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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5. 나아가는 자(諭進)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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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5 Dec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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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Project_So
협업 참여 동의






 거울을 보면 활처럼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 거울과 힘겨운 눈씨름을 하며, 내 팔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손을 쭉 뻗어 파스를 붙였다. 등에 파스가 달라붙은 축축하고 차가운 그 감각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다.

 벗어 던져놓은 티셔츠를 다시 주섬주섬 주워 입곤, 숙직실의 공기를 누그러뜨리고 있는 그녀의 옆으로 향했다.

 아니, 혼란스레 만들고 있다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 가 이 숙직실이라는 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근원이었다.

 정확히 해보자면 ‘그녀’, 더 정확히 해보자면 ‘소녀’ 가 이불을 꼬옥 덮은 채로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비춰졌다..

 허심탄회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빠져들 것 만 같은 진한 흑발에 정돈되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긴 생머리와 오와 열을 맞춘 듯 단정되게 정리된 앞머리.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조막만하고 뚜렷한 수려한 외모.

 입고 있는 옷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보기 힘든 캐주얼한 원피스……아니, 드레스라고 표현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말끔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기절하여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의 표정에서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자만하지 않는 듯 수수하며 단정하고 깔끔한 흑백 톤의 원피스가, 그녀를 훨씬 그녀답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 될 정도였다.

 하나의 양복이 착용자 그 자체를 이해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괜찮을까.

 감상이 과하다고 말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것이 그림쟁이 한유진으로써의 솔직한 표현방식이었다.

     “……우응…으응”

     “!!!”

 그 소녀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표정과 같이 몸을 조금씩 비틀었다.

 하지만 난 괴로워하는 그 소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아이의 몸에 손을 올려도 괜찮을지조차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나 따위가 손을 대서 미안하단 감정만을 담아, 그 소녀의 어깨를 눌러 진정시켜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되도록 편히 잠들 수 있게 자세를 정돈시켜주고 힘없는 왼손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정리해줄 뿐.

 현세에 의식이 없을, 그럼에도 고통스런 표정만을 보이는 그 아이를 보며 한없이 무능력한 자신에게로의 탄식만을 계속했다.

     “무서워하지 마……괜찮을 거야……무서워하지 말렴…괜찮아…….”

 연약하지만 가쁜 숨을 내쉬는 그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이불에 떨구고선, 계속해서 그 아이에게 괜찮을 거라고만 작게 속삭일 뿐이었다.

 ……과거에 어머니가 해주셨던 대로.

 그 때 어머니도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처럼──자신이 무력하다는 감정을 누군가를 쓰다듬는 피부 끝으로 직접 느끼고 계셨을까.

 나는 상냥하셨던 어머니의 그 몇 가지도 되지 않는 따스한 울림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었다.

 아무런 말도 없는 채, 그저 잠들어 있을 뿐인 이 소녀와 같이.


 ……이런 부끄러움과 쑥스러움, 부담스러움을 전부 내포한 고행이 2분정도 지났을까. 다행히 이 소녀의 증상은 호전되어만 갔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안정을 취한 것 같이 변했다.

 그러고선 내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물론 그런 작은 변화는 상관치 않고, 기진맥진한 나는 이유모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 채……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새근새근 숨소리만을 반복하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자세를 다시 편하게 만들어줄 정도로 나는 여유가 있지 않았다.

     “하아……으어어어…”

 전신에 힘이 풀린 나는 소녀와 하등 떨어지지 않는 마룻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아니 쓰러졌다.

 여태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던, 파스가 붙은 곳부터 내려오는 따끔거리는 통증이 곳곳에서 느껴지며 귀찮게 만든다.

     “젠장, 긁혀서 까진 피부가 파스 때문에 허물었나.”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쓰라림이었지만, 그런 작은 통증이었기 때문일까 훨씬 더 귀찮게만 느껴졌다.

 그런 귀찮은 따가움에 등을 움찔거리며 제 혼자 꿈틀거리는 찰나에 내 무릎이 그 소녀의 발목에 스쳐지나갔다.

     “히극……!?”

     “………?”

 잠든 상태로 몸을 크게 움츠린 소녀.

 나는 ‘설마’라는 가능성에 급하게 그녀가 덮은 이불을 걷어찼다.

 그리고 이불이 걷어져 보인 그 곳에는……긴 양말의 위로 보아도 상당히 부풀어 보여, 비 의료인의 눈에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기만 하는, 그 소녀의 부어있는 발목이 나를 반겨주었다.

     “설마 그때 잡고 나서 떨어졌을 때……”

 확실히 나는 그 소녀를 끌어안고 떨어졌지만, 다시 생각 해 보면 안전했던 것은 상체에 지나지 않았었다.

 정확히는 안전했을 것은 상체에 국한(局限)했어야 했다.

 그대로 바닥으로 낙하했을 때, 그 소녀의 발이 바닥에 크게 부딪혀 튕겨 이렇게 되었으리라. 현재 그 소녀의 발목은 늦은 응급처치로 위험한 곳 까지 도달한 것 같았다.

     “하아…젠장……좀 제발!!”

 하늘을…아니, 천장을 바라보며 대상없는 원망을 쏟았다.

 슬슬 3시 30분을 넘어가는 초등학교의 보건실에 관계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것은 이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의 나로써 기억하고 있는 최소한의 상식이었다.

 나는 사용할 수 없는 보건실의 상황에 다시 원망하며, 컴퓨터 옆 서랍의 구급약품 박스를 뒤집었다. 멸균 거즈와 압박붕대, 쓰다 만 수많은 연고 등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조심스레 그녀의 양말을 걷어 내리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운 감정을 이끌어내게 만드는, 붉게 부어오른 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멸균 거즈의 밀봉을 풀어해쳐 근육통 연고를 발라둔 그녀의 발목에 천천히 감아올렸다.

     “………흐윽.”

 아까 전과 같은─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잠시 동안 몸을 살짝 비트는 소녀, 그리고 나는 포장되어 있던 압박붕대도 풀어해쳐 조심스레 거즈와 함께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설사 거동 중에 풀려버릴까, 흐트러질까, 조심스레 압박해가며 소녀의 뒤꿈치를 붕대로 감아올려 적당한 부분에서 잘랐다. 그리곤 의료용 종이테이프로 다시 한 박자 감아 단단히 고정시켰다.

     “후우……”

 마치 여름과 같이 전신이 땀으로 젖은 나는 콧잔등에 맺힌 땀을 닦곤 작은 한숨을 정리했다.

그리고서는 아직도 아파하는 건 아닐까, 설사 잘못한 것이 아닐까, 소녀의 발목과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발목의 붕대는 튼튼하기 그지없게 고정되었고, 어디에 쓸리고나 긁히지 않는 한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발목은 문제가 없……진 않겠지만 저 정도의 응급 처치라면, 이것으로서는 충분 하겠다 생각하곤 소녀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그런데 소녀의 얼굴은, 머리끝까지 올려 덮은 이불덕분에 보이지 않았다.

 ……어?

 분명 저기까지 이불을 덮어놓았던 적이 없었을 텐데? 

 아까전만 하더라도 분명 이 아이의 얼굴이 보였을 것이 확실할 터………


 …어

 ……어…어

 ………에에에에??

 

 그리고 나는 목격하고 말았다.

 머리 꼭대기까지 가려놓은 이불의 끝자락에, 꿈틀거리고 있는 희고 가녀린 손가락을.

 그리고 그 손가락이 점점 내리고 있는 이불의 끝자락이, 그녀의 얼굴을 조금씩 밝혀가고 있었다.



…어…어…어……어어…

     “…………아,”

     “…………에,”




◇◆◇◆◇◆◇◆◇◆◇





 여긴 어딜까.

 몸에 천천히 힘이 돌아오는 느낌에 눈이 살짝 떠질 것만 같지만, 아직도 의식은 몽롱했다.

 하지만 무언가 따스하고……편안한 기운이 몸에 감돌았다.

 마치 여태 꾸지 못한, 못했던 행복한 꿈을 꾼……

……아냐, 달라.

 이건 행복한 꿈을 꾼 것이 아냐. 지금도 그 꿈 안에 있는 느낌일 테야.

 천천히, 애절하게만 들려오는……하지만 알 수는 없는 목소리에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흘러넘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방금 전까지 내 마음 속을 차지하던 불안과 공포의 점액질이 녹아내려, 사라져 없어지게 하는……소멸시키는 그 무언가.

 그 무언가가 발하는 감정에 매달려, 그 끝을 꼭 붙잡아 눈을 감자, 저절로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발목을 걷는 시원함과 따뜻함이라는 공존할 리 없는 두 가지 감각과 형용할 길 없는 익숙한 실루엣.

 이윽고 붙잡았던 그 무언가가 내 의식을 완전히 끄집어내었을 때, 비로소 몸의 감각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느낀 것은……통각이었다.

     ‘뭔가 뜨겁고……따가워…’

 혼절의 무사에 사로잡혔던 의식이 전부 돌아오자, 그제야 발목이 뜨겁게 달아올랐단 것을 알게 되었다.

 손가락 마디 몇 개 정도밖에 움직일 수 없었던 나는 필사적으로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조금 더───조금만 더.

 움직이려 몸에 조금씩 힘을 넣어갈 때, 아까보터 계속 통증을 호소하던 발목에 차갑고 따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꺄윽!’

 소리 없이, 조금의 힘뿐이 들어가지 않는 몸만을 조금씩 비틀었다.

 발목에 도포된 끈적거리는 무언가는 발목에 따가움과 화끈함을 유발하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시원함을 가져오며 의문의 통증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발목에 무언가 돌돌 둘러지며 고정되는 듯한 감각도 느껴졌다.

 그제야 다친 발목에 응급처치가 되고 있단 걸 깨달은 나는 힘이 어느 정도 돌아온 몸으로 눈을 떠보았다.

 시원한,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는 방.

 몸 전체를 덮고 있는 따스한 이불.

 잘 정돈되어 있는 주변 환경. 그와 대조되듯, 급하게 어지른 듯 엎어져 있는 구급상자.

 그리고 내 발목에 붕대를 열심히, 진지한 표정으로 감고 있는 체육복 차림의……장발의 남성.

 이 사람은……아…아……아아아───

 드디어───────

 ───그렇게 붕대를 감아올리는 그 남성의 얼굴이 살짝 보였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는 목 부분까지 가려진 이불자락을 머리 꼭대기까지 올려 덮어버리고 말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얼굴이 뜨거워졌다는 것을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버리고 말았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만난 건데.

 그 사람이 자연스레 내 곁에 있다는 이상한 안도감과 이불 겉으로 하여금 느껴지는 묘한 따스함. 그것이 마치 봄날의 따스한 바람과 같이 느껴지는 이 감정 때문에……고장나버린 심장은 멈출 겨를이 없었다.

 나는 머리끝까지 올려 썼던 이불을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

 …………

 ………

 ……

 …

 …

 …

 …

     “…………앗,”

     “…………엑,”




◇◆◇◆◇◆◇◆◇◆◇




     “………”

     “………”

 서로를 못 본 체를 하고 대화가 끊긴지 5분이 지나가는 이 시간.

 가부좌를 틀고 내 앞에 앉은, 아직 침상에 앉아 이불을 덮은 소녀. 발목을 다쳐 정자세로 앉을 수 없는 소녀는 어울리지 않게 자세를 흐트린 체 나와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아, 아니었다. 실은 저 시선을 피하고 있는 쪽은 내 쪽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저 소녀가……나와 시선이 마주쳤던 그 도주사건의 <주인공> 이었기 때문이다.

 형편 좋게도 이곳에 떨어진 것이 그 때의 그 아이? 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빠져들 것만 같은 흑발과 투명한 듯 붉은 눈동자, 앳되어 보이면서도 성숙해 보이는, 마치 모순되듯 느껴지는 얼굴과 가벼워 보이기만 하는 체구.

 2차 도주사건 당시 본 소녀의 모습과 닮고 또 닮아서, 그 소녀가 아닐 것이란 생각 자체가 암초에 꿰뚫린 난파선 마냥 천천히 침몰해갔다.

 하지만 역으로 그 아이란 것을 알아버리자……아니, 알아버리고 말자 이 상황이 상당히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그 아이에겐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알고 싶은 것도 산더미처럼 있었다. 물론 저 아이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는 알 수 없겠지만.

     “……”

 나는 흘끗,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날 곧게 쳐다보던 시선과 눈이 맞았다.

 날 쳐다보는 이들은 왜 이리도 곧은 시선을 보내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유라도 그러했고……

 여하튼 그 눈빛엔 수줍음이 깃들어있었다. 고개를 살짝 아래로 내린 채 눈을 위로 뜨고 말이다. 눈매는 부드럽기 그지없어 위협으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경계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하여금 느껴졌다.

 아니, ‘경계되고 있다’ 라기 보단 그 소녀가 먼저 자신에 대해 조심하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소녀의 배려가 훨씬 더 어렵게만 다가왔다. 저 소녀가 눈치를 볼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우연히 시선이 맞아버린 걸까, 소녀는 이불을 얼굴 까지 올려 시선을 감췄다. 그리곤 이불에 폭 하고 다시 눕더니, 이불 끝을 살짝 내려 보이는 그 눈으로 날 다시금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얼굴이 뚫릴 것 같은 강한 시선을 이기지 못한 나는……

     “발목은 좀 괜찮은 것 같아?”

 라고 자연스레 말을 꺼냈지만, 소녀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입도 움직이지 않았을 테니, 말소리도 들릴 리 없었다.

     “저기……”

     “………”

 그나마 자연스레,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보자고 내 나름대로 생각한 결과였지만 역시나 생각만큼의 반응은 기대할 수 없었다.

 완재 모르게 이렇게 되리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작은 목소리……비명조차 듣지 못한 체 이런 적막한 상황이 계속 될 것이라곤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상정하지도 못한 최악의 상황 중 하나였다.

 엉거주춤 가부좌로 앉던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쉬던 그 때, 이불 속에서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예………?”

     “죄송해요……저 때문에.”

 이불 속에서 들려온 소리는 상정 외의 목소리에, 상정 외의 말이었다.

 저 소녀가 나에게 사과하는 것은 왜일까. 왜 난 알아들을 수 없었는가.

 그녀가 고작 5학년이기에? 아니면 속이 너무나도 깊은 아이이기에?

 고개를 절로 가로저을 만 한 해답만이 떠오르는 체, 나는 솔직하게 이해를 구해보기로 했다.

     “뭐 때문에 죄송하다 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천연덕스레 말했다.

 그 아이는 아직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지만 빛나는 듯 투명한 붉은색 홍채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아이를 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도주사건 당시의 기억 탓에 떳떳이 바라볼 수 없었던 저 아이의 얼굴. 멀어지며 느껴졌던……형용할 수 없었던 오묘한 감각.

 차마 섞이지 못해 한 가지로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껏 소용돌이쳐, 그것이 풀어해쳐지지 않아 만들어지는 답답함으로 하여금 내 몸을 속박하는 것 같았다.

     “그럼……나도 미안해. 미리 사과 해둘게.”

     “엣……?”

 나의 그 말에, 이불 속의 그 아이가 움찔거린 듯 이불이 들썩였다.

 그렇게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왼손으로 그녀가 덮고 있던 이불을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내려가는 이불에 가려져있던 그녀의 코와 입. 그 아이의 수려한 이목구비가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볼수록 낮 뜨거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와 나의 시선은 겹쳐 떨어질 줄을 몰랐다.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망설이는 기색조차 없이 자신을 드러내갔다.

 계속 내린 이불에 드러난 그 아이의 붉게 달아오른 흰 손을 잡아 올리며 말한다.

 연기 따위가 아닌, 내 감정의 수면 위에 떠오른 자연스러운 미소를 띤 채로……의지가 될 만한 어른과 같은 모습으로……어른스럽게……

     “혼자서 일어설 수 있겠어?”

 최대한 도란도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영업용으로써, 편의점에서조차 보여주지 않는 미소로.

 그 아이는 그제야 얼굴이 푹 붉어지더니, 다시 이불에 고개를 푹 묻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네. 혼자서 할 수 있어요.”

     “좋아.”

 그녀는 여전히 내 손을 꼭 잡은 체 남은 한쪽 팔로 혼자서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한 듯 보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인 듯싶었다.

     “흐아읏…!”

 아무래도 아직 몸에 힘이 부족한 모양이었는지, 내 손을 잡은 그대로 이불로 추락했다.

 다시금 그 침상과 배게에 머리를 묻은 그 아이는

     “후으으……으와우으으으으으……”

 라는 앓는 소리만을 내며 귀가 빨개지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빨개진 얼굴을 드는가 싶더니 가녀린 두 손으로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아무래도 나로썬 이해 못 할 소녀틱한 감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바라보는 이의 입장으론 그 반응은 정말 귀여울 따름이었지만……파도처럼 밀려오는 안타까움 또한 동반했다.

 마치 아무것도 짚을 것이 없는 평지에서 엎어진 거북이처럼 바둥거리는 그녀. 문득 손을 뻗고 싶어졌다. 내 안의 본능을 참을 수 없는 감각과 같이.

     “도와줄게.”

 갑작스레 건넨 말에 당황한 그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를 되돌려주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까 안쓰럽게 톡 떨어진 게 어느 분이셨더라.”

     “앗! 아으으!”

 손을 꼭 잡은 작은 소녀를 놀리며 장난스런 미소를 품었다.

 작은 소녀를 놀리며 즐거움을 얻는 위인은 못되는 내 자신이지만, 지금은 저 아이가 내 도움을 솔직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살짝 골려보기로 했다.

 살짝 심술이 난 듯한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니, 조금은 그녀와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다시 푹 숙인 고개를 빼꼼 들어 붉은 눈동자로 시선을 보내더니, 이내 내 옷깃을 천천히 잡으며 확답을 들려주었다.

     “부탁…드려요.”

     “그래, 그래.”

 나는 옅은 미소를 띠우며 그녀와 꼭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일어나며,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며 그녀의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끝없이 검은 흑발이 찰랑거리며, 전등에 흰 피부가 빛나듯 반사되며, 서로 맞잡은 희고 작은 손에 희미한 힘이 느껴지며, 내 심상 풍경을 꿰뚫어보는 듯한 맑고 깨끗한 붉은 눈동자가 나를 끝없이 바라보며, 그녀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나는 여태 쭉 기다린 듯 강하고 또 강인하게, 놓치지 않으려는 듯 끌어올렸다. 평생 볼 수 없었던 내 자신의 미소를 띤 채로.

 짧은 시간의 냉전 끝에 내딛은 내 한 발짝은──던져 보았던 그나마의 첫 돌멩이는 의외로 그 아이의 발끝과 가깝게 떨어진 듯싶었다.

 나중에야 눈치 챈 사실이지만,

 ……저 때의 내 미소는, 연기 따위가 아니었구나.











Writer

Project_So

Project_So

물건너 섬나라 칼럼니스트.

물건너 섬나라 LOSE社 미연시 시나리오라이터 

소설가 지망생 "한소운" 입니다.


개인 블로그 : http://blog.naver.com/n_sousi

개인 작품 :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46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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