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라배대] 마지막 레이스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협업 참여 동의

 바람에 호밀이 너울댄다.

 해질녘 햇빛에 금색 물결로 찰랑이는 밭. 진득한 초가을의 냄새. 웅장한 자연의 풍치를 보고 감탄할 나그네도 없을 어느 고즈넉한 들판.

 그 가운데에는 마치 세상을 이등분으로 가르는 것 같은 도로와, 낡아빠진 정비소 하나가 놓여있었다.

 창문이 덜컥 열렸다. 커다란 맥주잔을 쥐고 밖을 한 번 바라본 삼촌이 휘파람을 불었다. 

 “바람이 소식을 물고 오려나보다.”

 그러고는 차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호밀밭에 들개들이 뒹구는 게 보이냐? 형섭아.”

 기름 묻은 스패너로 나사를 조인 뒤, 가슴께까지 흐르는 땀을 셔츠로 대충 닦은 청년은 대답대신 눈길 한 번만 줄뿐이었다. 그는 두툼한 헝겊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닦았다. 문지를수록 창백한 등불이 선명한 광택을 띄기 시작했다.

 마무리 작업을 마친 형섭은 장갑을 벗어 핸들 손잡이에 걸쳐놓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뱉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있던 삼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하면 됐네. 예전에 보던 그대로야.”

 그들 가운데에는 커다란 모터사이클 한 대가 위용을 내뿜으며 서있었다. 곁에 서있는 형섭이 작게 보일 정도로 그 크기는 어마했다.

 남청빛 프레임에 두툼한 밸런스를 자랑하는 디자인. 거친 싸움꾼인 마냥 투박하게 보이면서도 가라앉은 헤드라이트는 신중함을 보이고, 라인의 묵중함은 비견할 데 없다. 숱한 시련을 견뎌온 엔진과 페어링에는 반질거리는 영광의 상처가, 계기판에는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20년도 넘게 살아온 바이크. 그 주인인 형섭보다 나이가 많은 ‘페일다운’(Pale dawn)이 새단장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들에게는 꽤나 사연 깊은 바이크이기에 충분히 가슴이 벅찰 순간이건만, 삼촌은 조용히 안장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단지 살짝 찌푸린 그의 눈썹에서 절절히 배어나오는 그리움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침묵 끝에 삼촌이 말했다.

 “……형님도 기뻐하실 거다.”

 형섭은 그 말을 듣더니 손사래를 쳤다.

 “썩 유쾌한 농담은 아니네요.”

 삼촌은 계기판에 붙은 사진을 집어 들었다. 자그마한 폴라로이드 사진에는 커다란 몸집의 큰형님과, 7살 꾀돌이 조카 형섭이, 그리고 세 살배기 아기인 소현이가 활짝 웃고 있었다. 그들의 덧없는 미소를 보며 삼촌은 씁쓸하게 따라 웃었다.

 어느덧 12년이란 세월이 지나 현재. 형섭은 19살 늠름한 사내가 되었고, 소현이도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딱 한 사람. 큰형님만은 여전히 사진 속 모습 그대로 기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끔찍한 사고였다. 형님에게는 바라마지 않았던 영광스러운 죽음이었겠으나, 차가운 세상에 덜컥 내던져진 남매에게는 불운이었다.

 노을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어둑해지는 호밀밭을 바라보며 형섭이 말했다.

 “드라이브나 한 번 해보죠. 바로 팔기엔 아깝잖아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 아무리 보안관 얼굴 볼 날이 없는 깡촌이라도 법은 준수해야지.”

 삼촌은 장난스런 얼굴로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그걸 본 형섭이 피식 웃으며 핸들을 잡았다.

 “제가 몰게요.”

 “난 새신부처럼 뒤에서 끌어안고만 있으면 되냐?”

 “네.”

 “밤중에 누가 봤다간 진짜 남자 둘이서 수갑 차겠는데.”

 “수갑으로도 안 끝나죠. 조카와 삼촌 사이인 걸 알면.”

 그런 시시한 농담이나 하며 형섭이 페일다운에 시동을 걸려는 찰나였다.

 치르르릉!

 갑자기 그들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차고 구석에 놓인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울어대었다. 다 낡아빠진 수화기가 덜덜거릴 정도로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를, 두 사람은 감히 받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치르르릉!

 일주일에 사람 한두 명을 겨우 만날까 싶은 고요한 정비소. 이 가게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이 밤늦은 시각에 전화가 올 일은 없었다.

 방금까지 걸려있던 웃음을 싹 지워버린 삼촌은 천천히 전화기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예. 윌슨17가 정비소입니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삼촌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네……. 아, 그렇습니까. 예.”

 바깥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들판의 향기와, 코를 찌르는 오일 냄새가 한데 뒤섞여 감돌았다. 형섭은 굳은 얼굴로 핸들을 꽈악 붙잡았다.

 “……알겠습니다.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철컥. 수화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두 남자는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이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가 있었다. 이제는 시시콜콜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었고, 그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음을. 예컨대 바람은 소식을 물고 온다던가.

 그리고 그 소식이 비단 희소식만이 아니라는 것쯤은…….

 삼촌이 입을 열었다.

 “소현이가 위독하대.”

 형섭도 잘 알고 있었다.


* * *


 바이크가 도시를 맹렬하게 질주한다.

 자리를 뺏긴 차들이 불만스럽게 빵빵대었지만, 가죽재킷을 펄럭이며 중앙선을 가르는 그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스키를 타듯 승용차를 하나하나 추월해가는 바이크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치외법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암묵적인 룰.

 ‘데드바이크는 건드리지 않는다’

 운전수들이 자존심을 꺾고 바이크에게 양보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어차피 곧 죽을 건데 내가 독박을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드바이크는 300km/h를 기본으로 달리는 바이크였다. 잘못 날아온 돌멩이 하나에 머리가 터질 만큼 위험했으므로 사람들은 이들을 자살하는 쥐, ‘레밍’이라고 낮잡아 부르기도 했다.

 부아아아앙!

 푸른빛이 도로 한복판을 꿰뚫는다.

 악명 높은 데드바이크, 페일다운이었다. 미친 듯이 달리던 형섭은 어느 지점에서 속력을 낮추고 터닝했다. 커다란 배기통이 아스팔트에 쓸릴 뻔한 거친 드리프트였다.

 병원 앞에 도착한 그는 헬멧을 벗고 바이크에서 뛰어내렸다.

 밤공기를 쩌렁쩌렁 울리는 시동이 꺼지자 주변에 고요한 정적이 깔렸다. 그는 지체 없이 병원으로 들어가 복도를 뛰어갔다. 그리고 다급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소현아!”

 병실에는 한 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가 서있었다. 그들의 가운데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의 동생, 소현이 잠들어있었다.

 형섭이 달려와 동생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호흡도 고르고 심박도 안정적으로 뛰고 있었다.

 의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약물처방을 해서 지금은 안정된 상태입니다. 약 30분 전에 급격한 심정지가 왔어요. 저번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정말 괜찮은 건가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의사가 대답했다. 그나마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

 그녀의 심장은 언제 멈출지 아무도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심근의 기능은 이미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라 기계에 의존해 열심히 피를 돌려야 할뿐더러, 그나마 건강해지겠다고 의지를 보여주던 소현이도 두 달 전 시름시름 앓다가 잠에 들고는 지금까지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초단위로 바뀌는 날씨처럼 그녀의 심장은 예측불가능이었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형섭에게 의사가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형섭씨. 그 기증자분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타입도 일치하고 조건도 완벽하게 맞습니다. 다른 대기자가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지금이라도 이식수술을 진행하는 게…….”

 “저도 제발 그러고 싶습니다.”

 형섭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아시잖아요, 선생님…….”

 그들은 말없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평온하게 잠든 소녀와 그 곁에서 흐느낌 없이 서있는 사내를 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었다. 긴 침묵 끝에 의사가 말했다.

 “저희도 지원받을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넓혀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부디 환자분 곁을 지켜주십시오.”

 삑삑대는 심장의 신호음만이 병실에 울렸다. 간호사들이 떠난 자리는 공허함이 감돌았다. 형섭은 붉어진 눈시울을 동생에게로 향했다.

 심장 기증자가 나타난 지금.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는 없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멈췄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형섭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돈이 문제였다.

 형섭과 삼촌은 이 나라의 은행이란 은행은 모조리 들쑤시고 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담했다.

 빌어먹을 그 새끼 때문에. ‘데드레이스’에서 시체 한조각 남기지 않고 죽어버린 아버지 때문에. 그는 어떤 보험도, 대출도 받을 수 없었다. 살아생전 일체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이 애절한 사연을 보도하면 기부라도 생길까 싶었으나, 은행보다 더 냉담한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데드바이크에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올라타 최속의 서바이벌 레이스를 벌이는 레밍들에게는 그런 시선이 몹시 당연한 일이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주는 대신. 다음 레이스에서 패배를 맞는 순간 그 영광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저 또 다른 우승자를 위해 불타 사그라진 목숨이 될 뿐이다.

 데드레이서의 유가족들은 항상 그런 처절한 신세를 살아야만 했다. 노동 없이 일확천금을 노렸다는 오명을 쓰고서.

 이것이 그들 남매의 현주소였다.

 그는 동생의 손을 잡고 중얼거렸다.

 “포기하지 마, 소현아. 조금만 기다려. 페일다운을 처분하면 어떻게든 돈이 나올 거야. 금방 방법을 찾을 테니까… 그러니까…….”


* * *


 [제 7회 데드레이스 개최가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제 3회 우승자인 ‘선라이징’이 복귀의사를 밝히면서 전회 우승자들의 재참가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상금도 눈더미처럼 불어나 현재 총 87억에 달하는 역대급 레이스가 될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선라이징’ 선수와의 인터뷰로 연결하겠습니다. 브로우 기자?]

 [네, 브로우 키스프르곤 기자입니다. 현재 제 옆에는 제 3회 데드레이스 우승자, 선라이징을 모셔보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형섭은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멍하니 기계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무미건조한 눈동자에 동생의 맥박을 측정하는 그래프가 그려졌다. 너울대는 녹색빛은 흡사 최면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인터뷰 소리가 웅얼거렸다.

 [어떤 자신감으로 복귀를 선언하신 겁니까?]

 [당연히 우승. 그것뿐입니다.]

 [제 3회 레이스에서 성취한 우승을 이번에도 일궈내시겠다는 다짐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당시 선라이징 선수만이 생존자가 되었던 그 명경기를, 이번 경기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형섭은 의자를 끌어 선반에 가까이 다가갔다. 동생이 쓰던 물품들이 나란히 진열되어있었다. 늘 들고 다니던 물건들이기에 모두 낯이 익었다.

 액자가 보이기에 한 번 집어 들어보았다. 페일다운의 계기판에 붙어있던 것과 똑같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는 끔찍하게도 아버지를 증오했는데, 동생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버지를 항상 그리워했다. 어린 나이에도 단편적인 기억이 남아있어서일까.

 그는 씁쓸한 마음으로 액자를 제자리에 놓으려다가, 무언가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맹세코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결의시군요.]

 거친 손가락이 쇠줄을 집어 들었다. 동생이 늘 하고 다니던 목걸이였다. 아버지가 남긴, 몇 안 되는 유품들 중 하나였다. 

 흡사 군번줄처럼 생긴 그 목걸이 끝에는 커다란 탄환 하나가 걸려있었다. 모조품처럼 보이지만 실은 진짜 탄환이었다. 동생은 이 괴상한 목걸이를 늘 훈장삼아 목에 걸고 다녔다. 심심할 때마다 탄환을 만지작거리는 게 그녀의 습관이었다.

 별로 보기에 좋은 것도 아니고, 형섭이 그런 습관을 싫어하자 어느 순간부터 그냥 고이 간직하게 된 목걸이지만. 동생은 이렇게 액자 뒤에 감춰서 병원에 가져올 정도로 애착이 깊었다.

 “…….”

 형섭은 멍한 얼굴로 탄환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러다가 우둘투둘한 감각을 느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에는 작은 글씨로 무언가가 새겨져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딸, 형섭이와 소현이에게’

 입술이 꽉 깨물렸다. 거지같은 놈.

 그의 주먹이 꽉 쥐여졌다.

 당장 목걸이를 집어던지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옆에 있는 동생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저 주먹을 꽉 쥐고 화를 삭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 목걸이는 그런 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구릿빛 탄환을 지켜보고 있으면,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가슴 속에서 메아리쳤다.

 십여 년 전 아버지는 이것을 목에 걸고 트랙을 질주했다. 주변 사물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임계점, 300km/h로 달렸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마 인디언의 부적처럼 이 쇳덩이 하나에 의지해 죽음 위를 달렸을 지도 모른다.

 과연 아버지는 트랙 위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친 듯이 내달리며 앞서가는 상대를 리볼버로 쏘고, 적의 총알이 사방에서 빗발치는 곳에서.

 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목숨바쳐가며 싸워야 했던 걸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형섭은 문뜩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선라이징 선수는 제 2회 우승자였던 페일다운 선수를 마지막에 꺾은 것으로도 유명하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과연 ‘챔피언 슬레이어’의 명맥을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만약 지루한 경기가 되리라 예상된다면, 지켜보고 계시는 팬 여러분께 진정한 챔피언 슬레이어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페일다운이라……. 하마터면 잊을 뻔한 오래된 이야기군요. 페일다운은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겐 그저 여흥에 불과했죠. ]

 형섭은 동생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렇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겐 이 모든 상황이 한낱 장난거리에 불과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도, 열심히 살아온 한 가장이 박살이 난 것도, 고아가 된 남매도, 심장병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동생도. 삼촌의 정비소에서 수리나 하고 앉아있는 그도.

 고개가 텔레비전으로 돌아갔다. 벌써부터 승리를 차지한 듯한, 거만해 보이는 중년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선라이징의 얼굴을 눈에 똑똑히 담아두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지금 상황에서 그에게 남은 것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배운 약간의 기술과, 질기고도 질긴 악바리뿐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텔레비전을 들여다보았다. 아주 긴 생각 끝에. 그는 메마른 입술을 열었다.

 “소현아.”

 형섭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의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갔다 올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얼굴을 눈에 담으며.


* * *


 “미쳤어? 절대 안 된다! 절대 안 돼!”

 삼촌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형섭의 팔을 거칠게 낚아채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라. 정녕 네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거냐? 나는 그런 일 못 본다!”

 그러나 형섭의 눈동자는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청년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페일다운을 팔면 밑천이 생길 거다. 거래처도 알아놨으니 등록만 해놓으면 팔리는 건 시간문제야. 다만, 아무리 소현이의 일이 급해도 ‘데드레이스’만큼은 안 돼. 지금 네가 죽는 꼴 보고 싶다고 페일다운을 꺼내놓은 줄 아냐? 아니다! 네 아버지의! 내 형님의! 흔적을 지우려는 거야!”

 “이해해요, 삼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형섭은 덜덜 떨고 있는 삼촌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하지만…… 어쨌든 살아야만 하잖아요.”

 “너는 지금, 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소현이를 살리겠다는 말이냐?”

 “…….”

 “어리석은 소리하지 마라. 네가 죽으면 동생이 좋아할 것 같아? 살아도 산 게 되겠어?”

 그렇게 소리쳐보았지만 형섭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되물었다.

 “누가 죽는대요?”

 거기서 삼촌은 깨달았다. 형섭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형님을 쏙 빼닮아있었다. 데드레이스 서킷으로 떠나며 ‘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길 때만큼이나.

 그 얼굴은 강인했다.

 삼촌은 할 말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조그맣던 아이가 언제 이만큼이나 컸을까. 마냥 꼬맹이라고 생각했던 조카는 형님만큼이나 훌륭한 남자가 되어있었다.

 이제는 당당히 지킬 수 있다고.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위해 질주할 수 있다고. 그렇게 소리치는 듯 했다.

 “……알았다.”

 더 이상의 설득은 필요 없었다. 그가 형섭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이제 믿는다는 것 뿐. 조카의 선택을 지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따라와라.”

 삼촌은 차고 구석에서 오래된 트렁크를 열어젖혔다.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 깊숙한 곳에서 꺼낸 것은 어느 커다란 리볼버였다.

 아버지의 무기를 처음으로 받아본 형섭은 천천히 약실을 열어보았다. 8개의 구멍. 재장전 없이 8발로 승부 보는 데스레이스의 규정에 철저히 따른 무기였다.

 그는 묵직한 리볼버를 수평으로 척 들어올렸다. 총기를 잡는 것에는 부담이 없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삼촌과 함께 늑대들을 잡아보곤 했으니까.

 그들은 곧바로 레이스 준비에 착수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딱 그 꼴이었다. 레이서의 피를 속일 수는 없었다. 형섭은 아버지의 경기영상만을 보고 곧장 여러 가지 기술을 빠르게 익혔다. 데드바이크는 이미 능숙하게 탈 줄 알았고, 무기도 다룰 줄 알았다. 남은 것은 서킷을 외우는 것과 기교뿐.

 삼촌은 밤낮을 새워 페일다운에 보조장갑을 달았다. 그 결과 페일다운은 훨씬 튼튼하고 두툼해졌다. 커다란 방패를 양 날개에 달아놓은 꼴은 흡사 풍뎅이의 등껍질같이 보이기도 했다.

 삼촌이 으스대며 말했다.

 “어때. 실력 좀 발휘해봤다.”

 형섭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핸들을 잡았다.

 철컥!

 자동차에서 좌우 깜빡이를 올리는 것처럼 손잡이를 약간 들어 올리니, 방패가 튀어 올라와 그를 지켜주었다.

 조카가 웃었다.

 “훌륭한데요.”

 삼촌이 엄숙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방패를 달아서 속도가 많이 느려지겠지만…… 무슨 말인지 알지? 무조건 살아야한다.”

 형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죠.”

 일주일은 숨 가쁘게 지나갔다. 어김없이 결전의 날이 찾아왔고, 형섭은 페일다운에 시동을 올렸다.

 삼촌이 말했다.

 “반드시 승리해라.”

 조카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갔다 올게요.”

 그리고 커다란 배기음과 함께 지평선으로 나아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뿌연 흙먼지만이 날렸다.


* * *


 개미새끼 하나 들어설 틈 없는 관중석. 종이쪼가리가 날아다니고 함성과 아우성이 뒤섞여 그야말로 축제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 점점 깊은 겨울이 찾아오는 시기임에도 한여름처럼 뜨겁기 그지없었다.

 그 아래로 경주마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사나운 맹수처럼 그르렁대는 바이크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프리즌, 슈팅스타, 페인게인……. 고유한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개성을 가진 데드바이크들의 우람한 등장은 모터쇼만큼이나 흥미로운 화젯거리였다. 

 사회자가 소리쳤다.

 “이어서 제 4회 우승자 선라이즈입니다!”

 어느 소개보다 더 우월한, 커다란 함성소리가 하늘을 뒤덮었다. 끝이 뾰족한 헬멧을 쓴 남자는 손을 들어 응원에 화답했다.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진 그는 이미 전 세계에서 영웅대접을 받을 수만큼 명성이 높았다. 가히 그를 위한 대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잠시 여유를 가지던 사회자는 다음 참가자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런!”

 관중들의 시선이 옆 레인으로 옮겨갔다.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다음은 수랭식 6기통 1100cc! 전설의 제 3회 우승자 페일다운입니다!”

 그 말에 선라이즈도 옆을 홱 돌아보았다.

 바닥에서 올라온 남청색 데드바이크. 탱크만큼이나 무식하기 짝이 없는 크기다. 슬림하고 날렵한 주변 바이크와 한눈에 구별되는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속도와 민첩성으로만 승부를 보는 냉혹한 데드레이스의 세계에서는 이단자라 불리는, 그 페일다운이 천천히 등장하고 있었다.

 페일다운이 서킷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관중들은 혼란에 빠진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분명 페일다운은 죽었었는데?

 선라이즈는 그 위에 타고 있는 청년을 보았다. 청년은 칠흑의 헬멧으로 정체를 완전히 감추고 있었다. 선라이즈가 경직된 얼굴로 물었다.

 “넌…… 뭐지? 유령인가?”

 그러나 청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선라이즈는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깐 뿐, 프로답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상관없지. 또 죽이면 되니까.”

 형섭은 상대를 쏘아보았다. 선라이즈의 헬멧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두 남자는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다가, 핸들에 손을 턱 올렸다.

 때마침 모든 참가자들의 소개가 끝났다. 올림픽처럼 잡다한 준비는 필요 없었다. 죽음을 향한 레밍쥐들의 레이스는 언제나 그렇듯 곧바로 시작되었다.

 “이제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5]

 부르릉!

 위협적인 엔진음이 장내를 울린다. 지진이 일어났다고 착각할 만큼 두터운 떨림이었다.

 [4]

 형섭은 가죽재킷 속에서 목걸이를 찾아 쥐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다.

 [3]

 기도를 마친 그는 다시 날카롭게 눈을 떴다.

 [2]

 가죽 장갑이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두 다리가 발걸이에 올라갔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었다.

 [1] 

 긴장된 공기가 흐른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앞. 앞만 보였다.

 그는 엑셀을 당겼다.

 [시작]

 부웅!!

 출발신호와 함께 데드바이크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찰나의 순간이 흘렀을 뿐인데. 그들은 벌써 관중석을 지나치고 있었다.

 시작은 힘들었다. 맞바람에 헬멧이 딱딱거릴 정도로 흔들렸고, 최고속력으로 뛰어오른 페일다운은 무리한 급발진으로 좌우가 덜덜거렸다. 다행히 차체가 무거워서 균형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시야각이 서서히 좁아진다. 정말 듣던 대로 현실감 없는 풍경이었다.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그 풍경을 담아두지도 못했다. 형섭의 눈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야할 아스팔트에 박혀있었다.

 옆으로 누군가가 지나가며 소리쳤다.

 “애송이!”

 그 소리도 바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저 멀리 앞질러가는 다른 바이크들에 비해 형섭은 애송이처럼 뒤처지고 있었다. 그는 꽁무니를 쫒으며 속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 때였다.

 쿠웅!

 선두에서 충돌사고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파편이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조각이 앞유리에 박히며 금이 쩍 갈라졌다.

 “큭!”

 형섭은 재빨리 자세를 낮추어 옆으로 기울었다. 조각조각 흩어진 부품들이 아스팔트를 마구 나뒹굴었다. 그게 사람인지 파편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코를 찌르는 오일냄새와 비릿한 피냄새가 잠깐 머물렀다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시작 15초 만에 2명이 탈락했다.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해졌다. 뒷자리가 항상 좋지 않다는 법칙은 데드레이스나 인생이나 똑같았다. 이렇게 앞쪽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2차 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형섭은 이를 꽉 깨물었다.

 선두로 치고나가고 싶지만, 지금은 포지션을 유지한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 2km까지는 일반주행. 이어서 무법지대에 들어가는 순간 진정한 살육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그 때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선두보다는 뒤쪽에 있는 사람이 권총으로 공격하기가 훨씬 유리했다. 대신 장애물 극복에서 우선권을 빼앗긴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기묘한 밸런스를 잘 갖추며 달리는 것이 데드레이스의 기본이었다.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냥꾼이 될 것인가. 아니면 능숙하게 이리저리 도망치는 사냥감이 될 것인가.

 형섭은 계산을 마치고 엑셀을 바짝 끌어당겼다.

 우웅! 우우웅!

 클러치가 한 단계 풀리며 RPM이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2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페일다운은 역시 명마였다. 사람들은 과연 이 거대한 바이크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자그마한 점으로 보이던 앞쪽 라인이 이제 선명하게 보였다.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머지않아 필드의 바깥풍경이 보였다. 1초에 두 개씩 옆을 스쳐가는 가로수들, 점선으로 된 중앙선이 실선으로 보이는 엄청난 속도. 중심 잡기가 힘든 오르내리막길.

 그리고 돌풍.

 휘우웅!

 앞서가던 몇몇이 주춤거렸다. 서킷을 벗어나 필드로 나가면 날씨도 문제가 된다. 이따금 불어 닥치는 돌풍에 가벼운 차체는 밸런스가 무너지기 십상. 반면 육중한 페일다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지금이다.

 그야말로 잔기술 없는 우직한 직선 주행으로 형섭은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앞을 블로킹하는 견제가 들어왔다. 노란 바이크의 슈팅스타였다. 그 남자는 백미러로 형섭의 눈치를 계속 보며 시야를 계속해서 가렸다. 의도는 뻔했다. 꼬우면 돌아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형섭은 핸들을 꺾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페일다운에게 몸싸움을 거는 것만큼 무식한 일은 또 없으니까.

 앞바퀴가 슈팅스타의 뒷바퀴를 매섭게 들이박았다. 묵직한 충격이 일어나자 슈팅스타가 번쩍 들어 올려졌다. 밸런스가 무너진 바이크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놈은 옆으로 물러나더니 서서히 뒤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소리쳐 되갚아주었다.

 “애송이!”

 아쉽지만 승리에 심취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곧장 급커브 내리막길. 가장 위험한 구간이었다. 페일다운은 커브에 약하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형섭은 능숙하게 브레이크를 잡으며 손잡이를 비틀었다.

 끼이이익!

 제동이 걸린 바퀴, 동시에 온 힘을 다해 차체를 기울인다.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며 페일다운은 미끄러지듯 매섭게 인코스를 탔다. 배기통이 아스팔트에 쓸리며 불꽃이 파팍 튀었다. 떨리는 진동과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엔 시계추마냥 그의 몸이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아웃코스로. 핸들에 힘이 실렸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그대로 탈락이다. 

 마지막 급커브. 다시 안정적으로 인코스로 들어간다.

 쿵!

 한 사람이 실수한 모양이었다. 앞서가던 바이크가 불안하다 싶더니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절벽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 뒤를 형섭이 차지하며 나아갔다.

 이제 남은 바이크는 7대.

 모두 잔뼈 굵은 프로들이었다.

 큰 문제였다. 생존자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썩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무법지대]

 데드라인이 보였기 때문이다.

 중계진의 고조된 목소리가 트랙 위에 울렸다. 

 “일곱 명의 레이서들이 드디어 무법지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데드라인을 뜻한 붉은선을 통과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와 동시에 저격을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절반의 사람들과, 오히려 속도를 내어 도망가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지금이야말로 전쟁의 시작. 그 서막이 울린다.

 형섭은 자세를 낮추고 재빨리 눈치를 보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지금까지는 탈락을 해도 운이 좋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몸 어딘가가 매우 불편해지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틀리다. 무법지대에서의 탈락은 곧 100% 사망을 의미했다. 방탄모, 방탄복 하나 없는 몸뚱아리에 손가락만한 탄환이 박히기 때문이었다.

 피잉!

 아니나 다를까, 그 생각과 동시에 오른쪽에서 끔찍한 총성이 울렸다. 형섭은 바짝 몸을 웅크리고, 손잡이를 끌어 방패를 올렸다. 두꺼운 방패에 총탄이 박히며 귀가 쩡쩡 울렸다.

 “커헉!”

 왼쪽에서 달리던 붉은 바이크의 남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뿜으며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시체는 흔적도 없이 뒤쪽으로 사라졌고, 주인 없는 바이크는 밖으로 튕겨나가며 폭발을 일으켰다.

 강렬한 화염이 그들을 뒤덮었다.

 “이런 씨발!”

 주변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윽고 총성이 마구 울려 퍼졌다. 그들은 뒤쪽에 있는 형섭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앞과 옆에 정신이 팔려 상대를 탈락시키기 위해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 간혹 애먼 총알이 날아들긴 했지만 방패에 튕겨져 나갈 뿐이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앞서가던 하나가 떨어져나가고, 그를 맞춘 사람도 뒤쪽의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았다. 놈의 팔이 뚝 떨어져나가며 핏방울이 후두둑 쏟아졌다.

 “크아아악!”

 그 남자는 뒤돌아 권총에 남아있는 탄환을 모두 쏟아 부었다.

 여럿이 회피기동을 하며 흩어졌다. 대부분은 빗나갔지만 불행하게도 형섭과 함께 달리던 레이서가 헬멧에 정통으로 맞더니,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드디어 장애물이 나타났다. 고가도로로 올라가는 발판이었다. 1등으로 가던 사람이 가장 쉽고 빠른 코스를 밟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 코스는 차단기가 내려와 폐쇄되었다. 선두권에게 주어지는 특권이었다. 이어서 2등은 조금 더 나은 코스를 선택해 쫒아갔다. 3등도, 4등도…….

 아니, 그게 끝이었다. 무법지대로 들어서자마자 생존자는 단 네 명으로 줄어들었다. 형섭은 마지막을 달리고 있었다.

 3등은 뒤를 바짝 쫓아오는 형섭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흡!”

 그는 바이크를 좌우로 비틀며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해내었다. 아스팔트에 불꽃이 마구 튀겼다.

 조금을 견제하더니, 3등은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다. 권총 사용에는 8발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남발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그 말은 곧, 총알을 모두 사용하면 죽는다는 뜻.

 “이 쥐새끼가!”

 생각보다 형섭이 잘 도망치자 3등은 이를 바득 갈며 신중하게 권총을 옮겼다. 그는 고개까지 돌려서 페일다운을 노려보았다. 앞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저격하겠다는 의미였다.

 조준선 위에 형섭의 헬멧이 정확히 올라가는 순간.

 퍽!

 2등 쪽에서 날아온 총알에 3등의 머리가 꿰뚫렸다. 3등은 스위치 내려간 로봇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2등과 형섭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었다. 다음 장애물에서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영원히 만날 수 없을 만큼의 간격이었다.

 위축되어선 안 된다.

 이제 곧 빌딩 위를 질주하는 최악의 난코스다. 그럼에도 형섭은 최고속도로 끌어올렸다. 그는 신들린 컨트롤로 발판을 하나하나 밟아 올라갔다. 흡사 절벽을 타고 오르는 커다란 곰처럼, 거기에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과감함이 있었다.

 빌딩 위로 올라가니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뺨을 스쳐지나갔다. 2등이 뿜어내는 배기가스가 앞에, 그리고 저만치에 1등이 가고 있었다.

 선라이즈였다.

 과연 우승자는 달랐다. 그는 자기만의 세계를 달리고 있었다. 방금까지 살아 숨 쉬던 경쟁자들이 뒤에서 죽어나가던 말던, 선라이즈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신하들끼리 벌이는 살육전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왕처럼. 혹은 거기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적자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는 묵묵히 앞을 질주하고 있었다.

 형섭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저 오만함을 부숴주겠어. 반드시 꺾어주마. 기다려라. 그는 엑셀을 끌어당겼다.

 부웅!!

 2등의 견제가 들어왔다. 권총을 위협적으로 흔들며 쏠 듯 말 듯 굴었다. 이 이상 다가오면 쏘겠다는 경고였다. 무기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거리를 유지하는 쪽이 좋았다.

 아마 그런 생각일 것이다. 어차피 수십억의 상금은 우승자에게만 돌아간다. 2등은 형섭과 거리를 벌린 뒤, 선라이즈와 담판을 짓고 우승하는 쪽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어림없지.”

 그러나 선라이즈의 상대는 형섭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는 허리춤에 매여 있는 리볼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2등의 배기통을 향해 쐈다.

 팅!

 “쳇.”

 수많은 장애물이 깔려있는 빌딩 위에서 조준이 잘 맞을 리가 없었다. 아깝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앞서가는 2등에게 메시지를 주기에는 명확했다. 자신이 공격받았음을 깨닫자 2등은 미친 듯이 묘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거리를 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지금 상황에서 유리한 입장은 형섭이었다.

 그는 다시 리볼버를 들어 앞을 겨누었다. 2등은 탄을 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빌딩 위를 질주했다. 전부 쓸데없는 짓이다. 불과 몇 미터 앞에는 도약발판이 있었다.

 2등은 발판 하나를 선택해 그곳으로 들어갔다. 형섭도 지지 않고 발판으로 올라섰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하늘로 솟구쳤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형섭은 리볼버를 들었다. 상대도 다급하게 권총을 집어 들어 겨누었다. 허나 판단은 형섭이 더욱 빨랐다.

 쾅!

 형섭의 탄환이 상대의 프레임을 꿰뚫었다. 놈의 앞바퀴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악!”

 2등은 빌딩 위로 무사히 착지했지만, 앞바퀴가 사라진 바이크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형섭은 그를 빠르게 지나쳤다.

 이제 남은 것은 6발. 그리고 선라이즈 뿐이다.

 고고한 황금빛을 뿌리며 달리는 데드바이크. 아버지를 죽인 원수. 형섭은 이를 갈며 최후의 질주를 시작했다.

 해설자의 열광이 도시 위에 울렸다.

 "이제 단 두 명의 생존자만이 남았습니다! 아, 바로 선라이즈와 페일다운입니다! 과거의 그림이 다시 그려지는 군요!"

 선라이즈는 앞을 달리다가 문뜩 뒤를 돌아보았다. 과연 정말로 페일다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켠, 육중한 남청색 곰이 뛰어오고 있었다. 맹수처럼 그르릉대는 페일다운의 엔진음은 심장을 마구 뒤흔들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선라이즈는 9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직 그가 패기 넘치는 새파란 청년이었을 때. 그 상대가 바로 페일다운이었다. 정말 짐승 같은 남자였다. 모든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1위로 질주하던 그는, 진정한 제왕이었다.

 과거의 이야기다. 모든 경쟁자를 쓰러뜨리고 그 뒤를 선라이즈가 바짝 따라갔다. 페일다운 같은 건 한 발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딱 한 발밖에 남지 않을 때 완전히 무너졌다. 페일다운은 8발의 리볼버를 한 발도 쏘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었다. 속도를 늦춘 페일다운이 옆으로 다가와 리볼버를 척 들어 올렸을 때, 당연히 죽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페일다운은 그의 얼굴을 보고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이 고작 18살밖에 되지 않은 애송이라서? 애티를 벗지 못한 꼬맹이여서?

 그래서 그는 페일다운을 겨누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이 담긴 방아쇠를 당겼다. 심장을 맞은 커다란 곰은 그대로 떨어지더니, 페일다운과 함께 어둠 속으로 저 멀리 사라졌다.

 그는 우승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다만 지금도 알지 못했다. 페일다운은 왜 자신을 죽이지 못했을까. 어쩌면 그 대답은, 지금의 저 청년이 알려줄 수 있을까.

 이제 대답을 알려주겠노라 외치듯,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왔다!”

 선라이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황금색 리볼버를 들었다. 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물건이었다.

 “재미있군.”

 두 사람이 동시에 격발했다.

 선라이즈는 유려한 움직임으로, 형섭은 방패를 들어 올려 탄을 피했다. 

 선라이즈는 속도를 올리지 않고 천천히 늦추었다. 그와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데드바이크 위에서 정밀조준은 힘든 일이었다. 그들에게 거리 조절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형섭이 옆을 돌아보았다. 바로 몇 미터 옆에 선라이즈가 있었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까부터 그를 따돌리기 위해 속도를 올리거나 줄여보았지만 그만큼 능숙하게 거리를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황금색 리볼버가 형섭의 머리를 척 겨누었다.

 그는 고개를 바짝 낮추고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일부러 장애물지대로 들어갔다. 후순위에게만 주어지는 매우 위험한 구간이었다. 더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여기로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형섭은 기둥과 파이프 사이를 오가면서 선라이즈의 조준을 방해했다. 그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선라이즈가 그 틈을 파고들어 총을 쏴보았지만 번번이 빗나갈 뿐이었다.

 형섭의 그림자가 벽으로 넘어갔다. 선라이즈는 이를 꽉 깨물고 벽을 향해 계속 리볼버를 조준했다. 벽이 사라지는 순간 바로 총을 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타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깜짝 놀란 선라이즈가 뒤를 돌아보았다. 형섭은 일부러 그 구간에서 속도를 늦춰 한 타이밍 늦게 따라온 것이었다.

 “놀라운 걸!”

 뒤를 잡힌 선라이즈는 회피기동을 하며 다시 수평을 맞추려고 했다. 그걸 쉽게 허용할 형섭이 아니었다. 그는 리볼버를 들어 앞을 조준했다.

 쾅!

 직선으로 날아간 탄환이 프레임을 맞추었다. 그는 다시 한 발 더 쐈다. 이번엔 배기관을 맞추며 연료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 상황에선 의미가 있진 않았지만, 이대로 장기전에 간다면 매우 유리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을 타격이었다.

 문제는 이제 그에게 3발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선라이즈는 6발이나 남아있었다. 아마 그는 길게 끌지 않고 지금 끝을 내려고 하겠지.

 과연 선라이즈는 권총을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근접난사로 들어가기만 해도 그의 패배는 자명했다. 형섭은 필사적으로 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도망쳤다.

 우웅! 우우웅!!

 이제 다시 쫒고 쫒기는 추격전. 커다란 보름달 하나가 떠있는 스산한 밤. 그 아래, 높은 빌딩 위를 질주하는 두 마리 이리의 그림자. 죽은 공기 속에 웅웅 울리는 생명의 고동.

 선라이즈는 남은 탄환을 아낌없이 쏟아부았다. 이리 쏘고, 저리 쏜다. 리볼버가 달빛에 번쩍였다.

 날아든다. 마지막 총알이 형섭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상처가 확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피가 흩뿌려진다. 그는 핸들에서 손을 놓고 리볼버로 응수했다. 선라이즈의 계기판이 날아갔다. 다시 한 번 더. 떨리는 심장을 끌어안고 상대를 조준했다.

 검지가 방아쇠를 쿡 잡아당겼다. 밤공기를 가르고 날아간 총알은 선라이즈의 헬멧을 스쳐지나갔다. 거의 다 왔다.

 이제 마지막 한 발이 남아있었다. 형섭은 숨을 고르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그러나 탄알은 허공을 꿰뚫을 뿐이었다.

 그는 마음까지 텅비어가는 것을 느끼며 무한한 허무함을 느꼈다.

 속도를 늦춘 선라이즈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네 애비도 그런 식이었지. 나를 맞추지 않고 일부러 바이크를 맞춰가면서. 서서히 목을 조여 오는 플레이를 즐겼지.”

 “…….”

 “하지만 안됐군. 페일다운을 닮아 훌륭한 기술을 가질 줄 알았더니. 고작 이정도인가?”

 그러며 황금 리볼버를 슬쩍 보여주었다. 분명 여덟발을 다 쏘았는데, 그는 피식 웃으며 여분의 탄알을 재장전했다.

 그건 명백한 반칙이었다.

 “내가 왜 ‘챔피언 슬레이어’라고 불리는지 아나?”

 선라이즈의 미소가 크게 걸렸다. 그의 눈빛은 헬멧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광기에 휩싸여있음이 틀림없었다.

 “모두 죽여서 우승했기 때문이지. 예외 없이.”

 차르륵.

 재장전된 리볼버가 돌아가며 형섭을 겨누었다.

 “짧지만 즐거웠다. 잘 가라.”

 그는 말없이 선라이즈를 바라보았다. 최후를 깨달은 것일까. 그의 눈빛에는 어떠한 아쉬움도, 흔들림도 없었다. 그저 자신을 노리고 있는 황금 리볼버를 바라볼 뿐.

 “아니.”

 그 순간. 형섭은 고개를 숙이고 바이크를 기울였다. 선라이즈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힘차게 선라이즈를 들이박은 그는 거리를 벌리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분노한 선라이즈가 리볼버를 마구 쏴대었다. 두툼한 방패에 탄알이 박히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그가 소리쳤다.

 “어차피 너는 끝났어! 남아있는 탄도 없는 주제에!”

 형섭은 왼손으로 목걸이를 콱 부여잡았다. 그리고 힘차게 뜯어내었다.

 그의 손 안엔 손가락만한 탄환 한 개가 아직 남아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품. 남매의 이름이 적힌 그것을, 형섭은 능숙한 솜씨로 리볼버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공이를 걸어 당겨 장전했다.

 선라이즈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머지않아 골인지점이었다. 형섭은 입술을 짓이겼다. 모든 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듯 했다. 귀가 멀어지고, 눈앞에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라이즈가 방패 뒤에 숨은 형섭을 향했다. 승리를 확신한 희열이 얼굴에 걸려있었다. 그가 권총을 겨누며 말했다.

 “이제 그만 죽어!”

 그러나 그가 본 것은, 리볼버를 들고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는 형섭이었다.

 청년이 말했다.

 “끝이다.”

 쿵!

 선라이즈가 몸을 한차례 크게 흔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눈동자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앞바퀴가 사라지고 없었다. 회심의 한발이 바이크를 완전히 박살낸 것이었다.

 균형이 무너진 선라이즈는 바닥으로 추락해 빌딩 위를 뒹굴었다. 그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형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드디어 시력과 청력이 돌아왔다.

 페일다운을 서서히 멈추고 고개를 들어보니, 사방이 무척 시끄러웠다. 형섭의 머리 위에는 어느 때보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와 환호소리가 있었다. 반짝이는 플래시들, 페일다운을 연호하는 관중들, 쏟아지는 금빛 조각들과, 아주 강렬한 오일의 냄새.

 "제 7회 데드레이스의 우승자가! 지금 결정되었습니다!"

 그는 헬멧을 벗었다. 땀으로 젖은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형섭은 거친 숨을 고르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느덧, 아주 창백한 새벽이 다가와 있었다.


* * *


 바람에 눈덩이가 쓸려나간다.

 해질녘 햇빛이 내려앉은 눈 쌓인 밭. 진득한 겨울의 냄새. 웅장한 자연의 풍치를 보고 감탄할 새 한 마리조차 없을 어느 고즈넉한 들판.

 그 가운데에는 마치 세상을 이등분으로 가르는 것 같은 도로와, 낡아빠진 정비소 하나가 놓여있었다.

 창문이 덜컥 열렸다. 커다란 맥주잔을 쥐고 밖을 한 번 바라본 삼촌이 휘파람을 불었다.

 “어이구, 많이도 쌓였네.”

 그가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설해야지?”

 그러나 차고에 앉아있던 청년은 고개만 까딱였다.

 “어차피 올 사람도 없는데 제설은 무슨…… 됐어요.”

 “올 사람이 없긴 누가 없어.”

 삼촌은 피식 웃으며 눈삽을 턱 거머쥐었다. 그리고 아래로 하나 던져주며 말했다.

 “바람은 소식을 몰고 오거든.”

 못 말리겠다는 듯 형섭은 어깨를 으쓱이며 차고문을 열었다. 정말 발목까지 파묻힐 정도로 눈은 제법 많이 쌓여있었다. 그가 기계적으로 눈을 치우고 있을 무렵이었다.

 삼촌이 창가에서 소리쳤다.

 “야, 저기 봐라.”

 형섭이 고개를 들었다. 과연 저만치서 무언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눈을 찌푸려 그곳을 바라보았다가, 무척 놀란 얼굴을 하고 삽을 떨어뜨렸다.

 그는 눈을 헤치며 걸어갔다, 그러더니 이내 뛰어갔다.

 “오빠!”

 그녀도 뛰어오고 있었다.

 “소현아!”

 형섭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너무 기뻐서 아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삼촌도, 소현이와 함께 나온 자원봉사자도. 남매의 재회를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소현이 말했다.

 “나, 할 말이 많아. 정말, 정말 많아…….”

 형섭도 마주보며 웃었다. 그가 정비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어서 들어가자.”

 그리고 손을 꽉 잡아주었다.

 “나도 할 말이 무척 많아.”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웃음을 터트리며 돌아가는 모두의 곁에는, 페일다운이 고요히 잠들어있었다.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499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179
775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6. 그리고 그 소리(鮮汩)는 대답한다. newfile Project_So 4시간 전 2  
774 단편 사냥꾼의 밤 네크 1일 전 10  
773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5. 나아가는 자(諭進)는 묻는다. file Project_So 2일 전 3  
772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4. 장막으로의 도약. file Project_So 5일 전 4  
771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3. 그들은 소리를 지를 입이 있다. file Project_So 6일 전 6  
770 자유 애프터글로우 #5 (1) Naufrago 6일 전 22
769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2. 고양이가 쥐를 보고 도망치는 방법. file Project_So 2018.12.10. 5  
768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1. 봄의 시작에는 항상 벚잎이 떨어진다. file Project_So 2018.12.09. 8  
767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P. Prologue. file Project_So 2018.12.09. 8  
766 단편 그래서 그들은 지하로 갔다 (1) Rogia 2018.12.08. 80
단편 [라배대] 마지막 레이스 청풍명월 2018.12.03. 37  
764 자유 애프터글로우 #4 (2) Naufrago 2018.11.27. 31
763 자유 애프터글로우 #3 (2) Naufrago 2018.11.19. 28
762 자유 애프터글로우 #2 (2) Naufrago 2018.11.13. 42
761 이벤트 제5차 프롤로그 대전 닫는 글입니다. (5) file 까치우 2018.11.10. 110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52'이하의 숫자)
of 52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