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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연애 : 2화 - 둘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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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52 Jun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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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Umvlang
협업 참여 동의

내 이름은 무슈. 쟈크 무슈.(편하게 '제임스'라 불러도 된다) 그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는 평범한... 『파리』다.

이름이 파리인 것이 아니다.

별명이 파리인 것도 아니다.

애칭이 파리인 것도 아니다.

이명이 파리인 것도 아니다.

멸칭이 파리인 것도 아니다.

별칭이 파리인 것도 아니다.

내 성이 '무슈'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파리』다.

처음에 지은 이름은 소설에서 본 주인공을 본따 '제임스 플라이'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그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이기에 더욱 나 자신을 돋보일 이름이 필요했던 나는 어느 사전을 통해 흥미로운 언어유희를 발견했다. 그들을 부르는 존칭과 내가 속하는 종인 '파리'를 의미하는 발음이 둘 다 '무슈'인 어느 나라의 말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꼈던 나는 그걸로 내 성을 정한 이후, 자연스럽게 이름도 그 나라의 제임스를 부르는 이름으로 고른 결과, 나는 내 스스로를 '쟈크 무슈'라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제임스 플라이'든 '쟈크 무슈'든 결국 언어의 차이일뿐 결국 의미는 같다. 같은 의미의 두가지 이름을 가진 파리, 그게 바로 '나', 제임스(쟈크)다.


'아무리 들어도 영 의미를 모르겠네. 네 이름의 유래는...'

'그게 너와 나의 격이라는거야. 네 이름도 내가 지어줬다는걸 잊지 말라고. '블레이크 스카라베'.'

'왜 뜬금없이 풀네임...?'

'그냥 간만에 불러봤어. 잊지 말라고.'

'음... 어쨌든 그 일이 며칠 전에 있었다고 했지? 결국 그 일은 뭐였던거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죽어가던 한 생명을 살려주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졌다고 봐야겠지.'


제인은 그들에 의해 태어나고, 그들에 의해 죽어갔던 불쌍한 파리지옥이다. 이 나라에는 파리지옥이 자라지 않는 환경임에도 파리지옥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아마 외지에서 자라는 파리지옥의 종자를 이곳으로 가져오는 과정을 거쳤을 터. 제인은 어떤 경로로 그렇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종자가 학교 앞 하수구로 떨어졌다가 운좋게 서식 환경과 유사한 덕분에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는데?'

'후후우... 나도 잘 모르겠어, 블레이크. 내가 왜 살려주었는지.'

'그 파리지옥은 다 죽어가지 않았었나?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맞아. 아마 학교에서 나온 어린 '그들'이 하수구에 자라고 있던 제인에게 흥미를 가지고 괴롭힌거겠지.'


파리지옥은 감각모를 건들면 잎을 오므리면서 벌레를 잡는 동작을 하지만 그 동작을 한번 할때마다 상당한 힘이 든다. 종종 파리지옥을 기르는 사람들은 장난으로 감각모를 건드려 잎을 오므리게 하는 짓을 반복하다가 파리지옥을 지쳐 죽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제인에 경우 그 열악한 환경에서 그저 이례적이라는 이유로 꼬맹이들에게 유린당해 왔던 것이다.


'망할 녀석들...'

'제인... 그 이름으로 계속 부르기로 한거야?'

"블레이크. 너도 앞으로는 '제인'이라고 지칭해주길 바래. 걔도 우리와 같은 지성체니까.'

'아, 걔도 우리처럼 대화할 수 있었다고 했지? 근데 어째서 그게 가능했지?'

'제인이 사는 하수구 위쪽은 꼬맹이들이 드나드는 장소야.'

'꼬맹이?'

'어린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더라.'

'아~'

'어쨌든 그곳은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가는 곳이야. 지식이 하수구까지 새어나갈만큼 많은 양의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니 주워듣는 것만으로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거야.'


뭐... 그들은 주워듣기는 커녕 퍼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지만.


'으음~ 그보다 살렸다는게 무슨 말이야?'

'너, 파리지옥이 왜 다른 식물들처럼 광합성 하지 않고 벌레를 먹는지 알아?'

'어? 모르는데. 너는 왜 내가 X를 먹는지 알아?'


나의 친우 블레이크 스카라베.

종은 쇠똥구리. 그들의 페티쉬와는 거리가 먼, 어디까지나 당연한 이치의 식성을 타고난 평범한 쇠똥구리다. 물론 나와 비슷하게 소통하는 시점에서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뭐 어떤가? 아는게 힘이라고 하니 오히려 잘된거라고 본다.


'그야 널린게 X이였으니까 그렇지. 보통 쇠똥구리는 시골에서 살잖아? 그것도 X를 생산해내는 소들이 널린.'

'뭐... 그치.'

'나는 이전에 파리지옥이라는 존재가 두려워서 조사한 적이 있어. 그 결과 공포와 회피법을 습득했지.'

'그 헌책방에서?'

'어. 그렇게 나는 파리지옥이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습지에서 자라다 보니 햇빛을 대신할 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주위에 널린 벌레들을 잡아먹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

'아~ 아~~... 그래서 뭐?'

'그런 식으로 진화하다보니 파리지옥은 다른 식물이랑 똑같은 식으로 물이나 비료 같은 양분을 많이 주면 죽는다더라고.'

'그래? 몰랐어.'

'뭐.. 이 지식은 결국 쓸모가 없었지만.'

'왜?'

'이 몸을 봐라.'


풀잎에 맺은 이슬만한 몸뚱이.

털만 달린 실만한 여섯개의 다리들.

금방이라도 쥐어뜯길듯한 날개 한 쌍.


'이런 몸으로 물을 퍼다 뿌릴 수도 없어. 아니, 애초에 도중에 증발할걸? 거기다 비료는 어쩌게? 도시에 비료가 흔하겠어?'

'그거야 X 퍼다...'

'도시에서는 길거리에 X 싸는 녀석이 없어.'

'어찌 그렇게 비통할수가! 어쩐지...! 어쩐지 길거리가 휑하다 했어!'


'비통'이 이럴때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필수요소 트리니티 중 하나를 잃었으니 저런 말이 나올만하다.


'무엇보다 파리지옥한테 잡히면 답이 없잖아. 그래서 그냥 관뒀어. 무엇보다 이 나라는 파리지옥이 자라지 않는다니까 안심했고.'

'결국 잡혔었지만. 그런데 어떻게 그게 자란거야?'

'이 나라가 파리지옥이 자라지 않아도 다른데에서 수입? 뭐 그런걸 해가지고 키우나봐.

하지만 제인은 어디까지나 특이 케이스야. 파리지옥이 자라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경우는 대부분 다른 곳에서 종자를 수입? 뭐 대충 그런걸 해서 적당한 환경에서 키우는건가봐. 아마 제인은 종자였을때 어떠한 경로로 하수구에 빠져서 운 좋게 자란거겠지.'

'...그런데 결국 그 파리지ㅇ..'

''제인'.'

'...그 '제인'은 어떻게 살린거야?'

'내가 제인 입속에 떨어뜨린 먹이, 그러니까 X를 비료 대신 줬어. 그걸로도 양분은 충분하니까.'

'으아... 그런 아까운 짓을.'

'보통 파리지옥이라면 죽을 수도 있는 양이였겠지만, 혹사 당한 제인에게는 회복하기 알맞은 양분이겠지.'

'그래... 그런데 왜 살렸어? 그 파리ㅈ...아니 제인을 말이야.'

'....나도 잘 모르겠어.'

'?'

'나처럼 말이 통하는 것도 그렇고, 어쩐지 조금... 동정? 뭐 그런걸 해서였어.'

'그게 무슨 소리야. 좀 쉽게 말해줄래?'

'그러니까... 난 여태까지 얻은 그들의 지식으로 잘 살아왔잖아? 그건 너를 통해서도 알 수 있고.'

'그렇지. 내가 처음 이 도시에 왔을때, 네가 나한테 그 지식을 알려줘서 같이 잘 살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이렇게 잘 살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어... 머리가 좋아서?'

'아니, 단순히 그것 뿐만이 아니야. 머리가 좋아도 몸이 그걸 따라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어. 생각해봐. 나 같은 파리는 작고 날쌔서 날 잡으려는 녀석들이 상당히 애를 먹는다는데 나는 머리까지 좋으니  더욱 잘 피하고,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어. 설령 두려운 것에 대해 안다 하더라도 그 대처법을 알아내고 대비하니 무서울게 없었지. 아는게 많아도 써먹지 못하는건 없느니만 못하다는거야."

'그렇구나~'

'하지만 제인은 어떨까? 내가 헌책방에서 지식을 얻었다면, 제인은 학교를 통해 지식을 얻었어. 아마 제인의 지능은 나와 비슷한 수준일거야. 하지만....'

'....걔는 식물이지?'

'어. 못 움직여.'

'..........'

'제인은 어린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어. 알기 싫어도 그런 녀석들에 대해서는 저절로 알게 되겠지. 그런 녀석들이 얼마나 악독한지도 알고, 얼마나 워험한지도 알거야.'

'하지만 그럼 뭐해. 걔는 못 움직이잖아.'

'그래. 제인한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제인은 무능해. 아무리 많은걸 알아도 몸이 따라주지를 못한다는거야. 위험한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알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못한다. 아마 그것만큼 지옥 같은건 없겠지...'

'지옥?'

'그런게 있어. 영원히 고통 받는 세상이.'

'그럼 우리가 사는 여기 아니야?'

'.....그러려나.'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다른 말이다.


'아, 그럼 제인은 어떻게 됐어?'

'그 후로부터 다음 날에 상태를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살아있었어. 호전되었다고 해야 겠지? 자기가 어떻게 살아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더라. 그래서 걔한테 알려줬지.'

'오~ 제인이 너한테 고맙대?'

'아니. 원망하던데.'

'...왜?!'

'삶의 의욕을 잃은 상태였을텐데 내가 괜히 살려서겠지. 아직은 몸이 제 기능을 못 할테고. 그래도 내가 어떻게든 살 수 있게 도울거야.'

'...대체 왜?'

'.....'사랑' 때문이려나?'


사랑.

어떤 존재를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어떤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즐기는 마음.

그 날 이후로 나는 제인을 계속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동정뿐이였지만, 어느샌가 나는 제인만을 생각한다.

다치진 않았을까?

힘들지는 않았을까?

또 당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건 분명 '사랑'이다.


'아, 슬슬 가봐야겠군. 난 잠깐 갔다 온다.'

'요새 어딜 그렇게 갔다 오는거야?'

'제인 만나러.'


* *


'또 왔냐?'

'그래. 내가 왔다. 제인. 너를 살린 은혜로운 이, 쟈크 뮤슈가 왔다! 제인 다이애나~!'

'.......'

'왜 그래? 제인. 그 커다란 입(잎)을 조금도 벌리지 않네. 혹시 내가 안 온 사이에 위의 것들이 네 입속에 껌이라도 집어넣은거야?'

'끔찍한 소리하지 마.'

'미안..'

'난 네가 매번 그런 낮간지러운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게 어이없어서 그런거야.'

'아마 책의 영향이지. 이것도 책에서 읽은 대사를 흉내낸거야'

'아마 그건 그들의 대사일걸?'

'그렇겠지? 하지만 난 그들이 왜 이런 대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들의 지식을 알 수는 있어도,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없다는건가... 책이란 것도 별거 없네.'

'읽어서 나쁠건 없어. 내가 그 책을 찢어낼 집게가 있었다면 너한테 찢어다 줬을텐데 말이야...'

'분명 눈에 띌걸? 네 그 잘나신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눈에 띄지 않는게 너가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호오~ 그렇게 쏘아붙는 말투. 힘이 들어가 있는걸? 그래, 요즘은 어때?'

'글쎄다. 요즘은 위의 것들이 잘 찾아오지 않더라.'

'그래? 잘 됐네.'


아마 내가 어린 그들이 교문으로 나오는 시간마다 찾아왔기 때문일거다. 그들은 항상 큰 일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오지만, 정작 나와 같은 자그만한(그들이 지칭하기를 '미물') 문제는 여럿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존재이기에 어린 그들이 제인에게 다가가려 하면 내가 그들의 귓가를 계속해서 맴돌아 괴롭힌다. 처음에는 신경질을 내며 무시하는 녀석들이 곧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 지르는 모습은 언제봐도 유쾌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내가 사랑하게 된 제인이 나로 인해 오늘도 무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요번에 책에서 봤는데 저 위의 것들을 뭐라고 지칭하는지 알았어. 궁금하지 않아?'

'글쎄.... 그다지?'

'그래?'

'..........'

'..........'

'뭐야?'

'뭐가?'

'왜 갑자기 아무 말도 없는건데?'

'아니 그, 말이 막히니까 뭘 말해야할지 생각나지 않아서.'


나는 보통 이야기를 한번 하면 그 뒤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을 조합해 또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준비해두는 성격인 것 같다.


'솔직히 너 만나러 오면서 나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제인 너도 뭔가 이야기 같은 것 좀 꺼내봐.'

'내가 무슨 이야기가 있겠어? 주변이 온통 회색이고 좀 멀리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위쪽은 관심도 없고.'

'그래?'

'그래.'

'............'

'............'

'............'

'.....야, 아무것도 안할거면 그냥 가.'

'아직 저 위의 것들이 다 가지 않았잖아? 다 가거든 갈련다.'

'아 진짜, 어색하게.....'

'.............'

'......그, 그거 말해봐.'

'그거? 어떤거?'

'네가 방금 말하려다 만거. 그 위의 것들 뭐라고 부르는지.'

'아~ 아아~'

'그...궁금해졌어. 그러니까 말해봐.'

'......흐음.'

'왜?'

'아니, 솔직히 말이야. 난 몇주 동안 여기 들르면서 널 도와주고 있단 말이지.'

'그게 뭐?'

'아니, 그렇잖아? 난 목숨을 걸고 있다고. 네 목숨을 구해주기 위해서, 널 괴롭혔던 저 위에 우글거리는 것들을 피해다니면서 말이지.'

'....그렇지. 그건 정말 고맙지.'

'오호, 그건 잘 아는구만. 하지만 내가 한동안 봤는데 말이야. 진짜 그...'

'.....?'

'그으...  그....'

'뭔데?'

'그으으으으으으------'

'뭔데!? 말을 해 임마!'

'그래! 그거, 넌 말에 가시가 돋아있어.'


제인의 종은 파리지옥이고,


'야, 이건 네가...!'

'쉬이이이이이------잇!'

'........'

'이거 봐. 이거. 이거 말이야. 이거.'

 '이거라니?'

'이거 말이지. 이거. 이거이거 이거 이거 이거이거 이거 이 거이거이거이거이 거이 거이거이 거 이거이거이거이거이ㄱ...'

'아! 뭔데?!'


제인의 처지는 바람 앞의 민들레와 같았지만,


'이거! 이거 말이야. 넌 말이야. 적어도 널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도와주는 나 쟈크 무슈에게 뭔가 좀 부드럽게 말해줄순 없는걸까?'


제인의 말투는 엉겅퀴의 가시처럼 묘한 불만을 일으켰다.


'아니 이건 내가 말주변이 없으니까...'

'내가 있잖아. 그런 내가, 그것도 널 도와주는 내가 네 말이 조금 가시가 돋아서 힘들다는데 조금은 내 부탁도 들어줄 수 있잖아.'

'..야, 무슨 말투를 하루 아침에 바꿔?'

'그럼 넌 계속 그런 말투로 말하겠다고?'

'그래. 떫어?'

'....그럼 나도 이대로 있을게.'

'뭐...?'

'오늘은 그으... 뭐냐아...? 하교라는게 조금 늦게 되는 날이거든. 지금 여길 지나가는 녀석들이 다가 아니라는거지.'

'그럼 너...'

'그래. 전부 다 나갈때까지 앞으로 한참 남았다 이 말이야. 그때까진 계속 여기 있을거고, 그때까지 네가 말투 안 고칠거면 난 아무 말도 안할거야.'

'거 성격 한번 꼬였네. 그깟 말투 때문에 그렇게까지 한다고?'

'뭘 모르는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이 네가 좋게 좋게 말해줘야 나도 좋게 좋게 말해주겠다는거지.'

'...아, 됐어. 그럼 말하지 말던가. 어차피 네가 있어서 시끄럽기만 하니까.'

'거 말투 한번 일관적이네.'

'내가 네가 오기 전까지 얼마나 혼자 지냈는데. 이거 하나 못 견딜 것 같아?'

'그럼 그렇게 하든지.'

'..........'

'..........'


제인은 한가지 실수를 했다. 그것은 이 밀고 당기기(이른바 '밀당')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는 것. '견딘다'고 말은 곧 제인이 이 정적을 버티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그거야 그렇다. 제인은 이제껏 긴시간의 고독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내가 매일같이 찾아와 어울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제인은 어느새인가 내가 찾아오는 일상에 익숙해졌다. 어느날은 내가 조금 늦게 왔더니 초조해하면서 내가 늦었다고 나무라기도 했다. 하교하는 그들이 불안해서가 아니다. 그 무렵에는 이미 나 때문에 그들도 제인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않았을 시기이니까. 어쨌든 결론은 무엇이냐. 제인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다. 말은 저렇게 해도 내가 해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과연 나의 사랑. 어쩜 저리 귀여울수가. 하지만 가끔은 조금 부드럽게 말해주면 좀 좋을까 싶어서 나는 이번에 밀당을 시도한거다. 내가 책에서 알아낸건 그들을 지칭하는 용어뿐만이 아니라고?


'............'

'............'


사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제인의 기분을 풀어준 뒤 녀석들이 다 갈때까지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싶지만, 곧 고지가 눈앞이다. 나는 제인이 이 밀당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열세를 드러낸 시점에서 내쪽이 우세인 것을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이에 반면 제인은 견딘다는 말을 통해 자신이 나와 이야기 하지 않고 고독을 견디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내심 자각했을터. 오랫동안의 고독 속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그 어떤 생물이라도 괴롭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괴로운 기억은 뇌의 방어기제 때문에 자동적으로 망각하려 하지. 그 기억이 길수록 더욱. 그런 상황에서 짧지만 극적인 전향점이 생긴다면 어떨까? 뇌는 더더욱 괴로운 기억을 잊고 그 전향점으로 덮어내 그 기억에 안주하려 할 것이다. 그러니 제인이 나와 만나기 전에 고통받은 시간이 길었는데도 나와 만나는 것을 더 익숙해할 수 밖에.


'.........................'

'..........으흠!..........'


거기다 나는 이때 제인이 궁금해할만한 화제를 꺼냈다. 하지만 답은 주지 않았다. 제인이 나처럼 자의로 지식을 습득했다는 것은 나처럼 탐구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개념을 알 수 있는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사소하더라도 계속되는 고요함 속에서 제인은 지루한 나머지 내가 꺼낸 회제를 떠올리기 시작할 것이며, 곧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가 못다한 이야기의 답을 자기 나름대로 내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 사실이 아니므로 그로 인해 또 다른 생각이 들겠지. 이게 답이 맞나 하고. 하지만 이거 어쩌나? 그걸 확신하려면 내가 확인해줘야 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는데.


'..........'

'......흐헴!'

'어?'


그리고 여기에!


'흠~ 흠~ 흠~'

'......아아......'


약간의 의미없는 소리를 내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할지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주면,


'으흐응~ 흠, 흐으음---'

'크윽...!'


간질거릴 것이다. 물리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으로.

그리고 곧 제인은 버틸 수 없게 된다.


'...할게.'

'응?'

'한다고! 부드럽게 말할게! 하면 되잖아!'

'.....말투가 영~ 아닌걸?'

'말했잖아! 말주변이 없었다고! 이제까지 너말고 소통한 녀석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말하왔는지 어떻게 알아?!'

'그래서? 결국 뭔데?'

'가, 가르쳐 줘.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

'호오...'

'그렇게해서 내가 부드럽게 말해주면 너도 말해주고, 그럼 되잖아?'

'아니지, 아니지.'

'또 뭔데?!'

'일단 그 성질부터 다스리고.'

'........'

''말해주면'이 아니야. '말하면'이야.'

'뭐?'

''말해준다'는건 네가 나보다 위쪽에 서서 친히 해주겠다는 그런 말이 된다고. 그래서는 부드러운 말이 아니야.'

'그, 그럼?'

'부드럽고 원활한 대화란 상대와의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되나니.'

'뭐, 뭐야 그게. 그거대로 하면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거야?'

'그럼.'

'그러면 위의 것들을 어떻게 부르는지도 알려주고?'

'그럼!'

'....알았어. 할게.'

'자, 그럼 부탁해볼래?'

'뭐?'

'부탁할때의 말도 지적하고 교정해야지 않겠어?'

'어, 어. 그, 그러니까...'

'어허- 그렇게 뜸들이지 말고. 우선 마음을 가라앉힌뒤, 네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해.'

'알았어. 흠흠.'


좋아 좋아. 이렇게 내 말에 미모사마냥 움추리니까 더 보기 좋은걸? 고작 '꼬맹이'라는 답 하나를 듣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해주다니 말이야.


어쨌든 그 뒤로 한참이 지나서야 제인은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을 익혔다. 결과적으로는 제인과 함께 있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고, 제인도 조금은 부드러워졌으니 큰 이익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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