도 뒤면 닿는다.

머지 않아 팔에 덮쳐올 격통을 생각하니 몸이 떨려 왔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겠지.

이윽고 덮쳐온 격통은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을 동반해, 나는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몸의 균형을 무너트려 간다. 팔이 끊어질듯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해서…….

"?"

의외로 아픔은 없었다. 아니, 사람에게 닿았다는 감각조차 없다. 들려오는 건 어째선지 맹렬한 바람의 소리뿐이었다. 굵은 바람의 소리가 주변을 채워간다.

살짝, 아주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내려오는 것은 여성의 몸. 바람이 그 몸을 받쳐주고 있는 걸까.

키도, 체격도 작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며 선이 가는 몸이었다. 여자라기보다는, 아직 소녀라고 부르는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몸을 천천히 끌어안은 채 소녀와 눈을 맞춘다. 아연한 표정으로 옥상으로부터 떨어져내린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에서는 그저 '왜…'라는 말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코우키(光輝)?"

"쿠가미(空神)…군?"

7월 10일. 장마의 절정이었던 한여름의 어느 날.

호시오 코우키(星尾光輝)와 뭐라 말할 수 없는 조우였다.



'호시오 코우키'가 날 피하고 있다.

그것도 적나라하게, 눈에 보일정도로, 완전히 말이다. 눈이 마주치면 바로 돌려버리고 내가 말을 걸어도 들으려하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긴장은 하는 모양인지 식은땀을 흘리면서 말을 더듬는다.

호시오 코우키.

162cm, 금발에 에메랄드 색의 눈. 오뚝한 코와 벚꽃같이 색이 연한 입술과 가는 선으로 이루어진 몸. 4월까지는 전혀몰랐지만, 5월이 되어 얇은 옷을 입으니 가슴도 꽤나 컸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미녀. 아니, 언뜻 보기에는 고교생 같으니 소녀라고 말하는 쪽이 좋을까.

코우키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코우키로부터, 나는 어째선지 미움 받고 있다.

대체 왜 이런 꼬라지가 된 거지? 아니, 뭐 답은 알고 있지만….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나름대로 사람을 구하려고 힘쓴 거였는데 왜 미움받는 건데?

코우키랑은 같은 천문연구회 소속이다. 4월, 신입생 권유 때 만나 친해졌고, 신입생 환영 파티 등도 함께, 그리고 서클 활동으로 별도 함께 보러갔다.

"……."

느닷없고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중학교까지는 사랑이라던지 연애라던지 생각한 적도 없었고, 그런 거에 빠지는 녀석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를 보내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인데 뭐가 연애란 말인가? 여친이 생기면 귀가도 함께고 데이트도 신경써야 하며 생일이라던가 여러 가지 이벤트까지……엄청 귀찮잖아?

고교생이 되어서도 그 지론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연애 따위 귀찮아.'

그 때문에 주위로부터는 「너 발기부전이냐?」, 「실은 여자라던가.」, 「지금까지 숨겨왔습니다만 실은 게이였습니다, 라던가?」라는 둥 꽤나 시끄러웠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 지론은 그다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이란 건 혼자서 살아가는 것도 힘들다. 다른 인간을 생각할 여유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쿠가미 마코토(空神 誠)의 그 지론은, 같은 천문연구회의 호시오 코우키에 의해서 완전히 박살났다. 그것도 가루로.


──에, 에, 처, 처음뵙겠습니다! 호, 호시오라고 합니다! 자자자, 잘부탁 드, 드려요!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게 코우키의 버릇이었다.

또한, 무슨 일이든 척척 해결할 것처럼 완벽히 보이는 그녀는 실은 '잔혹'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덜렁이였다. 천체관측에 가는데 연구회의 천체망원경을 까먹는다거나, 잘 구른다던가. 그런 바보같은 여자였지만 코우키는 어떤 일이라도 열심히 임했다.

처음은 덜렁이, 멍청해, 라는 식으로 생각했지만 신입생 환영회나 서클 활동을 하면서 그 의견은 점점 바뀌어 갔다.

성실하고 착실한 코우키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내 안에 있는 코우키의 존재를 점점 더 크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런 걸 말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첫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금은 왜 이런 꼴이 됐냐구요……."

정말로 울고 싶을 정도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상담상대로써 의지할 수 있는 녀석 따위 내 주위엔 없다고. 아니, 이제와서 사실 여자애 한명이 굉장히 신경쓰여서…, 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어떻게 하지…."

이렇게 어색해진 채로 끝나는 건 죽어도 싫다. 어떻게든 화해(라고해도 우리들 싸웠던가?)를 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래서 스즈키 모리오의 '미디어문화란 무엇인가'에서는 이 문장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잔혹성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 우리들 속에…."

고개를 돌려 눈을 창문 밖으로 돌리니 그곳에는 내 마음을 대신해 표현해주고 있는 듯이 새까만 먹구름이 있었다.

"최근에는 장마인데 비도 꽤 안 내리네…"

비는 대기중의 더러움을 씻어내준다. 즉, 비가 내린 다음날에는 하늘이 맑아 그만큼 별도 잘 보이게 된다. 천체관측이 취미인 내게 있어서 비는 너무 내리지 않는 것도 여러모로 곤란한 이야기다.

"근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나는 곤란함과 피곤함이 섞인 한숨을 몇 번이고 내쉬면서 수업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물들인 하늘을 바라보았다.



코우키와 이야기하지 못한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상황에 변화는 없음. 게다가 최근에는 레포트가 엄청 많아 꽤나 바빴다. 점점 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구만.

그 날, 어떻게 코우키가 상처하나 입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코우키가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내려, 중력을 거스를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던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 강풍은 코우키의 몸을 떠받치면서 내 팔까지 그녀를 데리고 왔다.

그건, 뭔가 마법같은 거였을까?

"아니, 마법이라니……."

4시간이나 도서관에 처박혀서 레포트와 씨름을 하고 있던 탓인지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다. 손목시계를 확인하자 시침은 벌써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돌아갈까…."

작게 중얼거리면서 학교부지 안을 걷는다. 발끝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는 어쩐지 쓸쓸하면서 위축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안 돼네……. 정말이지, 왜 전파가 닿지 않는 거람? 으으, 어쩐다……."

문득,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고 있던 다리를 멈추고 그대로 들려온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저기 아빠. 들려요? 언니? 아으, 정말이지……."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다리를 움직인다. 도서관의 모퉁이를 왼쪽으로 돌자 영상학부가 쓰고 있는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건물 밑, 한쪽 구석에 익숙한 모습이 있었다.

코우키였다.

"……."

코우키 녀석, 이런 시간에 대체 뭐하는 거야? 벌써 10시가 지났는데.

급한 용무라도 생긴 걸까, 지금까지 본적 없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대로 가만히 서서 주저한다. 말을 걸어볼까? 하지만 최근 코우키의 반응을 보면…….

"아."

"어……?"

아무 생각없이 코우키를 바라보고 있자 코우키와 눈이 맞아버렸다. 코우키는 예상대로 어색한 얼굴로 바뀌어간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하며 당황해 한다.

"……."

어째서?

의문이 끓어올랐다. 우리들은 이렇게 어색한 관계였던가? 아니잖아. 왜 너는 그렇게 날 피하는 건데?

코우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쪽으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녀의 등이 점점 멀어져 갔다.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천천히, 천천히.

그 상황에, 굉장히 화가 났다.

"기다려!"

"……읏!"

내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녀는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있는 힘껏 그 등을 뒤쫓았다. 코우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리로 따지자면 이쪽이 더 빠르다.

대체 어느 정도 달려왔을까? 코우키와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어 나는 코우키의 작은 손을 낚아챈다. 있는 힘껏 달려가던 코우키도 겨우 멈춰섰다.

호흡이 가쁘다. 심장이 아팠다. 달려와서 멈춰세운 건 좋은데 뭘 말하면 좋지? 왜 날 피하는 가에 대해서? 아니면 그 날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지?

입밖으로 꺼내고 싶은 말은 산더미처럼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코우키의 이름을 부른다.

"……잘지냈어?"

내가 입밖으로 꺼낸 말은 그런 쓰잘데기없는 말이었다. 코우키로부터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이쪽을 돌아보기만하며, 그녀의 입가에는 쓴 웃음이 걸려져 있었다.

그리고 1주일만에 겨우, 코우키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그럭저럭 잘 지냈어. 쿠가미 군은 어때?"

"에, 그 뭐냐. 그, 그럭저럭 잘 지냈으려나? 일단은 말이지."

"그, 그렇구나."

"……."

"…………."

안 돼. 이야기가 전혀 이어지지 않잖아. 이대로면 위험하다. 뭔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손……놔주지 않을래?"

"에?"

코우키의 목소리에 간신히 깨닫는다. 아직 손을 잡고 있던 그대로였다.

"아, 미, 미안!"

"아, 아니, 사과할 정도는 아니니까."

코우키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뭔가 코우키의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된 듯한데, 기분 탓일까?

"쿠가미 군 뭐하는 거야, 이런 시간에."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이쪽은 이 늦은시간까지 도서관에서 레포트랑 싸운 성실한 군인이라고."

"아, 과연. 레포트 쓰고 있었구나. 어떤 건데?"

"서양사 관련으로 각 나라별 신화의 조사. 꽤나 진척이 없어서 고생했어. 해결은 봤지만."

"헤에──."

작게 목소리를 흘리면서 코우키는 끄덕인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에?"

"아니, 최근 뭔가 어색했었으니까. 역시 미움받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네. 그 뭐냐, 코우키가 싫다면 예의 그 건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테니까."

"벼, 벼벼벼별로 쿠, 쿠가미군이 싫어졌다던가 그런 건 아니니까!"

"그래?"

"에, 아, 으, 응. 아마도."

"아마도는 뭐야……."

새빨갛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도 눈을 돌려버리고 만다. 가슴으 ㅣ고동이 높아진다. 아주 조금은 두근 거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피하고 있었으면서 이제와서 말할 생각이 든 건 왜일까? 정말이지 엄청난 변덕쟁이다.

"그래서, 너야말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이런 시간까지."

"으긋, 그, 그건……."

코우키는 당황하면서 고개를 돌리고, 좀처럼 입을 열려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는 거냐.

"말할 수 없다면 말하지 않아도 돼. 아까도 말했지만 강제로 들을 생각은 없으니까."

"아, 으, 응. 고마워."

코우키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더욱 숙인다. 분명, 빨갛게 물든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건 그렇고……, 야 코우키. 그거 외에 하나 더 묻고싶은게 있는데 말이야. 이전에 미디어 사회 교수가 말한……."

"아."

"?"

"조용히."

"에?"

갑작스러운 요구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만다. 급변. 코우키의 표정은 지금까지 본 표정중 가장 심각해보였다. 대체 뭐가?

"아가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뒤에서부터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그곳에는 검은 슈트를 입고 있는 남성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옷깃을 죄고 있는 넥타이도, 단단할 것 같은 손에 끼워져있는 장갑도 검은색. 가장 이상한 건 지금 시각은 10시 30분.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어딜 어떻게 봐도 수상쩍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주위에 사각(死角)지대는 없기에 가까이 다가온다면 분명 알아차렸을 텐데?

"마중하러 나왔습니다. 자아, 아가씨. 가시죠."

"멋대로 정하지 마! 난 내 다리로 알아서 찾아갈 거야! 당신은 상관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가씨. 저희들도 주군의 명령에 따라……. 그리고, 지금 상황도 굉장히 심각합니다. 이대로 돌아가면 저희들이 오히려 맞아죽을 지도……."

"그런 거 난 몰라! 맘대로 해, 이 멍청아!"

"아, 아가씨!"

"쿠가미 군, 뛰어!"

"에? 에엣!?"

코우키는 그렇게 외치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코우키의 움직임에 남자도 움직였다. 나는 달려가는 코우키를 뒤쫓으며 갑작스런 상황에 말을 잃었다.

대학부지에서 나와 주택가로 들어간다.

크고 작은 골목길이나 교차로 등을 몇 번이고 건너면 우리들은 남자의 추격으로부터 달아나려 했다.

젠장,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왜 코우키가 저런 녀석에게 쫓기는 거냐고?

자문해봤자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몰아넣어가며 앞을 향해 한 발 내딛는다.

바로 옆에는 언제나 보아오던 코우키의 모습. 밤길을 달리면서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아, ……읏!?"

갑작스레 잘 달리던 코우키가 몸의 균형을 잃었다.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는 코우키. 그녀는 작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성대하게 굴렀다.

"큿, 아야야, 아파……."

"윽, 뭐하는 거야, 진짜 바보냐 너! 거기서 구르면 대체 어쩌자는 거야!?"

"나, 나도 구르고 싶어서 구른 게…!"

"아오, 진짜! 변명은 됐으니까 빨리!"

"어?"

코우키의 눈앞까지 가서 허리를 숙였다. 코우키는 내 행동이 바보같은 얼굴을 한 그대로다.

"너 이런 데서 잡히고 싶어!? 빨리 업혀!"

"아, 으, 응!"

부드러운 몸이 등에 닿아 얽혔다. 폭신폭신한 가슴의 감촉이 한번에 전해졌다. ……아니 이런 때까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꽉 잡아!"

코우키를 업은 채로 다리를 움직인다. 뒤에서부터는 검은 슈트를 입은 남성이 시끄럽게 쫓아오고 있었다.

"……!"

등뒤로부터 전해지는 작은 따뜻함이 굉장히 기분좋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바랄 정도다.

코우키를 업은 채로 달리는 밤길에는, 눈부신 별들이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아……하아……, 하아……"

"쿠가미 군, 괜찮아?"

"어떻게든, 따돌린 것, 같네…."

주택가의 작은 공원에서 우리들은 한숨 돌렸다. 코우를 업고 달려왔던 탓인지 전신이 땀투성이였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 별로 붙잡혀서 이상한 짓 당한것도 아니니까 괜찮은데…."

코우키를 바라본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평소와는 다른, 힘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저 녀석은 뭐하는 녀석이야?"

"그, 그게 말이지……."

코우키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주저하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코우키의 모습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당황하는 코우키에게 여러 가지 물어봐도 의미없나….

"그것보다 운이 좋았네. 우리 집이랑 가까운 곳이어서 바로 따돌릴 수가 있었어. 이 주변이 아니었다면 붙잡혔을지도…."

몇 번이고 붙잡힐 것 같았다. 나랑 코우키가 아슬아슬하게 그 남자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단순한 운빨이다. 정말로, 집 근처로 익숙한 지리가 아니었다면 붙잡히는 건 당연지사다. 이쪽은 코우키까지 업고 있었으니까.

일부러 작은 샛길을 골라 가로질러 온 보람이 있었다.

"쿠가미 군은 집이 이 근처야?"

"응. 저쪽 모퉁이를 돌아 오른쪽으로 2~3분 정도이려나?"

"학교에서 꽤 가깝네? 좋겠다."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학교에서 가까우니 오히려 안심이 되어서 안 된다고나 할까."

"뭐야, 그게."

쿡쿡하고 웃는 코우키.

자연스레 코우키의 머리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머무적 거리는 코우키의 두 볼에 엷고도 연한 홍조고 떠올라 있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12시에 가까워져 간다.

"……저기, 코우키."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걸었다.

"혹시 시간 있어?"

"에? 왜?"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을 둔 뒤 조용히 입을 연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아, 거기 조심해."

"대체 어디 가는 거야, 이런 시간에. 이, 이상한 짓 하면 절대 용서 안할 거니까 알아서 해!"

"금방 도착하니까 너무 그렇게 불평하지마. 상처받는다?"

어두운 숲을 헤쳐 나간다. 그림자의 바다는 조용하면서도 정적이 감돌았다. 발밑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만이 우리들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었다.

"도착했어."

그리고, 바라고 있던 도착지에 도달한다.

"아……."

코우키의 작은 목소리.

그녀는 숨을 삼킨다.

"어때…?"

"예쁘다……."

감상을 물으니 코우키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눈앞에 있는 것은 푸른 밤하늘에 떠오른 별의 바다였다. 반짝이는 별들은 선명하며 아름답고, 마치 오케스트라라도 되는 듯이 별빛의 심포니를 연주하고 있다.

집 주변의 작은 산. 그곳의 정상은 기분이 나빠질 때마다 향하는 치유의 언덕이 있었다. 내 멋대로 그렇게 부르고 있는 거지만, 이 정상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는 것도 10년 이상이었다.

"아직 아무한테도 여길 보인 적이 없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건 코우키가 처음이야."

"와아……굉장해……, 정말 예쁘다……."

코우키는 넋을 잃은 채 별의 바다를 바라본다. 마음에 든듯 하니 이쪽도 데려 온 보람을 느낀다.

"이곳은 좀 이상해. 최근은 장마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안 내려서 하늘이 꽤나 더럽거든. 그런데도 이쪽 정상만은 이렇게도 별이 잘 보여."

"그래?"

"응, 아마 이쪽 산 정상만을 구름이 빗겨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미소 지으면서 작게 끄덕였다.

"아."

"왜 그래?"

"전파……."

"?"

"통한다……."

"……에?"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코우키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찾아온다. 나와 코우키, 어느 쪽도 입을 열지 않았다.

"……."

가슴이 비명을 지른다.

고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지금 이 타이밍이라면 코우키에게 내 기분을 전해도 되지 않을까. 4월부터 시작된 우리 둘의 관계. 이제 한 발 내딛어도 되지 않을까.

가슴이 떨린다. 기분을 걷잡을 수가 없다. 심장이, 뜨거웠다.

처음이었다.

첫사랑이었다.

어른이 되고나서 찾아온 감정은 이렇게 사람을 괴롭게 한다.

이런 기분의 고양도, 저려오는 몸과 떨리는 목소리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저기……코우키."

"응?"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뛴다. 생각하고 있으면……그것만으로 편안해질 수 있는 사람.

코우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시선을 맞추자 코우키의 눈동자에 비친 나를 볼 수 있었다. 내 얼굴은 추할 정도로 무서움과 긴장감이 섞여있었다.

"나 말이야……."

입을 연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처음이라, 그런 걸까?

"나는……."

코우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평소대로였다.

"나, 나…코우키 너를…!!"

"미안."

"에?"

하지만, 그녀가 다음에 꺼낸 것은 거절의 말이었다.

"쿠가미 군의 마음은 사실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마음에…나는 응해줄 수 없을 것 같아."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려, 그대로 입을 닫아버린다.

"그렇……구나."

"아, 저기, 그……별로 쿠가미 군이 싫다던가 그런 건 아니니까 안심해 해도 돼."

코우키의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꽤 시간이 지난 뒤, 간신히 그녀에게 물은 건 왜? 라는 의문이었다.

코우키는 바로 입을 열지 않고 조심스레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짧은 심호흡. 숨을 내뱉고 난 후 겨우 코우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쿠가미 군, 하고 이름이 불려진다.

"만약에 말이야."

코우키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내가 외계인이라고 한다면, 믿어 줄래?"

그렇게, 코우키는 악질적인 농담을 건네 왔다.

"난 말이지……인간이 아니야. 나는 외계인으로, '소혹성 b-625'라는 별에서 찾아왔어."

"뭐야 그게……"

"호시오 코우키라는 이름도 전부 가명이야. 본명은 '아넬리아ㆍ멜ㆍ루나 브링거'로, 소혹성 b - 625의 에필리아 왕국의 차녀야. 이상하지?"

"읏…, 너 말이지!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해! 이쪽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고! 난 정말로 네가…!"

"나도 진심으로 말하고 있어! 이런 이야기 누가 믿어 줄 거라고 생각해?! 쿠가미 군이니까 말할 수 있는 게 당연하잖아!"

코우키의 외침에 입을 다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코우키는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해왔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말이야, 나……실은 가출했어. 아빠가 너무 과보호여서, 그게 너무 답답해서……."

"……."

"대학에 들어간 건 말이야, 단순한 변덕이었어. 다른 별의 학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해서……. 우리 별은 작은 데다가, 대학이라는 개념도 없거든. 호기심이 솟은 것 뿐이었어.

"그래서…,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마법을 건거야."

"마법?"

"전문적으로는 '자기동화(自己同化)'라는 거지만 말이야. 우리 일족은 주위 환경에 동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인간의 사고, 집단의 사고를 읽어내서 거기서부터 자신의 서식 환경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거야. 말하자면, 카멜레온의 색깔 맞추기 같은 걸까? 나도……그런 능력은 가진 사람 중 한명이었어. 그렇기에 내가 금발에 녹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도 누구 하나 의문을 갖지 않은 거야."

"아."

그러고보니 그랬다.

호시오 코우키. 확실히 일본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일본인과는 거리가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였다던 금발. 그리고 에메랄드 색의 눈동자. 우윳빛의 피부까지. 모든 것이 호시오 코우키를 나타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특별한 것이었다.

코우키는 거기까지 말하고 눈을 하늘로 향했다. 코우키의 어깨 너머로는 별의 초원이 있었다.

"나는 천문연구부에 내가 있을 장소를 만들었던 것 뿐이야. 먼 별에서부터 찾아 온 주제에 또 별을 보는 곳에 들어가다니……우습지 않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하는 것 전부를 알 수 없었다. 소혹성? b-625? 무슨 소릴하는 거야 너는.

"저기 말이지, 쿠가미 군."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른다.

"갑작스럽지만 말이야. 나……이제 곧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

"……!"

"내일……아니, 오늘 새벽정도일까."

"그런……."

"1주일 정도 전에 내가 옥상에서 떨어졌던 적이 있었지? 그건 고향별로부터 연락을 받기 위해서였어. 어째서인지 그날은 전파가 좋지 않아 실패해 버린 데다, 발이 미끄러져 떨어지기까지 했지만.

떨어질 때 쿠가미 군이 멋지게 받아줬지? 이제와서지만 정말 고마워. 그 때 쿠가미 군, 정말 멋졌어."

"……."

"그 날 이후로 몇 번이고 전파를 수신하려고 했지만 난 역시 바보인가봐.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걸지도 몰라. 최근 전혀 비가 오지 않았잖아? 대기가 더렵혀져 있으니 미세입자가 전파를 방해하고 있었겠지. 천문연구회인데 이런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나……정말 덜렁이지?"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전에 우리들을 쫓아왔던 사람도 사실은 내 경호원이야. 그 때는 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바로 도망쳐버렸지만. 그리고 말이지, 쿠가미 군이 데려와 준 이곳은 하늘이 무척 맑아서……고향별과 연락할 수 있었어."

그 후,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가슴이 아픈 것을 참아내며 조금씩 말을 꺼냈다.

"그래……. 하, 하지만 이렇게 이별이라니 너무 갑작스럽잖아. 천문연군회의 녀석들도 분명 코우키가 없어지면 슬퍼한다고? 그러니까……뭔가 이별의 파티라던가 그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일이면 자기동화의 효과는 사라질 거야. 내일이면, 호시오 코우키라는 존재는 잊혀질 게 틀림없어."

"잊혀진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건가? 4월부터 7월까지 단지 3개월뿐이었다 해도 소중한 추억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것을, 코우키는 잊혀진다라는 한마디로 잘라낼 수 있는 건가?

마른 침을 삼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자, 코우키는 슬픈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탈함에 둘러 쌓인 채 그녀의 말을 기다린다.

"쿠가미 군."

코우키의 금발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빛난다. 굉장히 아름다웠다.

"아빠가, 굉장히 아프대……. 내가 가출한 뒤로 병이 난 것 같아."

그러니까, 하고.

코우키는 그렇게 말한다.

"이제, 안녕이라고…말할 수밖에 없으니까……."

"뭐가 그리 제멋대로야, 너는!!"

목이 뜨겁다. 결국 안쪽에서 끓어오른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웃기지마. 농담도 작작하라고! 너는,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어? 천문연구회에서 다함께 보냈던 시간 같은 거,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정말로, 지금까지의 시간 전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 있는 거야? 왜 나를 향해 웃은 거야. 왜 함께 놀러가고, 부 활동을 하며, 별을 보며 함께 즐겼어? 너에게 있어서 그런 시간은 아무래도 좋은 시간이었어?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보낸 추억은, 네게 있어서 단순한 장난이었던 거야!? 내 마음은 알고 있으면서, 그런 데도 너는…, 아니, 나는…, 나는 네가……!!"

문득.

입술에 무언가가 닿았다.

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

"쉿────."

코우키가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다. 작은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그려져 있었다.

"나도, 쿠가미 군……무척 좋아해."

바람이 불었다. 코우키의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좋은 향기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내 입에 검지손가락을 댄 채로 속삭였다.

"하지만 쿠가미 군."

에메랄드 색의 눈동자에 넋을 잃는다. 심장이 다시 힘차게 날뛰기 시작했다. 크게 울려퍼지는 고동. 우리들은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해지고 있잖아."

그녀의 얼굴에는 투명한 눈물을 머금은 미소가 그려졌다.

"아마, 우리들은, 그것뿐이었다고 생각해."

입에 댄 손가락이 떨어진다. 정면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미소가 있었다.

"정말로 고마워, 쿠가미 군. 내, 첫사랑 상대가 되어줘서……."

그녀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뒤로 걸음을 옮겼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좀처럼 그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놓여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틈을, 자신이 만든 벽을 그녀는 빠져나온다.

또 다시 입술.

하지만, 이번엔 좀더 부드러운 것이었다.

짧은 시간, 있는 힘껏 자신의 마음을 서로에게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있어."

그녀는 이별의 말을 고했다. 뒤를 향해서, 멀어져 간다.

정신을 차렸을 때, 코우키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 나는 쓴 미소를 입가에 그리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툭, 투둑, 하고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완전히 내리겠지.

"그러고보면 장마였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반짝이는 별의 바다로 눈을 돌렸다.

"아아────."

하나, 둘, 아니 그 이상일까. 별하늘에는 그녀의 흔적이라도 되는 것 마냥 별똥별(星尾)이 떨어지고 있었다.

3일정도 전에 뉴스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49년만에 수많은 유성우가 일본을 지나간다고. 하지만 장마의 먹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을 거라고 천문연구회에서 말했었지.

이건, 별똥별이 남긴 선물일까.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환상일까.

"이제,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나……."

첫사랑은, 끝나버렸으니까.

"잘 가."

나는 별하늘의 유성우를 향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산의 별 전망대를 뒤로한다. 한번 뒤돌아보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번 뿐이었다.



Epilogue

여름

아니, 그건 한여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계절로, 나는 그 날도 어김없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시간은 밤. 올해는 빨리 장마가 지나 간 탓일까, 오늘 밤은 굉장히 하늘이 맑다.

타박타박 발끝에서 울려퍼지는 그 소리가 굉장히 기분 좋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바람이 너무나 상쾌하다.

옅은 어둠이 깔린 산이지만 몇 번이고 되짚어 온 기억이 있어 다리에 막힘은 없었다.

산 정상까지는 앞으로 몇 분.

익숙한 감각만을 이용해 밤길을 걷는다. 그리고, 돌연 눈앞에 아련한 눈부심이 찾아왔다.

새파랗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푸른 하늘. 드넓은 창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밤하늘이 반짝인다. 무수한 별들이 자기 자신을 뽐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주 일요일, 다른 지방까지 별을 보러 갔기 때문에 천문연구회 소속 부원들은 모두 지쳐 있었다. 오늘은 활동하는 날이었지만, 활동은 그 피곤함의 여파로 쉬는 게 되버렸다.

그런 고로 오늘은 혼자서 산을 올랐다.

별을 보고 싶었으니까.

언제나처럼 천체망원경을 검은 천에서부터 꺼내 들었다.

삼각대 위에 올리고 초점을 맞춘다. 몇 번이나 반복한 뒤, 파인더 안을 훑어보았다.

별이 보인다.

작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들이 하늘의 바다에 그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대로 천문연구회의 부원들은 그녀를 잊어버렸다.た 이름도, 생김새도, 생일이나 함께 놀러 갔던 추억도. 함께 찍었던 사진에서는 그녀의 모습만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가 말한 사실 중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그건 내 기억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은 아직 살아있다. 그녀의 이름도, 생김새도, 그리고 함께 보낸 즐거웠던 날들의 추억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벌써 1년.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바라보는 별의 바다는 오늘밤도 반짝인다. 저 반짝임에 있어서는 매일 밤이 성야일까.

"난 말이지, 저 반짝이는 별이 좋아."

누구에게도 향하지 않은 말을 별하늘에 들려주었다.

"좋잖아, 별. 작고 귀엽고, 달과 비교하자면 그 크기도 밝기도 비교할 게 못되지만. 나는, 그럼에도 반짝임을 잃지 않는 별이 좋아. 보고 있으면 힘내서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달까."

대답은 없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그려낸다.

나도 참 못난 녀석이네. 아직까지도 그리워하고 있는 건가. 벌써 1년이나 지났는데.

"저기 말이야, 코우키……."

1년만에,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너는……지금 어디에 있어?"

아무런 기대도 담겨있지 않은 혼잣말이었다. 그 혼잣말에,

"쿠가미 군의…옆에 있잖아?"

대답이 돌아온다.

"어?"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슴 언저리가 아프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마음이 심란해진다. 바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녀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부서지는 환상이 될 것 같았다.

"쿠가미 군."

다시 한번 뒤에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아연해 한다. 뒤를 돌아보자,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금발에, 에메랄드 색의 눈동자에, 가는 선을 가진 몸에…….

실은 어느 별의 공주님에, 아넬리아 어쩌구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고…….

나를 1년이나 기다리게 한 심술궃은 여자아이.

"어떻게…?"

"아, 정말이지. 짜증나니까 말하지 마! 아빠가 병에 걸렸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었어! 상상할 수 있겠어? 날 부르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쳤대! 정말이지, 우리 아빠는 정말로 바보 멍청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빨갛게 물든 얼굴로 내 쪽을 향한다.

"화났어?"

"화났으면 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녀의 대답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들은 웃기 시작했다.

"미안해. 1년이나 걸려버려서……. 있지, 나 능력이니 뭐니 하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쿠가미 군과 함께 있고 싶었어.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9월부터 이 별에 정식으로 유학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쿠가미 선배네?"

"유학이라니……. 그럼 연락이라던가 해줬으면 좋았잖아!"

"에? 하지만 알려주면 재회했을 때의 감동이 반감되잖아?"

"너 내가 새 여자친구를 사귄다던가 하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어?"

"……………………어라?"

"넌 아무 고민도 없어서 진짜 좋겠다……. 변함없네, 네 얼빵함은."

"주주주, 중요한 건 그 부분이 아니잖아!? 애초에 왜 그렇게 멀쩡한 거야? 좀 더 놀라야 하지 않아!?"

"아니, 혹시 돌아오지 않을까~하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돌아오니 기쁨이 반감되서 말이야."

"뭐야, 그게!? 이쪽은 열심히 힘냈는데!?"

코우키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화를 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소짓는다.

"알고 있다니까."

코우키가 이쪽을 바라본다. 우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 들려주었다.

"다녀왔어."

"어서 와."

……생각해보면,

확실히 첫사랑 따위 이뤄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별이 사라지는 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날도 있지만, 그건 보이지 않을 뿐으로 별은 구름 너머에서 언제까지나 빛난다.

그러니까,

나는 별이 좋다.

언제까지나 그 반짝임을 잃지 않는,

작고, 아름다운 별이.

겨우 먹구름이 개었다.

그리고, 푸른 밤하늘에 걸린 별도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 소혹성 b - 625의 그녀~


<完>

-------------------------------------------------------------


<후기>


처음뵙는 분들, 자게에서 끄적이는 뻘글들을 봐주신 분들,

안녕하세요.


잉여 글쟁이 月主입니다.

고교 1학년이후, 자그마치 4년만에 여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립니다.

올해 첫 소설이네요.


여러모로 이 소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배경도 인물도 전부 일본인데다가, 애초에 원판이 일어로 쓴 거였거든요.

원판에서 한국어? 없어요, 그런 거 ㅋ


해외에 있다보니, 한국어가 아닌 일어로도 글을 써보네요.

경소설 회랑에 올린 건 한국어판이 되겠지만요 ^^;


이래저래 비루한 소설입니다.

테마는 봄철을 맞이해서 첫사랑으로 써봤는데, 여러분이 보기엔 어떨지요.


워낙 필력이 없어서 죽어 마땅합니다만;;;


아무쪼록 가벼운 마음으로 첫사랑의 풋풋한 느낌을 여러분이 느껴주셨으면 더 할 나위 없습니다. :)


아래주소는 블로그에 게재한 소혹성 단편입니다만, 

삽화도 대충 끄적여서 넣어봤으니, 그냥 눈으로 훑어보시면 감사합니다.

랄까, 오히려 보시면 눈이 썩으시니 그냥 안 보시는게 나아요 ㄷㄷ

http://blog.naver.com/szm978/50175419626


트위터는 @tsukinushi_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szm978가 됩니다.

앞으로도 간간히 차기작을 쓰면 여러분 앞에 공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_^

그럼 다음에 또.




Writer

月主

月主

시나리오 라이터, 라노벨 작가 지망생.

중2병. 

현실 상주형 오타쿠.

연애하고 싶다☆

 Ars longa vita bre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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