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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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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Jan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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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이억수
협업 참여 동의

최후의 승부사

                                                                 


 0


 미친 발가락사의 명작. 오랜 세월동안 인기를 끌어왔던 VRMMORPG 그림자의 총 죽음의 땅이 서비스 종료를 게시했다. 지난 유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게임 상의 가상화폐였던 G를 매일 200000G씩 배급하고 금지되어왔던 던전 내 스크린 샷 기능을 허용했다.


 감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부류의 인간들은 추억을 기리러 헌화하듯 역대 레이팅과 킬에 관한 기록이 적힌 비문에 가상 코인을 뿌렸고. 실질주의자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이 교환 불가능한 200000G로 어리숙한 이들의 뒤통수를 쳤다. 그리고 게임을 좋아했던 어떤 이들은 서비스가 끝나기 전까지 게임을 즐겨야겠다며 밤을 불태웠다.

 

 게임 내의 가상 창촌에서는 어린 날을 달래준 사이버 애인을 보러온 사람들로 서버가 잠시 혼잡을 일으켰을 정도다.


 애증과 약간의 아쉬움이 뒤섞여있어 음울했지만 전체적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어떤 남자가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돌리고 있었다.


 1.


 돈이라는 것은 가치를 잃으면 그저 정보쪼가리인 사회적 약속의 산물이다.

 

 그리고 게임사에서는 당일 12시까지 쓰지 않으면 증발되는 200000G를 매일 유저들에게 배급했다. 물론 NPC 상점이나 게임사가 만든 창촌에서는 통용되지만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미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자의 행위는 오롯이 무. 무의미 그 자체였다.


 이미 망해버린 게임의 가상 화폐 따위는 현물로 환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기에 설사 잭팟이 걸리더라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어두컴컴한 카지노 안에서 홀로 슬롯머신을 돌리고 있는 남자는. 꽤나 처량하면서도 어딘가 비장해보였다.


 저 멀리서 안대를 한 긴 생머리 여자캐릭터가 또각또각 걸어오더니. 슬롯머신을 돌리고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차라리 창촌을 가는 게 낫지 않아요? 가상이라지만 그래도 혼자서 흔드는 것보다야 낫잖아요. 아니면 혹시 게이?”


 남자는 여자를 흘끗 쳐다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다.


 “창촌을 가본 적 없나보군 아가씨. 창촌엔 별에 별 변태들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괴물들이 많다고.”


 손에 구멍이 달린 창녀 봤어? 라고 남자가 농담을 하자. 여자가 봤어요. 라고 허세를 부렸다.


 “흐음, 아니면 다른 것도 있잖아요. 던전 관광이나. 영원한 전장이나...”


 남자가 말을 끊듯이 거칠게 슬롯머신을 돌리며 여자의 별명을 불렀다.


 “전장의 무희씨. 고등학생은 잘 시간 아니야?”


 여자의 얼굴이 새빨게지며 되받아쳤다.


 “자퇴생이라 괜찮아요 창관의 도살자씨.”


 남자가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히키코모리 여고생.”


 여자도 응수하듯 으르렁거렸다.


 “게임폐인 대머리.”


 의외의 팩트에 남자는 마음이 죽어버렸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한참 쏘아보았다. 그러다 남자가 먼저 한발 물러서듯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아가씨.”


 “대머리 아저씨.”


 나이를 생각하면 억울할 건 없었지만...


 “대머리는 빼 대머리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2.


 여자는 의자까지 가져와서 대놓고 게임을 관전했다. 명백한 비매너행위였지만 어차피 곧 멸망할 세계에선 매너도 비매너도 그다지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다. NPC 상점에서 이루어지는 공공연한 약탈과 방화 그리고 강간 행위는 이 게임이 전체이용가라는 것을 빼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와중에 허락을 받지 않은 관전은 딱히 죄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것이다.


 여자는 과거 남자가 적대하던 클랜의 단장이었던 게임폐인이었고 남자 또한 접속 시간이 하루 평균 스무시간이 되는 채팅방 지박령이었다. 하지만 오며가며 한 번도 말을 해본 적은 없었다. 사실 게임내라도 대머리 아저씨가 여고생에게 말을 거는 행위란 그 역만큼이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기 쉬웠다.


 남자는 슬롯머신을 돌리며 여자를 보다가 할 말이 없다는 듯 슬롯머신에 집중했다. 그러다 넌지시 조언했다.


 “아가씨도 빨리 나가서 친구들이랑 스크린샷이나 찍지 그래?”


 “이딴 피비린내랑 정액냄새나는 게임을 정액제로 하는 여고생이 또 어디 있겠어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렇긴 하네. 그럼 투기장이라도 돌지 그래? 앞으로 5일 뒤면 닫힐 텐데.”


 “그냥, 질리기도 하고... 아저씨도 질려서 그러고 있는 거 아니에요?”


 여자가 말을 돌리듯 되물었다. 서로 던전돌파를 목표 달리며 경쟁하던 사이였음에도 말세라 그런지 말이 쉽게 나왔다.


 “그래서 왜 돌리는 거에요? 의미가 없잖아요, 바는 못가서 카지노는 많이 와봤지만 아저씨는 여태껏 본적이 없는데.”


 남자가 슬롯머신에 눈을 고정시킨채 한참을 말없이 머신을 돌렸다. 아무래도 여자를 무시할 심산인가 보다. 그 동안 여자는 게임을 구경하며 땅콩을 세개나 까먹었고 남자는 머신을 열번을 더 돌렸다.


 결국 여자가 땅콩을 하나 까서 머신 위에 올려주자. 남자가 졌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냥 저기시 뭐냐. 꿈이었어. 어차피 슬롯머신은 확률적으로 될 때까지 돌리면 잭팟이 터지잖아? 거기에 200000G면 8시간 동안은 계속 돌릴 수 있으니까...”


  남자가 멋쩍은 듯 덧붙였다. 그냥 돈 들어왔으니 해보는거지 뭐.


 설마 꿈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몰랐는지 여자의 위로 놀람 이모티콘이 떴다가 사라졌다. 놀람이 아니라 경악! 인가?


 차라리 웃는 것이 덜 무례했으리라.

 

 “...그렇게 안어울려?”

 

 남자기 입술을 삐죽였다.


 "솔직히 아저씨 나이대에서 그 소리는 너무 애같잖아요."


 "아가씨 나이대에선 어울리고?"


 "아뇨 꿈 같은건 유치원 나오면서 같이 졸업해야죠."


 할 말이 없는지 남자는 다시 슬롯머신에 집중하는척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 많던 돈을 다 써버리고 다시 12시까지 G배급을 기다려야했다.


 문득 담배가 그리워진 남자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갑자기 어마어마한 양의 칩이 슬롯머신에 들어갔다.


 남자가 동그란 눈으로 여자를 휙 돌아보자 여자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돈 빌려줄게요. 대신 터지면 내가 투자한 돈의 열배로 주기.”

 

 남자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남자는 다시 의자에 앉으며 씩 웃었다.


 “좋아.”



 3.


 그렇게 남은 4일간 매일매일 남자는 400000G+a 분량의 슬롯머신을 돌렸다.


 그런 남자를 보며 어떤 사람은 응원을 하고 갔고 어떤 사람은 신랄하게 비웃고 갔으며 어떤 사람은 별표를 그리고 한번 합장을 한 뒤 돌리면 잘 터진다는. 꽤나 구체적이고 근거있는 미신을 알려주고 갔다. 나도 해볼까. 하면서 남자를 따라 몇번 돌려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해졌는지 결국 사람들은 떠나갔고 결국 카지노엔 남자와 여자만이 남게되었다.


 4


 종료 3분 전.


 그날의 400000G를 다 써버렸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서비스 종료다. 다른 사람들은 GM이 틀어주는 세계의 멸망과 새로운 게임으로의 이주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플레이어들을 유혹했고 여전히 카지노엔 여자와 남자만이 남아 있었다. 남자가 멋쩍게 웃으며 역시 안되는건 안되는구나. 하고 여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남자는 이미 체념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이였다.


 그러자 여자가 손짓하며 말했다.


 “아직 한 번 남아있어요.”


 남자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가씨. 이젠 내 G도 아가씨 G도 다 써버렸는걸?”


 “광고 보면 한 번은 공짜로 돌리게 해주잖아요.”


 “글세. 너무 낙관적인 생각 아닌가. 여태껏 얼마나 많은 G를 쏟아 부었는데도 안나온걸 한 번 더 돌린다고...”


 동화도 아니잖아. 하고 남자가 찬물을 맞은 물건처럼 시무룩해하자.


 여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안돌릴거에요?”


 남자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여기서 더 돌려봐야 의미도 없지만 안돌리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광고는 1분이다. 광고를 보고 나서도 머신을 돌릴 시간은 충분하다.


 같이 봐요. 하고 여자는 남자 쪽으로 의자를 좀 더 끌어당겼다. 어깨가 닿는다고 지적하고 싶었지만 광고가 시작되었다.


 5.


 미친 발가락사의 다음 게임으로의 이주를 권하는 광고였다. 깨끗한 화질. 더 실제같은 감촉과 유명 성우를 기용해 더더욱 매력적인 창녀의 목소리. 더 커진 스케일과 스토리. 고해상도. 10만명 동시 접속. 모두가 행복하며 모두가 승리자인. 가상 창녀가 헛깨비같은 말들을 지껄이고 있었다. 지금 이주하면 최고등급의 총과 장비 그리고 고급 술을 지급한다고도 나와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별로 이주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어서 먼저 이주한 플레이어들의 추천 인터뷰가 이어졌다.


 뭐랄까. 전체적으로 2차 대전 때의 유태인 수용소 광고 같았다. 좀 더 줄이자면...


 “왜인지 야하네요.”


 그랬다.


 광고가 다 끝나간다. 카우보이 처럼 보이는 남자가 석양을 등지고 서있는 장면을 보여주며 진정한 게임... 어쩌구 하는 카피라이트가  떠올랐다.


 10여초 정도 남은 시점에서 문득 궁금해진 남자가 물었다.


 “아가씨는 저기로 이주할거야?”


 “글쎄요. 왜 나 가면 따라오게요?"


 "내가 미쳤다고."


 "올거면 이번엔 같이 클랜 만들어요. 아저씨 맵핑능력이랑 내 에임이면 완전 쩔 것 같지 않아요?"


 "......늙은이도 아니고 쩐다는 무슨."

 

 "그래서 올거에요 안올거에요?”


 “...잭팟이 터지면,”


 “웃기는 아저씨야 정말.”  


 광고가 끝났다.


 여태껏 수도없이 했던 행위인데도 마지막이라는 것을 실감했는지 남자는 눈에 띄게 긴장했다.


 “이게 뭐라고 떨리냐.”


 “그렇게 떨리면 뭐 제가 같이 돌려줘요?”


 “그래 줄거야?”


 당연히 거절할줄 알았는지 여자가 잠시 멈칫했다가 유쾌하게 말했다.


 “영광이네요. 예전부터 남의 꿈에 숟가락 얹는게 꿈이었거든요!”


 남자가 피식 웃었다, “아가씨는 그럴 자격 있어.”


 남자의 손 위로 여자의 손이 겹쳤다. 그리고 마지막 룰렛을 돌렸다.



*


서비스 종료 10초전. 멸망을 예고하는 카운트 다운이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함성처럼 나오고 NPC들이 해방의 축배를 드는 시간.


 여전히 카지노에 있는 남녀가 있었다.


 결과를 보고 남자와 여자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게임의 오래된 유행어를 내뱉으며 감탄했다.


 ““와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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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역사에 전설로 남을 게임과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던 플레이어들을 위하여...


이번 글도 많이 짧습니다. 

유쾌한 글들의 시놉시스만 쓰고 아르바이트와 공부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학창 시절에 정말로 좋아하던 게임인 쉐도우건 데드존을 했는데.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던 시절에 돌아가 총을 갈기는 것만 같고... 

몸도 좀 더 가벼운 것 같고...  아무튼 굉장히 즐겁게 게임을 하고있었는데 3월 31일에 서비스 종료를 한다고 하여

이렇게 헌정 단편소설을 써봤습니다. 사실상 엽편에 가깝네요.


아무튼... 가까운 시일 내에 괜찮은 소설 하나 써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 소설로는 부디 밥을 벌어먹을 수 있기를 바라며...

경소설회랑 분들도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comment (1)

까치우
까치우 19.01.25. 20:56
의외의 팩트에 남자는 마음이 죽어버렸다 ㅋㅋㅋ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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