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비행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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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50 Aug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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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Madyellow
협업 참여 동의

03.

 

인터넷 창을 열어서, ‘엘러리 퀸을 검색했다.

 

엘러리 퀸(Ellery Queen)은 사촌지간이었던 두 명의 미국 작가 프레데릭 대니(Frederic Dannay, 1905~1982)와 맨프레드 리(Manfred Bennington Lee, 1905~1971)의 공동 필명이자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추리 소설의 등장인물 이름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은 40여 년간 시리즈로 출판되었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에서도 서울방송에서 엘러리 퀸 원작의 소설 Y의 비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한 바 있다. 엘러리 퀸은 에드거 앨런 포 이후 미국의 중요한 추리 소설 작가로 인정되고 있다.

 

엘러리 퀸은 추리 소설 작가다.

그것도 오래 전에 죽은 추리 소설 작가. 그렇다면 유령이 내 동생 가이를 잡아가두고 있다는 건가. 의문이다. 유령 같은 것은 전혀 믿지 않는다. 유령이 산 사람한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겪어봐서 안다. 그렇다면 이것은 다른 이름을 쓴 건가? 자신이 엘러리 퀸이라고 생각하고 내 동생을 납치한 건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납치한 걸까?

내 동생은 납치당해서 어떻게 된 걸까?

살아있기는 한건가?

이미 죽은 건 아닐까?

진정하자.

하나, ,

심호흡을 세 번 내쉬었다.

다행히도 진정이 된다. 나는 양손으로 뺨을 때리고, 겨우 진정된 가슴을 쓸어안았다.

범인이 이런 종류의 메일을 보냈다는 것은, 뭔가 대가를 노리고 보낸 거다. 동생을 돌려받고 싶다면 조용히 말에 따르라고 메시지를 후일에 보내겠지. 동생이 죽었다면 이런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 동생을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슬슬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내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나는 풀던 수학 책을 조용히 닫았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겉옷을 입었다. 여름이라고 해도 밤은 춥기 때문에 뭐라도 안 입으면 감기가 걸릴지도 모른다. 지금쯤이면 잠들었을 아기 고양이한테도 모포를 덮어줘야겠지. 아기고양이는 감기 걸리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조용히 계단을 내려와 보일러 실 귀퉁이에 있는 아기고양이에게 모포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내가 향한 곳은 이미지 군의 집. 우리 집 바로 옆의 집이다.

띵동 띵동 띵동

초인종을 조용히 세 번 누르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왔어.” 미간을 찌푸리며 미지 군이 나왔다.

아까 했던 말 때문에,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뭔데? 편지 보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했다면 됐어. 원래 네가 그렇다는 건 아니까.”

아니, 전혀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미지 군.”

그럼 뭔데?” 미지 군은 머리를 긁적였다. “납치범한테서 편지라도 왔다는 말을 하려고 온 거야?”

오오옷, 나는 조금 놀랐다. “거의 비슷해.” 그리고 미지 군에게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편지가 아니라 문자가 왔지만.”

내 말을 들은 미지는 살짝 멈칫했다. “원래 나나미가 기계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이건 좀 심한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보통 그런 문자가 오면 겁을 먹거나 당황하는 게 정상이잖아.”

그건 아니다.

나는 사실 놀랐어, 미지 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래야겠지만, 당황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서 이번 일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 최대한 냉정해지려고 노력 중이야.”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그런 냉정함은 어른다운 걸까, 아니면 기계적인 걸까?” 미지 군 고개를 살짝 오른쪽을 틀었다. “어쨌든 어느 방향이 되었든지 간에 그건 확실하게 비정상적이야.” 미지 군은 문을 크게 열었다.

나는 미지네 집으로 들어갔다. “뭐가 비정상적이라는 건데?”

그렇게 냉정해지는 것, 그러니까 나나미가 그렇게 냉정해지는 것은 비정상적이야.”

그런가.”

확실히 그래. 나나미의 그릇이 남들보다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이야기거나, 아니면 동생에 대해서 지나치게 냉담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미지 군은 문을 닫았다. “어느 쪽이라도 비정상적이야.”

그렇구나.”

나는 그런 나나미가 무서워.”

이상한 얘기하지 마, 미지 군. 나는 귀신같은 게 아니야.”

 

미지네 집의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절대 밖에 돌아다니지 않은 히키코모리이자

극악의 자살희망자이자

이미지 군의 형인

이 채문 씨가 소파 위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미지 군.”

알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미지는 살짝 뒤돌아봤다. “나도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 저 녀석이 우리 집 현관 소파에 앉아있는 광경은 처음보거든.”

이 채문 씨는 미지 군을 노려봤다. “녀석이라니, 형이잖아.”

너 같은 녀석한테 형이라고 할 생각은 없어.”

이런 세상이 정말 망하려고 하나보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형을 형이라고 부르는 게 이 세상의 이치야. 그런 게 지켜지지 않는 세상은 망하는 편이 좋아.”

그건 단순히 네 바람이잖아.”

세상에 멸망해라.” 이 채문 씨는 하늘을 보며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여 내게 조금만 힘을 나누어 줘.”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세상이 멸망하지 않아.” 미지 군은 검지로 채문 씨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원기옥이 모일 리가 없잖아.”

, 이라고 말하는 채문 씨는 몸을 완전히 돌렸다. “그럼 난 삐질 테다. 삐뚤어질 테다. 네가 날 형이라고 부를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미지는 신발은 벗었다. 나도 따라서 신발을 벗었다.

현관을 지나가는데, 채문 씨가 내 손을 확 잡아챘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멈췄다.

너 뭐하는 짓이야!” 미지 군이 소리쳤다.

흥이다.” 채문 씨는 고개를 확 돌렸다. “네가 나를 형이라고 부를 때까지 계속 이렇게 손을 잡고 있을 거야.”

네 녀석은 어린아이냐! 벌써 스무 살이 된 어른이 뭐하는 짓이야!”

아직 서른 살도 안 된, 어린아이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짓은 해도 돼.”

미지 군은 머리를 손으로 눌렀다. “그럼 앞으로 탄산수 금지. 절대 금지야. 앞으로 탄산수 같은 건 사오지 않을 거야.”

치사하다, 치사해. 남자가 이런 일 가지고 탄산수를 안 사온다니. 넌 내 동생이지만 정말로 남자답지 않다.”

집에 하루 종일 쳐 박혀서, 일도 안하는 히키코모리한테 그런 말 들을 생각 없어.”

그러면 듣지 말던가.” 채문 씨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럼 나는 앞으로 돈을 안 벌면 되지.”

나는 둘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채문 씨, 손 아파요. 너무 세게 잡으셨어요.”

내 말을 들은 채문 씨는 손을 놓았다. “미안.”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우리 동생이 너무 유치해서.”

댁도 마찬가지로 유치하거든.” 미지 군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미지가 입을 삐죽이든 말든

내가 당황하든 말든

어찌되든 상관없어.”

채문 씨는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아무런 서론도 없이

갑작스럽게 말하셨다.

동생에 대해서 알려고 온 건가. 아가씨는. 아니, 다르게 말한다면 아가씨는 동생을 찾으려고 하는가?로 물어보는 게 정답이겠지만

 

히키코모리라는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처박혀서 사는 채문 씨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답은 둘.

채문 씨가 납치 사건에 연관되어 있거나

채문 씨 본인이 납치 사건을 일으켰거나

채문 씨가 제 동생을 납치한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어. 나는 결백한 사람이라고.” 채문 씨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결백한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게 맞겠지.”

채문 씨는 꽤나 멋있는 말을 했다는 듯이 멋진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히키코모리인 내가 집 밖으로 나가서 누군가를 납치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잖아, 안 그래?”

그럼 어떻게 제 동생이 납치되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그거는 어렵지 않지. 나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에겐 그런 건 껌 씹는 것보다 쉬워. 그것보다 정답을 알기에 나는 모든 것을 아는 게 정당하다고 하는 게 응당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도 꽤나 내 사정에만 맞춰서 말한 것인가?”

그렇다면 제 동생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신 건가요?”

아니. 그건 정답이 아니니까. 나는 몰라.” 채문 씨는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꺾었다.

정답이 아니라는 말은 뭐죠?”

말 그대로 정답이 아니라는 말이지.” 그리고는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꺾었다. “아가씨에게 맞는 정답을 들려주기 위해선, 나는 아니라고 말해야겠지. 그게 완벽한 정답이지. 그것은 철저하게 아가씨 입장에서 봤을 때의 답이겠지만. 뭐 나야 관계 없어. 나야 답만 말한다면야 그것으로 만족, 만족.”

그건 뭔가요.”

나는 맥이 풀려버렸다.

단순히 정답에 대한 이야기야.” 채문 씨는 킥킥 웃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진실이나 진리가 아니야. 단순히 정답만을 알고 있다는 거야. 내 능력은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되어 있고.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어. 정답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야. 물론 나는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 아가씨는 그렇게 말하면 모르려나. 정말로 답이 없는 아가씨니까. 이번 사건에 대해서 평한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아가씨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고생하는구나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제 동생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건가요?”

그렇겠지. 아가씨의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한다면. 그 답은 철저하게 아가씨의 시선에 맞춘답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게 내 소원이지만.”

나는 살짝 분노했다.

아니, 당황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거다.

그럼 쉽게 생각하면 되겠죠. 채문 씨가 히키코모리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그랬다면 제 동생을 납치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전제 부정인가?” 흥미롭다는 듯이 채문 씨는 라는 감탄사를 날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충분히 나의 범죄도 가능성 있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사건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정답은 아니지.”

정답이 아니라는 말은?”

단순해.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거지.”

그럴 만한 알리바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가 히키코모리 라는 것. 물론 히키코모리라는 전제를 부정한다면 나 역시 용의자가 될 테지만.”

그럼 채문 씨가 범죄자라는 거군요.”

우리 둘에 대화를 지켜보던 미지 군은 갑작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럴 리 없어, 나나미. 저 녀석은 절대로 나간 적이 없어. 내가 그건 누구보다도 잘 알아. 저 녀석 말대로 저 녀석은 완전무결한 히키코모리야.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납치하거나, 애초에 돌아다니지도 못해.”

네가 내 편을 들다니. 의외네.” 채문씨는 살짝 조소를 흘렸다. “그것보다 녀석이라고 부르지 말고 형이라고 하라니까.”

나한테는 형이 없어. 네 녀석은 형이 아니라 단순히 히키코모리니까.” 미지 군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미지 군을 보던 채문 씨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말했으니까. 이제 어떻게 되는 상관없어. 춤이라도 추고 싶으면 그냥 춤이나 춰라, 이것들아.”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는 듯이

채문 씨는 소파에서 일어나

원래 자신의 자리인 자신의 방으로 숨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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