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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니. (프롤로그~1장,001)

by 반척수 posted Apr 28, 2017 (03시 21분 58초)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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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01

 

 

언젠가는 시니에게 벌 받을지도 모를 걸?”

?”

남학생은 노트북 키보드에서 손을 땠다.

단발머리의 여학생은 창가에 걸터앉아 있었다. 계집아이인 주제에 부끄러움도 없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꼴이 선머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치마 안에는 운동용 숏팬츠를 입고 있다. 하지만 하얀 살결의 허벅지는 여실 없이 드러나 있었다.

이하고는 앉아있기가 더 불편해지기 전에 창가에서 떨어지라는 신호로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시아라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잔망스럽게 혀를 삐죽 내민다.

무슨 말이야. 벌 받을지도 모른다니.”

바보라니 말이 심하다고. 시니에게 소원 좀 빈다고 해서 바보가 된다면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은 바보일걸?”

시아라의 주장에 이하고는 콧방구를 켰다. 그것을 보고 시아라는 불쾌한 얼굴로 팔짱을 끼었다.

. 그래. 잘나시고 영리하신 이하고님께서는 시니를 믿는 모든 사람들이 바보처럼 느껴지시겠죠?”

시아라는 검지를 들어 이하고를 가리키며 잔뜩 비꼬았다. 그리고 토라진 어린 얘처럼 밖을 향하여 몸을 돌린다. 그 모습을 흘겻본 이하고는 문득 궁금해져 시아라에게 물었다.

넌 시니를 믿는 쪽이냐?”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그만인데.”

시아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 생긋 웃으며 결론을 내린다.

있으면 좋다니. 시니에게 부탁할 소원이라도 있나 보지?”

당연하지! 부탁할거야 무지무지 많다고.”

시아라는 손가랍을 하나씩 꼽기 시작했다.

우선 운동화도 바꾸고, 그리고 핸드폰도 새로 나온 신상으로... 아니야. 핸드폰보다 역시 비스타의 앨범을... 차라리 그럴 바에는 복권당첨 번호를 부탁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

끝에는 꽤나 현명한 결론을 내놓았지만 시니가 저런 소리를 들어버린다면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을 것이라고 이하고는 생각했다.

시아라의 욕망을 훔쳐본 이하고는 한숨을 흘리고 손사례를 쳤다.

하나만 골라. 하나만.“

하나만?”

질문을 던지고 이하고는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상 빌어볼 소원을 선택하라고 물었으니 대답을 듣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 역시 고교리그 우승하게 해줘!”

시아라는 농담같은 물음에 찰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두 손을 꽉 쥐고 마치 자기의 앞에 시니라도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걸 왜 나에게 부탁하느냐고 이하고는 야유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품어왔을 그런 소망을 함부로 대담하게 내뱉는 녀석에 짓궂게라도 야유를 보낼 수는 없었다.

야유를 보내는 대신에 이하고는 애써 무표정한 얼굴로 대신했다.

넌 어때?”

어떻냐니.”

시니가 진짜로 있다고 믿는 쪽...? 에이. 아니겠지.”

대답이 어떻든 간에 혼자서 물어놓고 제 멋대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마땅치가 않다.

왜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왜냐니. 시니가 존재한다고 진짜로 믿는 놈들은 모두 바보야,라고 말할게 뻔하잖아? 너는.”

시아라는 턱을 내밀고 어깨를 으쓱거린다. 변변찮은 성대모사를 하는 것이었다. 저렇게 멍청해 보이는 주제에 밥맛까지 없어 보이는 건지 이하고는 새삼스레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저렇지는 않겠지. 언젠가는 저 기지배에게 되돌려 주리라 결심을 하고 이하고는 나지막하게 항의했다.

난 시니를 믿는다고 바보같다고 한 적 없는데.”

시아라는 놀랐다는 듯이 입을 가린다. 그 모습이 꼴보기가 싫었지만 이하고는 이어서 설명했다.

시니에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바보같다고 한 것 뿐이야.”

봐봐. 또 바보라고 했어! 넌 역시 시니한테 혼쭐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놈이라니까!”

혼쭐이라니. 그 말에 기가 막혀 이하고는 헛웃음소리가 나온다.

시니는 언젠가 불행을 안겨준다고 하잖아. 그런데 굳이 그런 잡신에게 소원을 빌 이유는 없지 않나?”

잡신이라니. 넌 정말 바보구나.”

너한테만은 그런 소리 듣고싶지 않다.”

. 그것도 그렇지만. 소원만 이루어준다면 그 정도의 댓가는 지불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지. 등가교환이라고 등가교환!”

등가교환이라. 자칫하다가는 잃어버린 성적을 찾기 위해서 방학의 절반이라도 때어 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단어를 어디서 들어온 것일까. 화학시간에 매번 졸던 녀석이 그걸 기억해내는 것도 대단하다.

예를 들어. 너가 시니의 도움으로 우승을 했다고 치고.”

단순한 것이 때로는 약이 된다고들 한다. 굳이 단순함을 약의 종류로 따지자면 진통제나 수면제 쪽이 적당하지 않을까.

수면제라도 삼켜버린 것 같이 이하고는 몽롱한 눈동자를 떴다.

하지만 결승에서 얻은 부상으로 다시는 시합에서 뛸 수 없다면?”

“....그건.”

단순한 가정이었다. 그렇지만 시아라는 실제로 자기가 부상으로 은퇴라도 한 것처럼 침울해져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잠시보고 이하고는 키보드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소리에 맞추어 비슷한 리듬으로 말을 이어간다.

시니라는 건 그런 존재잖아. 앞을 보게 해달라는 사람에게는 밤에만 눈을 뜨게 해주고, 귀가 들리게 해달라는 사람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독방에만 가둬놓는... 말하자면 쓰잘데기 없는 녀석일까.”

이하고는 무미건조하게 덧붙였다.

.”

갑자기 시아라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푸푸풋. 너 방금 완전 중2병 같았던 거 알아?”

자기로서는 꽤나 진지하게 말한거라 이하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시아라는 배꼽을 잡으며 웃음소리를 낸다. 그런 반응이 언짢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하고가 눈쌀을 찌푸리자 그 반응이 더 재밌다는 양 시아라는 배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쓰잘데기 없다니. 역시 너는 시니에게 저주를 받아봐야 정신을 차릴 거라니까. 진ᄍᆞ로 내가 시니라면 당장 너부터 저주를 내려 버릴거야. 아주 절망의 저주를!”

손가락으로 이하고를 가리키며 저주를 받아 사라져라! 아예 의식을 치루는 시아라. 빙글빙글 자기를 돌면서 손가락질 해대는 꼴이 이하고는 짜증이 났다.

이하고는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이제 안가도 되는거냐. 당장 내일부터 리그 시작이잖아.”

남이사~ 누가 리그를 시작하든 우승을 하든 무슨 상관이십니까.”

말하는 본새를 보게나. 이하고는 입술을 비쭉 내미는 대신에 턱을 괸다. 한편 그 꼴이 재밌다는 것처럼 시아라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다. 자신감이 있는 건지 허리에 손을 얹고는 그 당당한 가슴을 앞으로 쭉 내민다. 자신감이 있는 건 그쪽이냐고 이하고는 야유를 쏘려다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래. 상관없으니까 이제 가버려.”

어차피 이제 갈 생각이었거든요.”

테이블 위에 있던 스포츠 팀백을 메고 시아라는 성큼성큼 부실을 나간다. 그 멧돼지같은 기세로 문을 박차고 나가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텐데 시아라는 문득 뒤로 돌아섰다.

그래도 바보는 너무하거든.”

?”

뼈가 부러져도 좋아. 걸을 수 없게 되도 좋으니까 우승만 하게 해줘. 그렇게 간절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거든요.”

... 아까부터 미묘한 대사를 날리는 것 같은데?”

신경끄시죠.”

짧게 친 갈색의 머리카락이 햇빛을 반사하며 찰랑 거린다. 그 사이로 두 귀가 들어났다. 흰 발목으로부터 둥글둥글한 턱선에 다다를 때까지 아찔한 곡선이 계속되었다.

눈이 부신 탓인지 살짝 내려진 눈꺼풀은 홍실 커튼처럼 애상적으로 보였다. 그 안의 눈동자는 햇빛을 모아 빚은 것처럼 반짜기고 있었다. 낯설지만 익숙한 여자아이였다.

그러니까. 조금은 친절해져 봐.”

시아라는 손을 흔들며 그런 조언을 남기고 모습을 감추었다. 그 녀석이 걸어가는 소리가 복도를 타고 들려왔다. 타닥. 타닥.

“...친절이라니.”

이하고는 시아라의 대사를 되씹고는 살짝 한숨을 흘렸다.

뭐라도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이하고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창밖으로 무심하게 시선을 던진다. 이른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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