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용의 알 이야기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01:56 Feb 04, 2019
  • 58 views
  • LETTERS

  • By 네크
협업 참여 동의

옛날 옛적에, 열두 가문 못지 않게 번성하던 가문이 있었단다. 퀼먼이라고 불리던 그 가문은 금은보화를 자랑하며 영지민들에게 번영과 발전을 약속했고, 많은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퀼먼 가문의 맹주를 굳게 따랐었지. 

늙은 맹주는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 만족하고 자신이 죽은 뒤에 가주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가지 걱정이 있었단다. 다른 가문과의 분쟁에서 많은 아들 딸을 잃은 그에게 남은 자식이라곤 한 해도 채 살지 않은 어린 늦딸밖에 없었던것이지. 맹주는 늦딸을 애지중지하며 그 무엇을 바쳐서라도 지키리라 굳게 다짐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늦딸은 큰 병에 걸렸단다. 이마는 끓어오르고 눈과 목은 부어올랐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피가 섞인 변을흘리는 아이를 지키려 밤낮을 노력했지만 병세는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맹주는 외쳤어. 

“오랜 세월 저희를 굽어보신 저희 가문과 열두 가문의 가주시여. 이렇게 비옵니다. 무엇이든 바칠테니 제 딸아이의 목숨만은살려주십시오. 그 아이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지 못했고 그 무엇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한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여 도움을 주십시오.”

바로 그때, 맹주의 문을 초병이 두드렸단다. 그는 말했지.

“맹주시여, 큰일났습니다! 숲속의 버려진 성채에 용이 나타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맹주는 눈물을 흘렸단다. 초병의 보고에 맹주의 아버지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기 때문이지 용의 육신을 취하면 만병이 낫고 죽음에서 돌아올 수 있다는 옛 이야기 말야. 맹주는 즉시 초병에게 명했단다.

“가서 모든 이들에게 알려라. 용을 잡아오는 자에게 만금을 내리고 퀼먼의 이름을 하사하겠노라!”

이 이야기는 늑대보다도 빨리 숲속에 퍼져 내노라하는 전사와 사냥꾼이 쥰-미르스 전역에서 모여들었단다. 자신의 검과 마법을 믿고 햇볕도 들지 않는 깊은 숲의 폐허로 들어가 금은보화의 천재일우를 탐했던거지!

하지만, 용의 소문은 사실이었단다. 숲 속으로 들어간 자는 누구하나 살아나오지 못했고, 뒤늦게 모여든 자들은 공포에 빠져 다른 영지로 줄행랑쳤단다.

비판에 빠진 맹주는 군인을 소집하려 했지만 두려움에 빠진 영지민들은 누구하나 맹주의 말을 따르지 않았지. 분노한 맹주는퀼먼의 이름으로 영지민을 탄압했고, 그 이름은 땅에 떨어지고 한때 풍요를 누리던 사람들은 곳곳으로 흩어지고 말았어.

대륙 너머에서 배를 타고 준 미르스에 정착했던 사냥꾼도 그 탄압을 피해 흩어진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단다. 피부가 검지도 않고 뿔도 하나 없었던 그는 맹주의 호의로 정착했었는데, 그런 사냥꾼도 맹주의 분노에선 예외가 아니었지. 살던 집에서 쫓겨난그는 별 수 없이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목숨을 부지했단다.

어두운 나무 사이를 지나가 하루 묵을 동굴을 찾던 사냥꾼은, 무심코 폐허가 된 성채에 도달했단다. 벽 여기저기가 무너진 폐허에 멀쩡한 건물은 하나 없었고, 그 구석 구석에 꽃힌 장대 끝에는 용에게 도전했던 자들의 목이 걸려있었단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냥꾼은 생각했단다.

‘만약 내가 용의 육신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이 말도 안되는 폭정은 끝이 날 것이고 평화로웠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거야.’

사냥꾼은 그의 팔과 다름없는 활을 손에 쥐고 화살을 메어 성채로 숨을 죽이고 들어갔지. 썩어가는 살점의 악취가 사방에서 진동했지만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냥꾼은 신경쓰지 않고 주위를 경계했지. 한걸음 한걸음, 산 지옥같은 폐허 안으로 나아가던 그는, 곧 잠에 빠진 용을 마주치고 말았어.

‘아, 이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사냥꾼은 직감했어. 집채만큼 커다란 덩치에 용암같은 콧김을 내뿜는 용을 화살 한대로잡는건 절대 불가능하니 말야. 

하지만 사냥꾼은 포기하지 않았어. 포기하기에 사냥꾼은 너무 깊이 들어왔고, 너무 가깝게 다가갔고, 너무 많이 보았으니까. 만약 지금 사냥꾼이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사냥꾼은 직감했어.

숨을 죽이고, 사냥꾼은 잠자는 용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어. 숨죽인 쥐도 알아채지 못하고, 보리에 앉은 참새도 눈치채지못할 정도로. 한뼘도 안되는 거리까지 다가갔을때, 사냥꾼은 용이 품고있는 물건을 발견했단다. 바로 용의 알 말야.

사냥꾼은 기다렸어. 기다리고 기다렸지. 여느 동물을 잡던간에 인내심은 중요했지만, 폐허의 그 순간만큼 사냥꾼이 인내심을발휘한 적도 없었어. 중천에 빛나던 태양이 땅으로 떨어졌을때, 마침내 용이 그 몸을 틀었어. 그 틈을 사냥꾼은 결코 놓치지 않았고 용의 알을 냉큼 집어들고 입고있던 망토로 싸안아 폐허 밖으로 내달렸단다.

비통에 찬 용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사냥꾼은 쉬지않고 달렸어. 숨이 가빠져오고 머리에 피가 쏠려왔지만 결코 멈출수는 없었어. 나무뿌리를 뛰어넘고 달빛에 의지한채 사냥꾼은 뛰고 또 내달렸어.

새벽지빠귀의 울음소리가 숲에 울려퍼질때, 사냥꾼은 맹주의 대저택에 도달했단다. 그는 초병에게 말했어.

“용의 알을 가져왔소! 지금 문을 열어 영주의 막내딸을 구하시오!”

하지만 초병은 냉랭하게 답했지.

“이미 늦었소.”

사냥꾼은 물었어.

“딸이 죽은 것이오? 저편으로 맹주의 마지막 아이가 건너간 것이오?”

초병은 고개를 저었어.

“아뇨. 딸아이는 목숨을 건졌지. 병마는 가셨고 용은 필요하지 않다오. 더욱이 그 알이 진짜일리도 없고 말이오. 인간을 믿다니, 내가 그렇게 멍청하게 보이오?”

그리고 그렇게 십년하고도 몇해의 시간이 지났어. 해가 갈수록 딸아이는 장성해졌지만 맹주는 쇠약해졌지. 하지만 그럼에도퀼먼의 맹주는 슬퍼하지 않았단다.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고 저편에서 가주가 되었을떄, 총명한 자신의 딸이 산자의 세상에서가문을 책임지리라 굳게 믿었으니 말야.

허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어. 딸아이의 열여덟째 생일에, 용이 다시 나타났단다. 두꺼운 갑옷을 입은 초병과 숲지기를 반으로 찢어버리고 나타난 용은 분노에 가득찬 숨결을 내뱉으며 외쳤어.

“내 딸은 내가 다시 데려가마!”

퀼먼의 맹주가 옆 영지에서 거래를 하고 돌아왔을때엔 이미 모든게 끝나있었어. 모두 죽진 않았지만 사지가 멀쩡한 이는 하나 없었고, 하나밖에 없는 맹주의 딸은 용이 낚아채가 버린거지. 맹주는 오열하며 분노를 표했지만 이를 받아줄 가신은 먼 과거에 흩어져 사라진지 오래였어.

늙은 맹주는 사냥꾼이 살고있는 숲 속의 오두막으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어. 썩어가는 대문을 힘차게 두들기자, 경첩째로 뜯겨진 나무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지. 맹주는 외쳤어.

“용의 알을 훔친 도둑놈아, 목숨이 아깝다면 당장 이리 튀어나와 그 죄를 고백하거라!”

하지만 사냥꾼은 나오지 않았어. 대신, 사냥꾼의 자식이 나왔지. 그녀는 말했어.

“제 아비를 찾는 것이라면 늦었습니다. 당신의 부하가 내쫓은 아버지는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마을에서 홀로 살아가다, 저만남기고 숨을 거두셨죠.”

맹주는 노성을 머금고 협박했어.

“하지만 여기서 살아가고 있는데엔 이유가 있는거겠지? 당장 고하거라. 용의 알은 어디 있는가? 네 아비가 숨기고 간 마지막유산을 고하거라!”

사냥꾼의 자식은 그 말을 듣고 폭소했어.

“멍청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용의 알은 커녕 발톱도 여기엔 없습니다. 그런게 있다면,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에서 살아가야 할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애초에, 저는 여기서 나고 자라 다른 곳은 모르니,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도 아니지요.”

맹주는 그녀의 목을 베려다, 왈칵 눈물을 터트렸어. 한때 이 숲을 호령하며 만인이 따르던 이였던 그가, 가장 허름한 이의 도움조차 얻지 못했으니 말야.

방금까지 당당하던 맹주가 웅크려 울음을 터트리며 자초지종을 한탄하자 사냥꾼의 자식은 당황했어. 허례허식이 넘치던 맹주의 모습은 이제 사냥꾼의 자식에게 도움을 청하는 마을의 몇 안되는 주민과 다를게 없었기 때문이야. 이를 잠자코 지켜보던 사냥꾼의 자식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어.

“용에게 가도록 하죠. 진실을 말한다면, 적어도 당신의 딸은 목숨을 구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제가 같이 가드리겠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활과 화살을 집어들고, 사냥꾼의 자식은 늙은 맹주와 함께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어. 딸이 앓은 뒤로 한번도 숲속으로 들어온적 없는 맹주는 낯선 숲 속에서 두려움을 느꼈기에, 사냥꾼의 자식 뒤를 졸졸 따라갔지.

성큼성큼 옛 성채로 다가간 사냥꾼의 자식과 늙은 맹주는 이내 놀라운 광경을 보았어. 색색의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낡은 돌벽사이사이엔 푸른 이끼와 작은 관목이 녹음을 이루고 있었지. 오랜 세월이 파먹은 성채는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정원이 되어있었어.

성의 탑 위로 올라간 사냥꾼의 자식은 외쳤어.

“용이여! 나오시오! 당신이 데려간 아이를 되찾으러 왔소!”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폭풍이 몰아쳤어. 바람을 이기지못한 꽃잎이 사방에 휘몰아치는 광경을 보고있자, 어느새, 거대한 용이마당 정중앙에 서서 사냥꾼의 자식을 응시하고 있었지.

“헛소리 하지 마라. 맹주가 용의 목에 만금을 걸었음을 모르는 이가 있는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던 현상금 사냥꾼들이 내알을 사라진 뒤로 아무도 찾아온 적이 없음은? 뭇 사람이 생각하는 것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추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이제 내 땅에서 꺼져라. 난 나의 유일한 자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한다.”

사냥꾼의 자식은 말했어.

“하지만 그건 맹주의 자식입니다. 누가 보아도 그렇지 않습니까. 어두운 마족의 피부가 그걸 증명합니다.”

용은 고개를 젓고 답했어.

“용의 아이는 태어나고 성년이 될때까지 어미의 날개 아래에서 자라지. 그럴 기회가 없었던 나의 딸은 햇볕에 검게 타고 만거야. 내가 딸을 되찾아야할 하나의 이유인게지.”

사냥꾼의 자식은 물었어.

“그렇자면 그녀의 뿔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족이 아니고서는 그런 뿔을 가질수는 없습니다.”

용은 고개를 젓고 답했어.

“이건 단지 혹일 뿐이야. 약하디 약한 나의 아이를 험하게 다뤘다는 당연한 증거인게지. 아이의 안위를 위해서도 나는 나의 딸을 되찾아야 하는게야.”

사냥꾼의 자식은 물었어.

“그럼 딸의 말을 들어봅시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누굴 따라가야 할지 선택하는건 그녀의 의지가 아닐까요?”

용은 고개를 젓고 답했어.

“내 아이는 일평생 야만인의 손에서 자랐지. 쉬이 무너질 성 아래가 자신의 땅이라 믿고 뭇사람을 자기 뜻대로 다룰수 있다 배워온 아이가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어. 뒤늦게라도 아이가 진실을 배우기 위해선 내 딸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야 해.”

용의 궤변을 듣고있던 맹주는, 분노에 다시 휩쌓였어. 자신이 욕을 먹는 것은 흘려넘길 수 있었지만, 딸아이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그의 행동을 욕보이는건 참을 수 없었지. 늙은 맹주는 사냥꾼의 자식의 저지를 뿌리치고 앞으로 뛰어나가 외쳤어.

“되도 않는 소리는 적당히 하라, 도마뱀 새끼야! 네가 훔쳐간건 나의 딸이고, 설령 아니라 할지라도 네가 키운 것보다 더 나은아이로다!”

맹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용은 분노에 찬 괴성을 내질렀어. 귀를 찢는 표효가 숲을 뚫고 세상을 울렸지. 사냥꾼의 자식이 귀를 막고 몸을 숙인 순간, 용이 뿜어낸 화염이 맹주를 불태웠단다. 고통에 몸부리치는 맹주는 탑 위에서 비틀거리다, 난간에 부딛쳐 탑 아래의 장원으로 떨어졌어.

“아버지!”

맹주의 딸이 외쳤어. 용의 날개 사이에서 뛰쳐나간 그녀는 푸른 화염에 휩쌓인 영주에게 다가가 불을 끄려 자신의 몸을 던졌지. 자신에게 불이 옮겨붙음에도 딸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아버지를 구하려한거야.

사냥꾼의 자식은, 재빨리 다가가 맹주의 딸을 불타는 시체에서 떼어냈어. 그리고 자신의 망토로 딸을 뒤덮어 불을 꺼냈단다. 하지만 용의 불은 얼마 되지 않은 그 찰나에 옷을 모두 태우고 피부를 녹였단다. 격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울부짖으며, 맹주의 딸은 말했어.

“모든게… 제 잘못이에요… 모든게…”

사냥꾼의 자식은 고개를 저었어. 그리고 말했지.

“아뇨. 모든건 저희의 부모의 죄입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녀를 무릎에 뉘이고, 사냥꾼의 자식은 자신의 손가락을 화살로 베었어. 새빨간 피가 방울져 맺히자, 그핏방울을 소녀의 입가에 흘려넣었지.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어. 눌러붙은 소녀의 손마디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화염의 흔적일랑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지. 신음소리는 이내 가시고, 의식을 잃은 맹주의 딸의 고른 숨소리만이 주위에 울려퍼졌어.

그리고, 사냥꾼의 자식이 말했어.

“어머니. 실망했습니다.”

용이 답했어.

“그럴리가 없어. 네가 내 자식이라니, 그럴리가 없어.”

사냥꾼의 자식은 잠시 침묵하다, 답했지.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당신의 딸이 아닙니다. 당신은 돈에 눈이 먼 바보들을 재미삼아 죽이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남의 자식을 훔쳐왔죠. 정당한 질문에도 눈을 감고 무시하고, 제자식이 아닌 이를 자신의 것으로 취했습니다. 그런당신이, 제 어머니일리 없습니다.”

용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

“내가 잘못했단다 아이야. 내가 무지하고 멍청했기에 그런 실수를 하고 만게야. 이 불쌍한 어미를 용서해 주겠니?”

사냥꾼의 자식은 고개를 저었지.

“저에겐 제 용서할 어미가 없습니다. 만약 제 아버지였다면, 분노에 찬 슬픈 노인의 이야기를 적어도 들어는 보았을테니까요. 그가 아무리 사악하고 남을 핍박했더라도, 비통에 찬 마지막 부탁은 귀기울여 들었을테니까요. 아이로 하여금 태어날 배는 선택할수는 없다지만, 적어도 자신이 닮으려 하는 가르침만큼은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맹주의 딸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맹주를 택한 것처럼, 저는 제 아비를 선택할 것입니다. 당신을 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다시 고합니다, 폐허의 용이여. 아무도 찾지 않는 야만의 존재여. 저에겐 제가 용서할 어미가 없습니다.”  

맹주의 딸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맹주로 즉위했어. 그리고 황폐해진 영지의 옛 영광을 되찾으리라, 저편으로 넘어간 자신의 아버지와 가주에게 맹세했지. 

퀼먼의 맹주가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사냥꾼의 자식을 숲지기로 임명하는 것이었어. 마족이 아닌 이가 숲지기가 되는건 흔치않은 일이었지만, 곤란에 처한 이를 돕던 그녀가 숲지기가 된다는 사실에 반감을 가진 이는 하나도 없었지. 그리고 바로 거기서부터, 퀼먼의 영광이 다시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는 해.

용은 그날 이후로 자취를 감췄어. 쥰-미르스 대륙의 그 누구도 용을 다시 보지 못했지. 오직 폭풍에 섞인 낯선 바람에서만, 그 무섭고 찬란했던 과거를 되새길 수 있을 뿐이고.

 

 

[끝]

 

 

 

 

====

 

“그, 용이라는게, 실존했던거야?”

 

울피나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엥, 그럴리가 없잖아. 용이 세상에 존재했던 적은 내가 알기로 단 한순간도 없을걸?”

 

난희가 휘파람을 불며 웃었다. 어쩔수 없었다. 울피나는 언제나 난희의 이야기를 믿지 않다고 말은 하건만, 용같은 명백한 허구의 존재에 물음을 갖는건 하얀 마녀의 이야기의 허구와 진실을 구분하기 힘들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최근 이야기의 주인공을 직접 만난 것도 영향을 끼친걸테고.

 

“적어도 객관적으로 용이라는 생물은 없었어.”

 

“하지만 네 이야기에선 용이 등장하잖아.”

 

“그 모든게 진실은 아니지.”

 

“그래도 상당수는 진실인걸? 퀼먼은 유명하니까. 한때 몰락했던 가문을 다시 되살린 엘레노어 퀼먼의 이야기도 유명하고.”

 

“그렇지.”

 

“그럼, 용은 도대체 뭔데?”

 

난희는 웃으며 말했다.

 

“글쎄?”



Writer

네크

네크

티-스토리 applejack.tistory.com

트위타 @nec092

게임 리뷰하는 팟캐스트 우물파는 게이머들의 리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520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188
800 자유 성자의 딸기 #8 Naufrago 5일 전 3  
799 자유 성자의 딸기 #7 Naufrago 6일 전 1  
798 자유 성자의 딸기 #6 (1) Naufrago 2019.02.11. 16
797 자유 성자의 딸기 #5 (2) Naufrago 2019.02.08. 17
단편 용의 알 이야기 네크 2019.02.04. 58  
795 자유 성자의 딸기 #4 (1) Naufrago 2019.02.01. 15
794 자유 애프터글로우 #10 (1) Naufrago 2019.01.28. 14
793 자유 성자의 딸기 #3 (1) Naufrago 2019.01.26. 13
792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14. 이건 절대 시원찮은 선율이라 판단할 수 없었거든요. file Project_So 2019.01.25. 9  
791 자유 성자의 딸기 #2 (1) Naufrago 2019.01.23. 16
790 단편 최후의 승부사 (1) 이억수 2019.01.22. 19
789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13. 두 주인공은 돌아보지 않고. file Project_So 2019.01.21. 9  
788 자유 애프터글로우 #9 (1) Naufrago 2019.01.17. 19
787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12. ‘율’의 선율에 벚잎이 속삭이며. file Project_So 2019.01.16. 9  
786 연재 아저씨 뭐하세요!(가제) 1 - 11. 행복한 왕자는 선인(善人)으로 하여금 존재하는가. file Project_So 2019.01.13. 9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54'이하의 숫자)
of 54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