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2. 고양이가 쥐를 보고 도망치는 방법.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18:43 Dec 10, 2018
  • 8 views
  • LETTERS

  • By Project_So
협업 참여 동의





 한낮의 도주 사건이 있었던 어제의 이 장소에, 나는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고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그 소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어제 그런 일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는 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 오늘의 그 소녀는 묘하게, 평소보다 주변을 경계하는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직선이네……”
 평소라면 하루라도 다르지 않게 글을 써 내려가는 소녀의 꿋꿋한 모습을 보며, 마냥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의 나 역시 아직도 그 생각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어제 어렴풋이 보였었던 그 소녀의 얼굴이 뇌에 들러붙은 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달랐다.
 뒷모습 보다 조금 더 옆면, 후측면으로 살짝 비춰질 정도라고 하더라도 감히 저 소녀의 아름다움을 평할 수 있었고, 굳이 내 예상이 빗나갈 것이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놀랐던 점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저 소녀는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기운을 품고 있었다.
 보통 저 또래 아이들의 앳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귀엽다」 라는 인상보다 「수려하다」 라는 감상이 나오는 것이 특히 놀라운 점이었다.
 게다가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글을 쓰고 있다는 점까지 겹쳐서, 절대 초등학교 5학년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아이는 전혀 아닌, 어딘가 비범한 아이 일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 까지가 내 개인적인 감상이었다.
 정리하자면 양갓집 규수, 소위 말하는 「야마토 나데시코」 적인 이미지의 아가씨……라고 표현하면, 부족함이 없겠지.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 소녀를 직시하던 도중, 그 소녀는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 기분은 저러했다.
 오늘은 굳이 떨어진 것조차 없는 데다 작은 소리조차 들리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보다 4배 정도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을 테니까!
 그저 닫힌 문에서 세어 나오는 그 소녀의 연필 소리뿐만이 내가 듣고 있던 소리의 전부였을 것이 분명한데.
 모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줄창 나오는 ‘뉴타입‘ 이라는 게 아닌 이상에야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아니, 이상한 망상을 하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소녀는 거기에서 뒤를 돌아보는 일 따윈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서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손끝을 가슴과 목 사이 부분에 살짝 올리고,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듯 살짝은 요염한 자세로 고개를 올려 작은 목소리로 목을 풀기 시작했다.
     “에…으…으흠! 아아아카사타나이우에오키쿠케…”
     “……????”
 듣도 보도 못한, 누군가 저주받아 스러져 갈 것만 같은 주문을 읊어가며 목을 풀고 있는 소녀.
 ………라고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 주문은 그저 일본어의 히라가나들을 엉망으로 재조합 했을 뿐인 것이었다.
     ‘난데없이 목 풀기라…’
 나는 무언가 막연하게, 소녀가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마 “이상한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어요!! 꺄악!!” 하면서 창밖에 소리를 지를 것도 아니었을 테니깐 말이다.
 ……물론 확률이 아예 0%는 아니기에 묘하게 긴장하곤 있었지만.
 어찌 되든 이렇게 안일하게 망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내가 있었고, 갑자기 그 소녀는 뒷문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긴 흑발의 머리카락을 공중에 난반사할 만큼의 빠른 속도로.
 바로, 내가 있던 뒷문을.
     “?!”
 소녀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빠른 속도로 내가 있는 뒷문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우와……이거 진짜냐고?!’
 밀폐된 교실이 소녀가 내고 있는 실내화 소리로 전부 채워지게 느껴졌을 만큼, 그 소녀는 순식간에 뒷문과의 거리를 좁혀, 내가 있던 뒷문을 크고 거칠게 열었다.
 조금의 가려지는 부분 없이, 확실하게 열었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있었어야 할 그 자리엔 내가 없었다.
     “아…….”
 '분명 누군가 있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듯 안타까워하는 소녀.
 나는 순간적으로 반응해, 소녀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뒷문의 왼쪽에 위치한 바로 옆 교실로 빠르게 들어갔다.
 정말로 일생일대의, 간발의 차 였다.
 소녀가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는 소리에 내가 문을 닫는 소리를 맞춰주는 것이 굉장히 극적으로 일어났지만, 어찌 되든 별문제 없이 숨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소녀는 다시 문을 닫고 교실 안으로 다시 들어간 듯싶었지만, 소녀가 다시 ‘확인 차……’라는 것으로 문을 다시 열어 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던 데다, 지금 심장이 엄청난 기세로 요동치고 있었으므로 나는 빈 교실에 쓰러지듯 앉아있기 바빴다.
     “후우……”
 나는 놀란 심장을 다스리기 위해 빈 교실의 마룻바닥이 꺼지도록 바닥에 한숨을 내려놓았다.
 곧이어, 문이 조심스레 열고 닫히는 소리가 벽 뒤로 들려왔다.
 아까보단 소리가 더 작게 들렸으므로, 아마 앞문을 열고 닫는 소리였을 것이라 간단히 추리할 수 있었다.
 역시, ‘바로 나가지 않고 안에서 남아 있는다’ 라는 선택지는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작은 한숨을 다시 내쉰 나는 고개를 들어 벽에 살짝 기대었다.
 하지만 안도의 순간도 잠시.
 순간, 벽 뒤에서 겁에 질린 듯한 그 소녀의 떨리는 듯하는 목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왔다.
     “오지마! 오지 말아줘……제발…그냥…사라져줘…….”
 벽 뒤의 소녀의 반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마치 누군가를 밀어내듯, 날카로운 이빨을 내놓은 맹수와 같이 이름 모를 대상을 향해 있었다.
 벽 뒤에서 울리는 그 소리에 거짓은 없었다.
 순간적으로 무거운 철제 망치가 떨어져 내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친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겁이 질린 듯한 그 목소리를 듣고 어떻게 행동할까 머릿속에 생각을 해보아도 도무지 베스트플랜이 생각나지 않았다.
     “더 이상 가까이 오면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아……나도 이렇게만 있지 않을거야…….”
 순간 얼음장처럼 냉랭해진 그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책상과 의자가 밀려서 생겨난 찢어지듯 큰 소리가 내가 기대던 콘크리트 벽을 관통하듯 들려왔다.
 마치 격렬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뒤로 거칠게 밀려나는 의자,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책상이 내는 불협화음.
     “날 나쁘게 생각하지 마……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이렇게 갑작스레 일을 내버리면……죽을 수밖에 없잖아!! 너도! 나도! 모두 다!”
 내가 있던 빈 교실을 채워 울릴 정도로 큰 고함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나는 “가만히 있으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라고 간신히 생각해 내었다.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간신히 짜여 나온 결론을 보고서는, 누구든 꼴사납게 주저앉아 있기만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굳이 저 소녀에게 사심이 있는…것은 절대 아니지만……아니, 없다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소녀가 위험하다 인지한 순간 몸에 힘이 들어왔다.
 넘어져 있던 마룻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닫아놓은 문을 거칠게 열었다.
 연이어 바로 옆 반의 뒷문, 그 소녀가 있는 그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로 거칠게 손을 뻗은 그 순간이었다.

     ─파라락
 
 허공으로 A4용지 여러 장이 퍼져나간다.
 그것은, 소녀가 들고 있던 A4용지의 뭉치가 힘을 얻어 허공으로 떨어져 나간 것이리라.
 그리고 일부의 종이 뭉치는 소녀의 품에 끌어 안겨지고 있던 힘을 잃고 바닥으로 힘없이 낙하해갔다.
 왜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한 채로 화려하게, 또는 추하게 지면으로 흐트러져가게 두었을까,
 필시 무엇을 보고 심히 놀란 듯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소녀가 놀라움과 공포와 당황에 사로잡혀있는 그 원인하니, 본관 4층을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질렀던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잠시 동안의 은신처에서 빠르게 튀어 올라가 문고리를 거칠게 휘어잡은 채로 굳어버린 나는 길고도 짧은 추리를 간신히 끝마쳤다.
 그렇다.  
 비로소 뒷문에 부속된 투명한 유리로 보이는 나와 소녀의 눈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빠져 들어가……해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신비한 붉은색 눈동자가 수축하여, 불안하게 떨리고 있는 그 사랑스러운 소녀의 눈동자를.
     “에……아으…우…으으…에……”
     “……??!?!?”
 그 소녀가 보이는 반응을 보고서는 나는 빠르게 주변 상황을 둘러보았다.
 분명 소녀는 상당히 긴박한 목소리로 반에서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건만, 정작 그 반에서는 그녀 혼자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 그 소녀 이외 아무도 없었다.  
 덧붙여 그 소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저 종이 뭉치를 들고 있었을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 몇 장을 눈으로 흘겨보았을 때, 나는 그것이 비로소 무언가의 대본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바닥엔, 그녀가 직접 고운 손글씨로 써 둔 글씨에, 대본으로써의 기능을 수행하는 몇몇 지문과 대사가 적혀있는 것을 본 내 개인적인 추리였다.
     “아……아으……”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그 소녀를 보면 울상이 다 되어 구슬과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직전의 상태였다.  
 머릿속엔 '어째서?' 라고 나 자신이 꼴사납게 외치고 있었지만, 사실 소녀가 놀란 이유 같은 건 굳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가 저 소녀를 눈물짓게 했다는 것이고, 결국 그 원인은 내가 된다는 한심하고도 간단한 결론이었다.
 순간 상황을 인지한 나는 조심스럽게 문에서 손을 떼고 소녀의 시야에서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조심스레 떨어진 뒤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쿵!
 소녀가 있는 반에서 의자와 책상이 넘어지면서 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너 괜찮……”
 본능적으로 뛰던 방향을 틀어 다시 그 소녀가 있던 반으로 몸을 돌려 달려가려는 것을 참고,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아까 전 그 소녀는 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그것만은 정말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건 내가 그 소녀를 도와준다 하더라도 둘 다 뒷맛만 씁쓸하게 될 뿐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난 그 소녀를 서슴없이 도와줄 만큼의 의리가 없다. 내 자신은 ‘이 앞으로 달려가서 그 소녀를 도와주게 된다면 무엇이 변하게 될 것인가’ 를 생각해 봐야 했다.
 굳이 크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소녀를 볼 낮이 없어진다.
 그 소녀가 원하는 대로, 마음속으로 강하게 외치고 있던 대로, 난 여기에 없었어야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정의감 하나만으로 난 그 소녀를 도와줄 방법이 없었고, 실제로 도와줄 수 없었다.
 난 소설이나 영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도, 선택받은 천재도 아니니까.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다시 우측 계단으로 몸을 돌려 뛰어 내려가자.
 그 소녀가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안심할 수 있게끔 멀어지자.
 그렇게 생각하며 그 소녀가 있던 그곳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마음 한구석에 이유 모를 쓰라림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내심 만족스러운 기분마저 있었으므로 이대로 넘어가자 생각하며 하염없이 계속, 계속. 계단을 내려갔다.
 몇 번이고 발목을 뒤로 돌려 제 자리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충만했………
 …………제 자리?
 아.
 아아, 그렇다.
 나는 그 아이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체감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과 마음은 물리적으로 그녀와 멀어짐에도 불구하고,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았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Writer

Project_So

Project_So

물건너 섬나라 칼럼니스트.

물건너 섬나라 LOSE社 미연시 시나리오라이터 

소설가 지망생 "한소운" 입니다.


개인 블로그 : http://blog.naver.com/n_sousi

개인 작품 :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468612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534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205
780 자유 성자의 딸기 #1 (2) Naufrago 2018.12.28. 63
779 자유 애프터글로우 #7 (1) Naufrago 2018.12.26. 25
778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8. 조금만 천천히, 따라가기 힘들어. file Project_So 2018.12.25. 12  
777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7. 벚꽃의 묘, 선율에게 다가가는 법. file Project_So 2018.12.23. 13  
776 자유 애프터글로우 #6 (1) Naufrago 2018.12.20. 32
775 자유 블러디본 AERO 2018.12.17. 22  
774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6. 그리고 그 소리(鮮汩)는 대답한다. file Project_So 2018.12.17. 9  
773 단편 사냥꾼의 밤 네크 2018.12.16. 25  
772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5. 나아가는 자(諭進)는 묻는다. file Project_So 2018.12.15. 11  
771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4. 장막으로의 도약. file Project_So 2018.12.12. 8  
770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3. 그들은 소리를 지를 입이 있다. file Project_So 2018.12.11. 10  
769 자유 애프터글로우 #5 (1) Naufrago 2018.12.11. 32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2. 고양이가 쥐를 보고 도망치는 방법. file Project_So 2018.12.10. 8  
767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1. 봄의 시작에는 항상 벚잎이 떨어진다. file Project_So 2018.12.09. 16  
766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P. Prologue. file Project_So 2018.12.09. 18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54'이하의 숫자)
of 54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