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금지된 연애 : 1화 - 하늘에서 내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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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54 May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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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Umvlang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01.

문득 친구한테 물었다.


'블레이크.'

'무슨 일이지? 제임스.'

'사랑이란 무엇일까?'

'뭐?'

'아니, 그러니까... 이게 바로 '사랑'일까?'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도통 모르겠는데.'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너에게 묻고 있는거야. 블레이크.'

'제임스 네가 모르는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나보다 아는게 더 많잖아.'

'어차피 헌책방에서 얻은 지식일뿐이야.'

'그런데 뜬금없이 웬 사랑?'

'그게 조금 설명하자면 긴데... 들어줄거야?'

'얼마든지.'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


그렇게 나는 나의 친우 블레이크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02.

내 이름은 무슈, 자크 무슈. 친구는 나를 '제임스 플라이', 편하게는 그냥 '제임스'라고도 부르는데 어차피 뜻은 같기에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름이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려지는 하나의 정의이자 개념의 호칭이기에. 그렇다면 나는 대체 누구이며 무엇이기에  하나도 아니고 편하게 부르는 이름까지 합쳐 두개의 이름으로 불리는가?

나는 그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파리』다.


이 이야기를 시작한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그들과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붉은 겹눈으로 세상을 보고, 한쌍의 날개로 검은 이 몸을 이끄는, 그들의 입장에선 그 무엇보다도 혐오스럽고 더러운 존재일지도 모르는...

그것이 바로 나, '쟈크 무슈(Jacques Mouche)'.

편하게 '제임스'라고 불러도 된다.


성대라는 기관이 없는 관계로 그들에게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들'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히는 바이다.


'존재'라는 개념을 이해한 이후,

'이름'이라는 개념 역시 이해했고,

'지식'이라는 개념도 이해했으며,

'생존'이라는 개념까지 이해한데다,

'마음'이라는 개념도 어느정도 이해했다.

그렇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 계기는 홀로 무언가에 홀린듯 날아다니다 우연히 오게 된 '헌책방'이라는 곳에 널려있는 '서적'들 중 펼쳐진 책 한권을 훑어본 것이 시작이였을 것이다. 눈을 시작으로 머리 속에까지 갑작스럽게 채워지는 무언가에 혼란을 느꼈고, 곧 무의식적으로 서적에 적힌 대로 행하게 되는 내 자신을 자각했을 때는 심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곧 이것이 '지식'임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것이 곧 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헌책방의 펼쳐진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어가며 지식을 습득해왔다.(내가 책을 본 장소가 '헌책방'임을 깨달은 것도 그 무렵이였을 것이다.) 때로는 그곳의 주인이라는 '그들' 중 한명에 속하는 이에 의해 죽을뻔하긴 했어도 지식들을 적극 활용해 살아남은 것을 통해 지식의 효율성에 확신을 가졌고, 그렇게 습득을 반복해온 결과, 어느정도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살만해졌음에도 내 몸은 더욱 알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자극시켰고, 그 욕구에 따라 지식을 계속 습득하고 있을 자각했을 무렵에는 어느새 내가 '그들'과 근접해있음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 날 있었던 일 이후로 생긴 감정이 '사랑'임을 깨달았다. 책에서만 보았던 그 개념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달은 것이다.


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은 그 날.

그것은 어느 오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당시 나는 책에서 보던 '저장'이라는 개념을 실험해보고자 먹이의 일부를 일부 떼어다 정해진 장소에 모으는 것을 실행에 옮기던 참이였다.

이 가느다란 손으로 저장할 정도의 양을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내 작은 몸이면 그 정도는 충분하다. 넘쳐날 정도로 남아도는 것들을 찌꺼기라고 부르며 버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쓸떼없이 필요 이상의 것들을 쌓아두며 고요한 낭비를 일삼는 '그들'과는 다르다.


'오늘은 운이 좋군. 어디 아파보이던 녀석에게서 이렇게 많은 먹이를 구할 줄이야. 원래라면 조금 격식있게 과일조각을 가져가려 했지만 이것도 괜찮겠지?'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질척이는 먹이를 들고 갈 길을 날아가고 있었지만 '학교'라는 장소를 지나갈 무렵 그 운은 다한 듯 싶었다.


'이런...!!'


갑자기 불어온 강풍은 내 손에 들린 먹이를 하수구로 떨궈냈고, 당황한 나는 먹이를 잡기 위해 서둘러 하수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응달이여서 그런지 그늘이 져서 먹이가 잘 보이지 않았던 나는 곳곳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찾아보았다.,

그때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서 먹이의 위치와 함께 내 위치도 함께 알게 되었다.


'....어?'


나는 『파리지옥』의 입 안에 있었다.


03.

'잠깐!!'

'왜?'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하던 중 말을 끊은 친구 '블레이크'.

참고로 블레이크는 어째서인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쇠똥구리인 동시에 나처럼 그들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종류에 해당되는 듯 했다.


'파리지옥이라는거... 분명 네가 예전에 말했던 그거 아니야? 그 뭐냐...? '벌레 먹는 풀' 말이야.'

'어. 맞는데.'

'그게 왜 하수구에서 자라?! 그거 이 나라에서는 안 자라니까 안심하라며!! 젠장! 이제는 편하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겠네...'

'안심해. 이런 곳에서는 자라지 않으니까. 그냥 그 파리지옥이 특별했던거야. 하수구는 볕이 잘 안 들기도 하고 습기도 많으니 파리지옥이 자라는 환경이랑 대강 맞아 떨어진 덕분에 운 좋게 살아갈 수 있었겠지. 사실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야. 생명은 때로는 상식 외의 장소에서 살아가고는 하니까.'


가령 그들의 허파에서 자라는 나무라던가.

가령 어미의 젖에서 태어난 개라던가.

가령 성별을 초월하여 남신(男神)의 머리에서부터 태어난 여신이라던가.

아, 세번째는 어디까지나 신화에 불과하다.


'넌 정말 많은걸 아는구나.'

'글쎄. 안다는건 주관적인 개념이기도 하니 내가 그런 말 들을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해.'

'잠깐, 그런데 너는 어떻게 살아있어? 네가 파리지옥에 한번 들어간 벌레는 못 빠져나온다며?'

'네펜데스사라세니아라면 몰라도 파리지옥이 한번 들어가면 못 빠져나가지는 않아. 정확히는 입 속에 달려있는 '감각모'라는 기관이 있는데 그걸 건드리면 감각모로부터 오는 자극 반응해서 입을 다무는 식이거든. 일부 벌레들은 감각모를 건들지 않아서 그냥 빠져나가는 사례도 꽤 된다더라.'

'그럼 너도 그냥 빠져나간거야?'

'아니 뭐, 그건 아니였고.. 그때는 감각모 바로 옆에 먹이가 있어서 말이야.'

'설마 잡으려고 뻗다가 건든거야!?'

'...아마?'

'근데 왜 살아있는데?!'

'너는 내가 죽길 바라냐?'

'그럴리가! 너무 경이로워서 그렇지. 그리고 내가 네가 죽길 바라겠어? 넌 단순한 친구를 넘어 내게 너무나 은혜로운 존재잖아? 이름도 지어주고,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도 알려주고. 그런 네가 죽길 바라다니. 그건 너무 인간적이잖아.'

'잘 아네.'

'자, 어서 이어서 말해줘. 궁금하니까.'

'알았어.'


04.

이것보다 바보 짓이 또 있을까? 어느새 천적의 입 속에 제 발로 들어가있었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감각모만 건들지 않으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음을 기억했던 나는 감각모는 건들지 않고, 먹이만 들고 바로 빠져나가려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그 먹이가 감각모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


'.......'


'손가락'이라는 기관이 있는 생물이라면 모를까, 손가락은 고사하고 정밀한 동작조차 할 수 없는 나로서는 이런 앞다리만으로 감각모 바로 옆에 액체 같은 고체의 형태를 하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엉뚱한데로 흘러버릴 수 있을 위험이 있는 저 강렬한 냄새를 풍기는 먹이만 가지고 나가는 세밀한 작업은 불가능했다.


사실 모아둔 먹이는 꽤 되니 이번에는 그냥 포기하고 나갔으면 되는 일이였다. 하지만 '오기' 때문일까? 운좋게 얻은 먹이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는 것도 그렇고,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을 포기하기도 아까웠기에 충동적으로 손을 뻗고 말았다.


'아.'


건드리고 말았다. 감각모.

파리지옥이 다른 식충식물에 비해서 벌레를 잘 못 잡는 편이라고 하지만, 감각모가 건드려진 파리지옥이 을 닫는 속도는 식물들 중에서 두번째로 빠르다. 그리고 파리지옥의 닫힌 입 속에 갇힌 벌레는 그대로 안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에 의해 서서히 녹으면서 껍데기만 남은채 그대로 파리지옥의 양분이 되어 최후를 맞이한다고 한다.


'..........'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책에서의 정보.

내가 직접 본 적은 없기에 실감이 안 갔다.

하지만 곧 직접 경험할지도 모른다.

두 눈이 아닌 온몸으로. 모든 것을


'아아....!'


죽기 싫다.

기껏 살 만해졌는데.

죽기 싫다.

누구보다 머리 좋은 파리였는데.

죽기 싫다.

그런 사실에 자랑스러워 해왔는데.

죽기 싫다.

이대로 죽는다니 말도 안된다.

죽기 싫다.

진짜로 죽기 싫다.

죽기 싫다.

정말로.

죽기 싫다.

죽기 싫어.

싫단 말야.

싫어. 싫어.

싫어.


'아...  으으으...'


책에서 본 죽음에 앞둔 만물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흐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나도 그런 모습이 되버리는걸까?


'살려줘!! 제발! 이대로 못 죽어! 살고 싶어어!!  아아아으아아아!!!!'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살려줄거야.'

'어...?'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들렸다'기보다는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뭐야...?'

'잘 봐. 네 앞을.'

'앞?'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분명 눈 앞에서 닫혀야 할 파리지옥의 잎도 없었다.

잎이 모두 닫혀서 빛이 차단된, 그런게 아니였다.

확실히 열린 시야로 하수구의 풍경이 보였다.


'...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잘못된 것일까?

물론 내가 죽는걸 바라는게 아니다.  어떤 바보가 자신이 죽는 걸 원하겠는가? 하지만 이건 확실히 지적해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분명 죽었어야 했다.


'......'


분명 지금이라도 나가야 할 순간임에도 이런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날개가 움직이지 않았다.


'뭐지..?'

'그대로 나가든지 해. 그냥.'


그때 또 목소리가 머리 속에 들어왔음을 느꼈다.


'...넌 누구야! 어디 있는거야?'


책에서도 본 적 없는 경험... 이런 일은 처음이였다.

당황스러웠다.


'지금 네가 있는 이곳에 있어.'

'뭐?'

'네가 서있는 그곳에 내가 있어.'

'....말도 안돼...! 그렇다는 건...'

'그래. 믿기진 않겠지. 하지만...'

'내가 이중인격이라니!'

'....뭐?'

'맙소사, 책으로만 봤지만 이런게 진짜일줄이야!'

'아니, 잠깐...'

'분명 이중인격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하여 그들 같이 지능이 높은 종에게만 생기는 건 줄 알았는데...!'

'....저기?'

'그래! 그렇다는건 난 이제 그들과 동등해졌다는거군! 훌륭해! 너무나 자랑스러워!'


이로서 나는 한단계 진화했다.


'내 말 좀 들어 이 멍청아!'

'하하, 하긴. 이제 난 혼자가 아니니까. 뭐... 보통 그들은 이런 증세가 있으면 우선 인격을 없애려고 들겠지만 난 그렇지 않을테니 걱정말라고.'

'너 이중인격 아니거든?!'

'어... 아니야?'

'어.'


...고 생각했지만 곧 착각임을 깨달았다.

그들처럼 사과를 먹지 않고 수치를 깨달았다.


'으아... 이게 무슨 꼴이야. 방금 전에 새로운 인격에게 지을 이름도 생각났는데. '자코모 모스카(Giacomo Mosca)'라고...'

'그런거 안 궁금해. 그리고 넌 이중인격 아니라고.'

'아, 그래 알았어... 그런데 잠깐, 그럼 넌 누구야?!'

'방금 말했잖아. 너가 있는 여기 있다고.'

'....설마...'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거법이라는게 있다.

적용해본 결과, 결론은 하나였다.

이 목소리가 지금 여기 있는게 아니라면...


'혹시 너... 지금 여기냐?'

'그래.'

'..........뭔데?'

'뭐?'

'뭔데? 너. 뭔데 지금 '그들'처럼 언어를 구사하는건데?'

'너랑 비슷한 이유 아니겠어?'

'아니, 그....하지만... 나야 날아다닐 날개나 기어다닐 다리가 있다지만, 너는... 그냥 땅에 박혀있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가 있는 이 하수구 바로 위가 '학교'라는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설명되지 않겠어?'

'.......나처럼 '습득'한거야?'

'그래.'


이 파리지옥도 나와 같은 부류였다.

물론 나 말고도 블레이크처럼 그들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녀석이 있기에 아주 말이 되지 않는건 아니였다.

하지만... 설마 식물도 그들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걸 두고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는건가? 식물도 생명이라는걸 간과하다니.


'가. 너 마음대로 해.'

'.....가라고?'

'그래. 너도 갈 길 있잖아.'

'...그래. 그럼...'


그대로 나는 파리지옥의 말대로 먹이를 챙기고 파리지옥의 입 밖으로 날아올랐다.


'......'


'위화감'이라 해야 할까?

어째서 파리지옥은 나를 순순히 놓아준걸까?

대체 이 파리지옥은 왜 입을 다물지 않았던걸까?

애초에 이 파리지옥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하물며 그들도 제발로 찾아오는 이익을 가식을 벗어던지고 기꺼이 받아들이는데....

내 머리 속을 채운 의구심은 나를 다시 파리지옥 앞으로 이끌었다.


'...........'

'으흠!'

'....뭐야?'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 솔직히... 난 처음이거든. 이렇게 나처럼 그들의 지식을 습득한 동족은 보았어도... 설마 우리처럼 눈도 뇌도 없을 식물이 지식을 이해할 줄은 몰랐거든. 너무 신기해서 말이야. 말을 좀 걸어보고 싶단 말이지. 블레이크도 이런 기분이였나?'

'죽다 살아나서 여유가 생겼나보지?'

'마음대로 생각해. 난 물어볼테니까. 지금 어떤 심정이야?'

'....지금 조롱하는거야?'

'그 대답, 그대로 돌려주지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니까. 너는 왜 입을 다물지 않은거지?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너흰 분명 그 감각모라고 불리는 걸 건들면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텐데.'

'너는 죽고 싶은거야?'

'죽고 싶은 생물이 어딨어? 고래라면 모를까?'

'고래가 뭔데?'


그들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보인 동물 중 하나이다.


'우리랑은 동떨어진 종이니까 알거 없어. 그보다, 너는 분명 나를 소화시킬 수 있었을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은거지? 하물며 '그들'조차도! 제발로 자신에게 찾아오는 이득은 이성을 벗어던져서라도 받아들인다던데.'

'.........'

'넌 왜 입조차 다물지 못하는거지?'

'못하니까.'

'뭐?'

'못한다고. 소화도, 입 다무는 것도.'

'왜?'

'위의 것들이....'

'위의 것? '그들' 말이야?'

'위의 것들이 날... ...!'

'응?'

'.....하아아...  꼭 이렇게 직접 말하게 하냐..? 속이 시원하냐고?!'

'....!'


감정이 전해질 정도의 소리가 들어왔다.

위의 것들은 곧, '그들'

그건 곧 『인간』이겠지?


'내 몸은 이제 너덜너덜해... 애초에 난 네가 죽기 싫다고 울면서 난리치지 않았으면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져있었다고.'

'우..울지 않았어! 그건 죽음을 앞둔 모든 생물의 정상적인 반응ㅇ....'

'소화를 시키고 싶어도 못해. 입을 다물고 싶어도 못 다물어. 느끼고 싶어도 느끼지 못해. 내 몸의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야...!!'

'.......'


죽음을 앞둔 모든 생의 반응이 나처럼 격정적이지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 파리지옥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자각했다. 하지만 그 흐느낌은 고요했다.

방금 전에 나한테 죽기 싫다며 울어댔다는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방금 내가 처한 상황보다 더한 일들을 보다 많이 겪었을거라 생각되었기에,

차마 함부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살고 싶지 않아...'


거짓말.

말은 그렇게 해도 그 말에서 묻어져 나오는 감정은 오히려...

'죽고 싶지 않아'.


'....야.'

'....왜?'

'너, 이름이 뭐야.'

'...없어. 그런거.'

'그렇다면 내가 하나 지어주지.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그래. '제인 다이애나'다!'

'...뭐?'

'뜬금없냐? 하지만 알아둬.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하나씩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이야. 나도 그렇고. 보아하니 너는 스스로 이름을 지을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 특별히 내가 지어줬다. 알겠어?'

'....이름을 지어서 어쩌려고? 난 더 이상 살 수 없어... 이 하수구에 몇마리의 벌레들이 날아다녀도...! 난 계속 입만 벌린채 있다가 말라 죽을거라고!!'

'그 말 진짜야?'

'내가 죽기를 바라는거냐? 하긴 그렇겠지... 어차피 원래대로라면 내가 널 먹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결국은 이대로 죽겠지. 살고 싶어도 위의 것들이 있는 이상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겠지...'


그 자학적인 말은 나를 움직이기 충분했다.

나는 '제인'이라고 이름 붙인 파리지옥의 안으로 들어갔다.


'너는 그저 위의 것들의 관심대상일 뿐이야. 그런 관심쯤은 내가 얼마든지 돌릴 수 있어.'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지켜주겠다는거다.'

'.....'

'살아있으면.'

'누구 놀려!?'

'내가 한마디 해줄까? 예언? 예고? 어쨌든 그런 말 한마디를 하나 하지.'


나는 어쩐지 모르게 약속을 해버렸다.


'너는 반드시 살아있을거다.'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뭐...?'

'자, 됐다.'


나는 제인의 안에 질척이며 냄새를 풍기는 그것을 밀어넣었다.

자기들에게서 나오는 것임에도 그들은 오물로 펌하하며 버리지만,

그 오물이 한 생명 살릴 수 있을거라곤, 그들은 생각 못할 것이다.


'뭐야...! 지금 뭐하는건데?'

'너는 한동안 벌레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을거야. 제인.'

'무슨 소리야? 그리고 제인이라니?! 그거 나 말하는거야?'

'네 이름은 '제인 다이애나'다.'

'왜 네 멋대로 내 이름을 만들어붙이는거야?'

'싫어도 외워둬.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네 스스로를 소개할때 쓰일테니까.'

'어차피 죽을텐데 왜...?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하는건데?'

'나는 곧 죽을거야... 나도 방금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너를 만나고 달라졌어.'

'그거야 내가...'

'네가 날 먹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는 그렇게 제인의 입을 떠나 하수구 위로 날아올랐다.

'그럼.'


'자, 잠깐...! 너 뭐야? 넌 대체 뭐야?!'

'.....무슈. '쟈크 무슈'. 다음에 만난다면 편하게 '제임스'라고 부르라고~!'


그렇게 나는 헌책방의 '소설'에서 본 말투를 따라하며 하수구를 떠났다.

.

.

.

그렇게 지금.


'뭐, 그렇게 됐어.'

'뭔 소리야?!'


이렇게 내 사랑 이야기는 끝났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서장에 불과하다.




-다음에 계속

comment (5)

-Umvlang 작성자 19.05.20. 05:10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사람이 아닌 관계로 주석 대신 중간중간에 링크를 단 점 양해바랍니다.
chany 19.05.20. 12:47
아무리 봐도 900자는 넘는디...
네크
네크 chany 19.05.20. 15:34
아무리 봐도 제목에 판프대는 안붙어있는딩...
chany 네크 19.05.29. 21:24
그치만 네크짱,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며.....(읍읍)
-Umvlang 작성자 chany 19.05.21. 01:46
그야 그냥 자유연재니까요.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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