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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프로토콜 (2) : 기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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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7 May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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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cramer
협업 참여 동의

요컨대 아이카의 주장은 이렇다. 유니온 프레스의 신임 정식기자로서의 첫 장기취재에서는 특종을 물어오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 케이스가 몇 있다. 미지의 장소로 떠나는 과학 탐사선 등에 동승하여 새로운 자연발생 웜홀이나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현장에 운 좋게 같이 있었던 기자가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르는 것. 언론에 몸담는 사람의 인생에 있어선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아이카 역시 그런 대박을 노리며 미개척 지역을 탐사하러 떠나는 우주선을 찾아다니던 도중 발견한 것이 이 청년의 우주선이란 소리다.


"아니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센트럴에서 하루에 떠나는 우주선만 몇 백 척인데 외우주로 떠나는 우주선이 내 우주선 밖에 없을 리가 없잖아."


"그게 말이죠, 항로도 임의 항로로 설정하고 도착지도 아무도 가 본적 없는 이상한 좌표로 설정한 선박은 선배님 우주선 밖에 없더라구요?"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알고 싶다고 알 수 있는게 아니잖아?"


"관제소에 계시는 어떤 친절하신 선배님 덕분에 어쩌다보니 귀에 들어왔네요."


관제소라면 도니, 헤이번, 이사츠 등 청년에게 떠오르는 이름이 몇 있었다. 후배를 위하는 일이라 변명한다 해도 정도가 있지, 명문 센트럴 항공대 졸업생의 직업정신은 땅에 떨어졌다고 청년은 속으로 탄식하며 이 건은 반드시 동창회에서라도 문제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아, 어떻게 내 우주선을 알았다 쳐도 밀항을 한 건 어떻게 변명할 생각이지? 엄연한 범죄잖아. 차라리 부탁을 해 보지 그랬냐?"


아무리 당당한 마이페이스의 아이카라고 해도 범죄 행위까지 당당하게 변호할 수는 없었는지 그녀는 청년에 물음에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선배님은... 거절하실 것 같았어요. 부탁할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아이카가 힘없이 웃는 모습은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데가 있었다. 자신감으로 이루어진 듯한 그녀가 그에게 부탁할 자신이 없었다고 순순히 토로한 것에 청년은 솔직히 놀랐다. 하지만 물론 부탁했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라고, 청년은 속으로 담담히 결론지었다. 1년간 미탐사 지역을 탐사해야 하는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불씨를 안고 가라니, 청년으로선 당연히 거절할 것이다.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말이다. 설사 부모님이라 해도 청년은 거절했을 것이다.


이것이 그와 그녀의 첫 번째 차이점이었다. 청년은 유별나게 준법정신이 투철하다. 간수였던 그의 아버지의 독특한 교육방침이 주된 원인이다. 간수의 일은 가상 세계에서 교화 프로그램에 접속한 상태로 멍하니 캡슐 안에 갇혀 형량을 보내는 죄수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들의 죄목은 공금 횡령처럼 큰 것부터 복제 살인처럼 사소한 것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그들이 저지른 실수가 모두 일말의 교훈을 준다는 것이 아버지의 지론이었다. 아들이 정의로운 삶을 보내길 바라던 아버지와 법조계 엘리트가 되길 바라던 어머니의 협력 하에 청년은 엉뚱하게도 준법정신이 쓸데없이 투철한 항공대생으로 자라났다. 밥을 사겠다고 약속하고서도 상습적으로 얻어먹기만 한 선배를 고소한 사건과 함께 그는 센트럴 항공대학 은둔계로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그런 오점 외에는 제법 건실한 청년임을 주변인들은 보증한다.


아이카는 청년의 변함없이 굳어있는 표정에 지금까지의 설득 방식이 효과없었음을 확인하고,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장난스런 미소를 풀며 진지하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이었다.


"선배님, 저를 태워주신다면 저의 동승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를 훨씬 뛰어넘는 부가가치를 약속드립니다."


조종석 스크린 앞에 척 서서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카의 모습이 신선해서, 청년은 일단 들어는 보기로 하였다.


"첫째로, 미개척 지역의 탐사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센트럴 항공대학교의 항로탐색개론, 실질항해이론, 양자레이더탐사학 등 미개척지 탐사에 있어서 요구되는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수하다는 말은 다소 부족했다. 몇 과목은 수석이고, 왠만하면 가능한 최고 학점을 다 받은 것을 그녀가 띄운 스크린에서 확인 가능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아이카의 성적을 이렇게 그녀의 성적기록부로 직접 보게 될 줄은 청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문제아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F학점 몇 개도 눈에 띄었지만... 물론 청년은 그건 못 본 척 하기로 했다.


"...그런 연유로 제 탐사 능력은 미개척지 탐사에 있어서 일등 항해사를 고용한 정도의 효용을 가진다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미리 연습한 듯 매끄러운 발표가 한 구절 끝나고 그녀는 자신감을 되찾은 듯 상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순전한 호의를 담은 미소였다면 가슴이 두근거려도 좋을 부분이었지만 아무래도 우주선 선주로서 승무원을 뽑는 면접심사를 하는 입장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는 다만 씁쓸할 뿐이었다.


"둘째로, 미개척지 탐사에 성공했을 경우에 관해서입니다. 새로운 교역 루트를 확보한 상인에게 있어서 그 교역로의 독점을 유지하는 것만큼 민감한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청년의 손에는 자신도 모르게 땀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교역 루트의 독점, 이는 새롭게 발견한 행성에 사는 원주민들과의 모든 무역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윤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됨을 말한다. 확률이 하늘의 별 따기인 만큼 그 보상은 혼자서 기업을 하나 세울 만큼은 된다.


수백 년 전부터 드넓은 우리 은하의 저편으로 탐험을 떠나기 시작한 개척선의 후예들은 알려지지 않은 은하의 구석구석마다 정착하여 독자적인 문명을 일구었고,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고향 행성과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워프가 가능해진 오늘날에 이르러 개척자들의 후예와 접촉에 성공한 사람들은 길을 잃은 인류의 파편을 다시 고향의 품으로 회복시켰다는 명예와 영광, 그리고 뒤따르는 엄청난 부를 거머쥔 유명인이 되었다. 은하 시대의 새로운 성공 신화인 것이다.


"미개척지 탐사에 성공 시 저는 다시 없을 기사거리를 가지게 되고, 선배님은 다시 없을 거래처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기사거리의 가치는 제가 그 지역의 명실상부한 특파원이 됨으로서 보장되지만 무역에 있어선 그러한 보장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이카의 설명은,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언론계에서는 아마도 최초 발견자를 우대해서 명예 특파원 대우를 해 주는 지 몰라도 무역회사 신임 정직원에 불과한 그가 1년 간의 미개척지 탐사 임무 도중 엄청난 행운으로 인류 주거 행성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공은 윗사람을 거치고 거쳐 회사의 공이 될 것이다. 그에게 실질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값싼 명예와 승진 정도다. 심지어는 그의 회사마저 더 거대한 무역회사의 기세에 밀려 무역 경쟁의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다. 피튀기는 자유무역경쟁에서 오리지날리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마 너에게 해결책이라도 있다는 거야?"


"물론입니다. 바로 언론통제!"


"응?"


청년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이카가 한 층 더 밝게, 청년으로선 짐작할 도리가 없는 어떤 짖궂은 장난에 대한 기대를 담아 씨익 웃었다. 언론통제라니, 놀랍게도 그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언론은 양방향성을 띄고 있죠. 뉴스의 역할이 멀리 떨어진 행성의 소식을 우리 은하 연방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알고 있으면 오산이랍니다. 그 반대도 가능하죠. 다시말해 개척지 원주민들이 전달받게 되는 우리 은하 연방에 대한 정보와 그로부터 생기는 연방에 대한 인식 역시 특파원이 될 저에게 달려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정보가 한정적인 원주민들은 교역 상대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저, 아이카를 중심으로 조직될 특파원 집단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었다. 아이카는 조종 스크린에 띄워놓은 데이터를 정리하고 조종석에 앉은 청년에게 눈을 맞추며 '어때요?' 하고 묻는 투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청년은 아이카의 말뜻을 이해했다. 사람이 사는 행성을 발견하는 데에 성공할 경우 그녀는 그 지역의 주류 언론으로서 그의 무역 우선권과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어떻게? 아마도 그에 대한 원주민들의 우호적 여론 형성을 동반하는 여타 무역상들에 대한 흑색선전, 정보 조작 등이 그 방법일 것이라 청년은 추측할 수 있었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태연히 행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이야기하는 아이카의 모습에 청년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역시, 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문제아라 불려온 것이 아니다. 청년의 생각을 읽은 듯이 아이카는 덧붙였다.


"불법을 저지를 생각은 전혀 없어요. 특정 무역 회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홍보하지 않고서도 여론을 기울게 하는 방법은 많답니다. 선배님께 댓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법에 저촉될 걱정은 없는걸요?"


청년은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도 아이카의 눈 밖에 나는 일만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눈 밖에 났다가는 삶이 영 좋지 않게 틀어질지도 모른다고 직감했다.


"어떻게 봐도 완전히 범죄 아니냐... 어쨌든 네가 제시한 두 번째 부가가치는 인류 거주 행성과 조우하지 못하면 상관없으니까. 그래서 그 부가가치란 것은 따져보면  결국 처음에 말한, 네가 유능한 항해사라는 것으로 끝이네?"


"그, 그게..."


아이카는 난처한 듯 말을 끌며 한 손으로 코발트빛 머리칼을 배배 꼬는 둥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하나 더 있는데요..."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눈길을 피하기 시작하니 청년으로선 조금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젠 무슨 범법 사항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단칼에 거절할 것이다.


"셋째로, 저 아...아이카가 소원을 하나 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쭈뼛쭈뼛 마지막 협상 카드를 제시했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도, 미사어구도 없었다. 단지 붉어진 얼굴로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는 그녀만이 있었다. 귀여운 것은 좋았다. 하지만, 청년이 알기로는 소원의 성취여부에 관한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강제성도 없는 것이 소원 들어주기이다. 무리하다 싶으면 회피하고 적당하다 싶으면 수락할 수 있는 편한 약속이다. '그럼 나랑 사귀자!' 같은 건 애초부터 배제되는 것이다. 뭐야 그거 쓸모없어.


"내 소원이 네가 포기하고 얌전히 돌아가주는 거라면 어떻게 되는거지?"


"읏! 선배, 진부해요. 농담이라면 최악!"


"정말 묻는 거야. 내가 거절하면 어쩔래."


그녀는 미리 생각해두었던 말을 하듯이 즉답했다.


"빨리 다른 우주선을 수배해야죠. 그리고 선배님 우주선을 따라갈 거에요."


"뭐?"


"어느 곳을 탐사하던지 확률은 비슷하니까요. 그러니까 저를 '내치신' 선배님을 따라가는 게 조금 더 수확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의 웃음에서 청년은 위기를 감지했다. 굳이 '내치신'을 강조한 것은 보복을 암시함일까. 자신을 따라와서 얻는다는 수확이라는 말도 신경쓰였다. 만에 하나 인류 거주 행성 발견 시 그가 발견한 교역로 정보를 선수쳐서 여러 기업에 팔기만 해도 그녀는 손쉽게 그의 일에 훼방을 놓는 것이다.


"협박이냐..."


"에? 어딜봐서요?"


이쯤 되면 사람된 도리로서도 그냥 태워 주는 게 어떻겠냐는 판단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신념이 그의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그 결과로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그는 그저 쉬고 싶다고 느꼈다. 조종석을 뒤로 길게 젖혀 기지개를 펴며 청년은 나른하게 말을 뱉었다.


"우선,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그가 마침내 허락할 기미를 느꼈기에 아이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었다.


"네! 말씀만 하세요."


"워프할 때 네가 창고에 우웩한 것 좀 정리하고 와 줄래? 아까부터 신경 쓰여서."


그녀가 뒤돌며 쏘아보내는 악의어린 눈빛에 그는 더욱 우울해짐을 느꼈다. 아아, 아무래도 벌써 그녀의 눈 밖에 난 것 같다. 꿈과 희망이 넘쳐야 할 심우주 탐험의 시작으로선 역시 최악이라고밖에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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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cramer

cramer

역시 내 청춘 시간활용은 잘못되었다.


아이작 아시모프를 존경합니다.

comment (4)

시노부
시노부 15.05.09. 23:45
정말 재밌네요 개척자들이 가서 문명을 만든곳들을 찾는것이 주인공의 목표인가요?
이소설 설정상 고향이라고 불리는곳은 가장 거대한 세력인가요?
그 고향이라는곳은 거대한 통합세력인가요 아니면 서로 나눠저 경쟁이나 견제를 하는곳인가요?
cramer
cramer 작성자 15.05.09. 23:58
고향이라는 곳은 앞으로 설명될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은 하나의 연방과 같은 통합정부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력다툼과 같은 분쟁은 종결된 지 오래된 시대입니다. 물론 국지전 같은 게 테러 형식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비유하자면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세상만큼 평화로운(?) 우주 연방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인물들은 이 중심 세력, 수도 센트럴로 대변되는 세력을 연방, 아니면 은하 연방이라 부를 것입니다.
시노부
시노부 cramer 15.05.10. 00:02
그렇군요 이소설 배경이 정말 맘에드는게 앞으로 전개에따라서 엄청 커질수도 작아질수도 할수있단는 거같네요 개인적으론 크게 가는게 ㅋㅋ
흑매화 15.06.06. 20:41
상당한 퀄리티..발전의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네요 설정도 새롭고. 흔하지 않아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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