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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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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49 Aug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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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Madyellow
협업 참여 동의

02.

 

저녁이 되면 나는 언제나 공부를 한다.

다른 사람들을 6시간 이상 도와주면서 완전히 지치는 나지만, 저녁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지므로 공부를 해야 한다. 성적이 떨어지면 반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도울 수 없으니까,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한다.

지금 공부하는 과목은 수학. 단순한 원리들만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서 1분마다 문제 하나를 풀어간다. 수학은 답이 원하는 대로 나와서 참 편리한 것 같다. 삶과는 다르게도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는 삶은 언제나 답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내 동생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그런 게 인생이다. 가볍게 한숨을 쉬고, 간단한 수학 문제들을 천천히 풀어가고 있다.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을 보니, 이미지 군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나는 최대한 가벼운 목소리로 안녕, 미지 군.‘이라고 말했다.

[안녕은 무슨] 미지 군의 목소리는 어쩐지 차갑게 톤이 떨어져 있어서 시니컬했다.

역시 미지 군, 저녁에도 시니컬하게 말하네.”

[칭찬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한 거야?”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그마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상당히 어이없는 걸 보내주었네.]

뭘 보냈다는 거지, 내가?

!

내가 보낸 편지 잘 읽어봤어? 읽는 느낌이 어땠어?”

[어떤 느낌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이런 편지를 보낼 필요는 없잖아.]

어째서 편지를 보내면 안 되는 걸까?

?”

[옆집에 사는데, 그냥 만났을 때 얘기하면 되는 거지. 그걸 꼭 편지로 써서 보내는 것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미지 군은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그냥 내게 와서 하면 돼. 오늘 저녁에 못할 것 같으면, 내일이라도 학교에서 만나가지고 하면 되는 거지. 어째서 편지를 보낼 생각을 했어?]

동생이 납치되었다는 얘기는 무겁잖아. 나는 평소에 무거운 이야기를 못하거든. 다른 사람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나라니, 그런 건 글로 쓰지 않으면 안 돼. 나는 절대 그런 건 말 못 해.”

[그런 종류의 이야기인가?] 미지 군이 살짝 고민에 빠진 듯하다. [그렇기도 하겠네, 나나미가 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이야기를 보통 할 리가 없으니까.]

그렇지.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해.”

나는 인정했다.

[그것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한테 도움을 구하다니. 나 아니어도 우리 형도 있고, 노무라 녀석도 있는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는 오히려 미지 군이 도움이 돼. 항상 어려운 상황일 때는 미지 군이 옆에 있어 주었잖아.”

[나는 그런 기억 없어.] 이미지 군은 딱 잘라 말했다.

나는 그런 기억 있어.” 나도 딱 잘라 말했다.

[그래.] 미지 군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요사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단 말이야. 정말로 모든 게 귀찮거든. 그냥 이런 귀찮은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주면 안 돼?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있잖아.]

아니야. 꼭 미지 군이어야만 돼.” 나는 힘을 줘서 말했다. “미지 군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어.”

[정말이지.] 미지 군은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귀찮게 되었네. 그럼…… 알겠어. 일단 전에 일도 있고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도와주도록 할게]

“OK, 좋았어.”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

[평소의 나나미랑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뭔가 말이 많아진 느낌이야?]

그런가, 나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럴 리 없잖아. 그냥 느낌만 그런 거겠지.”

나는 손으로 이마를 훔쳤다.

[그렇겠지. 그냥 쓸 데 없는 이야기였어. 나는 잡소리가 많으니까]

그럼 미지 군 내일 보자.”

[, 내일 봐] 미지 군은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나는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 근데 이상하네.

어째서 핸드폰 빛이 계속 반짝거리는 거지?

나는 핸드폰 잠금을 풀고 메시지 칸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익숙지 않은 한 메시지가 있었다.

 

당신의 동생은 저한테 있습니다. By. 엘러리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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