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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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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8 Jan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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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네크
협업 참여 동의


여기 고양이가 있다. 종은 잡종. 이름은 없다. 주인도 없다. 무너진 건물 사이에 몸을 밀어넣어 작은 쥐새끼를 잡아먹는게 고양이의 일상이다.


언제였을까, 인간들이 갑자기 푹 죽어버린지도 오래되었다. 어째서인지는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한적도 없었다. 고양이는 먼저 죽은 그들을 그리워하는 법이 없었다. 고양이의 천성이었다.


그들이 없어도 고양이는 살아갈 수 있다.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따금 인간의 무리에 취직한 고양이를 보고서 고양이는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안되는 식량을 긁어모은 인간에게 알량거려 그 식량을 먹으러 오는 쥐를 탐하다니. 똑똑했지만 동시에 비굴했다. 그들에게 자유로운 삶을 위한 선택이란 없었다.


때때로 굶더라도 이 대지를 자기 마음대로 뛰어다니는게 좋다.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뼈대가 드러난 철근 위에 앉아 새로이 자라난 콘크리트 녹음을 보고있을때, 그 모든 땅을 자유롭게 누빌수 있음을 느낄때야 고양이는 고양감을 느끼고는 했다. 이를 느끼지 못하는 삶은 불명예로 가득한 거짓이었다. 고양이는 그렇게 굳게 믿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고소한 육포 내음에 한가로운 낮잠을 깨어 길거리를 걷던 어느날이었다. 고양이는 신경을 바짝 세우고 냄새의 근원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함정일 수 있었다. 고양이는 생각했다. 지금 살아남은 인간들은 처절했다. 살기 위해선 뭐든지 하곤 했고, 그 뭐든지엔 고양이를 잡아먹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접근한 이유는 단순했다. 인간들은 느려빠졌다. 충분히 기척을 지우고 충분히 조용히 다가가 충분히 빠르게 움직인다면 고소한 육포를 훔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몇번이고 비슷한 일을 해봤었다. 


인간은 미련했다. 손에 쥐고 있기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다. 틀렸다. 그들의 손아귀는 약해빠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잘나가던 문명을 놓쳐버릴수 있었겠나.


그리고 이번에도 고양이의 잠행은 완벽했다. 인간은 가스버너 위에 팬을 올려놓고서 육포를 굽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기름에 고기가 튀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맛있는 소리. 고양이는 인간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먹이를 조리하는 습관만큼은 존경했다. 


고양이는 매복했다. 인간은 눈치채지 못했다. 고양이는 기다렸다. 인간이 팬에서 육포를 집는 바로 그 한순간을 기다렸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양이는 기다렸다.


아스팔트의 갈라진 틈, 무성이 자라난 잡초 사이에 숨어, 고양이는 인간을 응시했다. 네 발을 붙이고 몸을 낮춰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2분 뒤, 인간이 고기를 집었다.


고양이는 뛰어들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고양이를 막아섰다. 재빠르게 뛰어오른 고양이를 공중에서 낚아챘다. 


그건 마지막 늑대였다. 종은 포메라니안. 이름은 루돌프. 늑대의 우두머리라는 뜻. 늑대는 커녕 늑대개조차 아니지만 그는 마지막 늑대였다. 자신의 무리를 지키는 한마리 늑대였다. 


그리고 늑대는 포식자로부터 무리를 지켜냈다. 


고양이는 당황했다. 자신의 사냥이 실패해서가 아니었다. 사냥이 언제나 성공적일수는 없었다. 실패한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하면 될 일이었다. 실패는 이미 상정되어 있었다. 


고양이가 놀란건 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는 모두 죽었다. 고양이가 알기로는 그러했다. 개는 인간이 죽기도 전에 시름시름 앓다 전부 죽어버렸음을, 고양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고양이의 눈 앞에는, 포메라니안 한마리가 네 발로 꼿꼿히 선 체 귀를 세우고는 고양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조금 더 큰 체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루돌프는 짖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으르렁거리지도 않았다. 작은 입을 굳게 다물고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고요히 고양이를 응시했다. 


"뭐, 뭐야!"


그리고 인간이 뒤늦게 말했다. 루돌프와 고양이가 둘의 존재를 깨닫고 서로의 태세를 확인하고도 1초가 지난 뒤였다. 인간은 느렸다. 언제나처럼 느려빠졌다.


인간을 무시했다. 육포도 무시했다. 고양이는 그보다도 개가 궁금했다. 개 한마리에 향한 고양이의 호기심이 동했다. 


고양이는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긴장을 푼 발걸음으로 루돌프의 주위를 서서히 돌았다. 


그리고 그렇게, 개와 사람과 고양이의 기묘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기 마지막 늑대가 있다. 종은 포메라니안. 이름은 루돌프. 늑대의 우두머리라는 뜻. 늑대는 커녕 늑대개조차 아니지만 그는 마지막 늑대였다. 자신의 무리를 지키는 한마리 늑대였다.


루돌프는 늑대를 본적이 없었다. 늑대는 커녕 개조차 본적이 없었다. 스스로의 기억 안에서, 자신은 유일한 개였다. 


루돌프가 스스로를 마지막 늑대로 생각하게 된건 오래전의 이야기였다. 지금의 인간이 아닌 다른 인간을 좇고 있을 때였다.


지금의 인간보다는 덩치도 작고 가녀린 목소리를 가진 인간이었다. 땀냄새가 덜하던 인간이었다.


인간은 말했었다. '너는 마지막 개야. 늑대는 사라졌지만, 넌 사라지지 않게 하겠어.'


인간은 말했었다. '늑대는 멋져. 무리를 지키고, 싸움도 멋지게하지. 먼저 도망치는 법도 없고, 사냥을 위해선 몇시간이고 참을줄 안대.'


인간은 말했었다. '모든 개는 한때 늑대였대.'


그렇다면 개와 늑대를 구분하는건 뭐지? 루돌프는 알지 못했다. 알 수 없었다. 늑대는 없었다. 그를 제외하고는 개도 없었다. 늑대를 알지조차 못했다.


하지만 그런 물음을 떠올렸을때 작은 인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루돌프는 혼자 남았다. 물음과 함께.


늑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여기 고양이가 있다. 종은 잡종. 이름은 없다. 인간이 무어라 부르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인간은 많은 것에 이름을 붙이고는 했고, 거기에 고양이는 어떤 의미도 두지 않았다. 어짜피 떠나버릴 족속들.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루돌프를 따라 여행을 시작한지도 많은 날이 지났다. 익숙치 않은 땅을 밟게 되어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쥐새끼는 충분히 있었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쥐새끼도 있었다. 때문에 굶주릴 일도 많지 않았다.


날을 센 적은 없다. 그럴 필요는 딱히 느끼지 않았다. 인간은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움직였다. 루돌프는 인간이 움직일때 움직였고 잘때 휴식했다. 고양이는 개를 따라다닐 뿐이었다.


인간은 자신을 따라다니기 시작하는 기이한 고양이를 보고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망하고 난 세계에 유일하게 불어난게 있다면 그건 의심이었다. 인간은 물론 뭍 위의 모든 동물이 그리했다. 한발짝 한발짝 나아서는 모든 땅덩이가 불타는 살얼음판이었다. 끝없이 의심하지 않는다면 죽음으로 직결될 수 있었다.


때문에 인간은 의심했다. 어째서 이 고양이가 의심하지 않는건가, 하고. 


어째서 자신을 따라오는 건가, 하고.


인간이란 족속은 본디 멍청한 존재였고 자기 자신만 아는 존재였다. 때문인지, 인간은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고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인간은 고양이가 루돌프를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고, 루돌프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인간이 정확하게 파악한 사실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자신에게 해가 되진 않는다.


루돌프의 주인인 인간은 인간중에서도 무심한 사람이었다. 그정도면 됬다. 인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루돌프와 함께 길을 계속 떠났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인간은 'OUL-STA'라는 표지판이 걸린 철문 앞에 멈춰섰다. 인간은 이를 울스타라고 읽었다. 고양이는 신경쓰지 않았다. 


굳게 닫힌 철문 뒤로 복면을 쓴 사내가 나타나 인간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루돌프를 보았다.


"저건 뭐지?" 사내가 말했다.


루돌프가 사내를 노려봤다.


"루돌프." 인간이 답했다.


사내의 시선은 한동안 루돌프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는듯 했지만 인간이나, 개나, 고양이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마침내 고개가 다시 움직여 인간을 향했다. 


"목적은?" 사내가 물었다.


"북쪽으로 여행을 하고 있어. 생필품을 보충하고 하룻밤 묵으려고 하는데, 될까?" 인간이 말했다.


사내는 입을 굳게 다물고 가만히 인간을 지켜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장은 내일 열린다. 물건 아니면 칩만 받아. 통행료는 있나?"


인간은 품에서 총알을 꺼내어 사내에게 보여주었다. 사내는 그걸 받아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거운 철문이 끼이익하고 크게 열렸다.


기분 나쁜 냄새가 확, 하고 문 안쪽에서부터 역하게 풍겨나왔다. 고양이는 미간을 찌뿌렸다. 루돌프는 초연하게 정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인간과 함께 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여기 마지막 늑대가 있다. 종은 포메라니안. 이름은 루돌프. 늑대의 우두머리라는 뜻. 그리고 루돌프는 우두머리답게 깨어있었다. 내일 또 걷기위해 눈은 감고 있었지만 귀만큼은 깨어있었다. 혹시모를 습격에 가장 먼저 대처하기 위해. 무리를 지키기 위해.


코는 일할수 없었다. 실내에 인간의 피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루돌프는 피냄새의 원인에 대해 궁리하지는 않았다. 처음 맡는 냄새도 아니었다.


그들은 무리의 일원이 아니었다.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루돌프는 눈을 감았다. 내일 또 걷기 위해.


여기 고양이가 있다. 종은 잡종. 이름은 없다. 그리고 간만에 고양이는 끼니를 굶었다.


먹고싶지 않았던게 아니었다. 먹을수가 없었다. 울스타 근처엔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없었다. 쥐새끼 한마리 기어나오지 않았다. 실패라도 할 수 있다면 다음을 기약하겠건만, 시도조차 못했다. 고양이는 오랜만에 성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여기 인간들은 대체 무얼 먹는거지? 고양이는 생각했다.


고양이는 울스타로 돌아와 가볍게 난간을 뛰어 인간과 루돌프가 묵는 객실의 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 굶는다고 죽을만큼 약한 자신이 아니었다. 


야옹. 고양이는 작게 울었다. 갈 채비를 마친 인간이 문을 열려는 찰나 창가의 고양이를 발견했다.


"추운데 밖에서 잔거야?" 인간이 말했다.


고양이는 답하지 않았다. 인간은 창가에 다가가 창문을 열어주었다. 차가운 아침공기가 방 안에 가득차왔다. 그리고 동시에 방 안의 퀘퀘한 공기를 내보낸다. 썩어가는 고기의 냄새. 고양이가 가장 싫어하는 냄새. 고양이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인간은 딱히 고양이를 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 문으로 향해 손잡이를 돌렸다. 


그때였다. 복면을 쓴 사내가 방독면을 쓴 사내와 함께 문을 힘껏 걷어차며 들어왔다.


인간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복면을 쓴 사내가 들고있던 야구방망이의 손잡이로 인간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인간은 맥없이 뒤로 고꾸라져 의식을 잃었다. 탈없이 끝났다는 듯, 복면을 쓴 사내는 가볍게 웃었다. 


고양이는 일어섰다. 그리고 신경을 집중했다. 언제든 도망칠수 있게 온 근육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루돌프를 바라보았다. 


종은 포메라니안. 여느 개와 비교해도, 아니 여느 생물과 비교해도 작은 체구를 자랑하는 견종. 


싸움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 외견만으로도 설명이 따로 필요없다.


하지만 그 이름은 루돌프. 늑대의 우두머리.


마지막 늑대.


늑대는 도망치지 않았다. 꼬리를 말지도 않았다. 일련의 두려움도 보여주지 않고서 네 발로 굳게 서 무리를 위협하는 이들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늑대는 으르렁댔다.


복면을 쓴 사내의 야구방망이가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방을 갈랐다. 하지만 루돌프는 인간들의 느려터진 방망이따위 손쉽게 피해냈다. 헛스윙. 갈 곳을 잃은 방망이는 자연스래 사내의 뒤편을 향해 포물선으로 움직였다.


좁아터진 방 안, 방독면을 쓴 사내의 안면으로 날아갔다.


인간이 그랬던 것처럼 방독면을 쓴 사내도 복면을 쓴 사내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받고 나가 떨어졌다. 


방안이 어수선해졌다. 방독면을 쓴 사내가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진 탓에 복면을 쓴 사내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을 덮치는 육중한 체구의 남성을 옆으로 치우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루돌프는 도약했다. 그리고 그 작지만 날카로운 송곳니로 사내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남자는 방망이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하지만 힘은 하나도 실려있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진 않았다.


피가 용솟음쳤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만큼 핏줄기는 거세졌다. 사내는 뒤늦게 왼손으로 피를 막아보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의 피는 그에게 남은 시간만큼이나 재빠르게 사라져갔다.


뒷걸음질치던 복면을 쓴 사내가 복도에 나뒹구는 모습에 신경일랑 쓰지 않고 루돌프는 인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인간은 아직 기절해있었다. 루돌프는 인간의 얼굴을 핥았다. 그게 낯설었기 때문일까, 인간이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모든 일을 목격했다. 1분도 체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고양이는 안으로 내달렸다. 복도는 두 괴한의 몸뚱이 말고는 텅 비어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인간이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고양이는 앞장섰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고양이가 알고있던건 아니었다. 하지만 고양이에겐 직감이 있었다. 확신이 있었다. 인간들은 느려 빠졌다. 충분히 기척을 지우고 충분히 조용히 다가가 충분히 빠르게 움직인다면 그들이 눈치채기 전에 안전한 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번이고 비슷한 일을 해본건 아니었다. 고양이도 이것이 최선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고양이가 무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여기 마지막 늑대가 있다. 종은 포메라니안. 이름은 루돌프. 전의 작은 인간이 붙여준 이름이다. 지금은 낡아 끊어졌지만, 지금의 인간과 만났을때까진 달고있던 목줄에도 적혀있었다.


그런 루돌프는, 늑대의 정의에 대해 오래토록 고민하고 있었다. 작은 인간이 말해주었던 추상적인 규칙 이외에 늑대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다만 한가지만큼은 알고 있었지만.


인간은 말했었다. '이건, 난 여기에 있어, 라는 뜻이라고 해. 그게 맞아?'


인간은 말했었다. '너라면 알 수 있을 것 같아. 너도 할 수 있을거 아냐?'


글쎄. 내가 그랬던 적이 있었나? 루돌프는 생각했다.


그래서 루돌프는 생각했다. 그럼 확신이 들때까지 기다리자. 


내가 늑대라고 인정할수 있을때까지.


여기 한 무리가 있다. 인간과 루돌프와 고양이의 무리. 이름은 없었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 누구보다 끈끈하게 묶여있었다.


"고기가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아!" 한 여자가 외쳤다. 


인간은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고양이의 안내에 따랐다. 루돌프는 몰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짖으며 몰아냈다. 굶주리고 목마른 인간들은 작은 한 무리를 붙잡을수가 없었다.


인간들은 손에 든 몽둥이와 칼날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건 루돌프의 털끝도 스치지 못했다. 루돌프는 작았다. 또한 재빨랐다. 그리고, 마지막 늑대였다.


철컥. 인간이 마침내 문고리를 붙잡았다. 뒷문이 열렸다. 얼어붙은 물이 흐르는 강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인간은 숨을 죽였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수많은 인간들이 탐욕스러운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고, 강을 향해 몸을 던졌다.


무리는 인간을 뒤따랐다.


강물은 매서웠다. 몸에 입은 옷가지가 젖기도 전에 얼어붙는듯 했다. 사고조차 차갑게 굳어버리는 듯 했다.


고양이는 헤엄쳤다. 불평하지 않았다. 짜증내지도 않았다. 고양이는 이유를 궁금해 했었다. 그 이유를 알아버린 이상, 뒤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루돌프는 헤엄쳤다. 숨이 차올랐다. 수영은 해본적 없었다. 네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무리가 함께였다.


인간은 헤엄쳤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건너지 않으면 죽는다.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그리고 가장 먼저 힘이 빠진건 인간이었다. 


루돌프는 이를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기슭이 코앞이었다. 하지만 그 조금을 인간은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루돌프는 인간을 밀며 헤엄쳤다. 덩치가 컸더라면 인간을 입에 물고 헤엄칠수 있었겠지.


하지만 루돌프는 포메라니안. 어찌할수 없을만큼 작은 견종.


루돌프는 숨을 참고 머리를 숙여 이마로 인간을 밀며 헤엄쳤다.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고양이는 앞에 있었기에 이 상황을 알리 없었다. 그리고 물 밖에서 고개를 처박은 인간이 루돌프의 도움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뒤돌아 본 즉시 물 속으로 되돌아갔다.


고양이는 이제 자신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확신했다. 하지만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작은 개가, 세상의 마지막 개가 그리하고 있었다. 고양이로써 뒤쳐질순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셋이 기슭에 몸을 걸쳤을때, 셋의 몸은 흠뻑 젖어있었다.


셋의 체온이 빠른 속도로 떨어져가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었다.


어찌할수 없다. 고양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건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 누구의 구속도 받지않는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이었다. 고양이는 그 선택에 만족했다.


인간은 기절한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돌프는, 마지막 늑대는, 마지막 힘으로 기슭에 올라가, 떨리는 네 다리로 대지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힘차게 외쳤다. 자신이 늑대임을 선포하기 위해서.


얼어붙은 강에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퍼졌다.


무너진 도시에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퍼졌다.


난 여기에 있어.


마지막 늑대가 말했다.


따뜻한 모닥불 주위에서 정신을 차렸을때, 고양이는 한무리의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다행히도 강 건너편의 이들과는 다른 사람들인 듯 했다. 친절했고 따뜻한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푹 젖은 자신을 꼭 안은체 잠들어있었다.


그릉그릉.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 고양이는 이제야 처음 알게 되었다.


눈을 돌리자 자신이 기어올라온 강기슭이 보였다. 네 다리로 선 체 얼어붙은 늑대 한마리가 보였다. 


고양이는 눈을 껌뻑였다. 그 모습을 기억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잠이 든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다, 자신의 혀로 인간의 뺨을 핥았다.


인간이 화들짝 놀라 깨어나며 반쯤 감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릉그릉. 고양이는 이제 일부러 그런 목소리를 내었다.


인간의 품 안에는, 마지막 늑대가 있었다. 종은 잡종. 이름은 아직 없었지만, 루돌프라는 이름을 좋아했다. 늑대의 우두머리. 고양이는 그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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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타 @nec092

게임 리뷰하는 팟캐스트 우물파는 게이머들의 리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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