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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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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08 Nov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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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Silpion
협업 참여 동의

내 소꿉친구는 영웅이었다.


그녀가 특별하다고 느낀 것은 함께 들어간 숲에서 마주친 마수를 물리치는 그녀의 등을 봤을 때였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가 특별하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소꿉친구는 신에게 받은 재능으로 마을의 온갖 문제들을 금새 해결하는 영웅이었다. 나만이 아닌 모두의 영웅.


하지만 마왕의 유일한 대적자라는 영웅의 운명을 지닌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운명에 따라 여행길에 올라야 했고, 나에게 작별인사 대신 한마디 말만 남긴 채 마을을 떠났다.


'영웅따위 되고 싶지 않았어.'


그녀가 남긴 한마디는 내게 있어 검을 휘두르게 하는 원동력이었으며, 이정표였으며, 족쇄였다.


그날 이후 한날 한시도 빠짐없이 검을 휘둘렀다. 하루가 한달이 되고, 한달이 1년이 되고, 1년이 10년이 되도록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내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춘 것은 한 소문을 들었을 때였다.


─용사님이 마왕군의 함정에 빠져 고립되었다.


믿을만한 소문인지 확인도 없이 검만 챙겨 여행길을 나섰다. 10년 전, 그녀가 마을을 떠났던 것처럼.


수소문 끝에 겨우 찾은 그녀의 모습은 부러진 성검에 기대어 마족의 접근만을 겨우 막고있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모두의 영웅이었다. 신이라는 작자는 멋대로 그녀에게 영웅이라는 재능을 떠넘겼으며, 국왕은 철도 들지 못했던 어린 나이의 그녀에게 멋대로 영웅의 의무를 지게 했으며, 이 세계의 모든 인간들은 멋대로 그녀가 세계를 구해주길 기대하였다.


반면 나는 흔한 마을 사람이었다. 그녀같은 특별한 재능도 없으며, 국왕같은 높은 사람에게 부탁받지도 않았으며,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따위는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가진거라곤 기억 속의 그녀의 검로를 따라 검을 휘두른 10년의 경험뿐.


이런 비루한 인간일 뿐이지만, 지금부터 나는 영웅이 되려 한다. 모두의 영웅이 아닌, 그녀만의 영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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