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희망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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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07 Nov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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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박솔
협업 참여 동의

 

 댕.댕.댕.

 희망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었다.


 영지의 최후 방위선이 적에게 돌파당했다는 소리.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면 기사들과 함께 영지를 지키던 아버지는?


 순식간에 집밖으로 뛰쳐나와 거리로 향했다. 역시 거리의 상황은 몹시 혼란스러웠다. 제 어미를 애타게 부르는 아이, 순간을 틈타 대장간을 터는 멍청한놈들, 제 임무는 내팽겨치고 도망치는 자경단원, 그리고 영지의 병사들.


 서쪽으로 급히 움직이던 노병을 다짜고짜 붙잡았다. 위급한 상항.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붙잡혀 화가 난것인지 노병의 얼굴이 구겨져있었다. 그에게 물었다.


 "케른 기사님은 어찌되셨습니까!"


 갑작스러운 물음에 노호성을 터뜨리려던 노병은 나의 얼굴에 들어난 처절함을 보고선 이내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분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분은 무사하셨네. 아마 서쪽의 전초지기로 이동하면 만나 뵐 수 있을것이야. 그러니 자네도 이만 대피하게." "감사합니다."


 아직 희망의 끈은 불타지않았다. 아버지는 살아계실것이다. 아니, 살아계신다.


 어릴적부터 기사인 아버지는 내게 검술을 가르치셨다. 매일 매일 고된 훈련으로 손에 피딱지가 앉아 고생하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미래에는 그 손으로 너의 희망을 구할 수 있을거다. 힘을 길러서 희망을 지켜라."


 그렇게 말씀하시곤 내게 다시 검을 쥐게 하셨던 아버지의 바램과는 달리, 나는 기사가 되지 못하였다. 


 일말의 걱정을 부정하고서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전초기지에 도착했다. 때묻은 천막이 눈에 들어왔고, 곧이어 피묻은 병사들과 더욱 상처입은 기사들이 보였다. 

 침울한 표정들. 패퇴를 할 지경에 이르었음에도 다행히 시체는 챙길 수 있었던 것인지 한쪽에 눈을 덮은채 눕혀있는 인형들이 보였다.


 또한 기지안으로 들어가는것을 막는건지 입구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왜 우리는 안된다는 거에요! 우리도 영주민이라고요!"

 "영주님의 명이다. 그 이상 접근하면 무력으로 진압하겠다."


 "내 아들, 한스가 그 안에있나요? 제발.. 얼굴이라도 보게해주세요. 병사님."

 "후. 켈빈, 가서 녀석을 데리고 와라."


 나 또한 몹시 급한 상황이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쉽사리 입구로 가지 못했다. 어쩔수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곧이어 켈빈이라고 불린 병사가 떠났다. 잠시후, 켈빈은 안에 무언가가 든 사람크기만한 자루를 가져왔다.


 '설마?'


 점점 켈빈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을 막던 기사와 병사들의 표정이 구겨지고 애타게 아들을 찾던 노부부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스라는 사내의 최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데려왔습니다. 대장님."

 "한스의 시체다."


 병사에게 자루를 건내받은 그 기사는 자루를 거꾸로 들고선 끈을 풀었다. 퍼억, 고깃덩어리가 땅에 부딫히는 소리가 난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난도질당한것 같은 그 시체는 이미 인형을 잃은 지 오래다.


 그 모습을 보고 사형선고를 받은듯 얼어붙은 노부부는 이내 그것을 껴안고 통곡했다.


 "아아아..너는 도대체..알아볼수가 없구나..! ..한스"


 그 모습을 보자 애써 부정해오던 일말의 불안감이 다시 올라온다. 그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사람들이 째려봤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했다.


 맨 앞의 사람들과 아직까지 울부짖는 노부부보다 앞으로 나온 나는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위해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럴려고 했었다. 


 미친듯이 달려와 숨을 내쉬며 내 말을 끊은 남자가 아니였다면.


 "저기, 기사..." "어머니!!"


 미친듯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남자, 그는 놀랍게도 한스라 불린 사내를 껴안고 통곡하는 노부부를 부모라 불렀다. 


 그러자 곧바로 노부부의 시선이 돌아간다. 죽은 사람을 본것마냥 눈이 동그래졌다. 곧이어 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스?" "어머니..아버지.."

 "정말, 정말로 한스인게냐?"


 남자가 눈가에 비친 물가를 닦으며 말했다.


 "다행히 무사하셨군요. 부모님."

 "정말로, 정말로 한스구나, 신이시여.."

 

 큰 충격을 연달아 두번받아서일까, 노부부의 얼굴이 더욱 더 창백해졌다. 

 

 노부부가 의문의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보나마나 뻔하지, 한스라는 흔한 이름이 영지에 한두명일리가 있나. 동명이인이구나.'


 뻔하디 뻔하고 흔하디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 나는 다시 일을 조용히 방관하던 기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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