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냉혈한 S씨

by 삼치구이 posted Jun 24, 2017 (23시 43분 33초)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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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참여 동의
 

S의 첫인상은 차가워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예뻤다. 희고 말끔한 피부에 진홍빛 입술. 그 나이대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부풀어오른 가슴. 잘록한 골반.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S는 리비도가 머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청소년기 남자들에겐 너무나 치명적인 소녀이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먼저 말하지 않았다. 또, 어떤 일에도 단답형 대답을 고집했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얼음장 같네.’

 

F가 평가한 짝꿍 S는 그런 사람이었다.

 

학기가 시작된지 2달이 지나고 아이들은 제각각 무리를 지어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S는 그 어떤 무리에도 끼지 않고 홀로 다녔다. F는 처음엔 여자들이 질투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쟤? 몰라. 소심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해 마네킹같아.”

 

“아니, 말하는게 싸가지가 없다니까. 너도 얼굴보고 홀리지마. 기분 나쁜 년이니까.”

 

“S는....뭔가 이상해. 늘 기운없고 축 늘어진 것 같달까. 아! 의욕이 없어. 그래. 복날에 더위먹은 개처럼!”

 

F가 아이들에게 물어본 결과. 모두 표현만 달랐지 S에 대한 평가는 모두 ‘이상하다.’ ‘기운없어.’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관심없어 보인다.’ 였다. 심지어 남자들한테도 똑같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 질문을 꺼낸 F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S는 어떤 일에도 관심없다.’

 

시간이 지나고 S는 학교에 가끔 출석하였다. 정학 먹지 않고 졸업증을 딸 수 있을 정도만 다녔다. 언젠가부터 F는 자신의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에 적응되었다. 책가방을 S의 책상에 올려두거나 핸드폰을 걷지않고 몰래 숨겨두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날. S가 오랜만에 출석했다.

 

“이건?”

 

“아, 미안해. 내 가방이야. 치울게.”

 

S는 불편한 기색없이 F가 가방과 핸드폰을 치우자 그 자리에 앉았다. F는 그래도 짝꿍이라고 S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자주 안 나오는데?”

 

“뭐, 그냥.”

 

“어디 아파? 다쳤어?”

 

“아니, 그냥.”

 

참, 좋은 말로 둘러댄다고 생각했다. 이후 S를 볼 때마다 F는 늘 먼저 말을 걸었다. 그녀가 시험을 보러 올 때도 컴퓨터용 싸인펜을 빌려주거나 다음 기말고사 일정을 알려주는 등. 이 학교에서 S와 가장 친한 사람은 F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S는 체육 시간에 피부 게임에서 먼저 아웃된 F와 함께 그늘에 앉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F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F.”

 

“......네?”

 

당혹스러움이 몸을 지배했다. 외계인이 한국말로 ‘안녕?’ 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강도의 충격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S가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

 

S의 작고 여린 손바닥에 작은 도마뱀이 놓여져있었다.

 

“도마뱀이네. 어디있었어?”

 

“저기. 주웠어.”

 

S는 도마뱀을 유심히 보며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도마뱀은 경계심을 느끼고 그녀의 손바닥을 다고 뒷면으로 도망쳤다. S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 도마뱀을 관찰했다. F는 놀랐다. 그는 처음으로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는 S를 본 것이다.

 

“F, 도마뱀은 냉혈동물이지?

 

“그렇지.”

 

“만약에. 도마뱀 피를 전부 뽑아서 버리고 다른 온혈동물 피를 넣으면 얘도 따뜻한 피를 가질 수 있을까? 사자의 심장하고 피를 바꿔넣는거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F는 태클걸기 전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기가막히는 발상이었다. 정말 기가 막힌다. 자신과 다른 종의 피를 섞으면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F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F는 일단, 살아남는다는 전제를 깔고 정설로 대답하기로 했다.

 

“아니, 피는 뼈에서 생성하는 거라고 배웠어. 설사 온혈동물의 피를 넣어서 살린다고 해도 이 도마뱀은 다시 차가운 피를 만들거야. 그렇게 태어났잖아.”

 

“그럼 도마뱀은 평생 냉혈동물로 살아야겠네?”

 

“그렇지. 아, 그런데 얘들 피 자체가 차가운게 아니라 몸 온도가 변하는 변온동물이야. 차가운게 아니라 주변 온도에 맞춰서 체온을 변동시키는...... 듣고 있어?”

 

S는 다시 손바닥 뒷면으로 도망친 도마뱀의 꼬리를 잡았다. 그러자 도마뱀은 꼬리를 자르고 S의 손에서 탈출했다. 그녀의 관심은 온통 도마뱀에게 돌아갔다. F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S를 보고 피구 경기를 하는 친구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F는 시선을 돌리는 순간 S는 희미하게 입고리가 올라간듯한 느낌 들었다. 하지만, 무시하고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녀가 웃을리는 없으니까.

 

이후 기말고사 기간동안 S는 성실하게 출석하고 수업시간마다 책상에 앉아 퍼질러 잤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S는 F와 함께 밥을 먹었다. 보통 점심시간에는 친한 친구들과 한 테이블에 앉지만 F는 그러지 못했다. S가 F의 맞은 편에 앉으면 거의 모든 친구들이 그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거, 새로운 집단 따돌림 방법인가.’

 

처음엔 적응되지 않고 불안했지만 이제 F는 적응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S가 불편하다고 할 뿐. 딱히 F를 따돌리는게 아니었고 이제는 F가 먼저 S에게 말을 걸었다.

 

S와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늘 이성이었다. 가볍고 조잡한 것부터 마음속에 자리잡은 깊은 욕망까지.

 

“남자는 어떤 옷을 입은 여자를 좋아해?”

 

“음, 봄이면 가볍게 어깨를 노출한 원피스? 학생이니까 수수한 화장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넌 그게 좋아?”

 

F는 얼굴을 붉히고 식판에 고개를 처박았다.

 

“아니, 그냥. 그렇다고.”

 

이렇게 가벼운 이야기부터 점심 식탁에 어울리지 않은,

 

“남자들은 24시간 발정 나있다는게 사실이야?”

 

“남자가 강간할 때, 평소의 7배의 힘을 낸다며?”

 

이런 이야기까지. S의 관심사는 주로 남자의 성욕과 남성의 패티시였다. F가 곧잘 화제를 전환하려고 해도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이 대화의 주도권을 뺏어왔다.

 

“왜 그렇게. 남자에 관심을 가지는 거야?”

 

“관심이 가니까.”

 

좋게 말하면 심플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해하지 못할 대답이었다.

 

 

 

* * *

 

 

시간이 지나고 여름방학 기간이 왔다. 다들 어떻게 놀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난 뭘 할까.’

 

F는 평범하게 게임이나 하고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자신을 상상했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는 히죽히죽 웃다가 옆에 앉은 S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정리하고 뻘쭘함을 숨기기 위해 그녀에게 말했다.

 

“S는 뭐 할 계획이야?”

 

솔직히 궁금하지 않았다. S라면 그냥 집에서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인형처럼 있을 것 같았다.

 

“연애해보고 싶어.”

 

“...그래?”

 

“너랑.”

 

“네?”

 

F는 멍하게, 광택없이 빛나고 있는 S의 눈을 마주보았다.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고백한 건가? 아니지,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번 모의고사에서 영어 듣기 많이 틀렸잖아.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그렇지?’

 

기쁨보다도 당혹감. 당혹감 이후에 이유모를 공포심마저 들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고백한 거지? 아니, 그 이전에 방금 전에 한 말을 고백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휴대폰.”

 

“어.”

 

F는 홀린 것처럼 S에게 휴대폰을 건냈다. 그녀는 빠르게 자신의 번호를 찍고는 ‘여친님 ♥’라고 저장했다. 전에 점심 시간에 ‘애인 번호를 어떻게 저장하는가’와 ‘양다리 걸치고 있을 때, 어떻게 들키지 않고 두 여친을 구분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했을 때 나온 결론중 하나였다.

 

“전화할게. 달링~.”

 

S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그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F는 한참동안 아무도 없는 교실에 홀로 앉아. S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거절하기엔 이미 늦었다. 물어보기에도 이미 늦었다. 마치 그녀의 고백은 입영통지서같은 문답무용의 선포같은 것이었다.

 

“뭐야. 이거.”

 

 

 

* * *

 

 

이후 방학동안 S는 F에게 무미건조하지만 겉으로는 깊은 애정가진 연인처럼 행동했다. 그에게 꼬박꼬박 전화를 하고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사랑해~’라는 말을 했다. 여느 연인처럼 상큼하고 달콤한 문자가 오고갔으면 좋겠지만 S와 하는 문자는 달랐다.

 

 

S: 자기야~ 지금 우리집에서 만날까?

 

F: 왜? 갑자기?

 

S: 그냥. 얼굴보고 싶어서 ㅎㅎ♥ 나 오늘 안전한 날이야.

 

F: ......왜 그래?

 

S: ㅋㄷ없이 해도 되는 날이야. 문 열어놓고 기다릴게~ ♥

 

F: ......

 

 

이렇듯 S의 문자는 질척하고 끈적이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 문자 이후 F는 3동안 S의 모든 문자에 단답형으로 대답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은 하루가 지난 후에야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방학이 시작한지 2주쯤 지났을 때. S는 F를 불러 함께 아쿠아리움으로 놀러갔다.

 

그녀는 여전히 감정 없는 기계가 사람을 따라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부드럽고 하얀 피부에 봄처녀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뽐내는 꽃무니 원피스(여름인건 제쳐두자). 수수하게 한 듯 안 한듯 과하지 않게 꾸민 화장에 손 끝에 빛나는 예쁜 네일 아트까지. S는 완벽한 F의 이상형이 되었다. 사람들이 S를 지날칠 때면 10명중 9명은 뒤돌아서 그녀의 뒷모습을 쫒을 정도였다. 단,

 

“와.저.돌.고.래.좀.봐.’

 

“......S. 굳이 그렇게 어설픈 발연기 할 필요없어.”

 

방금 전의 S는 정말 억지로 좋아하는 것처럼 돌고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S는 정말 귀여운 아기돌고래를 수족관에 갖힌 바다에 사는 포유류 동물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전혀 관심없는데 굳이 언급한 것이다.

 

“F는 이렇게 말하는 거 좋잖아. 순진하고 귀여운 여자.”

 

“아니, 괜찮아.”

 

뭔가 죄책감이 느껴진다. S가 그동안 F에게 남성에 대해 물어본 것은 그의 취향에 맞는 여자가 되기 위해서였나? 그렇다면 F가 책임져야 한다. S가 더욱 괴상한 캐릭터로 변하기 전에.

 

“S. 나 때문에 굳이 그렇게 연기할 필요없어. 난 있는 그대로의 널 좋아해.”

 

“정말?”

 

S가 뚫어져라 F를 쳐다보았다. 거짓말하기는 글렀다. 이대로 ‘당연하지!’ 라고 말했다간 꿈에 나올 것 같아 두렵다.

 

“아니, 미안. 사실 난 널 좋아하지 않아.”

 

“왜? F가 원하는대로 했잖아.”

 

“음~. 그래도 이건 아니야. 난 원래 널 친구 이상의 무언가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 너가 매력적이지 않다는게 아니라. 뭐랄까... 서로 맞지 않아.”

 

“어째서?”

 

F는 어떻게 하면 S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그 생각이 별 쓸모없다는 걸 꺠달았다. 만약, 자신이 S라면 F가 생각한 ‘상처주는 이야기’에 관심없을테니까.

 

“S. 네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난 네가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학급에서 나와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것뿐이고. 넌 뭐든지 무관심하다고 해야할까? 꼭 냉혈한 같아. 오늘도 억지로 나한테 비위맞춰주는 것같아서 부담스러웠어.”

 

“냉혈한?”

 

“그래. 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고 네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그래?”

 

전혀 실망하지 않은 기색으로 S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모처럼 꾸미고 온 귀여운 신발과 꽃무늬가 그려진 화사한 원피스를 내려다보았다. F는 그걸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했다. S의 행동이 정말 실망감에 그런건지 아니면 저것도 다른 사람을 따라한 단순한 행동인지 헷갈렸다.

 

“미안해.”

 

그녀의 한 마디에 동전은 튕겨졌다. 빙글빙글 돌던 동전은 횐전을 멈추고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F의 마음이 정해졌다. 그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박혀들어왔다.

 

어쩌면 F는 의연중에 S에게 자신의 이야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S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S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 않는가. S는 F의 호감을 얻기 위해 이렇게 노력했는데. 이렇게 꾸미고 그와 만날 때마다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는가.

 

“그럼, 내가 좋아하는 걸 알려줘도 돼?”

 

“당연하지! 네가 좋아한다면, 그리고 같이 한다면 안 좋을게 뭐가 있겠어!”

 

S는 턱에 손을 짚으며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한 폭의 수채화같은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그는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S와 영원히 친해지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우리집......올래?”

 

“그래.”

 

F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S는 흐릿한 안개에 가려진 꽃처럼 보일듯 안보일듯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았다.

 

 

 

 

 

* * *

 

 

 

S의 집은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단란한 일가족이 살만한 그런 평범하고 예쁜 오두막같은 집이었다. 다만, 집에 비해서 마당이 넓었고 주변에 아직 다른 집이 들어서지 않아서 쓸쓸해 보였다. F는 그 집을 보고 어쩐지 을씨년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들어와.”

 

“부모님은?”

 

“혼자 살아.”

 

‘여자애 혼자? 부모님이 아주 프리하시군.’

 

S는 F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아이의 방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S의 방은 의외로 정상적이었다. 학습지와 참고서. 여자아이다운 화장품과 옷, 인형. 전체적으로 귀여운 여고생의 방다웠다.

 

“기다려.”

 

“응.”

 

S는 그렇게 말하고 방밖으로 나갔다. F는 그녀가 나가자 일어서서 방을 쭉 둘러보았다. F는 그녀의 책장에 꽂힌 책 한 권을 꺼냈다. 그것은 S의 일기였다. 이런걸 봐도 되나 싶었지만 F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책장을 넘겼다.

 

[3월 X일 어떻게 하지> 너무 크다. 그리고 너무 질기다. 더 좋은 칼이 필요하다. 이제부턴 미리 구비해두자.]

 

‘뭐야? 이런게 일기야?’

 

F는 일기장을 수십페이지 넘켜 최근 일기를 읽어보았다.

 

“응?”

 

[201X년 3월 X일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겼다.]

 

[201X년 4월 X일 먼저 말 걸었다. 빨리...... 심장이 두근거린다. 미칠 것 같다. 너무 오랜만이다. 행복하다. 흥분된다. 그 아이만 보면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

 

[201X년 4월 X일 좋아하는 취향을 물어봤다. 저번처럼 먼저 경계하게 해서 놓치면 안 된다. 친해져야한다. 경계심을 없애야한다.]

 

“뭐야 이거....?”

 

[201X년 6월 X일 섹스하자고 유혹해서 방으로 끌어들일수있을까? 더이상 참기 힘들다. 이제 못 참겠어. 왜 넘어오지 않는거야?]

 

[201X년 6월 X일 내일 데이트 하자고 밖으로 끌어내야겠어. 방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칼도 챙기고 정 안 되면 다리 밑에서 수면제를 사용해야겠지. 그런 일은 귀찮아.]

 

끼익.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S가 들어왔다. 그녀의 한 손에는 전기충격기가, 다른 한 손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이 들려있었다.

 

F는 몸이 얼어붙은 체로 그녀의 일기장을 떨구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창문을 향해 주먹으로 쳤다.

 

쾅! 쾅! 쾅!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잽싸게 창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 창문은 밖에서 잠궈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주먹만 아플 뿐 창문은 깨지지도 열리지도 않았다.

 

F가 뒤를 돌아본 순간. S는 전기충격기로 강하게 그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 F는 즉각적으로 그녀의 손을 쳐냈다. S가 손에서 전기충격기를 놓치자 F는 곧바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떨어진 전기충격기를 잡으려는 찰나.

 

푸슉.

 

한사람의 숨통이 끊어지는 맥빠지는 소리가 목을 타고 들렸다. S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칼로 경동맥을 끊은 것이다. S는 곧장 소리지르려는 F의 목에 칼을 꽂았다.

 

‘커, 커헉. 커어헉!’

 

소리를 낼 수 없다. 공기가 입 안으로 내뿜어지지 않고 중간에 생긴 칼집에서 피와 함께 새어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피를 뒤집어 쓴 S는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격하고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칼을 뽑아 F의 심장에 난도질을 시작했다. 그 잔혹한 행동을 계속하면 할수록 그녀의 옷과 하얀 얼굴은 뜨거운 피로 물들었고 그녀는 점차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어떤 친구는 S가 너무 차갑다고 말했다. 그녀는 모든 문제와 관심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얼음장처럼 대했다고 했다. 그 말은 틀렸다.

 

F는 의식의 끝에서 보았다. 무엇에도 관심 가지지 않고 차갑게 대했지만 S의 배 안을 들여다보곤 화려한 보석을 보는 것처럼 탐욕스러운 미소를 짓는 S를, 어떤 일에도 무기력하고 의욕없이 대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심장을 터트리며 티없이 순수하고 맑은 웃음을 짓는 S를.

 

 

 

그녀는 도마뱀처럼 차가운 피를 빼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사자처럼 뜨거운 심장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이미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과 피를 가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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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열혈이라는 주제로 라단대에 올린 단편입니다.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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