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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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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45 Nov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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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채명준
협업 참여 동의

그녀는 오늘 밤 자신의 시간을 산 남자를 바라봤다.


나이는 쉰 하나.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직업은 회계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지 알 수 없다. 그녀가 이 남자에게 많은 것을 숨기는 것처럼, 남자도 그녀에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얼굴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나이먹은 남자의 몸은 빈약하고 왜소했다. 남자같다기보다는 아빠같다는 느낌. 이제 머리에 흰 빛이 감돌기 시작하는 이 장년의 신사는, 그녀에게 어떤 역할을 바라고 있는 걸까.


평소에 그가 사는 시간은 90분이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고,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오늘은 시간이 여유로웠다. 남자는 웃음을, 어쩐지 쓴웃음 같은 웃음을 지었다.


"지혜야. 우리 이러지 말고 그냥 개인적으로 만날까?"


지혜라는 이름은, 물론 가명이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여자들 중에 진짜 이름을 대는 사람은 드물겠지. 그녀는 억지로 지은 것 같은 티가 안 나게 조심하면서 미소를 지어냈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실장님이 화내실 걸요."


"그래. 그렇겠지."


남자는 별로 실망한 기색도 아니었다. 어차피 안 된다는 걸 알면서 물어봤겠지. 그녀에 대한 집착이 조금 과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 남자는 이곳의 중요한 손님이다. 그녀 마음대로 개인적인 연락을 할 수는 없다.


그녀는, 옷을 벗고, 침대로 올라가, 늙은 남자의 체취를 맡으며, 그를 가볍게 껴안았다. 황홀함을 연기하는 시간이 지나고,남자는 딸에게 그러는 것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남자에게도 딸아이가 있을까. 딸이 있는 아버지가 여자를 산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생경했다. 여자를 사는 남자들
중 일부는 아버지일 것이고, 최소한 그들 중 일부는 좋은 아버지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아버지.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딸을 사는 사람. 남자들은 그런 아이러니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가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수월하게 남자를 만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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