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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버킷리스트-죽기 전에는 못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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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기를, 신은 죽었단다.

문득 보건대 나도 죽은 듯하다.

그렇다면 나는 신인가?

그래, 귀신이다.

아니면 정녕 미쳐버린 병신이던가.


여기로 떨어진지 어느덧 다섯 시간. 몇 가지 실험을 거쳐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나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각박한 현대라지만, 상의를 탈의한 채로 팝핀댄스를 추고 있는 남자에게 그 누구도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길 가는 모두가 즉흥적으로 합심해서 나를 무시했다기보다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둘째, 나는 만져지지도 않는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실례를 무릅쓰고 지나가던 사람과 신체접촉을 시도해보았다. 양팔이 박살났다. 둘 중 하나다. 여자의 가슴팍에 달린 두 융기가 소문대로 남자를 죽이는 무기였거나, 아니면 내 몸이 연기와 비슷한 상태가 되었거나. 안타깝게도, 팔이 박살났다가 원래대로 되돌아온 것을 보니 후자인 듯 했다.

셋째, 직사광선을 쬐면 진짜, 진짜로 죽을 듯이 아프다. 이건 죽은 나만 할 수 있는 장담이다.

넷째, 기억이 없다.

위의 내용을 고려해볼 때, 나는 죽어서 귀신이 된 것이 분명하다. 기억까지 잃은 채로. 무신론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후세계는 존재했던 모양이다.

어쨌건 죽은 건 어쩔 수 없고, 중요한 건 앞으로 무엇을 하냐이다.

자, 나는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촉각, 청각, 후각 그 무엇으로도 나를 인식할 수 없다. 기억마저도 흐릿해서 도덕심도 희미하다. 나야말로 완벽하게 소외된 자. 나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버려진 망령. 나를 얽매는 건 없다.

망령이 된 지금, 내가 할 일은 정해져있다.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한 그런 일. 투명해지면 반드시 해야 할, 모든 남성이 꿈에서만 그리던 일...

그래, 아이돌-넵튠 합숙소에 잠입하는 거다.

떠나자, 약속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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