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비행이야기 (5)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21:51 Aug 11, 2013
  • 3019 views
  • LETTERS

  • By Madyellow
협업 참여 동의

04.

 

여고생이 늦은 밤 남자의 방에 오다니. 그건 꽤 위험한 상황 아니야?”

미지 군은 냉소를 품으며, 그런 식으로 나에게 말했다.

남자의 방이라니. 미지 군은 내 소꿉친구잖아. 그냥 소꿉친구의 방에 왔다고 하면 안 돼?” 나는 볼을 부풀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 편이 더 듣기 좋잖아.”

확실히 듣기는 좋아도, 남이 봤을 땐, 이 상황은 꽤 위험한 상황이라고.”

뭐가?”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 때, 영어로 Boy meets girls. 그 상황 자체가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잖아.”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데.”

그것은 말할 수 없어.” 미지 군은 곤란한 듯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어린 친구들도 보기 때문에, 그런 야사시한 상황은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어.”

미지 군은 꽤나 겁쟁이구나.” 나는 타이르듯, 또박또박 말했다. “요즘 초등학생이라도 알 건 다 안다고. 그런 남자와 여자의 사정 따위는 말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야.”

요즘 초등학생은 꽤나 조숙하네. 그거 꽤 기분 나쁘다.” 미지 군은 미덥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내 방에 온 건 확실히 이상한 거야. 그건 인정해, 나나미.”

인정할게. 그건 확실히 이상하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밤늦게 미지 군 집에 올 줄은 나도 몰랐어.”

나도 정말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네.” 어색하게 웃었다.

미지 군은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골치 아프게 되었네. 우리 집 히키코모리까지 알고 있다는 건, 이번에 일어난 일은 뭔가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야. , 상황이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거겠지. 어쩌면 나나미, 네 동생은 단순히 납치만 당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 그리고는 깊게 한숨을 들이쉬었다. “어쨌든 나나미, 아까 말했던 그 문자 좀 보여줘.”

나는 문자를 연 뒤에

핸드폰을 미지 군에게 건네주었다.

미지 군은 핸드폰 화면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By 엘러리 퀸이라는 걸 보면, 범인은 엘러리 퀸이라는 사람인건가.”

그건 아니야, 미지 군. 엘러리 퀸은 오래 전에 유명했던 미스터리 작가였어. 죽은지는 한참 되었으니까, 이미 존재하지 않아.”

그럼 범인은 가명을 쓰고 있다는 건가.” 아니면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라 집단인 건가. 어느 방향이 되었든지 간에, ‘엘러리 퀸이라는 말에 분명 의미가 있을텐데.”

나는 쪽지를 꺼냈다.

그거라면 조사했어. 미지 군을 만나기 전에 엘러리 퀸에 대해서 조사했거든.”

미지 군은 쪽지를 봤다.

역시 모범생답네.”

모범생이라니, 과한 칭찬이야.”

나나미는 확실히 모범생이잖아. 나는 그런 참견질을 단 한 시간도 안하겠지만. 나나미는 그런 참견질을 5000시간이나 했으니까, 보통 사람들 눈에서 봤을 때 범생이라고 볼 수 있지.”

물론 5000시간 정도 자원봉사를 했지만

그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소한 것으로 모범생이라고 하다니

때때로 미지 군은 나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작품, ‘x의 비극‘y의 비극이라.”

평소에 미지 군은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다.

미스터리 소설의 제목을 되뇌는 것은

뭔가 알아냈다는 건가

뭔가 알아낸 거야?”

아니, 전혀.” 예상과는 달랐다. “이 소설들은 처음 보는 소설이야.”

미지 군은 평소에 미스터리소설을 많이 읽잖아.”

그래도 내가 보는 미스터리 장르는 일본 미스터리에 한정되어 있어. 미국이라든지 유럽 쪽 미스터리 작품들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야.”

그렇다면.”

미지 군은 가볍게 숨을 머금었다. “전혀 모르겠네. 애초에 범인이 뭐하는 녀석인지도 모르겠고.” 매너리즘, 곧 잠이라도 들 것 같은 무기력한 표정을 짓는 미지 군이었다. “그런 이유로 포기할게.” 그리고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역시 포기가 빠르다. “그래도 한 번 도와준다고 했으면 끝까지 도와줘야지.” 나는 미지 군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미지 군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지 군은 일어서서 몸을 쓱쓱 털었다. “오늘은 너무 늦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우리 내일부터 찾는 걸로 하자, 나나미.”

나는 창밖을 봤다.

집 곳곳에 불이 꺼져있고

달은 하늘 중천에 떴다.

정말 늦었구나. 고양이가 지금쯤이면 밖으로 나가려고 집안을 어지럽힐 텐데.”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나나미, 고양이를 키우는 거야?”

? 미지 군은 알고 있지 않아?”

?”

고양이에 대해서 말이야.”

고양이가 뭘?”

얼마 전에 나랑 걷다가 집 앞에 버려진 고양이 본 적 있잖아. 그 비 오던 날.”

그제야 미지 군은 깨달았다는 듯이 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맞다. 그 고양이를 보면서 불쌍하다고 말했지, 네가.”

비를 맞으면서 혼자 기다리는 고양이는 너무 불쌍하잖아.”

꼭 나같이 말이다.

그래서 키우기로 한 거야?”

.” 나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집 맞벌이라서 엄마도 아빠도 거의 집에 안계시고, 동생은 집에 거의 안 들어오니까. 나 혼자 있기 그래서.” 나도 혼자다.

그래도 그런 고양이 키우는 거 찜찜하지 않아?”

? 전혀 찜찜하지 않아. 고양이가 귀여운데. 특히 야옹야옹거리면서 이것저것 굴리면서 놀 때, 얼마나 귀여운지, 꽉 깨물어주고 싶다니까.”

그래도 고양이는 찜찜해. 병균도 있고,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하잖아. 버려진 걸 보면 뭔가 이상한 사정이 있을 거야.” 미지 군은 질색이라는 정색했다.

!” 나는 고양이 흉내를 냈다. 앞발을 들어 올리며 귀여운 짓을 하는 고양이처럼, 오른손으로 주먹을 가볍게 쥐고 미지 군의 얼굴을 건드렸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고양이 흉내.”

어째서 고양이를 흉내 내는 건데?”

고양이가 귀엽다는 걸 알려주려고.”

그래서 다시 반복했다.

귀엽지 않냥.

고양이다냥.

냐옹냐옹이다냥.

대사를 한 번 할 때마다 오른손을 미지 군의 얼굴을 살짝 갖다 댔다.

그만 해! 그만!” 양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도망쳤다. 그렇게 도망치는 미지 군의 뺨은 붉게 물들었다.

싫다 냥.” 나는 니야니야 웃으며 말했다.

미지 군은 애원하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그만 둘 건데?”

“‘고양이는 귀엽다냥이라고 말하면 그만둘게 냥.”

미지 군은 미적거렸다.

고양 엽다.” / 뒤에 가서 소리가 줄어들잖아! 다시

고양이는 귀엽!” / 전혀 귀엽지 않아! 다시

(생략)

그렇게 해서 총 15번을 반복시켰다.

미지 군은 정신이 붕괴된 듯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듯이 한없이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표정을 짓는 미지 군을 바라봤다.

지금 미지 군 말대로, 내일부터 우리 동생에 대한 조사를 하는 걸로 하자.”

의외라며 미지 군은 물어봤다. “무슨 일 있어, 나나미?”

무슨 일이라니?”

어떤 일이 확실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불안해하잖아.”

평소라면 그랬겠지.” 확실히 평소라면 불안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일반적이지 않잖아. 나는 동생을 잃어버렸어. 그 사실, 자체가 내게는 너무 무거워.”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는 나를 미지 군이 지켜본다.

지쳤구나.”

, 좀 지친 것 같아. 이즈음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아. 안 쉬면 곧 쓰러 질 것 같으니까.”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내가 늦게 들어가면 고양이가 걱정할 것 같아서.”

고양이는 걱정 같은 거 안 해.”

아니야, 걱정할 줄 알아. 분명 들어가면 고양이가 이렇게 말할 거야. ‘주인님, 너무 들어왔다냥. 걱정돼서 죽을 뻔 했다냥.’이라고.”

, 고양이 말을 할 줄 아는 거냐?”

고양이 말 뿐만 아니라 강아지 말도 할 줄 알아.” 나는 작은 소리로 이라고 말했다.

장난은 여기에서 그만 하고.” 미지 군은 모든 걸 정리하는 듯이, 말했다.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나나미. 지금 안 쉬면 내일이 없으니까.”

알겠어, 미지 군.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할게.” 가벼운 마음으로 말했다. “미지 군. 정말로 앞으로도 도와줄 거지?”

당연하잖아. 도와준다고 말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은 지킨다고.”

고마워.”

고맙기는.” 쑥스럽다는 듯이 이마를 긁었다. 미지 군은 현관까지 나를 배웅했다. “그럼 집에 잘 가.”

나는 미지 군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잘 있어.”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63'이하의 숫자)
of 63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