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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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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2 Aug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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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네크
협업 참여 동의


"대기 조사 완료. 토양 조사 완료. 수질 조사 완료. 방사선 조사 완료."


수지는 다시금 타블렛을 꺼내 체크박스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말대로 체크박스는 빠짐없이 채워져있었고 빈 곳 하나 없었다.


"적합률은?"

"67.2퍼센트입니다. 잠재적 위협 가능성은 0.52퍼센트로 낮은 편이구요. 지금까지 확인해본 812개 행성과 비교해봤을때, 이 웨이드 29-d 행성은 26위의 개척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수지는 한숨을 쉬었다.


"무엇이 문제죠?"


합성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들었다면 정말 성인 남성의 목소리라고 착각할만한 수지의 탐사 컴패니언, 테일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냥."


그렇게 말하고는, 수지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구에서였다면, 구름 한점 없는 초저녁, 지평선으로 태양이 넘어가면 느끼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노을의 짙은 보라색 하늘이라 착각할만한 이 하늘이, 이 행성, 웨이드 29-d에서는 태양이 머리맡에 올라오는 정오의 하늘이었다. 변광 패널이 설치되지 않은 바이저로 보면 눈이 멀지도 모를 행위였다. 수지의 우주복엔 당연하게 설치되어 있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서."

"그런가요. 제 눈엔 삭막해 보입니다만."


테일러가 말했다.


"물론, 제 미적 감각은 선생님과는 차이가 있죠. 저는 사람의 손이 닿은 환경을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하."


수지가 웃었다. 텅 빈, 비웃음에 가까운 혀탈한 웃음소리를 담고 있었다.


"너라면 알겠지만, 지금 시대에 사람의 손이 닿은 환경은 없어. 모두 네... 아니, 기계가 건설하고 보수하는걸."


수지는 재빠르게 말을 고치며 대답했다. 일전에 테일러가 로봇을 전부 '동족'으로 취급하는 발언에 대한 불만을 표했기 때문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테일러는 그녀의 유일한 동반자였기에 수지는 이후 말을 조심했다. 그녀 혼자서는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간의 디자인이지 않습니까."


테일러의 대답에, 수지는 고개를 꺽어 테일러를 바라보았다. 빈트로사의 외행성 개척 장비는 언제나 그녀의 집에있는 강아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해기스.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마지막으로 본지 2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머신러닝으로 인해 도출된 최선의 해법을 이용한 디자인이고 말야."

"대꾸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걸 말하고 싶으신건 아니니 말이죠."


수지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침묵했다. 그저 그녀는 미지의 풍경을 응시하며 눈에 새기고만 있었다. 이 풍경을 보는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고, 어쩌면 그녀가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풀도 나무도 하나없는 이 황량한 대지를 뒤덮은 청녹색 이끼와 노란색 곰팡이가 뒤덮은 풍경을 바라보는게, 오롯이 그녀 혼자가 될지도 몰랐다.


"수지양?"


테일러가 물었다.


"돌아가야하지 않을까요."


수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을 뒤흔드는 폭풍우나, 대지를 흐트러트리는 회오리바람, 별안간 몰아드는 쓰나미는 커녕 자그마한 소나기조차 내리지 않았다. 그저 고요만이, 산들바람이 싣고오는 고요만이 수지의 시야를 메우고 있었다. 


"어디로?"


이윽고 수지가 중얼거렸다.


"집으로 갈 때가 됬죠."

"셔틀은 내 집이 아니야."

"그 셔틀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셔야한단 의미였습니다. 이 행성이 마지막입니다. 이제 지구로 귀환하실 차례에요."


하지만 수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기쁘지 않은건가요?"


테일러가 물었다. 수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독백만을 시작했다.


"누가 그랬어. 모든 이야기는 둘 중 하나라고 하더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그리고 목표를 이루고 돌아오는 이야기. 하지만 말야, 현실은 이야기가 아니야. 모두의 이야기는, 또다른 이야기로 끊임없이 이어지지. 결코 멈추는 법 없이 쉬지않고 나아가. 그래서 세상이 생겨난거고, 내가 여기 있는거겠지."


그녀는 그리고는 조용히 무릎을 끌어안았다. 무엇하나 튀어나오고 페이지 않은, 완벽한 선을 이루는 지평선이 그녀의 시야 끝에 자리잡아 하늘의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내 이야기는, 아마 지구로 돌아가면 끝이 날거야. 지구로 돌아가는 길은 매우 길고, 험난하고,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조차 이야기의 끝에선 하나의 조미료가 되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겠지. 하지만, 하지만말야. 내 이야기가 끝나고 묻히고 사라져도 세상은 계속 흘러갈거고, 마침내는, 내가 보았던 풍경에 다른 사람이 다다를 수도 있을거야."


별안간 한숨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수지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지평선만을 응시했다. 테일러는 무어라 말할 수 있었지만, 잠자코 그녀의 옆에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석양에 가까운 하늘. 하지만 해는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낮이 지구의 1.3배인 행성이라는 쓸모없는 사실만이, 잠시 그의 회로에 떠올랐다.

본디 테일러가 만들어진 목적을 생각하면, 그는 수지에게 우울증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올바른 처방을 통해 적정량의 약물을 프린팅하여 수지에게 제공해야만 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필요한건 의사가 아니라 말을 경청해줄 친구였다.

한시간여만에, 수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건 싫어."


이기적으로 들리는 말투였다. 실제로도 그랬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를 비난할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기억으로만 남을 세상에, 인간이 생존을 위해 도시을 세울거라고 생각하면, 나는 너무 무서워. 세상이 정말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사람이 무어라고 이 행성을 바꿀 자격이 있는건지 모르겠으니 말야.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세상을 바꿔버린다면,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뿌리채 뽑아버린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인게 아닐까?"

"하지만, 그게 선생님의 목표지 않았나요? 지구를 떠나온건 이를 위해 시작된게 아닌건가요?"

"그렇지만. 그렇긴 하지만."


수지는 머리를 붙잡은 무릎 속에 파묻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머리에 쓴 바이저가 걸리적거렸지만, 수지가 필요로 한 것은 육체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심리적인 편안함이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무릎 속은, 그녀에게 편안함의 향기를 맡을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 남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건, 이야기라고는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니까. 내가 여기까지 온게, 내가 본 아름다운 이야기라고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래서 결국 내가 보아온 경이에 대해선 모두 잊혀져 똑같은 도시만이 들어차게 된다면, 나는, 결국엔 그들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나... 너무나..."


수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런 수지의 곁에, 테일러가 몸을 기대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미안, 테일러."

"뭘 사과하는건가요. 선생님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어요."

"네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내가 무섭다고 이야기했잖아."

"말씀드렸지만, 제 미적 감각은 선생님과는 다르답니다."


간만에, 수지는 작게 웃었다.


"조금... 생각해보고 싶어. 시간을 가지고. 내가 옳은건지, 아니면... 너무 외로운건지."


수지는 말했다.


"오늘 밤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밤조차 아니었지만, 수지는 그렇게 말했다.

테일러는 침묵했다.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둘은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다. 


Writer

네크

네크

티-스토리 applejack.tistory.com

트위타 @nec092

게임 리뷰하는 팟캐스트 우물파는 게이머들의 리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comment (1)

네크
네크 작성자 18.08.17. 10:13
대체 무얼 쓰고 싶었던건지 모르겠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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